posted by e비즈북스 2013.01.11 09:08

김현진 처음에 1년 동안 월급을 하나도 못 가져갔어요. 다음 해에는 지분 가지고 있는 임원들만 월급을 안 가져가고 나머지 분들은 다 월급을 줬고요. 자본금 5천만 원으로 법인 세웠는데 제품 만들고 뭐 사고 밥먹고 하면 은근히 돈이 많이 들어요. 헝그리할 때는 회식을 한 번 해도 그냥 치킨에 맥주면 되는데, 회사에 돈이 들어온다는 걸 회사 분들이 느끼기 시작하면 치킨에 맥주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이런 부대 비용이 너무 컸어요. 대신 한 가지 확실하게 했던 건 있어요. 같이 창업한 분들한테 내가 돈을 헛되게 쓰고 있지 않다는 건 느끼게 해줬어요. 어떠셨어요?


박영욱 저희도 한 1년 동안은 급여가 없었어요.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좋아졌는데 그 당시에는 돈이 워낙 없는 상태에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급여도 거의 없었어요. 급여로 쓸 돈 있으면 먹을 것 더 사먹고. 그때는 이상하게 벤처기업으로 인증받는 게 로망이었어요. 지금은 그냥 쉽게 받는다고 하는데 저희는 떨어졌었어요.


김현진 지금은 기술보증기금 받으면 그냥 다 벤처 인증이죠.


박영욱 처음에 벤처 인증 떨어져서 기술보증기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심사에서 떨어뜨리더라고요. 두 번째는 IITA(정보통신연구진흥원. 과거정보통신부가 있던 시절의 IT, 콘텐츠 관련 지원 기관이었으며, 유사 기관 통
폐합 과정에서 현재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으로 변경됨)에서 받았는데 기술력으로 인정받아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어요. 벤처기업 인증받을 때 직원 급여와 4대 보험이 다 나가야해요. 급여 지급 인증 기록부 사본까지 다 제출해야 돼서 난리도 아니었죠. 기금을 받으려면 이런 거 챙기는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이런 거 모르죠.


김현진 꼭 알아야 하는 것 하나. 국가기관 내지는 공공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4대 보험 받는 사람이 몇 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해요. 그래서 처음에 헝그리하게 “자, 우리 급여 없이 시작하자”고 해도 4대 보험은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내셔야 합니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거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해요. 그런데 그러다가도 투자를 받으면 바로 급여가 올라가나요? 저희는 아직 투자를 한 번도 못 받아봐서요. 저는 제가 투자를 했죠. (웃음)


이정석 의장님이 투자하고 나서 월급이 어땠는데요?


김현진 저희는 투자 조건이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저희가 출자를 하면 일단 출자받은 회사 대표는 1년 동안 월급이 무조건 100만 원입니다. 대표 월급만 제재를 하고요. 대표가 나머지 월급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놓습니다. 그건 터치 안 해요.


이정석 월급을 더 줬다가 뺏을 수도 있겠네요.


김현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너무 벤처캐피털 마인드인데? 의심이 많아요. (웃음) 대표가 월급 70만 원 받고 직원들은 300만 원씩 줬는데 알고 보니까 직원들 월급 빼서 사장한테 몰아줬다는 식으로 꼼수 부렸다가는 당장 투자 회수하죠. 근데 저희가 왜 그랬냐면 창업자들 그러니까 사장님, 부사장님, 개발이사님 비롯한 3인자까지, 즉 지분을 조금이라도 소유한 사람은 헝그리 해야 더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서예요. 정말 자주 물어봐요 “지분을 얼마나 줘야 돼요?”, “월급은 얼마나 줘야 돼요?”라고. 어렸을 때는 지분이 짱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보상도 지분
이 짱인 줄 알았죠. 그래서 여덟 번째 창업 멤버한테 “지분 얼마 줄까?” 그랬는데 이러더라고요. “대표님, 저는 주식 같은 건 관심 없고요. 연봉만 두 배 올려주세요”라고. 보상 방법이라는 건 꼭 지분만 주는 건 아닌가 봐요. 처음에 창업하면 착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사장님들은 지분에 집착하거든요. 그래서 일곱 번째, 여덟 번째 멤버도 지분에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봉 30퍼센트 올리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걸 잘 가려내서 보상을 다양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


이정석 월급을 두 배 준다고 했잖아요? 현실적으로 중요 개발자인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라도 붙잡아야 하겠죠. 회사 월급표를 보면 항상 CEO보다도 월급을 훨씬 많이 받는 한두 명이 있어요. 이 사람들은 CTO도 아니에요. 알고 보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서 외부에서 데려온 친구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회사가 좀 나빠지면 금방 나갈 사람들이죠.


김현진 맞아요. 제일 먼저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죠. 사실 내부에서 연봉 서로 공유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는 하지만 워낙 좁으니까, 사장빼고 자기들끼리 술을 마실 때 다 얘기해요. “너 얼마 받느냐?” 이러면 이제 거기서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죠. 특히 직원 열 명 이하인 스타트업 때 “왜 쟤가 나보다 돈을 더 받지?” 이런 일 생기면 굉장히 난감해요. 등급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창업자와 창업 멤버, 초기 멤버 그리고 일반 직원들을 구분하긴 해야 하는데.


박영욱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회사 한 곳은 1년 반 동안 급여 정액제를 했어요. 대표이사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월 100만 원. 알토스벤처에서 투자받을 때 알토스에서 그들이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알고는 “최소 생계비는 줘라”라고 해서 연봉 협상을 처음 했어요. 그다음부터 먹고살 정도로 줬어요.



이정석 의장님과 사장님 이야기 들으니까 첫 직장 생활을 대기업에서 시작하고 심사역 하다가 다시 대기업 온 제 입장에서는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누가 100만 원을 주는데 꿈을 함께 하자? 저야 말로 4~5개월쯤 일하다가 “아, 저 약속이 있어서”, “군대를 가야 돼서” 그럴 것 같아요.


김현진 대부분 이렇게 핑계를 대요. 아버지가 편찮으시다고. 아버지가 참 자주 편찮으시죠. 아니면 어머니가 힘드시거나. (웃음)


박영욱 초기에 자기가 개발을 못 한다고 해서 꼭 풀타임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둘 필요는 없다고 봐요. 회사에 데려오지는 않더라도 가끔 개발된 거 공유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은 찾을 수 있어요.


이정석 월급을 비롯한 보상 측면에서 벤처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따라갈 수는 없어요. 제가 외국계 회사의 자회사이던 중소기업이 한국 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한 케이스가 있어요. 보통 외국계는 월급이 많죠. 월급을 500만 원씩 받는 사람이 “한국 회사가 됐으니까 이제는 그렇게 못 줘”라고 하면 나가버려요. 난감하죠.



스타트업은 직원 하나만 이탈해도 타격이 커


이정석 박영욱 사장님이 이야기한 열정, 그리고 의장님이 이야기한 미래나 미래가치에 대한 공유를 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안철수 원장님이 안랩 만들고 나서 직원 수가 어느 정도 되기 전까지는 개인마다 맨투맨으로 우리 회사의 비전은 이렇고 미래는 저렇고 그래서 너와 나의 역할은 무엇이다, 이렇게 공유했다고 해요. 그런 거 중요하죠.


김현진 오히려 면담을 많이 하면 초반에 많이 이탈하지 않나요? 당연히 사장은 이탈하지 않죠. 자기 열정이 제일 세니까요.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자주 이야기를 안 하고 공유를 하지 않으면 심리적인 보상이 안 돼요. 그러면 사람들이 빨리 떠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작은 조직은 처음 출발해서 열 명이 넘기 전에 한 명만 나가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죠. 사람들이 막 흔들려요. 든 자린 몰라도 난 자린 표가 난다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 같은 경우는 정말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정석 스타트업은 몇 명 없이도 회사를 구성하잖아요. 그래서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가 정말 큽니다. 대기업은 많은 사람이 중복된 일을 하기 때문에 직원 한 명이 스스로 ‘아, 내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라고 걱정을 한다 해도 정작 아무 상관없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한 명 빠지면 난리가 나거든요.


박영욱 백 명 중에 한 명 빠지는 건 1퍼센트인데 세 명 중에 한 명 빠지면 33퍼센트죠. 스타트업 사장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얘기가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예요. 제일 무섭죠. “따로 잠깐 드릴 말씀이 있고요. 이번 달부터 월급을 안 받겠습니다.” 이런 말이 무서워요. 갑자기 표정 안 좋아지고 어느 날부터 일찍 퇴근한다고, 그러다가 정장 입고 오고, 한 며칠 있다가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러면.


김현진 100퍼센트예요. “내가 열정이 떨어진다”라거나 “더 좋은 조건을 찾았다. 사장님한테는 미안하지만 빠지겠다”, 이런 거죠. 이런 케이스는 차라리 나아요. 일반적이니까. 저희는 어떤 일이 있었던 줄 아세요? 저희랑 일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겸손하고 착한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이 친구 어머님이 저희한테 김치를 갖다 준다고 차를 몰고 오시다가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런데 차에 보험이 안 들어 있었어요. 피해자가 신혼부부였는데 28바늘을 꿰맸대요. 그런데 이 친구 명함에 부사장이라고 적혀 있으니까 그쪽에서 합의금으로 7천만 원 달라고 생난리
를 치더라고요. 제가 변호사를 데리고 합의를 보려고 아무리 했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이런 경우는 스타트업의 한계였죠. 내가 이 친구 대신 7천만 원을 내줄 수는 없으니까. 결국은 700만 원에 합의를 보긴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벤처 회사 사장님들이 계속 “우리는 헝그리 해도 돼요”라고 하면 “당신은 헝그리해도 되지만 당신 사람들이 위기에 몰리면 어떻게 할래? 그 사람 아버지가 암 걸리면 당장 어떡할 건데. 걔는 100만 원밖에 없어”라고 해요. 사람 삶이라는 게 외부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더라고요.


박영욱 일단 우리는 벤처 스타트업이니까 사람 구할 때 급여보다는 비전 같은 걸로 설득을 하죠. 그런데 이런 방송이나 잘된 사례만 듣고, 비전만으로 모든 사람을 이끌 수 있다는 오판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비전만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예요. 그 사람이 잘된 사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돈 가지고 사람 뽑고 데리고 오는 게 제일 쉽죠.


김현진 그렇죠. 삼성 다니는 분한테 “연봉 1천만 원 더 줄 테니 나랑 가자”, 이게 최고죠.


박영욱 연봉보다는 비전을 따라갈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잘 데리고 오는게 벤처이기 때문에 몇 번 비전 가지고 얘기했지만 잘 안 되는 사례도 많아요. 비전이 있다면 계속 노력해야지, 한 명 해보고선 ‘역시 비전 가지곤 안 된다’고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이정석 LS사업전략팀 차장


<벤처야설-창업편>중에서.e비즈북스.벤처야설팀

 팟캐스트 벤처야설 4화 '직원을 구하라'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벤처야설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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