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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키(VIKI) 공동창업자 호창성 대표에게 듣는 실리콘밸리 창업이야기
    e비즈북스의다른책들/벤처야설 2013. 1. 17. 10:40

    수업 시간에 발표한 데모 버전이 발탁되다
    김현진 그러면 어떤 계기로 VIKI를 창업하신 거예요?


    호창성 제 와이프(문지원 대표)는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과정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하버드에는 학점을 학부생처럼 미친 듯이 몰아 들으면 1년 만에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어요.'


    김현진 하버드에만 있는 제도인가요? 아니면 미국에 다 있는 제도인가요?


    호창성 학교마다 과정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무튼 와이프는 액셀러레이션 방식으로 학점을 몰아 들어서 1년 만에 과정을 마치고 제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넘어왔어요. 그런데 전공이 교육공학이다 보니까 교육을 위해서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사용할까 끊임없이 고민을 했거든요. 특히 유학 준비할 때부터 저희는 토종 한국인이니까 영어를 어떻게 하면 쉽게 공부할까 많이 생각했는데 문 대표가 그걸 발전시켜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겠다는 사업계획을 세웠더라고요. 그걸 가지고 실리콘밸리로 넘어와서 문 대표가 먼저 창업을 했어요. 저는 지인들을 통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고, 문 대표가 실제로 만들어냈어요. 러닝 프로토타입이죠. 러닝 웹서비스는 아닌데, 웹서비스의 전 단계인 로컬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정도까지를 만든 거죠.

    김현진 PC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데모 버전이죠.


    호창성 네, 데모 버전으로 만들었죠. 그 데모 버전을 스탠퍼드 창업수업에서 발표했어요. 그 수업은 다양성을 중시해서 MBA 학생 두세 명,MBA가 아닌 공대나 인문대에서 한두 명, 학생이 아닌 외부인사 한 명이 5인 1조를 구성합니다. 문 대표가 외부인사로 참여해서 팀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발표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파워포인트로 발표했고, 저희는 러닝 프로토타입을 보여줬습니다. 그 수업의 마지막 날에는 교수님과 벤처캐피털 멘토분들이 오셨는데 거기서 발탁되어서 교류를 하게 되었고, 얼마 후 정식으로 한 번 사업을 소개하러 오라고 제안해 주셔서 벤처캐피털에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시드머니를 받았죠. 물론 그 전에도 시드가 있었고 프랜즈 펀딩도 있긴 했지만 기관 투자자의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은 겁니다.


    김현진 미국 벤처캐피털에서는 시드머니를 얼마나 주나요?
    호창성 그때는 운이 좋았어요. 마침 당시에 벤처캐피털에서 퀵스타트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소액의 컨버터블노트(CN, Convertible Note: 주식으로 변환할 수 있지만, 약속어음과 유사한 만기와 이자가 표기되어 있는 채권)로 투자 자금을 대주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에서는 그걸 전환사채라고하죠.


    이정석 정확히는 전환어음(Convertible Promissory Note)이죠.

    김현진 그게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CB(전환사채)랑 다른 거예요?


    이정석 우리나라 말로 하면 모두 사채의 범주에 속하는데, 미국은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 CN 등 좀 세분화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호창성 그 프로그램이 5만에서 최대 25만 달러를 지원하게 되어 있었어요.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시리즈 A로 투자하기에는 너무 초기 기업이다 보니 소액으로 침 발라놓는 정도였던 거죠.


    이정석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 인큐베이팅보다 더 초기 단계 아이디어 상태의 팀에 2~3만 달러 정도의 소액을 투자하고 교육과 연계를 통해 벤처기업 초기 단계까지 키워주는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도 있지요.


    호창성 와이콤비네이터보다는 투자 조건이 훨씬 좋았어요.


    권일운 심사역 개인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건가요?


    호창성 심사역 개인이 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파트너 만장일치는 아니었어요. 파트너 여섯 명 중에서 세 명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니 바로 결정이 나더라고요. 벤처캐피털이 저희 쪽처럼 불확실한 사람들에게 침을 발라놓는 이유가 뭐냐면, 전환사채, CN, 이런 게 빌려주는 빚이잖아요. 그런데 회사가 잘돼서 시리즈 A 펀딩을 받을 때 이게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건데, 시리즈 A 투자자보다 더 유리한 전환 조건을 적용할 수가 있어요.


    이정석 미국에서는 브릿지 파이낸싱(Bridge Financing: 본투자 전에 자금을 임시로 빌려주며, 본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좋은 조건으로 주식 전환을 하거나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라고 해서 항상 시리즈 투자 전에 이런 워킹캐피털(Working Capital, 운영 자금)을 지원하지요.


    심사받고 하루 만에 25만 달러가 통장으로


    호창성 프로그램 이름이 퀵스타트라고 했잖아요. 말 그대로 퀵스타트였어요. 과정이 얼마나 간단했냐면, 벤처캐피털 파트너하고, 클래스멘토는 이미 교류를 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진행이 됐어요. 발표 다음 날 결정 났다고 하더니, A4 용지로 한 장짜리 계약서를 주더라고요. A4 한 장이 계약서의 전부예요. 그냥 그 자리에서 읽어보라는 거예요. 보니까 아주 쉬워요. 벤처 경험 있는 미국인 친구에게 보여주고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안 받으면 바보라고 하더라고요. 당장 사인하래서 했더니 다음 날 아침에 25만 달러가 통장에 들어왔더라고요.


    이정석 원래 멘토인 심사역이 있었고, 파트너가 있었지만, 실제로 투자를 그쪽에서 진지하게 제안을 했을 때 투자까지 걸린 시간은 결국 하루였다는 말씀이네요.

    호창성 네. 파트너 세 명이 들어와서 바로 그날 결정이 나는 거죠. 그렇게 빨리 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25만 달러는 아주 소액이니까.


    김현진 25만 달러짜리 기술보증기금이네요.


    박영욱 시드머니 치고는 좀 많은 것 아닌가요? 보통 시드가 3만 달러정도에서 시작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김현진 이게 어느 정도 데모가 가능한 상황이잖아요. 기술보증기금과 비슷한 거예요. 제품이 데모 이상으로 만들어져 있어야 2, 3억을 넣을 수 있죠.


    권일운 그러면 아예 벤처캐피털 같은 경우는 시드만 제공하는 펀드가 따로 있었던 건가요?


    호창성 펀드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놔서 그 펀드에서 얼마만큼은 그 프로그램을 위해서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죠.


    이정석 그리고 어떤 특정 목적으로 펀드가 만들어지면 그 목적을 위해 100퍼센트을 쓰는 게 아닌 항상 80퍼센트 정도만 특정 목적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심사역이 유동적으로 결정을 해서 투자할 수 있어요.


    김현진 그 뒤엔 어떻게 진행하신 거예요?

    호창성 시드 25만 달러가 어느 정도냐 하면, 그전에 친구로부터 받은 돈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그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실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해보는 정도까지는 돼요.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베타 사이트를 만들어서 사용자를 어느 정도 모아야 합니다. 사용자가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그 실적을 가지고 시리즈 A 투자를 시작해볼 수 있어요.


    권일운 그럼 인력은 창업 클래스 팀 다섯 분이 계속 같이 하셨나요?


    호창성 클래스 메이트들은 어드바이저로 들어왔어요. 한국말로 하면 고문 정도? 사실 그 친구들은 수업에서 좋은 평점을 받고 빠졌고, 사업은 실제로 둘이서 다 했어요. 인력들이 들락날락하는 건 좀 있었죠. 미국인 CTO(Chief Technology Office, 최고 기술 담당 이사)도 한번 영입해봤다가 취소한 적도 있어요.


    김현진 그렇게 해서 그 돈으로 베타 버전까지 만드신 거죠?


    호창성 처음에 미국 벤처 환경, 실리콘밸리의 벤처 환경과 한국의 벤처환경을 비교를 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실리콘밸리가 훨씬 우수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한국 벤처 환경도 요즘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한국의 투자자들 또는 투자사들도 예전에 비해서 백그라운드가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제가 조금 알고 있는 만큼만 이야기를 해보면, 2000년 정도까지는 벤처캐피털의 심사하시는 분들이 금융계 출신이거나 공학 박사 정도였는데, 요즘엔 파트너뿐만 아니라 젊은 심사역들의 배경이 게임회사나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오신 분들도 있고요.
    금융권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환경이 그쪽 일색으로만 돼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다양해졌어요. 아직 미국의 벤처캐피털의 다양성에 비해선 못 미치지만, 많이 개선된 것 같아요.


    이정석 지역의 특징도 있는 것 같아요. 피어프레셔(Peer Pressure: 동료집단에서 받는 사회적 압력)라고 하잖아요. 스탠퍼드 MBA 나오면 대부분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벤처캐피털과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되잖아요.


    김현진 정말 자연스럽게 벤처 회사와 투자사가 네크워킹이 되는 거네요. 어쨌든 호창성 대표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제일 좋다는 서울대를 나오셨잖아요. 내가 서울대를 나와서 사업을 하던 상황과 미국에서 스탠퍼드 MBA를 졸업하고 나서 창업할 상황을 보면 기초적으로 갖추어진 역량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한미 양국 벤처업계의 성골과 진골
    호창성 그런 측면이 크죠. 그런데 또 여기서 정답이 없는 게, 제가 한국으로 다시 들어온 지 2개월 좀 넘었는데요. 여러 사람들 만나고 한국의 환경도 접하다 보니까, 벤처업계에도 성골과 진골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보는 성골은 서울과학고 출신의 카이스트 플러스, NHN 경력 또는 NC소프트. 전부 N자 돌림이네.


    김현진 심지어 사장님들이 다 김씨예요. 김씨에, 66년생, N으로 시작하고. 4년 전에 특집기사로 나왔었어요. ‘성공한 벤처사업가들의 특징.’


    호창성 미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비슷해요. 일단 창업가들은 둘째로 치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스펙을 보면 70~80퍼센트가 하버드 출신.


    김현진 스탠퍼드보다 하버드가 더 많군요.


    호창성 하버드 MBA거나 학부거나. 아니면 하버드 갔다가 베인캐피털(Bain Capital: 맥킨지, 보스턴컨설팅에 이은 3대 메이저 컨설팅회사의 투자자회사) 가는 코스? 그리고 스탠퍼드는 20~30퍼센트 정도고, 나머지는 정말 드물게 있는 것 같아요.


    김현진 하버드랑 스탠퍼드가 양대 산맥을 잡고 있는데, 그중에서 하버드가 주도를 하는군요.


    이정석 하버드 출신의 스탠퍼드 MBA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요.


    김현진 진골과 성골을 믹스. 한국 사정을 들어 비유해보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나와서 카이스트에서 전산 석사 나온 것과 그리고 하버드 학사랑 스탠퍼드 MBA 나온 것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호창성 미국의 벤처캐피털이 수천 개잖아요.

    이정석 한국은 110여 개 정도 됩니다.


    호창성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 벤처캐피털은 파트너를 하는 분들이 창업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로 일을 해봤거나 실제 창업에서 엑시트까지, 실제 일을 해본 분들이 정말 많아요.


    김현진 한국엔 창업을 안 해본 심사역이 더 많으니까.


    호창성 물론 그런 분들만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어도 다양성이 떨어지겠죠.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분의 비율이 많이 떨어지지요?


    이정석 한국의 벤처캐피털은 삼성, LG 같은 대기업 출신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창업경험이 있는 분들이 투자 심사역으로 들어오셔서 좀 더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박영욱 창업하신 분들을 보면 결국 나중에는 벤처캐피털처럼 투자를 하고 싶어 하잖아요.


    호창성 근데 아까 성골, 진골 이야기가 나왔는데 미국도 어느 정도 있는데 한국보다는 그래도 워낙 다양한 사회이니까 구분하지는 않는 것같고, 또 벤처 쪽은 훨씬 더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또 구성원들도 다양한 것 같아요.

    나는 미국 6두품이다
    김현진 대표님은 서울대와 스탠퍼드 MBA잖아요. 한국에서 본다면 무지무지 좋은 학교 배경을 가지고 계신 건데, 미국에서는 어떠셨어요? 외국인이시잖아요.


    호창성 네, 학교로만 보면 양쪽에서 괜찮은 위치라 할 수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외국인이라서 성골, 진골 축에도 못 끼는 미국 6두품입니다.결국 벤처캐피털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학벌과 상관없이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결국 벤처 회사에, 회사 사장에게 꽂혀야 투자를 하게 되거든요. 사람한테 꽂히려면, 연애할 때 대화가 통해야 시작을 할 수 있듯이 일단 사업이 말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언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유학 가려고 준비하면서, 또 가 있는 동안 죽도록 영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사업하면서 영어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았거든요. 논리적인 대화를 하는 것도 자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좀 더 네이티브 같은 감각이 필요했던 거죠. 동영상이나 뉴스를 보면 이해를 해도 코미디를 보면 도저히 왜 웃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런 부분은 극복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프트 스킬로 결정적인 순간에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마음을 휘어잡을 정도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이 창업 자를 편한 친구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런 기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잘되어 가느냐고 물어봐야 하고 교류도 하면서 래포(Rapport, 관계 혹은 인연)를 형성해야 하는데 언어가 부족하게 되면 보통 미국 애들이 한 달 걸릴 것을, 못 한다는 건 아니지만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래포가 형성되죠. 외국인에게는 엄청난 핸디캡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말로 안 되면 다른 게 있어야 하듯이 저 같은 6두품들은 남들이 화려한 말을 하고 프레젠테이션 종이를 가지고 올 때 실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항상 한 단계 더 준비하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벤처야설-창업편>.벤처야설팀.e비즈북스.

    팟캐스트 <벤처야설>7화 Viki 1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대담자

    호창성 비키(VIKI) 대표

    김현진 레인디대표

    박영욱 BCNX의장

    이정석 LS사업전략팀 차장

    권일운 머니투데이 기자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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