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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의 CEO는 늘 배고프다
    e비즈북스의다른책들/벤처야설 2013. 1. 24. 07:30
    스타트업의 CEO는 늘 배고프다


    권일운 그러면 이것도 한번 여쭤볼게요. 사장님들이시잖아요? 사장님들한테는 참 좋은 게 있어요. 우리 대한민국에서 참 좋아하는 건데 제가 다가갈 수 없는 게 있죠. 바로 법인카드! 어차피 회사는 사장님들 거잖아요. 어릴 때 철모르는 마음에 이건가 저건가 쓱 긁은 적 없었어요?


    박영욱 사람들이 법인카드에 대해서 상당히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회사 딱 설립하고 법인 등록되자마자 다음 날 주금 납입하는 은행에 갔어요. “저 법인카드 만들러 왔습니다”라고 했는데 안 만들어 줘요. 법인카드를 만들려면 한도만큼 잔고가 있어야 돼요. 통장 만들어서 그거 담보로 직권 설정해놔야 겨우 만들어줘요. 우리 처음 한도가 190만 원인가? 개인카드보다 못해요.


    권일운 판공비는요?
    김현진 접대비가 얼마나 되느냐는 거죠? 나라에서 인정하는 건 연 한도 500만 원.


    권일운 어차피 회사 돈이 사장님 돈이잖아요. 그러면 모럴 헤저드가 생기지 않을까요? 회사가 매출이 생기면 급여를 받을 테고 급여랑은 별개로 접대비가 필요할 테고. 이러다 보면 법적으로는 하자는 없으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 생길 거 같은데.


    박영욱 접대, 물론 저희 회사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라고 가정할게요. 일반인이 흔히 접대비 항목을 룸살롱, 술 접대라고 오해하는데요. 사실 이것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 하시는 분들이 칭찬받아 마땅한 게 있어요. 투자받았잖아요? 5억 투자받으면 ‘아싸, 5억 투자받았으니까 이제 이건 내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단점이면서도 장점이에요. 내 회사의 돈이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안 써요.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CEO한테 “얘 돈 막 쓰니까 뭐라고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CEO가 알아서 아껴 써요. 정말 불쌍하게 써요.


    야, 너희 선배가 다 해먹어서 이제 투자 안 해


    김현진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게 있어요. 제가 2002년에 한국에 왔거든요. 벤처 거품이 막 꺼졌을 때예요. 저는 외국처럼 사업계획서만 들고가면 벤처캐피털이 투자해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힘들었죠. 알고 보니 2000년, 2001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리타워텍이니 골드뱅크니 하는 선배님들께서 너무 해드신 거예요. 그래서 그때 스물두 살 청년이었던 저에게 벤처캐피털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야, 너희 선배가 다 해먹어서 이제 한국은 벤처 안 돼, 투자 안 해. 이제 그런 거 없어”라고. 예전에 어땠는지 선배들한테 들어보니까 2000년도에는 학벌 좋으면 프레젠테이션 20분만 해도 5억 당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박 사장님이 얘기한 것처럼 투자받기도 힘들고 투자 금액도 적기 때문에 룸살롱 같은 데 막 못 갑니다.


    권일운 비상장기업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뭐한 곳들, 쉽게 말해 아는 어르신들이 하시는 공장 같은 데 있죠. 매출이 수백억씩 나는 그런 공장하시는 분들 가족이 그냥 법인카드 다 쓴단 말이죠.


    박영욱 우리 벤처 CEO들은 왜 그런 깡다구가 없을까. (웃음) 불쌍해요, 진짜. 술 먹을 때도 비싼 거 먹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시키지도 못해요. 제가 좋아하는 어느 대표님도 투자받고 지금 6년째 경영하고 계시는데 월급 100만 원 받아요.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회사 조금 더 아껴서 더 길게 가려고 월급도 안 받고 일하는 사장들이 많다는 걸 알아줘야 해요.


    권일운 오늘은 딱 결론 나왔네. “얘들아, 창업하지 마라.” 이 얘기 하는거네. (웃음) 그러면 연봉 얘기가 나왔으니까, 대표이사 연봉은 주주들한테 다 공개해야 되나요?


    신입사원보다 못한 임원 연봉


    박영욱 네, 공개해야죠. 주총에서 모든 이사의 급여 한도를 정해요. 저희는 알토스(Altos Ventures: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한 킴 등 한국계 파트너들이 주도해 설립. 쿠팡과 블로그칵테일, 판도라TV, 네이블커뮤니
    케이션즈 등의 국내 기업에 투자)에서 받았는데 알토스에서 전 세계에 있는 투자사를 상대로 조사를 했어요. 임원 연봉을 보니까 한국 임원들의 연봉이 다른 나라 신입사원보다 못해요. 투자자는 좋게 보겠죠. 얘네 참 열정 있다고요. (웃음) 한국 벤처기업 임원, 창업자들이 대부분 대학교에 있다가 창업하시잖아요. 연봉이 얼마나 높아야 될지도 잘 모르고 높게 받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싫어해요. 연봉보다는 이 단계에서 회사가 뭘 해야 하고 회사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만 고민해요. 저는 알토스 얘기하고 다니는 게 되게 좋아요. 누가 보면 “얘네 영어도 잘하고 잘나가서 외국에서 투자받은 줄 알았는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알고 보면 한국에서 못 받아서 받은 겁니다. (웃음)


    권일운 저 같은 월급쟁이들은 간단하거든요. 한 달에 20만 원 더 주면 그냥 다 물어뜯는 거죠.


    김현진 그래서 재미있어요. 창업 초기에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나갈 때 멀티탭 불 끄는 건 사장들밖에 없어요. 제발 밥 먹으러 나갈 때 전기세 많이 나오니까 모니터 켜고 나가지 말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해요.


    권일운 아, 그래서 내가 밥 먹으러 갔다 오면 모니터가 꺼져 있는 거구나. (웃음)


    김현진 실리콘밸리 애들이 한국 벤처 창업자들은 왜 그렇게 오너십이 강한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해요. 왜 “내 꺼, 내 꺼” 그러냐고. 실리콘밸리 애들한테는 회사 카드지만 우리나라 벤처 창업자들에게 회사 카드는 내 카드죠. 그러니까 돈을 막 쓸 수가 없죠. 아까우니까. 내 돈 같으니까. 그래서 멀티탭 끄고 나가는 직원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웃음) 경영을 한 30년, 40년 하신 분들, 연매출 한 500억 되는 알짜기업 하시는 분들은 몰라도 우리 같은 20대, 30대 IT 벤처들은 그렇게 돈 못 씁니다. 왜? 그렇게 쓸 정도로 투자도 안 해줘요. 한 50억은 투자받아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긁죠.


    1억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
    5억이면 최소 몇 년은 회사 돌릴 정도로 큰돈이긴 해요. 그런데 “우리 배고파. 헝그리 해야 돼. 월급 다 150만 원으로 통일하자. 여기에 밥값,점심값, 저녁값 다 포함돼 있다. 차비까지 이게 다다”라고 하면 티나게 쓰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도 직원들 열다섯 명 데리고 있으면 1년에 5억 그냥 씁니다. 매출 없는 회사가 말이죠. 이번에도 조그맣게 1억짜리 자회사 두 개 설립하는데 누가 “1억이나 필요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 보니까 말이죠, 우리도 10년 전에 그랬던 것같은데 막 창업을 하면 1억은 되게 큰돈이고, 5억은 아주 아주 큰돈이
    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나한테 1억만 주면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운영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1억은 진짜 순식간입니다.


    박영욱 정말 금방 나가요. 제가 창업했을 때 세 명이 50만 원씩 받았거든요. 얼마 안 되는데 이게 1년 하면 2천이에요. 거기다 사무실 보증금으로 1500만 원 묶이는 거고요.


    30대 벤처 영웅은 포기, 대신 가늘고 길게
    김현진 오늘 트위터에 어떤 분이 빌 게이츠가 한 말을 써놨는데 “태어났을 때 집안이 가난한 건 죄가 아니다. 그런데 당신이 죽을 때 가난한건 그건 죄다”였어요. 그래서 리트윗을 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한 카이스트 교수님이 리플을 달았어요. “빌 게이츠가 부유하게 자라서 가난이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는구나”라고. 미국은 가난하더라도 기회가 있는 나라예요. 하지만 한국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부가 있으면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한국인 관점에서는 빌 게이츠의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리플이 계속 달리는데 대부분 “얘가 가난을 모르네”, “후지다”라는 얘기랑 스티브 잡스 얘기를 하더라고요.



    flick - joi


    권일운 사업해서 빌 게이츠만큼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래리 페이지가 되고 싶고 빌 게이츠가 되고 싶고 앤드루 메이슨(그루폰 창업자 :운영자주)이 되고 싶고 또 저커버그 되고 싶으세요? 어때요?


    박영욱 제가 창업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돈 많이 벌어서 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작지만 강한 회사들, 잘 먹고 잘사는 강소기업들이 너무 부러워요. 현실적인 관점에서 봐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요.


    권일운 강소기업이라는 게 가늘고 길게 가자는 얘기 아니에요?


    김현진 요즘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 10년 전에 창업했을 때는 이렇게 3년을 하고 5년을 하면 이렇게 커지고 이렇게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달라요. 회사가 커지고 매출이 늘고 이런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지속하고 즐기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박영욱 언제까지나 즐길 수는 없잖아요.


    김현진 제가 요즘 뜨는 벤처기업들을 두 가지로 정리해봤어요. 하나는 티켓몬스터, 또 하나는 스마일게이트. 세상에는 있는 회사는 이 두 종류인 거 같아요. 비슷하지만 약간 색깔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티켓몬스터처럼 단기간에 시류를 잘 타고 운도 좋고 실력도 좋아서 확 잘되는 회사도 있고, 스마일게이트처럼 5, 6년 삽질은 계속하는데 망하지는 않고 있다가 갑자기 7년 차에 홈런 치는 회사도 있고요. 제일 불쌍한 건 이도 저도 아니고 조용히 있다가 사라지는 회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제가 저희 회사 임원들한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티켓몬스터 되기는 글렀다고요. (웃음) 레인디의 법인 이력도 이제 곧 5년 되고 위시쿠폰은 1년 넘었어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회사랑 해외 법인 임원들 모아놓고 스마일게이트를 연구하자고 했어요. “나는 이제 포기했다. 내가 30대 초반에 영웅 되는 건 포기했으니 40대에는 한번 치고 올라가게 잘해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요즘 회사에서 스마일게이트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권일운 영웅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어떤 히어로를 원하는 거예요?


    김현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강의할 때 매일 하던 이야기가 있어요.


    권일운 김현진 대표님은 본업이 교수님인가요?


    김현진 강의료 받아서 유상증자해요. 사장이 나가서 몸 팔아 그 돈으로 증자하는 거죠. (웃음) 우리 회사 모든 지분이 제 강의료에서 나왔다고 보면 돼요. 심지어 책 인세도 회사로 다 돌렸어요.


    박영욱 보통 연예인이 사업 시작할 때 그러지 않아요? 사업 좀 안 되면 다시 방송 나오고.


    김현진 제가 연예인보다는 좀 싸죠. (웃음) 아, 제 인생사를 말씀드릴게요. 저희 아버지는 육사 나오신 군인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와 이혼하시면서 어머니 집안에서 위자료로 압류를 걸었어요. 그러는 바람에 저를 유학 보내놓고는 3개월 뒤부터 돈을 못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8년을 살았습니다.


    권일운 김현진 의장님 같은 분을 상스러운 용어로 불법체류자 내지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죠. (웃음)


    김현진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때 돈을 벌면서 우연히 사업을 시작했어요. 유학 컨설팅이라고 하죠. 유학갈 곳을 소개해주고 전학시켜주는, 이른바 유학원 비슷한 걸 사무실 없이 했어요. 그걸 5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죠. 3년 동안 한국 돈으로 4억 5천 정도를 벌었어요. 고3 때는 비전에듀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요. 당시 호주 달러가 750원이었는데 97년도에 IMF가 빵 터졌죠. 그래서 호주 달러가 1200원으로 올라갑니다. 역송금했어요. 한인 비디오 가게 중에 역송금을 해주는 곳이 있는데 한국 돈이 두 배로 뛰었어요. 대학교 때도 이런 것만 연구한 거죠.


    권일운 그때부터 FX마진거래(Forex라고 불리는 국제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에서 개인이 직접 외국의 통화[외환]를 거래하는 행위)를 아셨구만. (웃음)


    김현진 당시에는 사업은 단순히 돈만 버는 건줄 알았어요. 시간당 15달러를 벗어나는 길은 사업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업가 정신 이런거 몰랐어요. 영웅 이런 것도 몰랐고요. 돈 벌기가 쉬운 줄 처음 알았어요. 나중에 관리하는 학생이 500명, 600명이 넘었는데 너무 편하게 유학생활을 했어요. 벌어놓은 돈 가지고. 그런데 IMF가 터졌을 때가 1999년이었는데 호주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만나게 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죠. 한호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오신 거죠. 대통령이 오셨을 때 파티 총괄기획을 제가 했어요. 한국 사람이 저밖에 없었거든요. 땜빵이었죠. 원래 제가 아니라 호주 애들이 그 파티를 기획하기 로 돼 있었는데 호주 쪽 리더가 그날 몸살이 나서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였죠. 게스트가 누구인지 모르고 일단 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딱 열었더니 우리나라 태극기가 있는 겁니다. “웰컴 투 더 프레지던트 오브 사우스코리아 대중 김.”


    권일운 노스코리아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웃음)


    김현진 네. 원래 외국 가면 다 애국자 되거든요. 스태프가 전부 외국 사람이라서 “우리나라 대통령이다”라고 말해도 감을 못 잡더라고요. 걔네들 입장에선 “So What?”이니까.


    권일운 그런 건가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봉고 대통령 뵈었을 때 느낌?


    김현진 저도 베트남 대통령 이름 모르거든요. 호주 애들한테는 말레이시아 수상 같은 느낌이었겠죠. 저는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유학을 하면 보통 부모님 뵈러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갑니다. 하지만 저는 8년 동안 한 번도 안 갔습니다. 아버지도 한 번도 안 오셔서 호주 이민성에서 조사 나온 적도 있어요. “야, 너는 유학생인데 왜 한국을 안 가? 세금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냈어?”라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막 설명했죠. “마이 파더 솔져”라고요. “스트롱 코리안 솔져”라고 했더니 호주 애들이 울면서 “유 아 하프 오스트레일리아. 너는 절반이 호주 애다. 너
    영주권 줄게”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원래 한국으로 안 오려고 그랬어요.


    권일운 저 같으면 거기서 농장을 샀어요. 양털이나 깎는 거죠.


    김현진 그때가 우리나라가 너무 어려웠던 시기잖아요. 삼성, LG 같은 곳이 우리나라 기업인지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현대자동차는 홍보할 때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걸 절대 안 밝혔어요. ‘횬다이(Hyundai)’ 마크에서 H가 휘어져 있잖아요. 혼다 마크랑 비슷하게 보이니까 그걸 마케팅에 쓰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횬다이는 혼다 자회사인 줄 알고 차를 샀어요. 이게 가슴이 아팠어요, 충격도 많이 받고. 그리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푸대접받는 거 보면서 한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으로 왔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한국에 와서 기업을 차리겠다.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기업을 만들겠다”라고 했을 때 제 친구들, 그러니까 스물세 살 동갑내기들이 다 저 보고 미친놈이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어느 벤처 사장보다 한국의 잘못된 제도를 보면 화가 나요.


    박영욱 최근에 제일 화난 제도가 뭐 있어요?


    아무나 창업하는 세상, 그 부작용은?


    김현진 최근에 어이없는 일이 하나 생겼어요. 우리 전 서울시장님이 청년 창업을 늘리시겠다며 창업 장려책을 발표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굉장히 기막힌 일이 생겼죠. 한 5~6년 전만 해도 법인을 차리고 나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A모 회사 대표 누구 설립’ 이렇게 뜹니다. 우리나라는 공고를 해야 하니까요.

    박영욱 그렇죠. 언론사에 공고해야 합니다. 당일 경제신문에 조그맣게 한 줄 넣어야죠.


    김현진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회사 하나 인수하면서 의아했던 게 검색을 해도 회사 이름이 안 나오는 거예요. ‘한 달 전에 설립한, 몇 개월 전에 설립한 회사가 왜 안 나오지?’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봤더니 일주일에 새로 설립되는 법인이 전국에 600~700개래요. 일주일에 600~700개면 365일이면 어마어마하죠. 그걸 다 넣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죠.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정말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했는데 지금은 아무나 다 해요.


    박영욱 법인 설립할 때 자본금 기준 없어져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김현진 맞아요. 그 이유도 있고. 그런데 여기서 더 웃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통 창업을 하면 처음엔 돈이 없잖아요. 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을 당기죠. 대표이사 연대보증해서요. 대한민국에서 연대보증은 훈장이잖아요. 연대보증 안 하면 사업가가 아니고. (웃음) 기술보증기금하고 신용보증기금이 5, 6년 전에는 한 회사에 1억, 1억 5천, 2억 이렇게 밀어줬었거든요. 그런데 일주일에 600~700개씩 생기니까 얼마나 많이 찾아오겠어요.


    권일운 대충 때려잡아도 1천억 원이네요.

    김현진 문제가 그겁니다. 아는 분이 아직 휴학 중인 대학생이에요. 학벌도 좋습니다. 신용보증기금에 갔더니 딱 이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고졸이다. 고졸이라서 3천이다.” 미국에서 스탠퍼드 다녀도 휴학하고 오면 고졸입니다.


    박영욱 이건 논란이 좀 있어요. 사람마다 주장도 다르고요. 돈이 한정돼 있다 보니 조금씩 여럿 나눠주는 것과 정말 잘하는 애한테 나눠주는 것과의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거든요.


    60명 1억 vs. 6천 명 100만 원


    김현진 제가 여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어요. 서울시의 기존 정책, 그러니까 전에 계시던 분의 정책은 여러 명에게 쪼개주는 거거든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2009년에 제가 안산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무원 연수원에서 강연을 했는데 공무원들이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실제로 벤처 사장님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도와달라며 저를 초빙한 거죠. 제가 물어봤어요. “아니, 왜 6천 명 뽑아서 100만 원씩 주는 거냐? 이건 뭐 월급도 아니고.”


    권일운 한 달에 60억이네.


    김현진 “60명만 뽑아서 몇 억씩 몰아주지”라고 했더니 한 공무원이 저한테 한 얘기가 가관입니다. 나중에 강연이 끝나고 그분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면서 “김 사장님, 사실은 저도 인원을 줄이고 한 명한테 몇 억씩 몰아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예산 결정을 국회의원이 하잖아요. 국회의원이 예산을 집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100만 원씩 3개월, 즉 300만 원을 주고 “야, 성공 케이스 가져와” 한대요. 그런데 3개월 만에 성공 케이스가 나올 리가 없죠.


    박영욱 100억을 썼는데 “1억씩 100곳 투자했습니다”와 “100만 원씩 1만 곳 투자했습니다”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죠.


    김현진 공무원들이 짊어지기 싫어해서 그래요. 짤리지 않으려면 100만 원씩 6천 명 나눠줘야 되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실업급여 주는 것도 아니고.


    박영욱 저는 이러면 오히려 심사하기가 더 어려운 거 아닌가 싶어요.


    권일운 그래서 다음에 이것과 관련해서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엔젤투자지원센터라는 생겨 펀드를 조성한다고 한답니다. 전 이게 궁금하더라고요.


    김현진 네, 다음에는 벤처캐피털에 대해 다뤄봐야겠네요. 오늘 이렇게 처음 방송을 했는데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꿈과 희망이 될 이야기들을 많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힘들게 벤처하시는 CEO분들 많은데,응원하는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경제신문에 벤처 이야기가 많이 실리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정리하겠습니다.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권일운 머니투데이 기자

    <벤처야설- 창업편>.벤처야설팀. e비즈북스

    이 방송은 팟캐스트 벤처야설 1화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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