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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와와 오두막에서 - 유기견을 통해 본 생명의 의미
    자유공간 2013. 8. 29. 14:25


    데카르트는 강의 때마다 못으로 개를 벽에 매달아놓음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길 좋아했다. 제정신인가 싶다. 그는 청중에게 그들이 듣는 비명 소리는 실재가 아니며, 기계 작용에 의해 소음을 내는 복잡한 자동 기계 소리로서, 나사가 좁은 구멍을 돌면서 내는 끽끽 소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치와와 오두막에서>.필로소픽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면서 이성을 강조했던 데카르트가 저렇게 했던 이유는 동물이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의 논리로는 언어가 없다면 생각할 수가 없는데 동물에게는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동물은 생각이 없다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데카르트는 아마 공감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이었던 것같습니다. 삼척동자도 개를 키우다보면 개에게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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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카르트가 이 책을 봤다면  인간만이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오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개들은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저자는 유기견을 보호하면서 관찰합니다.


    여기서 유기견 구조에 대해서 잠시 말을 해야겠네요. 보통 유기견 보호소는 버려진 개들을 보호하다가 안락사시키거나 입양시키는 기관을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유기견 보호소에도 급이 있더군요. 버려진 개들을 수용해서 보관하는 1차적인 유기견 보호소가 있고, 입양 가능성이 없어서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포기하고 곧 안락사를 시킬 개들을 데려와서 보살피는 유기견 보호소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치와와 목장'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데려온 개들은  대부분 장애나 질병으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판정을 받은 개들입니다. 형편이 좋으면 다 데려오겠지만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의 수입은 뻔해서 일부만 선택합니다. 이것을 '소피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개는 곧 안락사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이렇게 데려와서 보살펴도 얼마안가 죽을 확률이 그만큼 높습니다. 다만 1차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1달도 못갈거라면서 인계하는데 좀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하고 보살피면 훨씬 오래 산다는군요. 미국에서는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애견인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이 책 때문에 조사해보니 한국도 비슷한 현실인 것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곧 죽을 개에게 왜 그렇게 돈을 쏟아붓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유기견의 일부는 보신탕 집으로 가기도 하죠. 그리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대접해야 한다. 돼지나 소는 고기로 먹는데 개라고 못먹을 것은 뭐냐'라면서 일종의 동물 평등을 외치는게 개고기 옹호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다만 유기견은 위생상 불안하니 좀더 나은 고기를 먹기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개가 특별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애견인과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논쟁이죠. 저는 사람도 별 수 없는 동물이라는 입장이라 한발 빠질렵니다.


     <치와와 오두막에서>는 제가 미처 몰랐던 특별한 동물인 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기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생명의 의미에 대해서 탐구하는 책이죠. 이 에피소드들을 동물행동학, 인류학, 신경과학, 생태철학, 윤리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결시켜서 해석하기 때문에 교양을 쌓기에도 손색이 없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개와 인류의 공진화부분이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침팬지들은 개인주의자들이다. 야생에서 이들은 난폭하고 경박하다. 이들은 상대보다 우위에 오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이들은 군생 동물이 아니다. 무리 안에서 생활하는 늑대들의 경우, 서로 코를 비비고,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고, 새끼를 핥고 보호하는 등, 충성스런 모습과 더불어 우리가 개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든 사랑스런 특징들을 지닌다. 한편 야생 침팬지들의 경우, 어미와 새끼 간의 사랑, 형제간의 유대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다른 관계에서는 기회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 수백 년에 걸친 선택 번식에도 불구하고, 인간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침팬지가 태어난다든지, 우리가 개들과 관계를 맺듯 침팬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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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침팬지 조상에 대한 지능, 자기 인식, 장기적인 계획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슐라이트가 <유인원, 늑대, 그리고 인류를 향한 긴 여행Apes, Wolves, and the Trek to Humanity>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내심, 충성심, 협동심, 그리고 자신의 직계가족뿐 아니라 더 큰 사회집단을 향한 헌신과 같은 특징들은 유인원들에게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우리가 자연계 안에서 인간의 도덕성과 가장 근접한 성격을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회색 늑대Cannis lupus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어서 <인간과 갯과 동물의 공진화>에서 이 내용을 확장해 설명한다.“먹이를 공격하고, 혼자 힘으로는 너무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고, 자기 새끼뿐 아니라 다른 무리들에게도 식량을 공급하고, 새끼를 돌보는 등의 측면에서 드러 나는 균형 잡힌 본능적 욕구들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늑대들의 협동 능력에 필적할 만한 대상은 오직 인간 사회뿐이다.”

                                                                                                   <치와와 오두막에서> 발췌


    어디까지나 가설이긴 하지만 충성심하면 개를 떠올릴 정도로 이것은 개의 특징이죠. 따라서 충성심을 개에게서 본받았다고 하면 인류문명에서 개는 큰 지위를 차지해야할 것입니다. 지금도 어떻게 보면 큰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개에 대한 비유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안좋은 표현이어서 그렇지--


    그렇다고 이 책이 딱딱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절반 가량은 배경이 되는 뉴멕시코의 치마요 이야기, 유기견 구호활동과 동물보호의 역사, 그리고 개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하는 신기한 개의 행동들이(예를 들어 이타주의나 남몰래 묘기를 연습하는 것 등)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개를 비롯해 동물보호에 힘쓰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데카르트에게도 전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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