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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 죽기전에 읽어야할 책 1001
    자유공간 2014. 3. 21. 15:59

    자매브랜드 필로소픽의 비트겐슈타인 시리즈(?)인 비트겐슈타인의 조카(WITTGENSTEIN’S NEPHEW)가 출간되었습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작품으로 1997년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책이고 이번에 배수아 작가님의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죽기 전에 꼭 읽어야할 책 1001>에 소개된 책이군요.




    표지가 강렬하죠? 표지는 에곤쉴레(Egon Schiele)의 자화상입니다. 누군지 몰라서 조사했더니 28살에 요절한 클림트의 제자라고 하는군요. 사실 토마스 베른하르트도 이번에 책을 내면서 처음 접했습니다.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철학 책에 비하면 가볍게 읽겠다고 원고를 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문단이 끊어지지 않잖아? 어디서 쉬어야하는 거지? 알고보니 베른하르트의 특징이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컴퓨터의 연산 처리능력을 테스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원고를 검토한 편집자가 문서가 수정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핀잔을 줬습니다. 그러길래 평소 PC를 잘 관리해야지. 에러만 나면 나를 찾고 그래. 그래서 나름 잘 관리한(?) 저의 PC에서 열고 수정을 해보려했는데 역시 마찬가지 증상. 이거 문서파일이 잘못되었네. 누가 만든거지?


    배수아 작가님인데요.

    다시 보내달라고 해야겠네.


    그런데 원고를 곰곰히 살펴보니 이상했습니다. 이거 왜 문단이 안끊어졌지?

    이때만해도 책이 끝날때까지 한 문단이란 것을 몰랐습니다. 언젠가는 끊어지겠지...

    일단 여기서 문단을 끊고 수정해보지. 그리고 문제해결.

    PC의 성능은 114,000자를 통으로 처리하려면 버벅입니다^^


    어쨌든  이 책이 그의 작품중에 대중에게 쉽게 읽힌다고 합니다. 다른 책은 쉽게 접근하기 힘들겠습니다. 저는 책의 내용보다는 작가의 사상이 더 흥미가 갑니다. 베른하르트는 자국을 혐오해서 이렇게 비판했다고 합니다. 작가연보를 발췌하겠습니다.


    1968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수상. 베른하르트는 수상소감 연설에서 오스트리아를 “앞으로도 거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며,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무대 소품의 국가”라 일컫고, 오스트리아인들을 무감각하고 “빈사 상태에 빠진 인간들”이라고 불러 최초로 국가와 충돌함.


    이런 모습은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이란 신문(프랑스의 '르몽드'와 비슷한 스위스의 대표적인 '일간지')을 봐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문에 실린 모차르트의 오페라 '차이데'에 관한 글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이 신문을 사보려면 80km떨어진 잘츠부르크까지 가야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와 주인공은 자동차를 타고 이 도시에 갔지만 신문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열받은 그들은 오스트라아를 전국일주 하다시피해서(신문찾아 320km) 신문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결국 실패. 알고보니 여름에는 이 신문을 갖다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열받은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을 스페인에서, 포르투갈에서, 그리고 허름한 호텔 하나밖에 없는 모로코의 작은 마을에서조차 일 년 내내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그게 안 되는 것이다! 그토록 많은, 그토록 유명하다고 하는 도시들에서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을 살 수 없었다는 사실, 심지어 잘츠부르크에서조차 불가능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했고, 지루하고 낙후된 나라, 촌스러운 주제에 역겨운 과대망상이 하늘을 찌르는 이 나라가 참으로 지긋지긋했다.


    이게 자전적 소설이므로 베른하르트가 이 경험을 한 것같습니다. 그래서 저런 수상소감을 말했나 봅니다. 초반부에 자신의 병원 경험담도 이야기하는데 어느 나라나 의사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공통적인 정서인 것같습니다.

    배수아 작가님의 역자후기를 보니 오스트리아에서는 “조국에 침 뱉는 자”, “조국을 더럽히는 자”라는 평을 듣는다고 합니다. 베른하르트의 증오가 어느 정도냐 하면  저작권법이 유효한 기간 동안은 자신의 작품이 오스트리아에서 출판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유언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17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와 배수아 작가님의 번역을 읽고 싶은 분들은 빨리 서점에 가십시오. 만약 서점에 없으면 빨리 갖다놓으라고 서점 직원에게 독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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