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4.09.18 16:22

자매브랜드 필로소픽에서 신간이 나왔습니다.

<폰 쇤부르크씨의 쓸데없는 것들의 사전>입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성원에 힘입어 나온 후속작입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뒤를 보면 어휘해설집이 있습니다. 우아하게 가난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알아야할 어휘들이죠. 이 책은 그런 어휘들을 더 많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휘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문명은 불필요한 필요들을 끊임없이 늘리는 것이다.”


책의 일부를 발췌하겠습니다. '장식용 토마토'에 대한 해설입니다.


우리는 우선 두 종류의 식당을 구별해야 한다. 첫 번째 종류의 식당에서 따뜻한 소시지를 주문하면 소시지는 하얗고 두툼한 접시에 얹혀 나오고 거기에 조그만 빵이 나온다. 이 우직한 작은 간이식당은 아마 너무 밋밋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매사에 진지하다. 거기에는 잘못된 점이라고는 없다.

 두 번째 종류의 식당은 식당 장식이나 냄새에 있어서는 첫 번째 식당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대적 식도락이 침입했다. 1950년대나 60년대 어느 때인가 이런 식당 주인의 딸들이, 이제는 벼룩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저 통속적인 여성지를 발견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요리법이 실려 있고 또 ‘식욕을 돋우는 상차림 비법’이 있었다. 그 옆에는 “눈도 함께 먹는다!” 같은 말이 써 있다. 이걸 읽은 식당 주인의 딸들은 하얀 접시에 소시지를 밋밋하게 올려놓는 것은 매우 보기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파슬리 하나를 접시에 올려 놓는다면 훨씬 더 보기 좋지 않을까?

 소시지에 웬 파슬리? 시적 감수성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했을 것이다. 이런 물음에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고 파슬리를 소시지 옆에 놓는 일은 점점 잦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토 한 조각을 더 올리게 되었다. 장식용 토마토의 탄생이다. (이 토마토는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은 토마토 옆의 접시 부분에 찍힌 요리사 지문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진정한 환대를 보여주는 새로운 품질인증이라 할 만하다.) 마침내 거기에 또 쪼글쪼글한 연초록 상추가 덧붙여진다. 그리고 갑자기 접시는 아주 사치스럽게 장식되어서 소시지 가격이 1 마르크 오른다. 이제 이것은 간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가 되었다. 무미건조한 유용성을 누르고 아름다움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쓸데없는 것들의 사전> 중에서. 폰 쇤부르크. 필로소픽


폰 쇤부르크씨 특유의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어디선가 봤던 문구들이 곳곳에 보이네요. 폰 쇤부르크씨는 이런 과잉을 잉여라고 표현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 잉여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상품뿐만이 아니라 행동양식에서도 과잉이 넘쳐나죠. 그러나 그것이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폰쇤부르크씨도 인정합니다. 문명인으로 살아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잉여를 수용해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과는 달리 어떤 단어에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프롤로그를 일부 소개하는 것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잉여로 이루어진 우리의 상품 세계는 허깨비나 환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상품의 유령들은 우리 주위에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가로막는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잉여들을 하나하나 거론하고자 한다. 이런 잉여들은 물건일 수도 있고 버릇일 수도 있고 심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것들을 거론하는 건 그 자체로 어느 정도는 일본의 승려가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날카로운 칼을 허공에 휘두르는 마법 같기도 하다. 잉여라는 괴물은 수천 개의 머리를 허공으로 뻗치고 있으므로 그중 일부를 거론하는 우리의 이 방법은 다소 자의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허공에 칼을 휘두른다고 해서 늘 제대로 맞춘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우리의 이러한 투쟁적 몸짓은 사실은 잉여들 자체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훈련시키려는 것이다.
이러한 비법이 약속하는 것은 잉여들이 정말로 불필요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약속하는 것은 어떤 근사한 느낌을,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그런 느낌을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유롭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커다란 쾌감을 줄 것이다.


이런 느낌이 없다면 남들이 다하면 나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왜이리  '제대로' 살기가 힘드나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려는’ 충동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확실한 지름길 가운데 하나이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폰 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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