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09.02.12 10:28

인터넷 쇼핑몰의 창업 규모는 일반적으로 큰 편이 아닙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업을 처음 하는 사람은 처음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크게 벌리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했던 사람은 온라인 사업도 역시 시작보다는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대부분의 쇼핑몰들도 규모가 크지 않은데 이 쇼핑몰만큼은 참 거창하게 시작해서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화끈하게 3억 원을 날리고 쇼핑몰을 접었습니다. 이미 쇼핑몰을 접기로 마음먹은 후에 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고 싶어서 컨설팅을 의뢰한 특이한 사장님이셨습니다.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종합선물세트

이 사장님의 쇼핑몰은 잘나가는 해외 유명브랜드 의류를 모방한 일명 짝퉁 쇼핑몰이었는데 짝퉁중에서도 A급을 지향하는 ‘고품격 럭셔리 여성의류 쇼핑몰’이 컨셉이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이 옷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필자인지라 컨설팅을 의뢰받자 마자 하나 건져볼 생각으로 번개같이 쇼핑몰에 방문했는데 웬걸요, 메인 화면은 ‘고품격 럭셔리 여성의류 쇼핑몰’이 아니라 ‘저가의 실용적인 여성의류 쇼핑몰’ 같았습니다.

메인 화면 어디에서도 해외 유명브랜드 의류처럼 보이는 옷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세부 카테고리에 들어가서야 ‘아, 이 팬츠가 보기에는 이렇게 허접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소재랑 패턴이 똑같다 이거지?’ 그런데도 차마 구매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10만원대인 가격을 보면 ‘고품격 럭셔리’가 맞는데 화면에 보이는 팬츠를 보면 ‘중국산 최저가’ 같아 보였거든요.

대기업 의류회사의 A급 패턴사와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해서 제품 라벨만 없다 뿐이지 품질 수준은 거의 똑같다는 사장님의 사전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생기는 이 쇼핑몰은 ‘이렇게 하면 백발백중 실패한다’는 교과서 같았습니다.

3개월에 걸쳐서 5천만 원을 주고 개발했다는 쇼핑몰은 기능이며 구성이 500만 원짜리 패키지 쇼핑몰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호텔에서 어렵게 촬영했다는 모델이 착용한 이미지컷과 옷걸이에 걸려진 상품의 디테일컷이 뒤섞여있는데다 포토샵에서 이미지 보정 없이 촬영 원본 그대로 올려 버려서 뽀샤시한 경쟁업체 쇼핑몰과는 달리 우중충한 이미지였습니다.

쇼핑몰의 네비게이션과 상품페이지, 상품사진 모두 중간 이하였지만 무엇보다 이 쇼핑몰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메인 화면에 있었습니다. 97%의 방문객이 메인 화면에서 바로 빠져나갔거든요. 된장녀라고 욕을 먹어도 해외 명품이 좋은데 주머니 사정 넉넉치 않아 A급 짝퉁으로 위안 삼으려는100명중 97명이 기대치와는 너무 다른 메인 화면에 열받아서 나가버린 기록이 로그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거든요.

메인 화면이 어떻길래 그런지 궁금하시지요? 화면을 보여드리면 좋은데 남사스럽다고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사장님의 의지가 강하셔서 그냥 말로 설명하겠습니다. 메인 화면의 골든 스페이스 영역중 절반은 무심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외국 여인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세 개의 상품사진과 공지사항 게시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 개의 상품사진중 하나는 팬츠이고 다른 두 개는 봄이면 동대문이나 남대문 매장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디건을 정면과 측면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게시판의 글씨도 빨강과 파랑, 노랑과 하늘색이 마치 무지개떡처럼 섞여서 ‘고품격 럭셔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골든 스페이스입니다. 스크롤바를 내려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메인 화면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3%의 방문객이 궁금했습니다. 그 3%의 방문객은 메인 화면이 이런데도 무엇을 기대하고 서브페이지로 이동했을까요? 로그기록을 보면 그 3%의 방문객들도 역시 2개 이상의 상품을 보지 않고 빠져나갔지만 ‘아무리 메인 화면이 허접해도 3%의 방문객은 인내심을 갖고 둘러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쇼핑몰의 광고는 대단했습니다. 광고대행사를 통해서 국내 메이저급 검색엔진에는 죄다 등록했고, 통 크게 연간 계약을 했으며 최상단에 노출되는 키워드나 설명 문구 또한 방문객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서 CTR(Click Through Rate: 노출횟수 대비 클릭률)은 평균 17%였으니까요.

17%의 높은 클릭률이 말해주는 것처럼 1단계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97% 방문객이 메인 화면에서 곧장 나가버리는 원인을 개선하지 않고 계속해서 광고를 진행했기 때문에 8개월 동안 3억 원이라는 큰 돈을 헛되이 날려버리게 된 것입니다.

메인 화면과 랜딩페이지는 동급

쇼핑몰의 메인 화면은 고객이 즐겨찾는 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야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만 지켜도 매출액을 적어도 20~30%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판매자가 팔고 싶은 상품을 진열했다고 해서 매출이 감소되지는 않지만 매출이 증가하지도 않습니다. 고객은 언제나 신상품과 히트상품에 반응하기 때문에 메인 화면의 눈에 잘 띄는 곳 즉 골든 스페이스에는 적어도 신상품이나 히트상품이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은 자신이 찾는 것을 빠르게 찾기를 바라기 때문에 메인 화면에서 카테고리의 구성은 일반적이고 통상적이어야 하며 카테고리의 이름은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꾀한답시고 카테고리 구성이나 이름을 색다르게 하면 고객은 참신하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일에 머리 쓰게 한다고 짜증을 냅니다.

무엇보다 쇼핑몰의 메인 화면은 고객의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어그부츠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그부츠만 보여주고, 캔버스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캔버스화만 보여줘야지 모든 신발들을 다 꺼내놓고 살펴보라고 하면 역시 짜증을 냅니다. 고객이 스스로 어그부츠도 봤다가 캔버스화도 봤다가 하는 것은 괜찮은데 판매자가 한꺼번에 다 보여주는 것은 싫어하지요.

앞의 두 개는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신상품이나 히트상품을 골든 스페이스 영역에 진열하는 것은 안 팔려서 걱정인 상품을 이번 참에 팔아야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되고, 카테고리 구성이나 이름은 직관적이고 일반적인 구성을 따르라고 했으니 이 역시 경쟁업체 쇼핑몰을 벤치마킹하면 됩니다. 그런데 고객의 말귀를 알아듣는 똑똑한 메인 화면은 인공지능이 아닌 담에야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그렇지만 고객은 왕이니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야겠지요.

광고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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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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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페이지라면 가능합니다
.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어그부츠를 찾는 고객은 당연히 어그부츠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할 것이고 쇼핑몰을 클릭한 후에 기대하는 것은 그림처럼 다양한 어그부츠입니다. 만약 어그부츠가 아니라 신발 전문 쇼핑몰답게 캔버스화부터 어그부츠까지 다양한 신발들이 진열된 메인페이지를 랜딩페이지로 등록했다면 방문객중 일부분은 다시 광고페이지로 돌아가서 또 다른 쇼핑몰을 클릭할 것입니다.

이처럼 랜딩페이지는 메인 화면이라면 충족시키지 못했을 고객의 요구사항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메인 화면입니다.  

 《매출을 부르는 인터넷 쇼핑몰의 6단계 설득전략》, 정윤제 저, e비즈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