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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번역자
    카테고리 없음 2009. 3. 18. 09:50
    얼마전 일본 소설을 전문적으로 내는 북스토리라는 출판사의 대표분께서 하시는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뒷풀이를 간 적이 있다. 이 분은 모출판사에서 영업자로 근무하던 중, 다니던 출판사가 부도나자 퇴직금과 카드빚 1000만원을 가지고 그 출판사를 인수해서 창업을 하셨다 하는데,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 하나를 보고 일본소설에 베팅한 것이 주효해서 오늘의 일본 소설 전문 출판사로 클 수 있었다고 한다.

    뒷풀이 장소에서 우연히 일본어 번역을 전문으로 하시는 번역자분과 합석하게 되었는데 연세가 꽤 되어 보이셨다. 50세 중반쯤? e비즈북스는 번역책이 거의 없는지라(<프로블로거> 한권과 최근 진행중인 중국 쇼핑몰 관련 책 두 권뿐이다) 번역 분야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 번역자의 경력에 따라 원고지 장당 3000원-4000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는 정도?

    대학 친구 중 하나가 독일 유학을 갔다 와서 독일어 번역작가(명함에 번역 작가라고 되어 있다)를 하는 이가 있어 모출판사의 사회과학서 번역일에 소개시켜 준 일이 있었다. 장당 3500원에 900만원 상당의 번역 일이었는데 그 출판사에서 몇 페이지 sample test를 하자고 하더란다. 그래서 친구가 그 동안 번역했던 책 서너권을 보내줬는데 그걸로 안되고 꼭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해서 테스트를 거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는 그냥 흘려 들었는데 뒷풀이 장소에서 노장 번역자 분이 갑자기 프로번역자는 반드시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내게 하는 것이었다. 책 대여섯권쯤 번역서를 내놓으면 마치 엄청난 프로나 되는 것처럼 감히 나한테 무슨 테스트를 하느냐는 식으로 나오는 번역자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더니 책마다 고유의 개성이 있고 원문의 결이라는 것이 같은 영어나 일어 또는 독일어라도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어학 실력으로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책과 번역자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20년 이상 번역을 했지만 아직도 꼭 A4로 서너장 분량(정확히 기억이 안난다)의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도 하시는 말씀이 e비즈북스에서도 번역할 일이 있으면 번역자에게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꼭 테스트를 요구하라는 조언을 주셨다.

    새겨둘 말이라고 생각하고 짧게 기록해 둔다. 그런데 일전에 내가 친구에게 일감을 소개시켜줬던 그 독일어 책은 나중에 사회과학서 치고는 크게 대박이 나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아직도 번역비를 다 받지 못했다고 하니(독촉 전화를 해도 나중에 준다고만 하면서 찔끔찔끔 준다 한다) 소개해 준 내가 민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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