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09.07.13 14:13

대박 아이템을 고르는 것보다 쪽박 아이템을 피하는 것이 쉽다. 성공확률은 5%이고 그저 그럴 확률은 15%, 망할 확률은 80%이기 때문이다. 어떤 게 쪽박 아이템인가? 매출이 디지털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이다. 무슨 얘긴가. 아이템의 특성상 매출이 크게 터지거나 아니면 아예 제로가 될 확률이 높은 사업이다.

음식점이나 서점은 일단 가게를 열어 놓으면 1개가 팔리든 2개가 팔리든 팔리기는 팔린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친구나 친척이라도 한두 번은 팔아주니 매출이 제로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금씩 발생하는 매출로부터 자금을 일부나마 회전시킬 수 있고, 또 고객 데이터를 얻어서 사업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사업은 매출이 아날로그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매출이 디지털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은 신규 사업모델인 경우와 대기업 혹은 정부 납품 비즈니스를 들 수 있다. 대기업 출신들이 자영업이 뽀대가 안 난다는 이유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뛰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신규 사업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업(즉 벤처)이기 때문에 매출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95%. 이런 사업은 스무 번에 한번 터져주면 원금이 회수되는 벤처투자자금을 지원받아서 하면 모르겠는데 피 같은 자기 돈을 가지고 5%의 승률에 도전한다는 것은 미련한 선택이다.

이런 사업은 언제 뜰지 기약이 없어서 뜨는 시점에 운 좋게 그 자리에 있는 자가 승리한다. 예를 들어 북토피아가 전자책 사업을 10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 예상 외로 전자책이 뜨지 않아서 그 동안 여럿이 망해서 나갔고 주인이 수 차례 바뀌었다. 언젠가 누군가는 이 사업으로 대박을 내겠지만 지금 당신의 몫은 아니라는 사실. 굳이 이런 사업을 하겠다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자기가 하려는 사업의 속성이 어떤 건지를 알고나 하는지 모르겠다.

 

대기업 혹은 정부 납품 사업의 경우는 사업모델 자체는 검증된 경우가 많지만 언제 매출이 개시될 지 그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대기업 납품이나 정부 거래의 경우는 이미 기존의 공급업체가 있기 때문에 내 회사가 매출을 일으키는 경우는 오직 기존 거래처를 밀어내는 경우뿐이다. 이것은 내가 잘나서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거래처가 무슨 사고를 치거나 구매 의사 결정권자가 바뀌거나 무슨 특수한 상황(예를 들면 구매팀이 감사에 걸리거나 전사적 경영 악화로 구매원가 절감이 필요한 경우 등)이 발생해야 신생 거래처에게 기회가 발생하는데(기회가 왔다고 자동적으로 내 회사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상황의 발생은 창업자의 의지와 노력의 통제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대기업에 있을 때 와이드 브라운관을 유럽에 팔려고 했는데 1년 동안 거의 구걸영업 식으로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단 한 대도 못 팔다가 겨우겨우 영국의 한 업체를 뚫었던 경험이 있다. 그것도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영국에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뜨면서 와이드 TV 브라운관의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디지털 방송의 개시 시점이나 공급부족 현상은 나의 통제권 밖에서 발생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나의 사업의 명운이 외적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 사업이 지연돼도 다른 사업에서 번 돈으로 벌충할 수 있지만 개인 사업자는 그 사업이 수익의 모든 원천이기 때문에 돈이 안 들어 오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필자의 후배 하나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기업체에 팔려고 했는데 1년 동안 단 한 카피도 팔지 못했다. 될듯될듯 하면서 담당자가 막판이 뒤바뀌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여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업체 영업은 그만큼 개시하기가 힘든 일이다.


따라서 이런 사업은 개인사업자에게 가급적 권하지 않으며 뛰어들더라도 매출이 디지털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업특성은 숙지하고 있어야 심리적, 자금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