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09.09.28 12:08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올인할 경우 재기가 어렵다

두 사람은 연주암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본 뒤에 연주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밑을 보면 낭떠러지인 연주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어휴, 밑을 보니 아찔하네요.”
“하하. 절벽에 지은 것이라 바라만 봐도 아찔하죠. 저 밑으로 떨어지면 재등반의 기회는 없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청산을 잘하려면 항상 청산에 필요한 자금을 남겨 둬야겠네요?”
“그렇죠. 하산하려면 하산 때 먹을 음식을 남겨 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창업에 실패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선배님 말씀처럼 청산 능력이 없어서인가요?”
“일단 개인의 청산 능력이 크게 작용하지만, 사회적 환경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죠. 외국과 한국의 창업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외국에서는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국에서는 창업에 실패하면 투자금을 날리는 것으로 끝입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언제든지 재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창업의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일수록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회사라고 하는 것은 회사가 망할 경우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손해를 보는 것으로 끝나는 회사입니다. 사실 투자자를 모아 법인인 주식회사로 창업했다면 회사가 망한다 하더라도 창업자가 책임져야 할 것이 없습니다.”


“주식회사라면 그렇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인 주식회사로 회사를 창업했어도 사장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쏟을 경우 재기가 어렵습니다. 청산이 어렵게 되고, 청산이 안 되면 재창업이 불가능해지죠. 그러므로 절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일반적인 창업론과 반대되는 말씀인데요. 회사에 모든 열정과 모든 자원을 투자해도 성공이 쉽지 않은데, 회사에 모든 것을 투자하지 말고 사업을 하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의 운영자금이 부족할 경우 경영진이 개인 빚을 얻어서라도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력이 들어옵니다. 또한 주식회사에서 은행을 통해 대출할 때도 경영진의 집 담보나 연대 보증을 원합니다. 회사의 자산가치 및 실적을 가지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재산을 보고 대출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회사가 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창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잡혀 대출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연대 보증을 서게 할 경우에는 재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립니다.”
“그건 정말 그렇습니다. 주식회사는 회사가 망할 경우 주주들만 이미 투자한 돈을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내라고 만든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자가 개인 빚을 얻어서라도 운영자금을 대야 하고 회사 대출에 개인의 재산을 담보로 하거나 보증을 서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창업에 자기의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빚을 내거나 보증을 서면 회사가 망할 경우 주식에 투자한 투자금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빚까지 지는 상황으로 내몰립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빚을 지게 되면 가족이 불행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거듭 강조하지만 창업자는 절대 빚을 지거나, 보증을 서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빚을 내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사실 월급쟁이들이 모아 놓은 돈이 있을 리 없잖아요. 그래서 하다못해 작은 식당이나 체인점, 옷가게를 내려 해도 은행 대출을 받아야 가게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꼭 빚을 내야 한다면 망했을 경우 몇 년 안에 갚을 수 있는 금액인지를 정하고, 청산 가능한 능력 안에서 빚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제1금융권인 은행 외의 곳에서 돈을 빌리면 안 되고요. 빌려서는 안 되는 돈은 절대로 빌리면 안 됩니다.”
“빌리면 안 되는 돈도 있나요?”
“어떤 경우에도 쓰지 말아야 할 돈은 첫 번째 사채고 다음이 제3금융권입니다. 사채와 대부업(저축은행)의 돈을 빌려 쓰는 순간 인생의 재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곳을 통해 돈을 빌려 쓸 때는 회사가 망할 경우 무조건 외국으로 튄다는 각오를 하고 써야 합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만 목숨을 걸 정도가 아니라면 사채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사업은 망해도 우리나라에서 인생의 실패자가 되지 않고, 재창업의 여력을 가지려면 빚을 지더라도 지인이나 은행권 돈만 빌려야 함을 절대 명심해야 합니다. 아주 단기라면 카드사나 보험사 대출까지는 이용해도 됩니다.”


자본도 체력도 인력도 재창업을 위한 여지를 남겨야 한다

“빚이나 보증이 재창업의 큰 방해물이 되는 것이군요.”
“그래서 재기가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할 때는 투자자의 돈이나 여윳돈으로만 창업을 해야 합니다. 빚을 낸 돈으로 창업을 할 경우에는 회사가 망할 경우 빚을 갚는 데 세월을 보내느라 재창업이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 안에 무수한 아이디어와 재창업의 기회가 있더라도 재창업이 불가능하죠. 회사가 성공할 확률이 20%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다섯 번에서 많게는 열 번까지 창업해야 한 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몇 차례 회사를 말아먹으면서 실패의 경험이 쌓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성공할 때까지는 빚을 지지 말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모든 것을 올인하지 말아야 합니다. 망하건 성공하건 평생 딱 한 번 창업을 해보고 말 것이라면 몰라도, 창업 성공이 목표라면 여러 차례의 재창업을 염두에 두고 항상 재기의 기반을 남겨 둬야 합니다.”


“돈만 여유 있게 남겨 두면 재창업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죠?”
“아니요. 이는 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건강과 지식, 무엇보다 인적자원인 지인들과 주변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잘 남겨 둬야 합니다. 첫 번째 창업에 주변의 모든 사람을 활용해 버리면 다음 창업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회사가 어려워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에도 잘 판단해야 합니다. 어렵다고 무조건 아는 사람마다 손을 벌리면 다음에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도움을 받더라도 회사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면 다음 번 창업 때 활용할 인적 네트워크로 관계를 잘 형성해 두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는 수십 년 인생을 함께 할 중요한 자산입니다. 한두 번의 창업에서 그동안 형성한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다 써버리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중요한 인물일수록 나중에 회사가 성장하는 중요한 시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아껴 둬야 합니다. ‘사업에 실패해 투자금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는 격언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돈은 순간순간 필요한 자산이고, 어디서라도 끌어올 수 있지만 사람은 평생 필요한 자산인 동시에 아무 때나 끌어올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청산 능력과 재창업력은 창업 실패가 아닌 창업 성공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창업을 할 때 망할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나 창업과 청산은 한 몸이고 계속되는 순환처럼 느껴지네요. 선배님 말씀을 듣고 보니 청산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성공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맞습니다. 회사를 잘 청산함으로써 하나의 창업 도전을 마무리하는 것은 실패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아닙니다. 새로운 창업을 위해 필요한 능력입니다. 자신이 지닌 창업력과 자원을 점검하여 재창업을 준비하는 일은 창업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청산 능력과 재창업력은 실패가 아닌 새로운 성공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죠. 따라서 창업자는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중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청산 능력과 재창업력을 점검하고 향상시켜야 합니다. 청산 능력이 떨어질 경우 재창업이 힘들고 그러면 결국 창업은 물론 인생의 실패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무리를 잘하고 새 출발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장기전인 인생에서의 창업 성공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 될 것입니다.”


≪창업력 - 당신의 창업력은 몇점입니까?≫ 중에서 김중태著. e비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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