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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자유공간 2010. 2. 15. 15:46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우리는 새해라는 벽을 세움으로써 어제와 다름 없는 내일을 순결한 '처음'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스타트선에서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요.

    흥, 이런 걸 가리켜서 중국의 대문호는 정신승리라고 했지요.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니, 소년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동호회 게시판에서 닉네임을 바꾸고 뉴비로 새롭게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달력이 바뀌었다고 백수가 취직하고 우즈베키스탄과 합병하는 신세상이 열릴 리가 없잖아요.

    소년은 동생에게 투덜거렸습니다.

    "미디어가 우리를 기만하고 있어. 어떻게 양력 1월 1일부터 호랑이해라는 거지? 역산법에 의하면 경인년은 입춘일인 2월 4일부터잖아. 경인년 백호띠에 맞춰 출산하겠다고 1월 1일 카운트다운 세셨던 어머님들, 모두 속으신 겁니다! 1월 1일에 태어난 아이가 경인년 백금박 입힌 콘푸로스트 먹은 호랑이의 정기를 받은 줄 아시죠? 실은 지긋지긋한 노동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소, 그것도 끝물이었다고요." (관련기사)

    "호돌이 팔팔 피우던 시절부터 제기되었던 식상한 지적인데? 어쨌거나 난 올해가 금의 기운이 강하다기까 좋기만 하다."

    "이 깐돌이 같은 지지배야. 너도 대한민국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그분처럼 21세기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중세를 걷는 미신쟁이였구나?"

    "그게 아니라... 올해 쇠기운이 강하다니까 이제 오빠도 철 좀 들까 싶어서..."

    "..."

    그렇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요. 0과 1처럼 세상은 거짓과 진실의 조화로 구성되었다고 외쳐 봐야 매트릭스 철학 에세이 읽고 호들갑 떠는 대딩 신입생 취급만 받지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제야의 종소리도 12시 정각에 울려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안보 문제라는 이유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빼앗기고 도쿄의 기준시를 따르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소년은 입춘도 지나고 음력설도 지난 이상 백호랑이의 해가 밝았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와 타협함으로써 어른에 한 발 더 다가갔음에 뿌듯해 했습니다.

    "오빠, 근데 올해가 왜 백호랑이해야?"

    "2010년 경인년에서 경(庚)은 금(金) 기운이고 금은 오행 원리상 백색을 가리키거든. 인(寅), 즉 호랑이와 날붙이는 그 강한 이미지 때문에 무(武)라는 기호 안에 수렴되고. 그래서 인년 인월(정월) 첫 인일 인시에 단련한 사인검(四寅劍)이 벽사의 의미를 가진다고 하잖아. 사주명리학에서 백호살은 호식팔자라고 해서 지금의 야동만큼이나 무서운 호환과 맞닥뜨리는 등의 피를 보는 변을 뜻해. 현대적으로는 송사에 얽혀 법원을 들락거리거나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국가적으로도 경인년에는 1890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거든. 그런데도 백호랑이 해가 좋다고 하는 까닭은 겨레의 의식 기저에 흐르는 백호의 상서로운 이미지 때문이야. 또 법원을 들락거린다는 게 판검사를 뜻할 수도 있는 거고, 피를 본다는 것도 범띠 최다니엘처럼 수술을 많이 집도해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니까.”

    "이야, 오빠 꼭 비호 같아. 학교 다녔을 때 혼자서 도시락 좀 먹었겠는데?"

    "호랑이는 혼자 생활하는 습성이 있지. 그래서 동물원 맹수들의 명당자리는 무리생활을 하면서 뭉칠 줄 아는 사자들의 몫이라는 보고도 있었고. 호랑이는 번식기를 제외하면 짝을 이루는 법이 없이 고독을 즐기는, 한 마디로 엣찌 있는 짐승이야. 뭐, 그렇다고.”

    "호랑이가 사자한테 밀려? 나는 호랑이가 이긴다고 들었는데... 북한에서 만들었다는 동영상을 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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