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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텍스트로 보는 컨텍스트, 또는 그저 그런 잡담
    자유공간 2010. 4. 11. 00:35

    텍스트로 보는 컨텍스트, 또는 그저 그런 잡담

    《파이트클럽》
    척 팔라닉의 소설을 영화화한,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척 팔리닉의 문체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 <파이트클럽>은 여러 장면에서 매스미디어와 그로 인해 규격화된 미에 대한 냉소적인 조롱을 보냅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는 누구나 백만장자나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헬스는 왜 하지? 저래야 남자인가. 켈빈클라인의 노예들.


    그러나 원작자 척 팔라닉은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를 닮고 싶어 입술에 몰래 보톡스를 맞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절판된 책세상판 《파이트클럽》. 책세상 편집자께 메피스토 문고를 파우스트문고라고 잘못 말씀드렸던 게 기억나네요


    《1984》
    영화 <파이트클럽>에서 84분께 애플 컴퓨터가 여러 대 폭파되는 씬이 나오는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애플의 1984년도 광고를 찍은 리들리 스콧 사단의 멤버인 조던 크로넨워스 촬영 감독은 영화 <파이트클럽>의 촬영감독인 제프 크로넨워스의 아버지입니다.


                     아이폰과 눈이 맞아 원고를 팽개치고 야반도주한 출판인들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애플과 아이패드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아이티계뿐만 아니라 출판계도 뒤집은 애플의 로고는 한 입 베어먹힌 무지개빛 사과였습니다.


    .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처음에는 뉴턴의 사과였네요.


    사과는 전복을 상징합니다.

    이브가 아담에게 건네 준 사과를 통해 인류는 자유의지라는 원죄를 가지면서 세계를 구성하는 제반요소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합니다.

    뉴턴을 각성하게 한 사과는 중세라는 밑거름을 지나 근대 과학의 세계로 진입하는 서구 역사를 가리킵니다.

    파리스가 선택한 아프로디테의 사과는 역사의 동인이 이성과 효율이라는 가치가 아님을 은유합니다.

    백설공주의 사과는 E.T 구세주의 고난과 부활을 떠올리게 합니다.

    윌리엄 텔의 사과는 내셔널리즘과 시민의식이 태동한 근대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사과는 유신론에서 범신론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각된 인간의 유한성을 가리킨다고 생각합니다.더불어 스피노자 진짜 사과를 운운했는가는 차치하고, 마치 유령처럼 엄연히 존재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이 말은 철학자의 선언이 아포리즘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의미하지 않을까요, 까요, 까요.

    Son of Man 1964 르네 마그리트. 애플레코드사,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 그리고 어쩌면 사람의 아들까지...



    애플의 사과 로고에는 여러가지가 함의되어 있겠지만 무지개빛 색깔도 그렇고 튜링을 기리는 데서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죠.

    튜링은 영국이 낳은 천재 수학자이자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인물이며 독일의 암호기인 이니그마의 비밀 메시지를 해독한 암호해독전문가입니다.

    전쟁에서 정보가 가지는 역할은 어쩌면 보급 이상으로 중요하기에 만약 튜링이 없었다면 2차대전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르죠. 

    그는 알려지지 않은 전쟁영웅이었고, 커밍아웃당한 게이였습니다. 튜링은 정신과 치료를 명목으로 여성호르몬을 투여받으면서 발기불능, 여유증, 체중 증가, 중추신경 손상을 겪고 무엇보다 지독한 모멸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또한 영국 정부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컴퓨터 개발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킵니다. 사마천처럼 살아가는 힘으로 삼을 만한 창작의 기회마저 빼앗긴 것이지요. 결국 그는 청산거리가 주입된 사과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2009년 9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튜링이 사과를 선택하게끔 만든 데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내놓습니다.


    《시계태엽오렌지》
    집단의 준거에 벗어난 이들에게 '치료'와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 하면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오렌지>가 떠오르지요.

    <시계태엽오렌지>의 원작자인 앤서니 버지스는 사랑하는 배우자가 말레이시아 주둔 미군 4명에게 폭행을 당해 유산당한 아픔과 시한부 판정을 받고 배우자의 곁을 떠나야 하는 슬픔을 창작의 동인으로 삼았습니다.참고로 시한부 판정은 오진이었다능.

    시계태엽오렌지clockwork orange라는 제목은 일종의 언어유희로 사람man은 말레이시아 말로 '오랑ourang'이라고 합니다. '꽃보다 당고경단'(금강산도 식후경)의 언어유희인《꽃보다 男子男은 음독으로 dan, 子는 훈독으로 고》가 비슷한 사례지요.
     
    앤서니 버지스는 판권을 단돈 500달러에 롤링 스톤즈 멤버인 믹 재거에게 팔았다가 멋대로 영화화 되는 것을 보고 분노했습니다. 소설가 중에는 자신의 창작물이 다른 창작물로 '반역'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지요. 하물며 앤서니 버지스는 작품 속에서도 국가의 대표적인 통제 수단으로 텔레비전과 영화를 꼽을 정도로 영상 매체에 대한 반감이 심했으니까요.

    이후 앤서니 버지스는 <시계태엽오렌지>를 연극용으로 다시 만들어 스탠리 큐브릭이 주인공 패거리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만 맞는 장면을 넣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책에서는 주인공 알렉스의 성이 나온 적이 없지만 영화에서는 '알렉스 드 라지(Alex De Large)'로 나오는데, 이는 원작에서 알렉스가 스스로를 '알렉산더 더 라지(Alexander the Large)'라고 칭했기 때문입니다.




    《나이트메어》

    앤서니 버지스의 사례처럼 글이란 내연의 드러냄을 통해 타자적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기에 소설가는 허구의 형식을 빌려 실제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추스리거나, 또는 상처를 독하게 헤집죠.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크레디 크루거의 이름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학창 시절, 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던 동창에게서 연유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그를 괴롭혔던 급우들은 그가 영화를 발표할 때마다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천운영 씨의《그녀의 눈물 사용법》에는 이런 고백이 나옵니다.

    "나는 엄마를 팔아먹고, 옆집 여자의 슬픔을 희화했고, 친구의 외모를 굴절시켰다. 낯선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꼬치꼬치 캐묻고 염탐하고는 내 맘대로 써버리기도 했다. 온갖 나쁜 일을 도맡아 하던 남편은 다섯 번이나 죽었다. 생각해보니 자기 얘기를 썼다고 연을 끊은 절친했던 친구도 하나 있다. 소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미리 씨의 《남자》의 책소개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최근까지 겪어 온 남자경험을 토대로 한 유미리 최초의 포르노그라피, [남자] . [남자]는 작가 자신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소설'의 형식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는 문예지 편집장으로부터 포르노 소설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포르노 대신 본격적인 연애소설을 착수했다가 결구 마무리짓지 못하고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을 쓰는 '나'는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최근까지 겪어 온 남자를 대상으로 남자에 관한 갖가지 기억들을 되살려가며 소설의 주인공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남자의 신체 부위를 눈, 귀, 손톱, 엉덩이, 입술, 어깨, 팔, 손가락, 머리칼, 뺨, 이빨, 페니스, 유두, 수염, 다리, 손, 목소리, 등으로 나누어 풀어 가고 있다. 또한 과거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신체 부위별로 느꼈던 상념들을 자기 경험과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고 있다."


    《보물선》으로 제4회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김영하 씨는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남겼습니다.
     

    개구리와 여치는 그 요란함으로 여름밤의 짧은 선잠을 깨우나 그것들은 그 자체로 주변 환경의 건강성을 증거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다양한 방법으로 알아버려 망한 사회는 없다고.  문학은 세상의  모든 여치와 개구리들에게 좀더 별나게 울어보라고 격려하고, 좀더 시끄러워도 좋으리라 부추기고, 너는 도대체 왜 우냐고 찔러보기도 하고, 너희 이외의 다른 여치와 개구리는 없냐고 묻는다. 문학이 말하지 않는 단 한 가지는 시끄러우니 제발 입 다물고 꺼지라는 소리뿐일 것이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근질거리는데 수습이 안 되네요.
    그냥 휴일을 맞아 인터넷을 어슬렁거리다가 싸구려 분노라도 개굴개굴 울고 싶었습니다.

    모두들 화사한 주말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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