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0.04.21 08:44

승자 독식이라는 그럴 듯한 이데올로기가 유포되고 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으므로 1등만 살아남는다는 왕년의 삼성 광고가 떠오른다. 신자유주의니 양극화 심화니 운운하는 얘기들을 날마다 듣다 보니 최종 승자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망하게 된다는 주장이 그럴싸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등만 살아남는다는 말은 한마디로 거짓이다. 1등만 남는 생태계는 존립할 수 없다. 자연법칙에 어긋난다. 2등은 기억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살아남을 수는 있다. 하
나의 야구팀이 9개의 포지션으로 구성된다고 해서, 포지션별로 1명씩, 딱 9명만 가지고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각 포지션 별로 최소 한 명 이상의 후보 선수가 있어야 한다. 하나가 부상을 입거나 잘못되면 대체 선수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승자독식론에 따라 포지션별로 가장 쎈 놈 1명씩만 살려두고 나머지가 모두 축출되어 버린 팀은 유사시 대체할 후보가 없으므로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1등만 살아남는 시스템은 존립할 수 없다. 1등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에 2등이 생기고, 2등이 나머지를 다 할 수 없기에 3등이 생긴다. 정치에서도 한나라당만 있는 게 아니라 민주당도 있는 이치다. 대세는 Big 2지만 3위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생존할 수 있다. 왕년의 자민련이 그랬고 지금의 자유선진당이 그랬듯이 비참하지만 생존은 가능한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1등만 살아 남는다는 얘기는 모든 소비자의 다양한 욕망을 하나의 업체가 만족시킬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 욕망의 다양성이 인간 세상의 본질적 조건이라면,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과 방법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나의 업체가 가지는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1위 업체라고 모든 다양성을 갖출 수는 없다. 자원의 한계 문제가 있고, 조직 문화의 특성도 제약 요인이다. 때문에 특수한 분야에 강점을 가진 복수의 업체가 존립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은 전자업계 1위 기업이지만 생활가전에서는 LG에 뒤지며, 조직 문화가 혁신적이지 못하므로 아이폰을 만들 수는 없다. 하나가 모든 다양성을 커버할 수 있다면 이는 전지전능한 신만이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1등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는 허위과장 사실 유포에 지나지 않는다.

이은성 著 《쇼핑몰 창업계획서 만들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