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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시(詩)를 보다
    카테고리 없음 2010. 5. 15. 23:38

    오늘 출판사에서 단체로 보러 감.
    영화는 매우 재미없음.
    이창동 감독의 전매특허...
    영화를 볼수록 가슴이 점점 답답하게 미어짐.
    끝까지 카타르시스 없음.
    보고 나오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복부팽만감과 멍울이 느껴짐.
    솔직히 중간에 뛰쳐 나오고 싶었으나
    인생은 재미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끝까지 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은 현실과 약간 삥이 안 맞는 순수 문학소녀 할머니.
    구청 문화회관에서 시창작 강좌를 듣는다.
    시란 무엇인가?
    사과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라고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나와서 말한다.
    그리고 강좌가 끝나기 전에 시 한편 쓰기를 과제로 낸다.

    주인공 할머니는 시가 안 써져서 끙끙댄다.
    인생을 멋있게 살고 싶은데 안 풀려서 끙끙대는 것과 같다.
    딸은 이혼하고, 자기는 기초생활 수급자에, 손자놈은 불량 학생, 거기에 치매까지 닥쳐오고...

    도대체 시는 왜 안써지는 걸까?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이 온통 추한 것 투성이인데, 무슨 시가 나오겠는가?

    무엇이 추한 것인가?
    자기가 성폭행해서 죽인 소녀의 사진을 밥상머리에 놓고도
    TV 보며 밥만 우적우적 처먹는 손자놈이 추하며,
    피해학생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은 손톱만큼도 없이,
    돈 500만원으로 피해자 가족을 무마하는 데만 전력을 기울이는 가해자 학부모들이 추하며,
    학교에 말썽날 것을 우려해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한 교장놈이 추하며,
    자기 몸을 씻겨주는 간병인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중풍 노인이 추하다.
    왜 추한가?
    모두 자기들만의 이기적 욕망에 갇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거짓의 현실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시란 무엇인가?
    사과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사과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사과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사과의 몸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사과와 한 몸이 되서 교감을 해보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해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성폭력으로 죽은 소녀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마음은 털끝 만큼도 없다.
    그들은 말한다.
    정신차려, 여긴 현실세계야.
    아름다움이라니. 진실이라니, 이명박이 웃을 얘기지.
    빨리 500만 원을 만들어 와야 피해자 입막음을 하지 이 개념없는 할망구야.

    영화에서는 오직 현실과 삥이 안맞는 문학소녀 할머니만 죽은 소녀를 슬퍼하며 괴로워한다.
    다른 사람들은 단지 진실이 밝혀질까봐 괴로워(?)하는데 오직 문학소녀 할머니만 진실을 보고 괴로와 한다.
    진실은 뭐냐?
    나와 사과는 사실은 하나라는 것.
    그것을 깨달음으로 문학소녀 할머니는 시상을 얻는다.
    시란 대상과 소통하고 교감하여 하나가 될 때 창조되는 아름다운 꽃 한송이.
    결국 시는 사랑이고
    사랑은 대상과의 소통과 교감이며
    나와 너는 하나가 될 때 아름답다는 것.
    성추행을 당한 문학소녀 할머니는 성폭행으로 죽은 소녀와 하나가 됨으로써 마침내 시 한편(아네스의 노래)을 쓴다.
    그리고 소녀가 투신한 곳으로 가서 자살을 한다.
    둘은 강물 속에서 하나가 되어 흘러간다.

    결론:
    인생이란 무엇인가?
    시 한편 쓰고 죽는 일이다.
    그것은 괴롭지만 또한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다, 라고 이창동은 말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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