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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탤런트의 자살을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10. 6. 30. 10:52
    탤런트라는 직업이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쉬운 자리가 아닌 것인지 아니면 보통 사람의 자살보다 뉴스에 부각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박용하씨의 자살을 보면서 대한민국 연예계가 참으로 무서운 동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살' 하니까 갑자기 카뮈의 유명한 명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질문은 오직 하나, 자살 뿐이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인생이란 별다른 목적이 없는 것, 허무한 것, 부조리한 것인데, 이를 전제로 삼으면 굳이 애써 살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바로 지금 자살해 버리는 것이나 늙어 죽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수긍할 수 있는 맞는 말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실존주의 철학자나 작가 가운데 실존적 이유로 자살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실존주의자들도 자신들의 철학과는 달리 자살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 말 듣고 자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무주의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쇼펜하우어도 자살하기는 커녕 허무주의 철학으로 유명 작가가 되어서 행복하게 살다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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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를 주장했지만 자살하지 않았던 쇼펜하우어



    자살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생각됩니다. 첫번째는 절망, 두번째는 대의명분, 세번째는 자발적 죽음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탤런트들의 죽음은 대부분 사업실패나 가정불화, 미래에 대한 불안, 절망, 우울증 등 대부분 병적인 요인들로 인한 것들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인생에서의 패배라고 봅니다.

    두번째는 대의명분을 위한 정치적 자살인데 80년대 있었던 민주 열사들의 분신자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치적 자살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것이 1960년대에 있었던 베트남 틱광덕 스님의 분신자살이죠. 불교에서는 소신공양이라고 하는데, 온 몸이 불타는 가운데서도 가부좌를 틀고 꼿꼿히 앉아 있는 사진 한 장이 전세계를 전율케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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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선 자세로 소신공양하는 틱광덕 스님



    세번째는 자발적 죽음입니다. 이것은 첫번째와 같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두번째와 같은 정치적 투쟁도 아니며 평화롭고 존엄하게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례로는 미국의 지식인이자 사회운동가인 스콧 니어링이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은 나이가 90대가 되었을 때 100세까지 살게 되면 자신은 이번 생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것이고 힘이 빠져서 주변에 기여할 것도 없으므로 숲 속에 가서 곡기를 끊고 물만 마시다가 조용히 가겠다고 얘기를 해 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100세가 되었을 때 단식을 하다가 아내의 손을 잡고 평온히 눈을 감았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사례로는 가장 존엄하고 인간다운 죽음 같습니다. 100세까지 살 수 있다면 그 정도로 해탈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아흔아홉살 할아버지한테 100살까지 사시라고 덕담하면 화를 낸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100세가 되어도 살겠다는 욕망에는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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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 죽음을 선택한 스콧 니어링 부부


    제가 제일 부러운 죽음은 성철 스님의 부인되시는 분 얘기입니다. 이 분은 남편이 가정을 버리고 중이 된 데 이어, 딸까지 출가해서 불필스님이 되는 바람에 별로 행복하지는 못했던 삶을 살았던 분인데, 아예 본인도 늙으막에 불교에 귀의해서 비구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책에서 보니 이 분은 점심에 절에서 밥을 드시다가 숟가락을 놓고는 그대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절망적 죽음은 가급적 피해야 하겠고, 대의명분을 위한 죽음도 우리들 얘기는 아닌 것 같고, 자발적 죽음은 참으로 도달하기 힘든 경지 같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병원에서 자리보전하다가 죽는 게 일반적인데 이것도 모양이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고, 그저 큰 병 걸리지 않고 죽는 날까지 움직이다가 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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