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0.09.24 13:52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 돈을 번다고 축하해 주지도 않으며, 못 번다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거래처에서 듣게 되면 나눠 쓰자는 심리로 마진이나 기타 지원을 바랄 것이고, 돈도 못 벌고 손해만 본다고 듣게 되면 혹시라도 돈을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물건 납품보다는 결제만 받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적자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물건 납품까지 받지 못하여 주문이 들어와도 팔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같은 쇼핑몰 업계 사장의 일이다. 한동안 손가락만 빨다가 장사가 점차 잘되니, 그간 거래처들로부터 예우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했던지, 직원들에게도 후한 월급을 주고, 거래처에도 선입금을 해주는 웃기는 짓을 저질렀다. 선입금이란 물건을 사고 나중에 대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먼저 주고 물건을 받는 방식이다. 당연히 거래처들은 그렇게 거래하는 업체가 없으니 처음엔 무척 고마워했다. 연일 사장을 불러내어 회식 자리를 만들고 상도가 어떻다는 둥, 장사꾼끼리의 의리가 어떻다는 둥,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둥 온갖 감언이설로 사장과 직원들을 띄워주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결국엔 물건 값이 비싸지더라도 의를 지켜 매입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 같지 않은 소리였다. 이 뜻은 내 물건이 좀 비싸더라도 계속 매입해 주고 결제 잘해 달라는 소리다. 참 말 같지 않은 소리다. 똑같은 장사꾼들끼리 자기네들은 비싸면 사지 않으면서 당신은 비싸도 이해해 달라는 소리가 말이 되는가 말이다. 아무튼 그 쇼핑몰 사장은 거래처 직원이나 사장의 말만 듣고 정작 속내도 모르는 채 비싸도 물건을 팔아주었다.

그러다 그 쇼핑몰 업체가 매출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나다 보니, 거래처 결제를 원활하게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쇼핑몰 사장은 당연히 거래처에서 이해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거래처가 이야기하는 호형호제의 관계는 결제가 잘 들어오고 비싸도 잘 써줄 때의 이야기다. 결제가 안 되면 호형호제 관계는 그로써 끝이 난다. 물건 공급을 중지시키고 매일같이 수금 사원을 시켜 결제를 독촉하니, 쇼핑몰 사장은 어찌 그럴 수 있냐며 상도가 없다고 한탄했다. 이는 거래처 잘못이 아니다. 사장이 잘못한 것이다. 내가 도와줬으니 상대도 도와주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모든 업체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접대나 편법을 사용하는 거래처들은 100% 이익만 추구하게 되고 다른 거래처를 이용하려고만 든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에게도 돈을 버니, 못 버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돈을 번다고 느끼면 그만큼 나태해지며, 더 많은 보상을 은연중에 바랄 것이고, 못 번다고 느끼면 회사를 떠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처들이 늘어나게 되면 많은 정보가 흘러 들어오게 마련이다. 이 정보들은 물론 유익한 경우가 많지만, 불필요한 정보 또한 가리지 않고 들어오게 된다. 가령, 거래처 한 군데에서 다른 거래처에 대해 부채 폭이 크게 늘어난 데다가 수입사나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하자. 이런 말은 귀머거리 3년 식으로 듣지도 말라. 사실이라고 해도 음해성의 말이나 정보를 유포하는 업체는 더욱 경계하라. 당신의 쇼핑몰이 어려워지면 다른 거래처에 똑같이 이야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매업체가 어려워도 소매업체인 쇼핑몰은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물건을 받고 돈을 주는 것인데, 물건을 주는 업체가 어렵다고 하여 손해 볼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쟁업체를 모함하기 위해서이며, 경쟁업체의 매출을 끊어 자신의 매출을 올리려는 얄팍한 잔머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어렵다는 업체에 어려운 상황을 이해한다며 매출을 늘려준다면, 그 업체에 덕을 베푸는 것이고 그 업체는 신의를 다해 장사할 것이다. 잘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어려워졌을 때 등을 돌리지 않고 물건을 매입해 주고 결제도 잘해 준다면, 어떤 거래처가 신의를 다하지 않겠는가. 물건을 매입해 주는 것은 어렵거나 위험한 일이 아니다. 그 업체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물건 받고 물건 값을 제때 결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쇼핑몰 측에선 부담이나 위험 요소가 없다. 다만 세금계산서는 꼭 챙겨 받도록 하자. 최악의 경우 부도가 나게 되면 매입한 물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못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장사는 신용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장사치라 하더라도 신뢰를 얻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술자리에서 말로만 신뢰를 운운하는 것보다 작은 일이지만 상대 거래처가 어려울 때 도와준다면 큰 신뢰가 쌓이게 되고, 장차 전략적인 거래관계가 될 수도 있다. 말로만 최고의 거래처라고 해봐야 바보가 아닌 이상엔 그 말을 믿지도 않는다. 그저 고맙다는 식으로 대답할 뿐이다. 어려울 때 물건을 잘 써주고 결제해 주는 것만으로도 백번 찾아가서 쌓은 친분 이상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진정으로 호형호제할 수 있는 사이가 된다.

《쇼핑몰 사장학》허상무.e비즈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