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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으로 보는 가격의 문제
    자유공간 2010. 12. 22. 11:30
    12월 둘째 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롯데마트의 5000원 치킨이었다. 대기업의 중소상인 죽이기라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그 동안 비싸게 사먹었다고 생각해서 롯데마트를 옹호했다. 롯데마트는 마진을 보고 팔았을까? 정말 프랜차이즈 업계가 폭리를 취했을까? 그렇다면 폭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flickr - arnold:inuayki


    이 논란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치킨의 원가가 얼마냐를 따지는 것은 제조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하는 원가가산법의 시각이고, 원재료의 30배에 달하는 가격을 책정하는 커피나 스테이크 업계에 비해서 폭리도 아닌 적정마진이라는 일부의 견해는 인식가치법의 시각에 가깝다. 즉 소비자가 16000원의 가치를 인정하고 치킨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소비자는 16000원의 가치가 비싼 게 아니냐고 항의하는 실정이다.
     
    그러면 합리적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 답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얻는 가치가 높을 때이다. 즉 ‘가치-가격>0’이어야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원조격인 페리카나가 양념통닭을 들고 나왔을 때 일반 통닭보다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그 비싼 만큼 맛의 가치를 인정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맛의 가치보다는 제품원가가 얼마인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즉 프랜차이즈 치킨 맛의 가치가 소비자의 선택에 끼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롯데마트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읽고 파격적인 가격의 미끼상품을 내세워서 이슈를 만들고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롯데마트에게 일주일 동안 쏟아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치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기업이란 이미지는 광고비를 아무리 쏟아 부어도 얻을 수 없는 효과이다. 이 논란의 진정한 승리자는 롯데마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만약 동네치킨 가게 주인이 5000원에 치킨을 판다면 어떨까? 롯데마트처럼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뜰 수 있을까? 대박이 나긴커녕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위험이 크다. 소비자는 롯데마트가 5000원에 기대 이상의 품질을 만들 수 있다고 신뢰한다. 그러나 동네가게 주인이 5000원으로 판매하면 이상한 닭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즉 소비자가 판매자에 따라 기대하는 가치가 다르므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능사는 아닌 것이다.

    이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다. 타오바오에서 사업을 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짝퉁이 워낙 활개쳐서 가격이 싸면 비정상적인 제품이 십중팔구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 판매자들이 국내 오픈마켓에서의 경험으로 저렴한 가격전략을 내세우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가격 결정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설명들이 필요하지만 지면관계상 결론을 내리겠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은 내리는 것이 좋을까, 그냥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그냥 유지한다면 소비자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여기고, 새로운 대체 먹거리를 찾아 이탈해서 장기적으로 치킨 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롯데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다시 논란을 가져올 수 도 있다. 그렇다고 가격을 내린다면 기존 가격이 폭리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므로 역시 좋지 못한 선택이다.

    이럴 때는 상품을 그대로 두고 가격을 변경하는 전략보다는,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응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서 가격이 동일 기준으로 비교되는 상황 자체를 뒤집어 버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이 글은 쇼핑몰 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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