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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기업에게는 아직까지 낯선 게임
    e비즈북스의다른책들/온라인 위기관리 2011. 6. 10. 13:22
    식품기업 A사. 모 동호회 갤러리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모니터링 중 발견했다. 음식물 포장 속에서 말라버린 쥐가 나왔다는 충격적인 사진이다. A사 홍보팀은 생산파트와 품질관리 파트장에게 확인을 했다. 그 파트에서는 ‘해당 이물질을 일단 수거해 분석해야 그 이물질이 진짜 쥐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것이 쥐라면 그 유입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보팀에서는 일단 해당 사진이 포함된 포스팅을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당 동호회 시샵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당 포스팅 내용이 완전히 검증되기 전까지 포스팅을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샵은 ‘동호회 규정상 시샵이라고 할지라도 포스팅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필요하다면 포스팅을 올린 회원에게 직접 이야기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홍보팀은 어렵게 그 포스팅을 올린 소비자 연락처를 찾아냈다. 홍보팀장과 고객관리팀장이 그 소비자와 미팅을 약속해 마련했다. 미팅에서 그 소비자는 ‘내가 오랫동안 그 제품을 애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이물질을 발견해 너무 충격이었다. 다시는 이런 이물질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시설에서 위생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홍보팀장은 일단 그 포스팅을 삭제해 줄 수 없겠는가 물었다. 해당 소비자는 ‘만약 회사측에서 생산시설 개선이라던가 재발방지 대책을 해당 동호회 사이트에 올려준다면 내가 올린 자극적 포스팅은 즉각 삭제하겠다’ 약속했다. 고객관리팀장은 ‘해당 이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유입경로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회사측에서 직접적으로 대책을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해당 소비자에게 ‘그 이물질과 제품을 회사측에 인계해 달라’고 부탁했다.

    소비자는 ‘해당 이물질을 조사한다는 회사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믿을 수 없다. 필요하면 경찰을 불러 제3자 연구소에 분석 의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홍보팀장과 고객관리팀장은 ‘일단 알았다. 좀더 고민해 보겠다’고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CEO를 비롯해 여러 임원들에게 해당 소비자의 입장과 주장을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CEO는 ‘해당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삭제하라’는 이야기를 반복하신다. 다른 임원들도 우리가 생산시설 개선 대책 같은 것을 공개하는 것은 곧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보팀내 모니터링 담당자들에게서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문제의 포스팅 아래 댓글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사 생산 담당자를 자처한 일단의 사람들이 해당 포스팅 아래 A사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고 있는 네티즌들과 댓글로 설전을 벌이고 있던 것이다. 육두문자가 오가고, 댓글 수가 이전보다 20배 이상 늘어나고 있었다.

    한 네티즌은 ‘여기에서 여러 댓글로 A사를 옹호하고 있는 사람들은 A사가 고용한 댓글 알바로 의심된다. 그들의 IP를 모두 캡쳐해 확인해 보니 A사의 광주 공장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했다. 홍보팀이 광주 공장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공장내 사무직원들 여럿이 회사를 방어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댓글 전투에 나선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린 것이다.

    flickr - tomwardill


    온라인, 아직까지 낯선 게임

    아직까지 기업에게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마당은 기존 매스미디어들에 비해 낯설고 대응하기 힘든 곳이다. 특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과 전략에 대해 경험이 많지 않아, 항상 고민을 하고 대응에 늦게 되는 오류들을 반복한다.

    또한, 온라인 접점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통합적인 하나의 창구를 운영하는 데에도 힘이 든다. 회사에 관한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개인적으로 자발적으로 그 상황에 개입하는 많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회사를 위한 방어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대응은 전장을 더욱 더 악화, 확장 및 지속시키는 문제를 초래한다. 그들에게 온라인은 아직 낯선 곳이다.

    일부에서는 온라인에서의 논란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 해결하려 시도한다. 변호사나 로펌을 통해 해당 네티즌이나 블로거, 소셜 미디어 유저를 공격한다. 이런 법적 해결 노력은 온라인 초기에 일부분 효과가 있는 시도로 해석되었다. 회사는 조직이고, 온라인 이해관계자는 개인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법적 경고나 소송이 매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셜 미디어의 확산성과 이해관계에 따른 응집성을 감안하면 기존의 법적 대응이 생각만큼 효과적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티즌들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 커다란 집단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일부 파워블로거나 대규모 팔로워들을 거느린 트위터러들은 일개 회사의 소송이나 법적인 경고에 익숙해진 경우들도 있다. 그들은 회사로부터 법적인 경고를 받게 되면 그 과정부터 결과를 자신들의 매체에 상세히 밝히면서 더욱 더 큰 논란을 유발하는 노하우를 이미 터득했다. 이로써 기업들은 법을 통한 오프라인에서의 해결이 항상 유효하지는 않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낯선 위기 상황인 것이다.

    온라인 위기가 낯설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온라인상의 정보들은 빛의 속도로 확산되고,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된다는 특성 때문이다. 위기 발생시 우리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들은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확산되고 강화되어 나간다. 반면 회사 내에서 대응을 논의하는 그룹의 의사결정 속도는 10년 전과 별반 다름이 없다. 온라인 상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위기에 대한 전략적 대응 논의 시간은 최소화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대응의 타이밍을 항상 놓치게 된다.

    <온라인 위기관리>출간예정.정용민.송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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