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1.06.21 10:27

마케팅팀 전원 회의가 급히 열렸다. 대규모 제품 리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마케팅팀에게는 리콜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에게 앞으로의 개선책 등을 공유하기 위한 광고 제작 지시가 떨어졌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리콜 사실과 개선 정보 등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조 대리는 먼저 회사의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통한 메시징 작업을 시작했다. 그 밖에 소비자들에게 리콜 정보를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일러스트 작업을 통해 인포그래픽이나 만화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동영상을 통해 리콜 프로세스와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시간적인 제약과 예산이 큰 문제라 일단 아이디어에서는 제외했다. 마케팅팀장은 모든 의견을 듣고 나더니, 그래도 조 대리에게 리콜 관련 동영상 견적을 뽑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 대리는 기존에 함께 소셜미디어 관리, 운영을 해온 대행사들을 불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 가능한 분량과 내용을 기반으로 동영상의 대략적인 예산을 정리했다. 어떤 크리에이티브인가에 따라 예산은 달라지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예산을 정리했다. 그 외에 보고했던 인포그래픽 예산과 만화 개발 예산도 정리해 보고에 포함했다.

마케팅팀장이 관련 예산을 보고받고 상무에게 보고하러 회의에 들어갔다. 마케팅 상무가 예산을 보고 팀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김 팀장, 이 예산은 어디에서 끌어올 거야? 금액이 큰데 브랜드에서 십시일반할 수 있어?” 팀장이 대답한다. “상무님, 이 리콜은 B브랜드 관련한 거라서 예산은 B브랜드에서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상무가 B브랜드 매니저를 부른다. “B브랜드에서 이런 위기관리예산을 배분할 여력이 있나?” B브랜드 매니저가 놀라서 이야기한다. “아시겠지만 저희가 리콜 관련해서 책정해놓은 예산은 없습니다. 더구나 소셜미디어 쪽으로 이런 예산 확보는 불가능하고요. 사실 사장님께서 홍보실 쪽으로 위기관리 예산 할애하라고 지시하셔서 일부 보내기는 했는데, 그것도 나중에 크게 부담될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소셜미디어는 그냥 안 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마케팅 상무가 마케팅팀장을 보면서 한마디로 정리한다. “돈이 없다잖아. 소셜미디어 쪽은 그냥 리콜 관련 고지만 하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조 대리는 회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예산 작업을 하면서도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직 소셜미디어가 회사의 주요한 활동 반열에 오르려면 기나긴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하지만, 아직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활동치고는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칭찬하면서 다시 회사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한다.

flicker = HikingArtist.com

위기관리 예산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을까?

오프라인 위기 시에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위기관리 예산을 설정해 보유하는 부서가 어디 있을까? 어느 부서도 기존 활동 예산을 두고 넉넉하다 생각하는 부서는 없다. 그런 예산 구조에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위기를 설정하고 해당 관리 예산을 배정해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평시의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도 우려하던 위기가 발생했을 때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예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활동도 물론이다. 일부에서는 소셜미디어 활동은 돈이 들지 않고, 관심 있는 인력들이 이끌어나가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비용 대비 효율을 강조하는 듯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예산이 많이 필요한 미디어다.

소셜미디어의 컨텐츠도 깊이 있게 분석해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제대로 된 컨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기업 소셜미디어들은 가능한 저예산으로 꾸려나가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과 컨텐츠 수준을 유지하는 듯하다. 하지만, 회사의 브랜드와 명성에 ‘알맞은 수준’의 컨텐츠와 정보들을 커뮤니션하려면 기존의 예산은 터무니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셜미디어는 대체로 동영상을 제작하지 못하는 듯하다. 워낙 제작 예산이 많이 들고 제작 과정이 힘들어서 그럴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다양한 인포그래픽과 만화들을 이용해 컨텐츠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거기에 투자되는 예산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위기 시 소셜미디어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자체의 강점을 살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야 한다. 유튜브 계정을 통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활동과 관련된 동영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CEO의 해명이나 사과 동영상 하나는 보도자료 수백 개의 의미를 압도한다. 그러나 동영상은커녕 팟캐스팅조차도 우리나라의 저예산 소셜미디어 운영 토양에서는 실행되기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 소셜미디어들은 텍스트로 소셜 퍼블릭들과 커뮤니션하는 것을 전부인 양 받아들인다. 특히나 위기 시에는 더욱더 가용 예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급하게라도 배정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업 위기대응 활동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기존 홍보실도 가지지 못하는 위기관리 예산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에도 염치가 없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책임을 지는 관리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와 그에 필요한 예산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소셜미디어는 기업 위기관리에 매우 파워풀하고 유용한 미디어다. 위기 시 기업이 기업 미디어를 통해 소셜 퍼블릭들과 커뮤니케이션할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그들과 커뮤니션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예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라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정도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고민해놓을 필요가 있다.

실무자가 아니라 관리자라면 예산, 특히 위기관리를 위한 예산에 대해 관심과 나름대로의 대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기업 내에서 예산이 없는 곳은 퍼포먼스가 없는 곳이고, 퍼포먼스가 없는 곳이란 의미는 거기에서 일하는 모든 실무자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라면 위기 시 스스로 달걀의 껍질을 당장 깨뜨릴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온라인 위기관리>출간예정.정용민.송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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