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 전원 회의가 급히 열렸다. 대규모 제품 리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마케팅팀에게는 리콜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에게 앞으로의 개선책 등을 공유하기 위한 광고 제작 지시가 떨어졌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리콜 사실과 개선 정보 등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조 대리는 먼저 회사의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통한 메시징 작업을 시작했다. 그 밖에 소비자들에게 리콜 정보를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일러스트 작업을 통해 인포그래픽이나 만화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동영상을 통해 리콜 프로세스와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시간적인 제약과 예산이 큰 문제라 일단 아이디어에서는 제외했다. 마케팅팀장은 모든 의견을 듣고 나더니, 그래도 조 대리에게 리콜 관련 동영상 견적을 뽑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 대리는 기존에 함께 소셜미디어 관리, 운영을 해온 대행사들을 불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 가능한 분량과 내용을 기반으로 동영상의 대략적인 예산을 정리했다. 어떤 크리에이티브인가에 따라 예산은 달라지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예산을 정리했다. 그 외에 보고했던 인포그래픽 예산과 만화 개발 예산도 정리해 보고에 포함했다.
마케팅팀장이 관련 예산을 보고받고 상무에게 보고하러 회의에 들어갔다. 마케팅 상무가 예산을 보고 팀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김 팀장, 이 예산은 어디에서 끌어올 거야? 금액이 큰데 브랜드에서 십시일반할 수 있어?” 팀장이 대답한다. “상무님, 이 리콜은 B브랜드 관련한 거라서 예산은 B브랜드에서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상무가 B브랜드 매니저를 부른다. “B브랜드에서 이런 위기관리예산을 배분할 여력이 있나?” B브랜드 매니저가 놀라서 이야기한다. “아시겠지만 저희가 리콜 관련해서 책정해놓은 예산은 없습니다. 더구나 소셜미디어 쪽으로 이런 예산 확보는 불가능하고요. 사실 사장님께서 홍보실 쪽으로 위기관리 예산 할애하라고 지시하셔서 일부 보내기는 했는데, 그것도 나중에 크게 부담될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소셜미디어는 그냥 안 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마케팅 상무가 마케팅팀장을 보면서 한마디로 정리한다. “돈이 없다잖아. 소셜미디어 쪽은 그냥 리콜 관련 고지만 하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조 대리는 회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예산 작업을 하면서도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직 소셜미디어가 회사의 주요한 활동 반열에 오르려면 기나긴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하지만, 아직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활동치고는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칭찬하면서 다시 회사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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