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3 10:41

왜 이야기농업인가?
이 책의 모든 것은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나의 삶, 만나고 헤어진 인연, 이루어졌거나 실패한 일을 포함하여, 죽으나 사나 미련하게 몸담고 살았던 농업인으로서의 삶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여 년간 유기농산물 유통사업을 하면서 좌절과 희망을 번갈아가며 맛보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희망 뒤에는 좌절이 따르고 그 뒤를 또 다른 희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는 것이다. 결국 희망과 좌절은 서로 놓을 수 없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맛에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이야기는  ‘생각의 내용’일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천명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스토리이야기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마케팅의 한 요소인 스토리텔링의 범주, 생산한 물건을 잘 팔아야 하는 수단으로서의 범주를 넘어선다. 땅에서 바다에서 생산한 먹거리가 우리들의 밥상 위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생산주체인 농부와 소비주체인 고객이다. 그러므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혜택과 이익은 우선적으로 양 주체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고픈 욕심에 미력하나마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flicker = MrMitch

그러던 중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했고 다시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페이스북을 필두로 꿈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우리 곁으로 다가섰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면서  ‘전체’의 이익이라는 미명 하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독특함이 발현되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된 것이다. 부당하게 드리워져 있던 농업에 대한 선입견과 이익결정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상품과 경쟁구조에 억눌려 보이지 않던 사람과 사람, 도시와 농촌, 그 안에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관계는 농촌이야기로 인하여 또 다른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현재 농촌에 존재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심에서 밀려나 변방에 존재하던 농민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이야기, 자신만의 이야기, 인생이 농축된 이야기는 당당하게 5,000만 소비대중이 감성의 바다에 큼지막한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남의 배로 고기잡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를 갖는 셈이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처럼 이야기는 한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구체적인 수단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나는 농부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서 자유로운 영혼을 마음껏 구가하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농업은 내 운명 스스로 만들어 이름 붙이는 실천적 삶이고, 우리의 정신문화 복원운동이다.

이야기농업 디자이너로 오늘을 대하는 것을, 20년 가까이 농업의 흔적을 한 그릇에 담아 맛을 내려는 노력으로 이해한다면 고마운 일이 되겠다. 도시와 농촌, 생산과 소비, 독자와 나, 그리고 모든 농업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로 엮이면서 강해진다.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바꾸게 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감정을 갖게 만든다. 그것이 이야기농업의 힘이다.

“농부님! 당신의 이야기를 하세요!”

<이야기농업> 안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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