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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병권의 이야기 농업 마케팅
    창업&마케팅/이야기농업&스토리두잉 2011. 9. 7. 10:14


    안병권의 이야기 농업 마케팅 - 짧지만 긴 기다림, 왕비천 하늘조청

    이것은 경상북도와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2010년 2월, 농수산물유통공사 유통교육원으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다. 2010년 경북 사이소(http://cyso.co.kr) 입점농가 및 시·군 담당공무원 마케팅 교육이었다. 강의장소는 경북농업기술원 대강당이었다. 농촌쇼핑몰 새로운 성공전략  ‘이야기농업’을 주제로 강의했다. 농업인이 약 70명, 시? 군 담당공무원이 30명 정도 되었다. 그 자리에 경북 도지사 대신 참석한 경북 농수산국 이태암 국장현 경산시 부시장이 교육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고 나의 강의를 들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경북 농수산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이소 입점농가 스토리텔링 구축 프로젝트 사업을 제안받았다. 경북 농민들의 마케팅 능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입점농가 중에서  10개 농가를 선정하여 농가별 이야기와 동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강의를 듣고 이야기농업의 콘셉트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이태암 국장과 농산유통과 직원들의 판단결과였다.

    * 메인페이지에서 바로 눈에 띄는 스토리텔링

    전액 도비로 제작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4월에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현장조사와 공모작업에 들어갔다. 도에서 공모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료로 농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작성하여 제출토록 했다. 약 30명이 응모하여 3 :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응모된 서류 중에 눈에 띄는 농가가 있었다. 왕비천 하늘조청 이원복 씨의  ‘나는 수수쌀’이라는 짧은 글에 매료된 것이다. A4용지 2/3분량의 큰 글씨로 된 글이었다. 최종 합격자로 선정하였고 그 인연으로 이야기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수수쌀

    저는 친환경이 고향인 울진 농가에서 수수쌀로 태어나 왕비천 하늘조청 댁으로 팔려갔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상我想이 센 놈은 본인이나 남에게도 이로움을 줄 수 없다며 저를 방아에 넣어 아작을 내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뜨거운 찜솥에 넣어 찌더니 엿질금이라는 중매쟁이를 통해 푹 삶아진 도라지와 함께 하룻밤 동침을 시켰습니다. 몸도 마음도 하룻밤 새 녹아 버려 진액으로 변했고, 다시 가마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장작불에서 10시간 이상 달여지고 또 달여져 더 이상 존재감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존재감조차 없어진 내가 됐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습니다.

    모두가 나를  ‘수수도라지조청’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름을 지어준 아주머니는 내가 만인의 품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몸이 되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 조청의 이름을 짓고 잘 살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해준 울진 아주머니 이원복 씨를 만났다. 신선들이 사는 곳, 혹은 세상에서 가장 속 편한 곳을 찾으라면 바로 이런 곳이겠구나 생각했다. 좋은 물, 좋은 불, 좋은 바람, 멋진 나무, 살아 있는 흙, 깊은 산속, 자연으로 만든 먹거리. 거기에 읽고 싶은 책으로 영혼의 허기를 달래고 따뜻한 차 한잔으로 몸의 허기를 달래는 경지…. 이 정도면 신선이 노니는 곳쯤 되겠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 왕비천 하늘조청을 돌아보면서 바로 그 경지에서 서성거리며 내가 신선인지, 신선이 나인지 헷갈려 할 정도였다.

    Behind Story
    왕비천 하늘조청은 프레시안과 경북 사이소 스토리텔링 페이지에 콘텐츠가 올라갔고 안병권의 고향보따리에서도 상품판매를 하고 있다. 이야기가 온라인에 올라가고 나서 네티즌들은 한 농가의 생산과정을 어쩌면 이렇게 낭만적으로 표현할 수 있나 반색했다. 조청의 특성상 한꺼번에 대량주문 판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하게 판매가 지속되고 있다.

    경북 사이소 스토리텔링 페이지 중 일부

    내가 왕비천 하늘조청 이야기를 만들 때 소재로 삼은 것은 생산자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울진에서 태어나 자란  ‘수수쌀’ 신부가 도라지 신랑을 만났다. 여러 종류의 친구들을 만나고, 갖은 고생하며 지내는 장면들을 도입해서 표현한 것은 절묘했다.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원료곡물의 입장에서 서사적으로 표현했다. 농촌이야기의 구성에 안성맞춤인 스토리라인이었다. 또 현장 인터뷰 과정에서도 각각의 생산과정에 야무지게 의미부여를 하여 훨씬 더 생생하게 감성을 자극했다. 조청을 졸이는 무쇠가마솥과 자신을 태워 남을 이롭게 하는 참나무의 특성을 사색과 원칙, 추억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생산자의 안목은 탁월했다.

    또 생산현장의 사진자료들도 풍부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농식품의 생산과정은 품목이나 가공형태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마디마다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채소면 채소, 과일이면 과일, 가공품이면 가공품, 축산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험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다. 파종하고 정식하고 전지하고 끓이고 졸이고…. 알리고 홍보하고 매 단계마다 각자의 소신과 품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마다의 느낌을 자신의 이야기로 기록사진+글쓰기을 해놓으면 좋다. 그 이야기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느낌일 테니 고객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감동을 줄 수도 있다.

    하늘조청 이원복 씨의 경우도 자신이 사는 곳의 풍광과 여유로움, 조청의 원료 각각이 갖는 물리화학적 특성 혹은 의미, 참나무의 역할과 특징, 친정엄마의 손맛과 잊히지 않는 그리움, 고객들을 향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 장차의 꿈에 대하여 분명하게 생각을 했고 이야기로 남기고 있었다. 나는 다만 그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작업만 했을 뿐이다. 농촌이야기는 그런 일상에서의 준비 정도만큼 딱 그만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야기농업시골에서이야기로먹고사는법
    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지은이 안병권 (e비즈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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