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안철수와 증오의 정치 종식
    자유공간 2012. 9. 14. 14:35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한다>의 저자분들의 기획회의에 제가 참여했었습니다. e비즈북스 담당인데도 불구하고 아마도 투표를 많이 해봤다고 시킨 것같습니다. 사실은 관심도 약간 있긴 했구요^^

    기획회의를 할때 분위기는 안철수 정권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었습니다. 김대호 소장님,윤범기 기자를 비롯해서  거의 대다수 참석자들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정치세력들의 딴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했습니다. 물론 저도 거기에 포함됩니다. 제 의견을 말했더니 참석자 한 분께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친위쿠데타를 해야겠군"이라고 촌평하셨습니다-- 그만큼 정치 지형상 대통령을 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 입니다. 안철수 지지자로 젊은 여성이 한 분 계셨는데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의기소침해지신 것같았습니다.

    어쨌든 원래 책의 기획은 이런 향후 정치 프로세스보다는 정책 중심으로 다루기로 기획되었습니다. 실제로 정책이야기가 80%를 차지합니다. <안철수의 생각>보다 텍스트가 두 배는 될 겁니다. 사실 정치 프로세스를 넣는 부분은 제가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어차피 정책 이야기는 인기가 없고(바람직하진 않습니다만 현실은 현실이니)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경우에 당면해야할 현실때문에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정책에 대해 관심이 약하고 대다수의 국민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봐도 안철수 역시 그리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진 않습니다. 그러면 다른 대선주자들은 어떻냐고 대번에 반박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정치기반이 있는 정치인과 안철수가 동일한 조건은 아닙니다. 정치인은 그래도 되지만(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괜히 낮은게 아니죠) 안철수는 이제 막 입문한 새내기입니다. 똑같은 실수를 해도 회복하는 능력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기획대로라면 안철수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정치 기반도 없고,생각도 어설퍼서 희망이 안보였던게 기획때 분위기였거든요. 사실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에 대한 각 진영논리가 어설퍼서 '안철수의 생각'이 대신 매를 맞는 면이 있습니다. 김대호 소장님의 견해를 빌리면 그나마 생각에 대해 비판을 받을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안철수여서 그렇다고 합니다. 애초에 정치 담론 수준이 거기 밖에 안되는 안철수가 열심히 정치 공부를 해도 거기까지가 한계인거죠. 사실 이 책은 기존 진보세력의 문제인식과 정책에 대한 비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안철수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솔루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철수의 성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성공입니다. 여야 각진영이야 대선에서 이기면 일단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절반의 국민들은 임기 중반도 되기전에 또 속았다고 생각하는게 그동안의 역사였죠.

    지금 상황이라면 다음 정권도 그런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은 경제도 양극화되었을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도 양극화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실패하기만 바라면서 무엇이든지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모든 행위에 대해서 비판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증오'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소모적인 정쟁만 있을 뿐이죠. 

    현재 야권에서 생각하는 거국내각은 새누리당을 제외한 연대인데 이것은 기존 정치의 연장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은 의회의 과반수에 근접한 거대 정당이고 새누리당의 동의를 얻지못하면 법안은 통과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야권 지지자들은 새누리당 집권보다는 낫다고 주장합니다만 그런 생각이 1년이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 정쟁으로 시간을 버리기엔 한국 상황이 녹녹치 않습니다. 부동의 OECD 자살율 1위 국가란 것은 그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증거죠.

    새누리당이 집권하더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야권 역시 거의 반에 근접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기본인데 서로 불신하고 증오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죠. 의회를 무시하고 정치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민주주의의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그런데 양쪽의 강경파들은 그래야 직성이 풀리죠.

    그래서 김대호 소장님이 생각한 것은 양당제 체제의 해체입니다. 그리고 그 계기를 안철수가 만들 수 있다고 본거죠. 보도자료를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따라서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의 임기를 2년 단축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고, (2016년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선출), 여야 정책의 최대공약수에 기반한 거국정부 구성, 4년 중임제로의 헌법 개정과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과 ‘대연정’ 제안을 통해 시도했던 것이지만, 야당의 격렬한 반대로 이루지 못했던 제안과 흡사하다. 저자들은 안 원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최근 민주당과도 거리를 두는 등 제3세력으로서의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임기 단축이라는 자기희생을 앞세운다면 기존 정치세력들도 쉽게 반대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무당적을 유지하며 이 중대제안 실현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가운데가 비어 있기에 바퀴살을 끼울 수 있는 바퀴의 허브 역할을 안철수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정책 차이면에서 유력 대권주자(박근혜,안철수,문재인)들의 생각이 그리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본심이든 아니든 지금 내세운 공약으로는 연대를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거죠.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보기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죠. 저도 공약은 어디까지나 공약일 뿐이고 거국내각 구성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호 소장님이 비판하셨듯 대권 주자들의 생각이 부실한데 공약에 얼마나 신경쓸지는 의문입니다. 이건 그 지지자들도 마찬가지구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내세웠을때 그것을 진짜 추진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드물었잖아요.막상 한다고 하니까 지지자들도 반대를 해서 결국 무산됐죠.

    그런데 현실이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면 문제가 심각해 집니다.양극단의 커뮤니티를 방문해보면 적어도 정치 견해에 있어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유일하게 공통적인 정서는 '분노'고 서로 상대방의 곤경에 희열을 느끼죠. 천재지변에도 '이게 다 000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안철수가 5.18 묘역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이제 출마 선언만 남은 셈이군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대통령들도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구요.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한다

    저자
    김대호 지음
    출판사
    필로소픽 | 2012-09-2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안철수의 진짜 문제는 당선이 아니고 집권 이후다. ‘헌법과 법률...
    가격비교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