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3.03.05 10:25

소셜게임,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보자


과거에는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가 가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플레이어가 자신이 지금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의식하는 순간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감소하고 그만큼 재미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을 실행하는 순간 전체화면 모드로 강제 전환시키기도 했고 심지어는 Alt+Tab 키를 막아서 중간에 윈도우 화면으로 이동할 수 없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에서는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적절했다. 많은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일상에서 탈출해 현실세계에서는 해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판타지 세계의 전사가 되어 악마를 무찌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지금 현실세계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보잘것없는 어린애에 불과하다’라고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 안에 ‘현실’의 흔적이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였다. 가장 비현실적이고 극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그들이 가짜 세상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 게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소셜 게임 플레이어들은 하드코어 게이머들과 달리 비상식적이고 극적인 체험에 대한 열망이 그리 높지 않다. 그들 역시 가상의 세계에서 놀고 있지만 그들에게 제공된 가상의 세계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실제와 유사한 가상세계인 경우가 많다. 펫을 키운다든지, 햄버거집을 경영한다든지, 물고기를 키운다든지, 옷가게를 운영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늘 접하는 일들이다. 또한 대다수의 소셜 게이머들은 웹브라우저를 이용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게임 화면 주변에는 광고를 비롯하여 다양한 현실세계 정보들이 계속 떠 있기 때문에 전체화면 상태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 물고기 키우기를 소재로 한 게임 <아쿠아스토리>


이처럼 소셜 게이머들은 항상 현실에 발을 대고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억지로 현실에서 떼어놓기보다는 오히려 현실과의 접점을 게임 속에 마련해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현실의 그림자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 과거의 게임들이었다면, 가상의 세계에 현실의 그림자를 자주 노출시킴으로써 가상과 현실을 완전히 뒤섞어놓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소셜 게임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소셜 게임과 현실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면 게임 속에 현실의 사건이나 날씨, 상표 같은 것이 등장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게임과 자신이 더 가까워진다고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서 하지 못했었는데 소셜 게임에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게임 속 햄버거숍에서 일한 대가로 현실의 햄버거를 주문해 먹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소셜 게임의 세계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징가는 <시티빌> 게임 안에서 기부 이벤트를 벌였고 게임 플레이어들의 엄청난 참여를 불러일으킨 바가 있다.


게임과 현실을 접목시키기 위한 방법은 그 외에도 많다. 게임에 접속한 플레이어가 사는 지역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이를 게임 클라이언트에 반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접속자가 사는 지역에 비가 오고 있다면 접속자의 게임 클라이언트에도 비가 내리는 연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창 밖에 비가 오고 있는데 게임 안에도 비가 오고 있다면 플레이어가 느끼는 현실감은 훨씬 강화될 것이다.


이 밖에도 집 잃은 펫을 게임 속에서 찾는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다. 게임 속에서 집 잃은 펫을 찾아낼 때마다 현실세계에서 실종된 펫의 사진을 띄워준다면 게이머가 현실세계에서 그 펫을 발견했을 때 즉시 알아보고 주인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실과 게임의 접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소셜 게임에 대해 더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 김정남,김웅남,김정현著. e비즈북스


PART 7 소셜 게임 기획을 위한 실전 조언
01 어떤 기술로 개발할 것인지 결정하자
02 이해하기 쉬운 게임 만들기->관련포스팅
03 디테일에서 차별화하기
04 플레이어의 행동에 눈에 띄게 반응하자
05 사회적 경험을 강화시켜보자->관련포스팅
06 친구를 게임 시스템적으로 활용하기
07 플레이어를 다시 접속하게 만들자
08 멀티 디바이스용 소셜 게임을 기획해보자
09 장소에 어울리는 게임 플레이를 고민하자
10 오픈 이후가 중요하다
11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보자
12 어떤 첫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13 여백의 재미를 제공하자
14 어떤 API를 활용할 것인가
15 무엇을 팔 것인가
16 직관과 통계의 밸런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

저자
김정남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3-11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수많은 게임 기획자의 길잡이가 되었던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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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2.13 07:30

설연휴 직전에 터진 정글의 법칙이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는데(사실 TV를 거의 안봅니다) 하도 이슈가 되서 잠깐 보니 재미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더군요. 네티즌들의 집요한 추적과 풍자가 곁들여져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잘 이용하면 예능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네티즌이 제기한 진정성에 대한 물음표에 제작진은 정면돌파를 천명했습니다. 적어도 언론을 통해서는 말이죠. 출연진 중 한명인 정석원씨는 트위터에서 네티즌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방침이 정해졌으니 논쟁은 '리얼이냐? 조작이냐?' 라는 진실게임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경우 양쪽이 모두 상처를 입고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라리 합리적인 선에서 양해를 구하고 해명하는게 더 좋을 것입니다.  라고 썼는데 해명이 올라왔군요.


나미비아, 바누아투, 마다가스카르, 뉴질랜드편 담당PD입니다.

http://nbbs3.sbs.co.kr/index.jsp?cmd=read&code=tb_jungle_01&top_index=&field=&keyword=&category=&star=&no=90000011&page_no=1

 

 

 

정글의 법칙 시베리아편 담당 PD입니다.

http://nbbs3.sbs.co.kr/index.jsp?cmd=read&code=tb_jungle_01&top_index=&field=&keyword=&category=&star=&no=90000010&page_no=1

 

 

 

정글의 법칙 아마존편 담당 PD입니다.

http://nbbs3.sbs.co.kr/index.jsp?cmd=read&code=tb_jungle_01&top_index=&field=&keyword=&category=&star=&no=90000009&page_no=1

 

글을 읽어보니 해명한 부분과 건너 뛴 부분이 있군요. 정진요가 시작될 냄새가...


이번 사태가 정글의 법칙에 시청률에 타격을 줄까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기업 수뇌부들이 인터넷 여론을 무시하다가 큰코 다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날이 갈수록 세련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위기 관리에 노하우가 생긴 것이죠. 우리 책도 거기에 일정부분 기여를 했을 것같습니다. 그런데 정석원씨 식의 대응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정석 중 하나는 공식 채널을 통해서 일관된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죠. 분산된 목소리가 다른 채널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불필요한 논쟁이 더 확산됩니다. 

 

어쨌든 예전에 기업의 인터넷 위기 관리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었는데 해당 기업에서 조치를 취해서 블라인드 처리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은 저에게 일절 연락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 기업의 회장님 이름도 까먹었네요. 그렇게 저의 글을 블라인드 처리했으니 목표를 달성한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딱 한사람인 저를 제외하고는 기억할 사람도 없으니까요. 아마 해당기업 담당자도 제 블로그를 까먹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위기란 인터넷때문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은 이슈를 빨리 퍼트리는 역할을 할 뿐이고 위기의 본질은 본인의 행위에서 발생합니다.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위험은 위험요소를 방치하는 것에서 찾아옵니다.

이를테면 저같은 사람이죠. 세상에 TV 예능 프로그램에 리얼을 기대하다니.

그래서 TV를 거의 안봅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

저자
정용민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1-08-1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인터넷 위기를 돌파하라!온라인 위기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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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2.04 10:52

소셜 게임, 사회적 경험을 강화시켜보자


소셜 게임은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전제로 개발되는 게임이다. 소셜 게임에서 이러한 사회적 관계가 빠진다면, 이처럼 단순하고 지루한 게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소셜 게임은 비동기적 게임이므로 기본적으로는 혼자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 따라서 소셜 게임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소셜 게임 플레이어를 관찰한다면, 그가 싱글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온라인 게임처럼 채팅을 하지도 않고(물론 채팅 기능을 지원하는 소셜 게임들도 있다), 함께 플레이하고 있는 친구들을 실시간적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 게임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친구들과 게임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처럼 실제로는 혼자 게임을 하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소셜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이다.
친구들과 직접적이고 동시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셜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소셜 게이머들은 많은 기법들을 개발하였다. 그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방법들을 검토해보자.

 
캐슬빌. 소셜 게임들은 수시로 친구 초대를 요청한다



친구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소셜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인터페이스가 있다. 게임 화면 하단에 그 게임을 함께 즐기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을 나열해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이처럼 게임을 할 때마다 친구들의 얼굴을 보게 되면, 플레이어는 자신이 혼자 고립되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된다. 특히 게임을 함께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이런 기법을 사용하는데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단지 게임을 하기 위해 모였다면, 그들은 자신의 실제 얼굴을 보여주기보다는 캐릭터나 아바타를 보여주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게임을 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만났을 뿐, 인간적으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얼굴과 이름을 공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미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다르다. 그리고 실제 얼굴을 보여 줌으로써 서로에 대한 친근감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게임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단순히 그의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소셜 게임은 이처럼 더 강력한 사회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만든다
소셜 게임 플레이어들이 친구들의 집이나 농장, 도시 등을 방문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하는 것은 소셜 게임들이 초창기부터 많이 사용했던 방법이다. 예를 들어 펫을 키우는 소셜 게임 <펫빌>에는 친구가 돌보지 않아 더러워진 친구의 펫을 대신 목욕시켜주는 기능이 들어 있다. 모바일 소셜 게임인 <위룰>에서는 이웃의 성을 방문하여 아이템 생산에 대한 주문을 하면, 단독으로 생산할 때 보다 더 큰 이익을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티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플레이어들이 친구의 일(수확, 세금 징수)을 일정 횟수만큼 대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친구가 많은 플레이어는 자신의 액션 포인트를 소모하지 않고도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처럼 같은 소셜 게임을 플레이하는 친구들이 직접적인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비록 같은 시간대에 접속하여 직접적인 상호 접촉을 하지 않는다 해도 플레이어는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가 다녀 갔다는 발자취가 항상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성취에 자극받고 경쟁하도록 한다
소셜 게임들은 단순 반복적인 요소가 많다. 따라서 게임을 오랜 기간 동안 하다 보면 질리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열심히 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하는 회의가 든다. 특히 소셜 게임들은 게임 플레이어가 달성해야 할 최종 목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의 목표를 상실한 플레이어들이 중간에 게임 플레이를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통적인 하드코어 게임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액션 게임에서는 전투만 너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수시로 변형된 미션을 제공한다. <바이오쇼크>에서의 파이프 연결 퍼즐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돌발적인 상황을 유발하여 게임 플레이에 신선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도시 건설 게임이라면 지진이 발생해서 괴물들이 나온다거나, 이웃 나라가 침략해서 도시를 파괴하도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셜 게임에서는 이처럼 급격한 시스템적 변화를 제공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 초보 게이머들이 대부분인 소셜 게임에서 이처럼 갑작스러운 변화는 게임의 복잡도를 높이게 되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플레이어가 게임에 적응 못하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셜 게임 개발자들은 시스템적인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친구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단순한 게임 시스템이라고 해도 강력한 경쟁 의식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면, 게임이 단조롭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친한 친구들 사이의 경쟁은 더 그렇다.

 


레벨 업을 하면 친구들과 기쁨을 나누라고 유혹한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필자는 <위룰>을 오랫동안 플레이하다가 지겨워져서 한동안 게임 접속을 게을리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뒤늦게 <위룰>을 시작한 필자의 조카가 필자의 레벨을 넘어서려고 하였다. 이에 자극받은 필자는 ‘절대 조카 녀석에게 질 수 없다’라는 생각에 전보다 더 열심히 게임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날부터는 필자는 게임을 게을리 할 때마다 계속 추격해오는 조카 녀석 때문에 하루도 쉴 수가 없었고, 이는 필자의 레벨을 따라 잡으려는 필자의 조카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과의 경쟁은 단조로운 소셜 게임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셜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항상 친구들의 소식을 알려 준다. 친구가 레벨 업을 했다는 소식, 희귀한 아이템을 얻었다는 소식들이 타임라인과 뉴스 피드에 수시로 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레벨이나 아이템만 플레이어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꾸민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 친구의 캐릭터가 입은 멋진 옷 등 게임 내의 많은 요소들이 활용하기에 따라 강한 자극제가 된다. 따라서 소셜 게임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개발자라면 플레이어의 가까운 친구들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 김정남,김웅남,김정현著. e비즈북스


PART 7 소셜 게임 기획을 위한 실전 조언
01 어떤 기술로 개발할 것인지 결정하자
02 이해하기 쉬운 게임 만들기->관련 포스팅
03 디테일에서 차별화하기
04 플레이어의 행동에 눈에 띄게 반응하자
05 사회적 경험을 강화시켜보자
06 친구를 게임 시스템적으로 활용하기
07 플레이어를 다시 접속하게 만들자
08 멀티 디바이스용 소셜 게임을 기획해보자
09 장소에 어울리는 게임 플레이를 고민하자
10 오픈 이후가 중요하다
11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보자
12 어떤 첫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13 여백의 재미를 제공하자
14 어떤 API를 활용할 것인가
15 무엇을 팔 것인가
16 직관과 통계의 밸런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

저자
김정남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3-11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수많은 게임 기획자의 길잡이가 되었던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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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2.01 11:00

2. 이해하기 쉬운 게임 만들기


성공적인 소셜 게임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게임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소셜 게이머들의 주 타깃층이 비게이머 또는 게임 초보자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해하기 쉬운 게임을 만드는 것은 선택 과제라기보다는 필수 과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해하기 쉬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방법을 고안할 수 있겠으나 우선 많은 소셜 게임 개발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단선적인 순환 구조로 만들기
현재 소셜 게임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는 게임 장르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복잡하고 마니아적 성격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셜 게임에서 시뮬레이션 장르가 가장 인기라는 점은 의아할 정도이다.

원래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동시에 관리해야 할 일은 굉장히 많았다. <문명>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다음과 같은 많은 것을 동시에 고민해야 했다.


• 정착지 탐험 • 도시 건설 • 과학기술 발전
• 타 종족과의 외교 • 전쟁 수행 • 환경문제 해결


하지만 <팜빌>이나 <시티빌>과 같은 소셜 게임들은 고민할 거리가 훨씬 적고 단순해졌다. 과거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잔가지가 많은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 소셜 게임들은 하나의 사이클에 따라 계속적으로 순환하는 단선적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시티빌>의 플레이 패턴을 간단히 요약해보도록 하자.


• 건물 또는 밭을 만든다.
• 시간이 되면 건물이나 밭의 농작물로부터 돈과 경험치를 얻는다.
• 돈을 모아서 더 좋은 건물을 짓는다.
• 건물을 더 지을 수 있도록 땅을 넓힌다.
• 넓어진 땅에 더 좋은 건물을 짓는다.


앞에서 언급한 <문명>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장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분명 <시티빌>에도 흥미로운 선택의 순간은 있다. 예를 들어 값은 싸지만 빨리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을 심을 것인지 아니면 비싼 대신 수확 기간이 긴 농작물을 심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주요 활동이 건설, 생산, 도시 꾸미기라는 세 가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신경 써야 할 것이 훨씬 적다. 또한 <시티빌>은 게임 플레이가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인해 다양한 방향으로 가지를 쳐나가지도 않는다. 플레이어는 그저 정해진 길을 따라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러한 단선 구조는 매우 단순하며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시티빌>은 문명과 달리 단선적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편화된 조작 방식을 사용하기
게임 초보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셜 게임 플레이어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쉽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게임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고안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다른 소셜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조작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페이스북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인기 소셜 게임들은 이미 장르별로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형태를 갖추고 있다. <팜빌>이나 <시티빌>을 비롯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들을 보면 상단 파라미터 바, 하단 조작 패널, 좌측의 퀘스트 아이콘들이 거의 동일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유사성때문에 <팜빌>을 하다가 <시티빌>로 옮긴 플레이어들은 큰 어려움 없이 게임에 바로 적응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 면에서는 전체화면 전환을 남발하지 않음으로써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서브 화면으로 아무리 복잡하게 들어간다고 해도 원래의 메인 화면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초보자들은 다르다. 무심코 서브 화면으로 들어가는 버튼을 눌렀다가 메인 화면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몰라서 헤매다 지쳐 게임을 포기할 수도 있다. 물론 게임에 따라 복잡한 구조의 서브 화면을 많이 배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언제든 메인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복귀 아이콘’을 플레이어의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두어야 한다. 이 간단한 아이콘 하나가 플레이어에게 결코 게임 안에서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안도감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 <프론티어빌>과 <심즈 소셜>. 소셜 게임들은 대개 비슷한 조작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잘 알고 있는 세계 다루기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한 사람들과 달리 초보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때 이를 수용하고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뒷걸음질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 생소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제시하기보다 그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설사 게임 시스템이 조금 생소하다 해도 게임이 다루고 있는 소재가 그들에게 친숙하다면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 소셜 게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현존하는 소셜 게임들을 면밀히 조사해보면 많은 게임들이 시스템적으로는 서로 흡사하지만 소재는 대단히 다양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물고기 키우기, 옷가게 운영하기, 농장 운영하기, 커피숍 경영하기, 연예 기획사 경영하기 등등 다양하면서도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소재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생소하고 전문적인 게임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소셜 게임 외에는 다른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다. 따라서 너무 특이한 시스템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미 소셜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시스템을 기초로 소재상의 변화를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게임의 운명을 결정짓는 기획과 시나리오>. 김정남,김웅남,김정현著. e비즈북스


PART 7 소셜 게임 기획을 위한 실전 조언
01 어떤 기술로 개발할 것인지 결정하자
02 이해하기 쉬운 게임 만들기
03 디테일에서 차별화하기
04 플레이어의 행동에 눈에 띄게 반응하자
05 사회적 경험을 강화시켜보자->관련포스팅
06 친구를 게임 시스템적으로 활용하기
07 플레이어를 다시 접속하게 만들자
08 멀티 디바이스용 소셜 게임을 기획해보자
09 장소에 어울리는 게임 플레이를 고민하자
10 오픈 이후가 중요하다
11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보자->관련포스팅
12 어떤 첫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13 여백의 재미를 제공하자
14 어떤 API를 활용할 것인가
15 무엇을 팔 것인가
16 직관과 통계의 밸런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

저자
김정남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3-11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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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2.01 07:30

김현진 오늘 주제인 정부 과제, 정부 과제가 뭔지에 대해 정의를 한번 내려보죠. 다들 어떻게 알고 계세요? 정부 과제가 뭡니까?


이정석 제가 먼저 할게요. 벤처캐피털리스트들한테 정부 과제라는 건 가끔씩 심사하러 오라고 해서 용돈까지 쥐어주는 아주 바람직한 일이죠. (웃음)


김현진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정부 과제를 심사해요? 교수님들만 하는 게 아니었나?


이정석 교수님들만 하시는 건 아니죠. 과제와 관련된 기관들과 네트워크가 빵빵한 사람들은 꽤 자주 합니다. 보통 하루 30만 원쯤 줬던 것같아요.


김현진 생각해보니 충청도에서 모 벤처캐피털 이사님과 심사를 같이 했어요.


이정석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하죠. 좋은 회사 있는지 보는 것보다는 그냥 하루 출장 가서 동네 구경 좀 하고, 회사 소개도 받고, 부채비율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공부도 하고. (웃음)


김현진 캐피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정부 과제의 아름다운 면모로군요. (웃음)


박성준 심사받으러 가서 보면 여러 심사위원들 중에 꼭 저렇게 별 목적의식 없는 표정으로 앉아계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항상 누군지 궁금했는데 이런 분이셨구나. (웃음)


김현진 ‘나 오늘 하루 쉬러 왔어’ 이런 표정의 분들이죠. 기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정부 과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권일운 할 일 안 하고 딴 짓 하는 거죠.


이정석 잠깐만요. 다르게 이야기할게요. 내가 투자한 회사가 정부 과제를 수주하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제를 받으면 돈이 들어오고 투자를 또 안 해도 된다는 안도감이 드니까요.


김현진 이미지 안 좋아질까 봐 빨리 변명하시는 것 같은데, 이건 정의가 아니라 변명이에요. (웃음)


이정석 좀 디테일한 이야기를 드려볼게요. 정부 과제를 수주하려면 매칭 자금이 꼭 필요합니다. 매칭 자금이 뭐냐면 나라에서 10억 원을 주는 정부 과제를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통상 과제를 주는 쪽에서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기관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봐요.
정부 자금과 민간 기관 자금을 동등한 비율 혹은 일정한 비율로 매칭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벤처캐피털에서 10억 원을 투자받아놓거나 투자심의를 통과한 상태라면 정부 과제를 받기가 수월합니다. 그래서만약에 연초, 1월 1일에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아놓은 게 있으면 정부 과제를 신청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반대로 정부 과제 심사는 통과했는데 매칭 자금을 구하지 못해서 실제 사업은 수행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김현진 실제로 투자하신 회사 중에 정부 과제 많이 받은 회사들이 있어요?


이정석 그럼요.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김현진 그러면 기자의 경우에는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업체들을 많이 보잖아요? 정부 과제 받은 회사들은 제조업처럼 규모가 크고 사업비가 많은 곳들이 대부분인가요?


권일운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공장, 그러니까 생산 설비가 이미 갖춰진 경우가 많죠. 아니면 최소한 연구 설비라도 있잖아요. 정부 과제비로 현금 흐름을 만든다는 데 의미를 두는 곳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게 회계상으로 매출로 잡지는 않을 겁니다.

김현진 기자님이 본 제조업체들은 사이즈가 얼마나 돼요? 우리 IT 쪽에서 생각하는 건 커봐야 5억~10억 원 정돈데.


권일운 돈 받는 액수요? 50억 원짜리도 있죠.


이정석 제조업도 초반에는 작은 정부 과제라도 어떻게든 따보려고 노력하죠.


김현진 박 대표님이 이전에 경영하시던 회사인 아이토닉에서 받았던 정부 과제 중에 제일 컸던 건 뭐였나요?


박성준 처음 정부 과제를 받은 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할 때입니다. 회사 직원은 네 명이었고요. 전체 사업규모는 4억 5천짜리인데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매칭 자금이 필요해요. 정부에서는 3억 원을 대준다고 하면 나머지 1억 5천은 우리 회사가 인건비 형식으로 부담하거나 장비를 투입하거나 해야 하죠. 작은 것들은 8천만 원짜리도 있었고요. 제일 컸던 건 한 대학교와 컨소시엄(Consortium: 다양한 단체가 하나의 사업을 위해 구성한 협력체)을 구성해서 받은 20억짜리였어요. 3년 동안 하는 거였죠.


김현진 그러면 대학이랑 컨소시엄 짜서 3년 기간인 20억짜리 과제를 받으면 회사에 들어오는 예산은 얼마나 되나요?


박성준 아까 말씀드린 케이스 때는 우리 회사에 들어온 돈이 7억 원 정도 됐어요. 충청남도가 하는 사업이었는데 충남에 있는 한 대학교와 현지 벤처기업이 참여해야 하니까 쪼개야 할 곳들이 많았죠.


이정석 지역 특화펀드(특정 지역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펀드. 대신 해당 지자체가 펀드 약정액에 일부를 출자하는 경우가 많다)에서 나온 돈이 었나요?


박성준 자세한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핵심은 저희 회사 기술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배정받았죠.


김현진 기술을 가지고 했다면, 가장 중요한 건 특허겠네요.


정부 과제의 비결, ‘교수님과 프렌들리하게’


박성준 미리 특허를 확보해놓아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제일 컸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 구체적으로 설명드릴게요. 당시에 저희는 3D 애니메이션 창작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술과 관련된 과제도 몇 개 하다 보니 충남 쪽 대학 교수님들을 몇 분 만나게 됐어요. 그분들은 과제를 내기 위해서 미리 사전 조사를 하고 계시던 차였습니다. 보통 정부 과제는 전년도에 ‘기술선행조사’라는 걸 합니다. 지식경제부나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정부 부처에서 관련 학과 교수들이나 관련 업종의 사장들한테 다음 해에 어떤 정부 과제를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자문을 구하죠.

이정석 벤처캐피털 업계에도 비슷한 게 있습니다. 중소기업청 같은 기관에서 내년에 어떤 업종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될지에 대해 수요조사를 합니다.


박성준 그래서 수요조사 시기가 되면 교수님들 몇 명이서 “우리 이 과제에 제안서 내서 한 번 따보자”라고 해요. 우리같이 사업하는 사람들은 정부 과제 하는 것보다 매출 일으키는 게 중요하지만 교수들은 논문실적, 연구 실적처럼 이름 적어내는 게 중요하니까 미리 작업을 하는 거죠. (웃음) 그래서 이분들이 정부 과제를 발제합니다. 실무적으로 가면 산학 협력도 해야 하고, 벤처기업도 끼워 넣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니즈를 가진 교수님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많이 돌아다녀야 합니다.


김현진 박영욱 사장님도 벤처를 오래하셨으니까 느끼셨죠. 어떠셨어요? 블로그칵테일도 정부 과제를 지원한 적이 있습니까?


박영욱 저희도 초창기에는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안 좋았어요. 당시 사업비 규모가 2억 정도 되는 우수신기술지원사업이라는 게 있었어요. 사업비의 70퍼센트를 정부가 대고 나머지 30퍼센트는 기업이 내는 구조였죠. 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 입상하고 나서 이 사업에 지원하는 기업에게는 가산점을 어마어마하게 준다고 했어요. 저희가 이런 대회들이 쏟아지던 초창기에 상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저희 빼고는 입상한 곳들이 거의 다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됐어요. 2억원이면 조그만 회사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크죠. 인건비는 충분히 뽑아낼 정도로.


이정석 그런데 왜 박영욱 대표님네만 빠졌을까요?


박영욱 이런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행정 담당자의 실수 때문이었어요. 제도가 시행된 초창기라 그랬는지 누군가 실수를 하시는 바람에 가산점을 완전히 다 받지 못했어요. 5점 만점에 3점을 가산점으로 주거든요. 3점이면 꽤 큰 건데.


이정석 이런 일을 놓고서 “제도가 현상을 따라가지 못했다”라고 하죠.


김현진 저희도 그래요. 레인디가 2012년 1월 21일에 창업 5주년인데,그동안 정부 과제에 제안서 넣으면 PT에서 늘 떨어졌어요.


이정석 정부 과제에 선정된 분들 혹은 정부 과제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보니 대부분 교수님들과의 네트워크가 빵빵하고 지식경제부 사무관 같은 분들과도 상당히 가까운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WBS가 핫이슈더라고요. WBS와 관련 있는 교수님들이 힘깨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투자한 회사도 WBS에 선정됐어요. WBS가 뭐냐면, ‘월드베스트 소프트웨어(World Best Software)’라는 건데, 지식경제부에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는 미국 수준까지 끌어 올려 보자고 추진하는 겁니다.


권일운 사업비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이정석 3년간 1조 원이니까 매년 수천억 원은 되겠죠. 큰 회사 하나를 지정해서 주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 쫙 뿌리는 방식입니다. 받은 회사와 못 받은 회사의 차이는 엄청나죠.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대기업부터 아주 작은 회사까지 들어갑니다. 삼성이나 KT도 들어갈 수 있는 사업입니다.


김현진 교수님들이 계속 거론되고 있네요. 발제부터 시장조사까지를 주도하시는 게 대부분 교수님들이라면 교수님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친하게 지내야겠네요?


박성준 교수님들과 친해지는 게 유리하긴 하죠. 저희가 했던 프로젝트도 30퍼센트 정도는 교수님들이랑 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발제를 했던 교수님과 연결된 적도 있어요.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까 우연히 만난 경우죠. 벤처기업이 할 몫이 있는데 이걸 우리 회사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본인이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과제를 신청하려고 하시는 교수님이 연구 내용을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를 찾아오셨어요.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고요. 그때도 제가 그 교수님과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70퍼센트는 안 그랬어요.


김현진 그 70퍼센트를 수주하게 된 배경이 뭘까요? 혹시 그러니까 ‘우리가 이걸 갑자기 왜 딴 거지?’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박성준 저희가 첫 번째 과제를 땄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2004년에 3억 주는 과제였습니다.

창업하고 돈은 떨어지고, 정부 과제는 마지막 선택


권일운 그때 자본금은 얼마였어요?


박성준 자본금 4천만 원에 직원 네 명이었습니다.


김현진 따지고 보면 1인당 8천 버는 거였네요. 자본금이 4천만이었다고 하신걸 보니 자본금이 많지 않아도 가능했네요. 직원 네 분은 다 서울대 출신이었나요?


박성준 아니요. 저랑 또 다른 친구 하나는 서울대 출신이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지방대 나왔습니다. 두 명이 석사, 나머지는 학사였습니다. 그때 3억이 다 저희 회사로 온 건 아니었습니다. 컨소시엄 방식이라서요.


김현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정부 과제에서 말하는 컨소시엄이 어떤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 한 기업만 참여하지는 않는 거죠?


박성준 그렇죠. 정부 과제마다 다 다른데, 주관기업의 요건을 정해놓습니다. 이건 연구소가 해야 한다, 이건 몇 명 이상의 기업이 해야 한다, 이건 중소기업으로 지정된 곳이 해야 한다, 이런 식입니다.


김현진 그럼 첫 번째 과제 때는 주관기업이 아니라 따라 들어가는 입장이었겠네요?


박성준 당시에는 저희가 주관기업 자격으로 컨소시엄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참 많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창업 직후라 돈은 없고, 우리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만 해도 벤처캐피털 투자가 활발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정부 과제를 어떻게든 따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정부 과제가 주로 2, 3월 등 연초에 많이 나오잖아요. 열심히 했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권일운 제대로 들이대려면 전년 여름, 가을부터 미리 준비해야겠네요.


김현진 그런데 정부 과제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으셨어요? 네이버에서 정부 과제라고 치면 나오는 게 너무 많아요.


정부 과제를 보내주는 메일링 리스트는 유료 수익모델


박성준 보통 정부 부처들이 있잖아요. 부가 있고 그 아래로 진흥원들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밑 콘텐츠진흥원이 있는 식이죠. 최근에는 저희도 과제를 잘 안 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기 회사와 비슷한 분야의 정부 부처 홈페이지들을 자주 들어가야 합니다.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메일링 리스트도 있는데 유료라서 권하기는 좀 그러네요.


김현진 맞아요. 정부 과제를 모아서 메일링 리스트로 보내주는 유료사이트가 있습니다. 잘 활용하시면 재미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박성준 대표님이 알려주셔서 이런 게 있는지 알았어요. 여러분들도 찾아 보시면 됩니다. 하시던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어쨌든 자본금 4천만 원일 때 정부 과제를 시작하셨네요.

박성준 그렇죠. 그런데 원래는 우리가 될 만한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당시만 해도 로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어요.


김현진 맞아요. 정부 과제 따내려면 로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정말 그런가요?


박성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막상 로비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 건 있어요. 아까 발제한다고 했던 교수님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미리 준비를 많이 해놓으십니다. 또 비슷한 분들끼리 많이 모여 계십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합격할 확률이 높죠. 과제가 나오면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교수님들은 누가 심사하는지도 많이 알아내더라고요. 저희가 처음 과제를 땄을 때도 그런 네트워크가 작용했어요. 저희가 처음 딴 과제가 스토리텔링 엔진개발이었습니다. 저희는 여기에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붙였습니다. 선정이 유력했던 교수들은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텔링 엔진개발에 대해서 발제를 해놓은 상황이 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하겠다고 했죠. 3D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화 쪽 선배 한 분과 게임 개발하던 후배까지 불러서 컨소시엄을 만들었습니다.결국은 교수 그룹이랑 싸워서 저희가 선정됐어요.


이정석 사실 심사를 할 때 회사의 규모나 재무 상태 등을 평가 항목에 넣으면 대부분 답이 안 나옵니다. 그런 항목은 빼더라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수준 낮은 지원자들이 많아요. 그런데 방금 전에 말씀하셨던 정도로 준비하면 점수를 나쁘게 매기지 않을 것 같네요.

박영욱 회사마다 주력하는 분야가 있잖아요. 그런데 아무 분야나 아이템으로 정부 과제를 따내려고 신청했다가 막상 선정되고 나면 그다음부터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돈을 가지고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고민하고, 회사의 방향과는 다른 거 같은데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도 하고요.


김현진 자금이 어떤 식으로 집행되는지도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박성준 몇 번으로 나눠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일단 과제용 통장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돈이 거기로 들어오고 나면 연구비카드를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일정이 있어요. 분기별로 돈을 주건 반기별로 돈을 주건 그때그때 들어온 돈을 가지고 쓰는거죠. 일정에 따라 써야 합니다.


이정석 전체 프로젝트가 3년짜리라고 하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를 1차기간으로 잡는 것 같은데 1차가 끝나고 나면 어디까지 했는지를 비롯한 프로젝트 성취율을 평가받나요? 우리가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하면 38선 아래까지는 1년 반 만에 만들어라 하고는 실제로 뜯어보는 형태로요. 중간평가를 해서 성취도가 너무 낮으면 2차 지원금은 없어지는 경우도 있나요?


정부 과제 2차로 가기 결코 만만치 않다


김현진 2차로 못 넘어가는 경우는 많이 있어요? 그리고 달성 여부는 어떻게 평가해요? 처음에 제안서에 썼던 내용이랑 똑같은 걸 만들어 가면 되는 건가요?


박성준 그렇죠. 제안서에 큰 목표와 세부 계획이 다 있잖아요. 목표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보는 거죠.


이정석 보통 평가는 벤처캐피털리스트나 공무원, 교수들이 합니다.


권일운 그러면 5억만 주면 1년 만에 아이폰을 만들어내겠다는 내용으로 제안서를 냈다고 칩시다. 6개월 안에는 어디까지 만들고 1년 후에는 완제품을 내놓겠다고 했다고 하겠죠. 그러면 결과가 당초 기획보다 더 좋게 나오기는 어렵겠네요?


박성준 그게 정부 과제의 문제죠. 벤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다른데 정부 과제는 1년이나 3년을 목표로 해서 계획을 세우잖아요. 시장과 업계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심사위원은 제안서에 있는 대로만 심사를 해야 하죠.


김현진 그때 제안서를 이렇게 냈으니까 똑같이 해왔느냐를 본다 이거죠?


이정석 평가기관에서는 “어느 회사는 진도가 잘 안 나갔으니까 중도에 빼버립시다”라고까지 해요. 사업이 열 개라고 보면 한두 곳 정도는 그런 식으로 빼버립니다.

김현진 진짜 빼요? 정부 과제 완료 못 하면 사업비 다 토해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작 토해냈다는 회사는 본 적이 없거든요.


박영욱 일부 토해낸 회사는 봤어요.


권일운 추가 입금이 안 되는 게 아니라 토해내는 거라고요?


박성준 저는 토해낸 경우는 못 봤어요. 대신 처음에 진짜 부실하게 했는데, 나중에 엄청 고생해서 간신히 살아남은 회사는 봤어요.


이정석 1차 평가 마치고 탈락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투자했던 회사들은 다 잘 됐고요. 정부 과제는 분과가 여러 곳 있어요. 저는 2년 동안 심사를 가서 총 15곳의 회사를 심사해봤습니다. 첫 해에 열 곳, 두 번째 해에 다섯 곳씩 심사를 했죠. 첫 해는 열 군데 중에 하나 떨어뜨리고 두 번째 해에는 두 곳을 떨궜습니다. 인건비 받아먹고 계획서는 엉망으로 써내고, 계획서의 달성 성과 리포트도 엉망으로 한 곳 들이었죠. 과제를 내는 정부 기관도 감사를 받기 때문에 일을 엉망으로 해놓으면 곤란해져요.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이정석 LS 사업전략팀 차장

권일운 머니투데이 기자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


<벤처야설 - 창업편>.벤처야설팀. e비즈북스

 팟캐스트 <벤처야설> 5화 '정부과제의 허와실 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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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1.24 07:30
스타트업의 CEO는 늘 배고프다


권일운 그러면 이것도 한번 여쭤볼게요. 사장님들이시잖아요? 사장님들한테는 참 좋은 게 있어요. 우리 대한민국에서 참 좋아하는 건데 제가 다가갈 수 없는 게 있죠. 바로 법인카드! 어차피 회사는 사장님들 거잖아요. 어릴 때 철모르는 마음에 이건가 저건가 쓱 긁은 적 없었어요?


박영욱 사람들이 법인카드에 대해서 상당히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회사 딱 설립하고 법인 등록되자마자 다음 날 주금 납입하는 은행에 갔어요. “저 법인카드 만들러 왔습니다”라고 했는데 안 만들어 줘요. 법인카드를 만들려면 한도만큼 잔고가 있어야 돼요. 통장 만들어서 그거 담보로 직권 설정해놔야 겨우 만들어줘요. 우리 처음 한도가 190만 원인가? 개인카드보다 못해요.


권일운 판공비는요?
김현진 접대비가 얼마나 되느냐는 거죠? 나라에서 인정하는 건 연 한도 500만 원.


권일운 어차피 회사 돈이 사장님 돈이잖아요. 그러면 모럴 헤저드가 생기지 않을까요? 회사가 매출이 생기면 급여를 받을 테고 급여랑은 별개로 접대비가 필요할 테고. 이러다 보면 법적으로는 하자는 없으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 생길 거 같은데.


박영욱 접대, 물론 저희 회사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라고 가정할게요. 일반인이 흔히 접대비 항목을 룸살롱, 술 접대라고 오해하는데요. 사실 이것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 하시는 분들이 칭찬받아 마땅한 게 있어요. 투자받았잖아요? 5억 투자받으면 ‘아싸, 5억 투자받았으니까 이제 이건 내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단점이면서도 장점이에요. 내 회사의 돈이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안 써요.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CEO한테 “얘 돈 막 쓰니까 뭐라고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CEO가 알아서 아껴 써요. 정말 불쌍하게 써요.


야, 너희 선배가 다 해먹어서 이제 투자 안 해


김현진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게 있어요. 제가 2002년에 한국에 왔거든요. 벤처 거품이 막 꺼졌을 때예요. 저는 외국처럼 사업계획서만 들고가면 벤처캐피털이 투자해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힘들었죠. 알고 보니 2000년, 2001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리타워텍이니 골드뱅크니 하는 선배님들께서 너무 해드신 거예요. 그래서 그때 스물두 살 청년이었던 저에게 벤처캐피털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야, 너희 선배가 다 해먹어서 이제 한국은 벤처 안 돼, 투자 안 해. 이제 그런 거 없어”라고. 예전에 어땠는지 선배들한테 들어보니까 2000년도에는 학벌 좋으면 프레젠테이션 20분만 해도 5억 당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박 사장님이 얘기한 것처럼 투자받기도 힘들고 투자 금액도 적기 때문에 룸살롱 같은 데 막 못 갑니다.


권일운 비상장기업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뭐한 곳들, 쉽게 말해 아는 어르신들이 하시는 공장 같은 데 있죠. 매출이 수백억씩 나는 그런 공장하시는 분들 가족이 그냥 법인카드 다 쓴단 말이죠.


박영욱 우리 벤처 CEO들은 왜 그런 깡다구가 없을까. (웃음) 불쌍해요, 진짜. 술 먹을 때도 비싼 거 먹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시키지도 못해요. 제가 좋아하는 어느 대표님도 투자받고 지금 6년째 경영하고 계시는데 월급 100만 원 받아요.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회사 조금 더 아껴서 더 길게 가려고 월급도 안 받고 일하는 사장들이 많다는 걸 알아줘야 해요.


권일운 오늘은 딱 결론 나왔네. “얘들아, 창업하지 마라.” 이 얘기 하는거네. (웃음) 그러면 연봉 얘기가 나왔으니까, 대표이사 연봉은 주주들한테 다 공개해야 되나요?


신입사원보다 못한 임원 연봉


박영욱 네, 공개해야죠. 주총에서 모든 이사의 급여 한도를 정해요. 저희는 알토스(Altos Ventures: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한 킴 등 한국계 파트너들이 주도해 설립. 쿠팡과 블로그칵테일, 판도라TV, 네이블커뮤니
케이션즈 등의 국내 기업에 투자)에서 받았는데 알토스에서 전 세계에 있는 투자사를 상대로 조사를 했어요. 임원 연봉을 보니까 한국 임원들의 연봉이 다른 나라 신입사원보다 못해요. 투자자는 좋게 보겠죠. 얘네 참 열정 있다고요. (웃음) 한국 벤처기업 임원, 창업자들이 대부분 대학교에 있다가 창업하시잖아요. 연봉이 얼마나 높아야 될지도 잘 모르고 높게 받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싫어해요. 연봉보다는 이 단계에서 회사가 뭘 해야 하고 회사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만 고민해요. 저는 알토스 얘기하고 다니는 게 되게 좋아요. 누가 보면 “얘네 영어도 잘하고 잘나가서 외국에서 투자받은 줄 알았는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알고 보면 한국에서 못 받아서 받은 겁니다. (웃음)


권일운 저 같은 월급쟁이들은 간단하거든요. 한 달에 20만 원 더 주면 그냥 다 물어뜯는 거죠.


김현진 그래서 재미있어요. 창업 초기에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나갈 때 멀티탭 불 끄는 건 사장들밖에 없어요. 제발 밥 먹으러 나갈 때 전기세 많이 나오니까 모니터 켜고 나가지 말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해요.


권일운 아, 그래서 내가 밥 먹으러 갔다 오면 모니터가 꺼져 있는 거구나. (웃음)


김현진 실리콘밸리 애들이 한국 벤처 창업자들은 왜 그렇게 오너십이 강한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해요. 왜 “내 꺼, 내 꺼” 그러냐고. 실리콘밸리 애들한테는 회사 카드지만 우리나라 벤처 창업자들에게 회사 카드는 내 카드죠. 그러니까 돈을 막 쓸 수가 없죠. 아까우니까. 내 돈 같으니까. 그래서 멀티탭 끄고 나가는 직원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웃음) 경영을 한 30년, 40년 하신 분들, 연매출 한 500억 되는 알짜기업 하시는 분들은 몰라도 우리 같은 20대, 30대 IT 벤처들은 그렇게 돈 못 씁니다. 왜? 그렇게 쓸 정도로 투자도 안 해줘요. 한 50억은 투자받아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긁죠.


1억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
5억이면 최소 몇 년은 회사 돌릴 정도로 큰돈이긴 해요. 그런데 “우리 배고파. 헝그리 해야 돼. 월급 다 150만 원으로 통일하자. 여기에 밥값,점심값, 저녁값 다 포함돼 있다. 차비까지 이게 다다”라고 하면 티나게 쓰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도 직원들 열다섯 명 데리고 있으면 1년에 5억 그냥 씁니다. 매출 없는 회사가 말이죠. 이번에도 조그맣게 1억짜리 자회사 두 개 설립하는데 누가 “1억이나 필요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 보니까 말이죠, 우리도 10년 전에 그랬던 것같은데 막 창업을 하면 1억은 되게 큰돈이고, 5억은 아주 아주 큰돈이
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나한테 1억만 주면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운영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1억은 진짜 순식간입니다.


박영욱 정말 금방 나가요. 제가 창업했을 때 세 명이 50만 원씩 받았거든요. 얼마 안 되는데 이게 1년 하면 2천이에요. 거기다 사무실 보증금으로 1500만 원 묶이는 거고요.


30대 벤처 영웅은 포기, 대신 가늘고 길게
김현진 오늘 트위터에 어떤 분이 빌 게이츠가 한 말을 써놨는데 “태어났을 때 집안이 가난한 건 죄가 아니다. 그런데 당신이 죽을 때 가난한건 그건 죄다”였어요. 그래서 리트윗을 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한 카이스트 교수님이 리플을 달았어요. “빌 게이츠가 부유하게 자라서 가난이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는구나”라고. 미국은 가난하더라도 기회가 있는 나라예요. 하지만 한국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부가 있으면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한국인 관점에서는 빌 게이츠의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리플이 계속 달리는데 대부분 “얘가 가난을 모르네”, “후지다”라는 얘기랑 스티브 잡스 얘기를 하더라고요.



flick - joi


권일운 사업해서 빌 게이츠만큼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래리 페이지가 되고 싶고 빌 게이츠가 되고 싶고 앤드루 메이슨(그루폰 창업자 :운영자주)이 되고 싶고 또 저커버그 되고 싶으세요? 어때요?


박영욱 제가 창업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돈 많이 벌어서 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작지만 강한 회사들, 잘 먹고 잘사는 강소기업들이 너무 부러워요. 현실적인 관점에서 봐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요.


권일운 강소기업이라는 게 가늘고 길게 가자는 얘기 아니에요?


김현진 요즘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 10년 전에 창업했을 때는 이렇게 3년을 하고 5년을 하면 이렇게 커지고 이렇게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달라요. 회사가 커지고 매출이 늘고 이런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지속하고 즐기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박영욱 언제까지나 즐길 수는 없잖아요.


김현진 제가 요즘 뜨는 벤처기업들을 두 가지로 정리해봤어요. 하나는 티켓몬스터, 또 하나는 스마일게이트. 세상에는 있는 회사는 이 두 종류인 거 같아요. 비슷하지만 약간 색깔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티켓몬스터처럼 단기간에 시류를 잘 타고 운도 좋고 실력도 좋아서 확 잘되는 회사도 있고, 스마일게이트처럼 5, 6년 삽질은 계속하는데 망하지는 않고 있다가 갑자기 7년 차에 홈런 치는 회사도 있고요. 제일 불쌍한 건 이도 저도 아니고 조용히 있다가 사라지는 회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제가 저희 회사 임원들한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티켓몬스터 되기는 글렀다고요. (웃음) 레인디의 법인 이력도 이제 곧 5년 되고 위시쿠폰은 1년 넘었어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회사랑 해외 법인 임원들 모아놓고 스마일게이트를 연구하자고 했어요. “나는 이제 포기했다. 내가 30대 초반에 영웅 되는 건 포기했으니 40대에는 한번 치고 올라가게 잘해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요즘 회사에서 스마일게이트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권일운 영웅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어떤 히어로를 원하는 거예요?


김현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강의할 때 매일 하던 이야기가 있어요.


권일운 김현진 대표님은 본업이 교수님인가요?


김현진 강의료 받아서 유상증자해요. 사장이 나가서 몸 팔아 그 돈으로 증자하는 거죠. (웃음) 우리 회사 모든 지분이 제 강의료에서 나왔다고 보면 돼요. 심지어 책 인세도 회사로 다 돌렸어요.


박영욱 보통 연예인이 사업 시작할 때 그러지 않아요? 사업 좀 안 되면 다시 방송 나오고.


김현진 제가 연예인보다는 좀 싸죠. (웃음) 아, 제 인생사를 말씀드릴게요. 저희 아버지는 육사 나오신 군인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와 이혼하시면서 어머니 집안에서 위자료로 압류를 걸었어요. 그러는 바람에 저를 유학 보내놓고는 3개월 뒤부터 돈을 못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8년을 살았습니다.


권일운 김현진 의장님 같은 분을 상스러운 용어로 불법체류자 내지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죠. (웃음)


김현진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때 돈을 벌면서 우연히 사업을 시작했어요. 유학 컨설팅이라고 하죠. 유학갈 곳을 소개해주고 전학시켜주는, 이른바 유학원 비슷한 걸 사무실 없이 했어요. 그걸 5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죠. 3년 동안 한국 돈으로 4억 5천 정도를 벌었어요. 고3 때는 비전에듀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요. 당시 호주 달러가 750원이었는데 97년도에 IMF가 빵 터졌죠. 그래서 호주 달러가 1200원으로 올라갑니다. 역송금했어요. 한인 비디오 가게 중에 역송금을 해주는 곳이 있는데 한국 돈이 두 배로 뛰었어요. 대학교 때도 이런 것만 연구한 거죠.


권일운 그때부터 FX마진거래(Forex라고 불리는 국제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에서 개인이 직접 외국의 통화[외환]를 거래하는 행위)를 아셨구만. (웃음)


김현진 당시에는 사업은 단순히 돈만 버는 건줄 알았어요. 시간당 15달러를 벗어나는 길은 사업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업가 정신 이런거 몰랐어요. 영웅 이런 것도 몰랐고요. 돈 벌기가 쉬운 줄 처음 알았어요. 나중에 관리하는 학생이 500명, 600명이 넘었는데 너무 편하게 유학생활을 했어요. 벌어놓은 돈 가지고. 그런데 IMF가 터졌을 때가 1999년이었는데 호주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만나게 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죠. 한호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오신 거죠. 대통령이 오셨을 때 파티 총괄기획을 제가 했어요. 한국 사람이 저밖에 없었거든요. 땜빵이었죠. 원래 제가 아니라 호주 애들이 그 파티를 기획하기 로 돼 있었는데 호주 쪽 리더가 그날 몸살이 나서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였죠. 게스트가 누구인지 모르고 일단 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딱 열었더니 우리나라 태극기가 있는 겁니다. “웰컴 투 더 프레지던트 오브 사우스코리아 대중 김.”


권일운 노스코리아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웃음)


김현진 네. 원래 외국 가면 다 애국자 되거든요. 스태프가 전부 외국 사람이라서 “우리나라 대통령이다”라고 말해도 감을 못 잡더라고요. 걔네들 입장에선 “So What?”이니까.


권일운 그런 건가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봉고 대통령 뵈었을 때 느낌?


김현진 저도 베트남 대통령 이름 모르거든요. 호주 애들한테는 말레이시아 수상 같은 느낌이었겠죠. 저는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유학을 하면 보통 부모님 뵈러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갑니다. 하지만 저는 8년 동안 한 번도 안 갔습니다. 아버지도 한 번도 안 오셔서 호주 이민성에서 조사 나온 적도 있어요. “야, 너는 유학생인데 왜 한국을 안 가? 세금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냈어?”라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막 설명했죠. “마이 파더 솔져”라고요. “스트롱 코리안 솔져”라고 했더니 호주 애들이 울면서 “유 아 하프 오스트레일리아. 너는 절반이 호주 애다. 너
영주권 줄게”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원래 한국으로 안 오려고 그랬어요.


권일운 저 같으면 거기서 농장을 샀어요. 양털이나 깎는 거죠.


김현진 그때가 우리나라가 너무 어려웠던 시기잖아요. 삼성, LG 같은 곳이 우리나라 기업인지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현대자동차는 홍보할 때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걸 절대 안 밝혔어요. ‘횬다이(Hyundai)’ 마크에서 H가 휘어져 있잖아요. 혼다 마크랑 비슷하게 보이니까 그걸 마케팅에 쓰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횬다이는 혼다 자회사인 줄 알고 차를 샀어요. 이게 가슴이 아팠어요, 충격도 많이 받고. 그리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푸대접받는 거 보면서 한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으로 왔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한국에 와서 기업을 차리겠다.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기업을 만들겠다”라고 했을 때 제 친구들, 그러니까 스물세 살 동갑내기들이 다 저 보고 미친놈이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어느 벤처 사장보다 한국의 잘못된 제도를 보면 화가 나요.


박영욱 최근에 제일 화난 제도가 뭐 있어요?


아무나 창업하는 세상, 그 부작용은?


김현진 최근에 어이없는 일이 하나 생겼어요. 우리 전 서울시장님이 청년 창업을 늘리시겠다며 창업 장려책을 발표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굉장히 기막힌 일이 생겼죠. 한 5~6년 전만 해도 법인을 차리고 나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A모 회사 대표 누구 설립’ 이렇게 뜹니다. 우리나라는 공고를 해야 하니까요.

박영욱 그렇죠. 언론사에 공고해야 합니다. 당일 경제신문에 조그맣게 한 줄 넣어야죠.


김현진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회사 하나 인수하면서 의아했던 게 검색을 해도 회사 이름이 안 나오는 거예요. ‘한 달 전에 설립한, 몇 개월 전에 설립한 회사가 왜 안 나오지?’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봤더니 일주일에 새로 설립되는 법인이 전국에 600~700개래요. 일주일에 600~700개면 365일이면 어마어마하죠. 그걸 다 넣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죠.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정말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했는데 지금은 아무나 다 해요.


박영욱 법인 설립할 때 자본금 기준 없어져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김현진 맞아요. 그 이유도 있고. 그런데 여기서 더 웃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통 창업을 하면 처음엔 돈이 없잖아요. 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을 당기죠. 대표이사 연대보증해서요. 대한민국에서 연대보증은 훈장이잖아요. 연대보증 안 하면 사업가가 아니고. (웃음) 기술보증기금하고 신용보증기금이 5, 6년 전에는 한 회사에 1억, 1억 5천, 2억 이렇게 밀어줬었거든요. 그런데 일주일에 600~700개씩 생기니까 얼마나 많이 찾아오겠어요.


권일운 대충 때려잡아도 1천억 원이네요.

김현진 문제가 그겁니다. 아는 분이 아직 휴학 중인 대학생이에요. 학벌도 좋습니다. 신용보증기금에 갔더니 딱 이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고졸이다. 고졸이라서 3천이다.” 미국에서 스탠퍼드 다녀도 휴학하고 오면 고졸입니다.


박영욱 이건 논란이 좀 있어요. 사람마다 주장도 다르고요. 돈이 한정돼 있다 보니 조금씩 여럿 나눠주는 것과 정말 잘하는 애한테 나눠주는 것과의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거든요.


60명 1억 vs. 6천 명 100만 원


김현진 제가 여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어요. 서울시의 기존 정책, 그러니까 전에 계시던 분의 정책은 여러 명에게 쪼개주는 거거든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2009년에 제가 안산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무원 연수원에서 강연을 했는데 공무원들이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실제로 벤처 사장님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도와달라며 저를 초빙한 거죠. 제가 물어봤어요. “아니, 왜 6천 명 뽑아서 100만 원씩 주는 거냐? 이건 뭐 월급도 아니고.”


권일운 한 달에 60억이네.


김현진 “60명만 뽑아서 몇 억씩 몰아주지”라고 했더니 한 공무원이 저한테 한 얘기가 가관입니다. 나중에 강연이 끝나고 그분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면서 “김 사장님, 사실은 저도 인원을 줄이고 한 명한테 몇 억씩 몰아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예산 결정을 국회의원이 하잖아요. 국회의원이 예산을 집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100만 원씩 3개월, 즉 300만 원을 주고 “야, 성공 케이스 가져와” 한대요. 그런데 3개월 만에 성공 케이스가 나올 리가 없죠.


박영욱 100억을 썼는데 “1억씩 100곳 투자했습니다”와 “100만 원씩 1만 곳 투자했습니다”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죠.


김현진 공무원들이 짊어지기 싫어해서 그래요. 짤리지 않으려면 100만 원씩 6천 명 나눠줘야 되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실업급여 주는 것도 아니고.


박영욱 저는 이러면 오히려 심사하기가 더 어려운 거 아닌가 싶어요.


권일운 그래서 다음에 이것과 관련해서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엔젤투자지원센터라는 생겨 펀드를 조성한다고 한답니다. 전 이게 궁금하더라고요.


김현진 네, 다음에는 벤처캐피털에 대해 다뤄봐야겠네요. 오늘 이렇게 처음 방송을 했는데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꿈과 희망이 될 이야기들을 많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힘들게 벤처하시는 CEO분들 많은데,응원하는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경제신문에 벤처 이야기가 많이 실리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정리하겠습니다.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권일운 머니투데이 기자

<벤처야설- 창업편>.벤처야설팀. e비즈북스

이 방송은 팟캐스트 벤처야설 1화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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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1.23 07:30

사내 연애에 대한 벤처 사장님들의 생각은?


김현진 사실 메인 주제는 이겁니다. 젊은 사장님들에게는 투자만큼 중요한 게 있죠? 바로 사내 연애 아니겠습니까. (웃음) 젊은 사장님들이 20대 초중반이고 임원들도 20대 초중반이면 좁은 공간에서 스파크도 생기고, 아름다운 인턴들과 멋진 이사님들이 같이 일하다 보면 이성적 감정이 생길 수 있는 데죠. 여기에 대해 잠깐 얘기해볼까요? 사내 연애 특집. 일단 저희 레인디는 공식적으로 사내 연애 금지입니다.

김태우 저희는 공식적으로 금지는 아니고, 장려하지 않습니다.


박영욱 블로그칵테일도 금지입니다. 결혼하면 오케이. 그런데 결혼 안하고 헤어지면 그중에 꼭 한 명은 나가잖아요. 회사에서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데.


김태우 꼭 보면 회사에서 잡고 싶은 사람이 나가더라고요.


김현진 그렇죠. 이사하고 인턴이 사귀다가 헤어지면 이사가 나가죠.(웃음) 혹시 그런 경험 있으세요?


김태우 저희는 다행히도 인턴들끼리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퇴사를 하고 나서 사귄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퇴사하기 전에 뭔가 있었겠죠.


김현진 회식자리에서 인턴하고 이사하고 사장님 모르는 사이에 발가락으로 움직이고 그러면 큰일 나요. (웃음) 저희는 5년 전부턴가 사내연애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 와중에도 한두 커플이 나왔어요. 아주 전략적이더라고요. 인턴이 끝나고 나가는 날 저희 사귀어요, 하길래 처음에 농담인줄 알았어요. 디자이너하고 인턴이 한 달 전부터 몰래 연애를 한 거죠. 저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더라고요. 당황했지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여자 인턴이 임원한테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임원은 여자한테 관심이 없고. 그런 기류를 회식 자리에서 몇 번 느꼈어요. 그래서 다음부터 회식 자리에 둘이 같이 안 앉혔습니다.

박영욱 회사 내에서 둘만 연애하면 괜찮아요. 그런데 삼각관계가 생기면 골치 아프대요. 아는 회사에서 삼각관계 생겨서 싸우던데.


김현진 저희 회사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고 들은 얘기입니다. 대단한 팜므파탈이 있었더라고요. 굉장히 스마트하고 일도 잘하는 데다 미인에 글래머러스하대요. 그런데 그분이 개발자들 네다섯 명을 만나고 다닌 거죠. 나중에 그분이 회사 옮기고 나서 자기네들끼리 관계를 알고 회사가 발칵 뒤집혔어요.


박영욱 방금 이정석 캐피털님이 문자로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대표이사가 보통 남자 직원 뽑을 때 보는 것은 일을 잘하는지, 일할 자세가 잡혀있는지인데, 여성 직원은 여기에 미모도 포함하지 않느냐고 묻네요.


김현진 솔직히 외모 보잖아요. 안 봐요?


김태우 짤방 돌아다니는 거 보면 남자는 체력장, 영어 점수 다 필요한데 여자는 면접 딱 하나만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저희 회사에서 저는 안 본다고 주장하지만 직원들은 본다고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있어요. 저희 회사 직원들이 ‘자기는 외모도 보는데서 뽑혔다’고 합의를 하더라고요.


김현진 제 친구가 카이스트 로봇동아리 친구들 열 명 정도 모아서 회사를 차렸는데 다 개발자였어요. 직원을 뽑으려고 면접을 보면 “C 다룰줄 알아요?, 비주얼베이직은요?” 이런 걸 물어요. 그런데 예쁜 여자분이 다 못 다룬다고 대답하자 “괜찮아요. 가르쳐드릴게요. 배우시면 됩니다”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김태우 저희는 그렇지는 않고요. (웃음)




박영욱 이정석 캐피털님이 화난 거 같아요. 그렇게 여자 직원을 뽑으면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건 옳지 않은 처사라며. “사장은 직원들 시집,장가보내는 자리는 아니지만 좀 더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사내 연애를 금지하느냐?”라고 물어보시는데.


김태우 공식적으로 금지는 아니라니까요. 장려하지는 않지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장려하지 않는 이유는 깨졌을 때를 걱정해서죠.


박영욱 대표님, 만약에 몰래 사귀는 커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김태우 솔직히 이미 사귀고 있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영욱 지금까지는 비공식적으로 사내 연애 금지라고 했는데 사귀는 걸 알았어요. 공식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만약 인정해준다면 금지가 풀리는 거고.


김태우 정말 어려운 거 같습니다. 근데 제가 물리적으로 막는다고 한들 둘이 퇴근하고 만난다면 그걸 어떻게 압니까? 결혼하든가 아님 동반 퇴사해야 하는데 직원 열 명 정도 되는 벤처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결혼을 하라마라 간섭을 할 수가 없죠.


김현진 여직원 왔는데 맘에 든 적은 없었어요? 인간적으로 저런 사람이 내 아내이거나 여자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텐데.


김태우 지금 제가 대답을 잘못하면 넓은 아량으로 아직까지 저를 보살펴주시는 여자 친구가 저를 버릴 거 같습니다만, 여직원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안 한 적은 없죠.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당연히 있습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하고 이성적인 감정이랑은 다르니까.


김현진 저희 회사도 여자들이 많고요. 괜찮은 여자분들 많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이성적인 관심은 별로 없었지만. 일단 직원들의 사내 연애도 조심해야 하지만, 벤처 대표님들도 사내 연애는 회피해야 하지 않나요? 사장님에 대한 루머나 복잡한 이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내에 도는 건 좋지 않아 보여요. 그러니까 사장님들은 사외 연애를 하셔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벤처 하면 엄청 바쁘잖아요.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보다 100배는 바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김태우 대표님은 사외 연애 중이신데, 어떠세요?


벤처 사장들의 마지막 힘은 여자 친구로부터


김태우 여자 친구가 넒은 아량으로 이해해줍니다. 사람들이 여자 친구랑 잘 지내는지 물어보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직 안 차였습니다”라고 말해요.

김현진 벤처 사장님들한테 여자 친구랑 잘 지내는지 물어보면 “아직 안 짤렸습니다”라고 해요. 사장님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여자 친구잖아요. 여자 친구가 짜를까 봐. (웃음)


김태우 제가 뭐 힘이 있나요. 바쁘고 연휴도 없이 일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사정을 배려 못 해주는 분을 만나면 오래 가기가 어렵죠.


김현진 배려심 중요합니다. 굉장히 중요하죠. 대표님들의 마지막 힘은 여자 친구가 아닌가 싶어요. 결혼하신 분들은 와이프가 되겠죠.


김태우 김현진 대표님이 저한테 조언해주신 것 중에 “직원들이랑 지내는 게 결국 연애하는 거랑 똑같다. 연애를 많이 해보면 직원들과도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해요. 결국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거니까. 맞는 말같아요. 그래서 저도 직원들 한 명 한 명을 연애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또 언젠가는 내가 차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어떻게 안 차여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김현진 맞아요. 그런데 대기업은 어때요? 삼성전자도 사내 연애에 대한 얘기가 있나요?


박영욱 사내 연애 권장한대요. 입사하고 1~2년 안에 결혼 못 하면 10년 동안 못 한다. 그러니까 빨리해라. (웃음) 그리고 LG디스플레이에서도 사내 연애 권장한다고 하네요.

김태우 대기업들은 권장하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려고 그러는지.


김현진 대기업들이 결혼을 하길 바라는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직원끼리 결혼하면 이직률이 내려가나 봐요?


김태우 결혼을 하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대기업이랑 벤처기업이랑 다른 점은 대기업은 사귀다가 헤어져서 한 명 나가더라도 티가 안 나겠지만, 벤처기업은 한 명 나가면 타격이 크다는 거죠. 그래서 장려하기가 어렵고.


박영욱 대기업은 헤어져도 잘 안 나가더라고요. 그냥 다니더라고요. 어차피 사람 많으니까.


김현진 그렇죠. 삼성전자는 워낙 사람이 많고 다른 부서로 발령 날 수도 있죠. 근데 벤처기업은 저기 앉아 있던 사람이 없으면 티 날 수밖에 없죠. 벤처기업들 중에서도 NHN, 하나투어, 이런 곳은 결혼을 권장한다고 하더라고요. 옛날에 이런 루머가 있었죠. NHN 상장했을 때 스톡옵션 받은 직원 둘 결혼하면 강남에 아파트 산다고. 그러니까 결혼해서 강남에 아파트 사라는 루머가 한참 돌았어요.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충분한 보상을 해줄 시기에는 결혼을 하든 말든 오케이인데, 아직 성장하는 회사들은 연애라는 걸 쉽게 수락하기가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

박영욱 근데 사내 연애도 쉽지 않아요. 차라리 밖에서 미팅을 시켜줘야 해요.


김태우 레인디도 한 번 했던 걸로 아는데. 실제로 저희 회사도 직원에게 소개팅시켜주는 게 사원 복지 중 하나입니다.


김현진 괜찮네요. (웃음) 벤처 사장님들도 고독하겠지만 벤처에서 일하는 임직원들 다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연애해야죠. 일단 벤처인들끼리 소개팅하면 서로 이해하기는 쉽겠지만 도무지 기회가 안 나더라고요. 벤처 아니어도 되니까 단체로 소개팅만 주선해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젊은 사람 좋아합니다!


자, 오늘 이야기 마무리해보죠. 첫째, 젊은 사장님이 나이 많은 분들과 같이 일할 때 쫄 것 없다.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리고 패기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받을 때 유리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이나 정부 과제 말고도 대기업에서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오히려 대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걸 전략적 투자라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벤처 사장님들은 직원들과 함부로 연애하면 안 된다. (웃음) 사내 연애하다가 잘못하면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 다 나간다. 연애는 사외에서 하셔라.


(운영자 주: 모글루 김태우 대표님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벤처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앞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김태우 모글루 대표


 

<벤처야설-창업편>.벤처야설팀.e비즈북스

이방송은 팟캐스트 벤처야설 6화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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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ㅁㄴㅇㄹ 2013.01.23 12:50  Addr  Edit/Del  Reply

    짤방이 저렇게 깨알같을수가 없다 ㅋㅋ

  2. ㅁㅁ 2013.01.23 22:27  Addr  Edit/Del  Reply

    제정신 갖고 제대로 회사 운영하는 사장치고 사내 연애 장려하는 사람 없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고.. 회사에서 연애하고 지랄하다 보면 회사 개판된다

    • e비즈북스 2013.01.23 23:11 신고  Addr  Edit/Del

      아무래도 스타트업이 청년CEO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경험이 부족하죠. 벤처야설은 그런 경험을 쌓은 젊은 CEO가 들려주는 이야기 입니다.

posted by e비즈북스 2013.01.17 10:40

수업 시간에 발표한 데모 버전이 발탁되다
김현진 그러면 어떤 계기로 VIKI를 창업하신 거예요?


호창성 제 와이프(문지원 대표)는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과정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하버드에는 학점을 학부생처럼 미친 듯이 몰아 들으면 1년 만에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어요.'


김현진 하버드에만 있는 제도인가요? 아니면 미국에 다 있는 제도인가요?


호창성 학교마다 과정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무튼 와이프는 액셀러레이션 방식으로 학점을 몰아 들어서 1년 만에 과정을 마치고 제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넘어왔어요. 그런데 전공이 교육공학이다 보니까 교육을 위해서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사용할까 끊임없이 고민을 했거든요. 특히 유학 준비할 때부터 저희는 토종 한국인이니까 영어를 어떻게 하면 쉽게 공부할까 많이 생각했는데 문 대표가 그걸 발전시켜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겠다는 사업계획을 세웠더라고요. 그걸 가지고 실리콘밸리로 넘어와서 문 대표가 먼저 창업을 했어요. 저는 지인들을 통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고, 문 대표가 실제로 만들어냈어요. 러닝 프로토타입이죠. 러닝 웹서비스는 아닌데, 웹서비스의 전 단계인 로컬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정도까지를 만든 거죠.

김현진 PC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데모 버전이죠.


호창성 네, 데모 버전으로 만들었죠. 그 데모 버전을 스탠퍼드 창업수업에서 발표했어요. 그 수업은 다양성을 중시해서 MBA 학생 두세 명,MBA가 아닌 공대나 인문대에서 한두 명, 학생이 아닌 외부인사 한 명이 5인 1조를 구성합니다. 문 대표가 외부인사로 참여해서 팀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발표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파워포인트로 발표했고, 저희는 러닝 프로토타입을 보여줬습니다. 그 수업의 마지막 날에는 교수님과 벤처캐피털 멘토분들이 오셨는데 거기서 발탁되어서 교류를 하게 되었고, 얼마 후 정식으로 한 번 사업을 소개하러 오라고 제안해 주셔서 벤처캐피털에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시드머니를 받았죠. 물론 그 전에도 시드가 있었고 프랜즈 펀딩도 있긴 했지만 기관 투자자의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은 겁니다.


김현진 미국 벤처캐피털에서는 시드머니를 얼마나 주나요?
호창성 그때는 운이 좋았어요. 마침 당시에 벤처캐피털에서 퀵스타트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소액의 컨버터블노트(CN, Convertible Note: 주식으로 변환할 수 있지만, 약속어음과 유사한 만기와 이자가 표기되어 있는 채권)로 투자 자금을 대주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에서는 그걸 전환사채라고하죠.


이정석 정확히는 전환어음(Convertible Promissory Note)이죠.

김현진 그게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CB(전환사채)랑 다른 거예요?


이정석 우리나라 말로 하면 모두 사채의 범주에 속하는데, 미국은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 CN 등 좀 세분화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호창성 그 프로그램이 5만에서 최대 25만 달러를 지원하게 되어 있었어요.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시리즈 A로 투자하기에는 너무 초기 기업이다 보니 소액으로 침 발라놓는 정도였던 거죠.


이정석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 인큐베이팅보다 더 초기 단계 아이디어 상태의 팀에 2~3만 달러 정도의 소액을 투자하고 교육과 연계를 통해 벤처기업 초기 단계까지 키워주는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도 있지요.


호창성 와이콤비네이터보다는 투자 조건이 훨씬 좋았어요.


권일운 심사역 개인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건가요?


호창성 심사역 개인이 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파트너 만장일치는 아니었어요. 파트너 여섯 명 중에서 세 명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니 바로 결정이 나더라고요. 벤처캐피털이 저희 쪽처럼 불확실한 사람들에게 침을 발라놓는 이유가 뭐냐면, 전환사채, CN, 이런 게 빌려주는 빚이잖아요. 그런데 회사가 잘돼서 시리즈 A 펀딩을 받을 때 이게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건데, 시리즈 A 투자자보다 더 유리한 전환 조건을 적용할 수가 있어요.


이정석 미국에서는 브릿지 파이낸싱(Bridge Financing: 본투자 전에 자금을 임시로 빌려주며, 본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좋은 조건으로 주식 전환을 하거나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라고 해서 항상 시리즈 투자 전에 이런 워킹캐피털(Working Capital, 운영 자금)을 지원하지요.


심사받고 하루 만에 25만 달러가 통장으로


호창성 프로그램 이름이 퀵스타트라고 했잖아요. 말 그대로 퀵스타트였어요. 과정이 얼마나 간단했냐면, 벤처캐피털 파트너하고, 클래스멘토는 이미 교류를 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진행이 됐어요. 발표 다음 날 결정 났다고 하더니, A4 용지로 한 장짜리 계약서를 주더라고요. A4 한 장이 계약서의 전부예요. 그냥 그 자리에서 읽어보라는 거예요. 보니까 아주 쉬워요. 벤처 경험 있는 미국인 친구에게 보여주고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안 받으면 바보라고 하더라고요. 당장 사인하래서 했더니 다음 날 아침에 25만 달러가 통장에 들어왔더라고요.


이정석 원래 멘토인 심사역이 있었고, 파트너가 있었지만, 실제로 투자를 그쪽에서 진지하게 제안을 했을 때 투자까지 걸린 시간은 결국 하루였다는 말씀이네요.

호창성 네. 파트너 세 명이 들어와서 바로 그날 결정이 나는 거죠. 그렇게 빨리 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25만 달러는 아주 소액이니까.


김현진 25만 달러짜리 기술보증기금이네요.


박영욱 시드머니 치고는 좀 많은 것 아닌가요? 보통 시드가 3만 달러정도에서 시작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김현진 이게 어느 정도 데모가 가능한 상황이잖아요. 기술보증기금과 비슷한 거예요. 제품이 데모 이상으로 만들어져 있어야 2, 3억을 넣을 수 있죠.


권일운 그러면 아예 벤처캐피털 같은 경우는 시드만 제공하는 펀드가 따로 있었던 건가요?


호창성 펀드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놔서 그 펀드에서 얼마만큼은 그 프로그램을 위해서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죠.


이정석 그리고 어떤 특정 목적으로 펀드가 만들어지면 그 목적을 위해 100퍼센트을 쓰는 게 아닌 항상 80퍼센트 정도만 특정 목적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심사역이 유동적으로 결정을 해서 투자할 수 있어요.


김현진 그 뒤엔 어떻게 진행하신 거예요?

호창성 시드 25만 달러가 어느 정도냐 하면, 그전에 친구로부터 받은 돈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그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실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해보는 정도까지는 돼요.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베타 사이트를 만들어서 사용자를 어느 정도 모아야 합니다. 사용자가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그 실적을 가지고 시리즈 A 투자를 시작해볼 수 있어요.


권일운 그럼 인력은 창업 클래스 팀 다섯 분이 계속 같이 하셨나요?


호창성 클래스 메이트들은 어드바이저로 들어왔어요. 한국말로 하면 고문 정도? 사실 그 친구들은 수업에서 좋은 평점을 받고 빠졌고, 사업은 실제로 둘이서 다 했어요. 인력들이 들락날락하는 건 좀 있었죠. 미국인 CTO(Chief Technology Office, 최고 기술 담당 이사)도 한번 영입해봤다가 취소한 적도 있어요.


김현진 그렇게 해서 그 돈으로 베타 버전까지 만드신 거죠?


호창성 처음에 미국 벤처 환경, 실리콘밸리의 벤처 환경과 한국의 벤처환경을 비교를 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실리콘밸리가 훨씬 우수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한국 벤처 환경도 요즘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한국의 투자자들 또는 투자사들도 예전에 비해서 백그라운드가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제가 조금 알고 있는 만큼만 이야기를 해보면, 2000년 정도까지는 벤처캐피털의 심사하시는 분들이 금융계 출신이거나 공학 박사 정도였는데, 요즘엔 파트너뿐만 아니라 젊은 심사역들의 배경이 게임회사나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오신 분들도 있고요.
금융권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환경이 그쪽 일색으로만 돼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다양해졌어요. 아직 미국의 벤처캐피털의 다양성에 비해선 못 미치지만, 많이 개선된 것 같아요.


이정석 지역의 특징도 있는 것 같아요. 피어프레셔(Peer Pressure: 동료집단에서 받는 사회적 압력)라고 하잖아요. 스탠퍼드 MBA 나오면 대부분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벤처캐피털과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되잖아요.


김현진 정말 자연스럽게 벤처 회사와 투자사가 네크워킹이 되는 거네요. 어쨌든 호창성 대표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제일 좋다는 서울대를 나오셨잖아요. 내가 서울대를 나와서 사업을 하던 상황과 미국에서 스탠퍼드 MBA를 졸업하고 나서 창업할 상황을 보면 기초적으로 갖추어진 역량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한미 양국 벤처업계의 성골과 진골
호창성 그런 측면이 크죠. 그런데 또 여기서 정답이 없는 게, 제가 한국으로 다시 들어온 지 2개월 좀 넘었는데요. 여러 사람들 만나고 한국의 환경도 접하다 보니까, 벤처업계에도 성골과 진골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보는 성골은 서울과학고 출신의 카이스트 플러스, NHN 경력 또는 NC소프트. 전부 N자 돌림이네.


김현진 심지어 사장님들이 다 김씨예요. 김씨에, 66년생, N으로 시작하고. 4년 전에 특집기사로 나왔었어요. ‘성공한 벤처사업가들의 특징.’


호창성 미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비슷해요. 일단 창업가들은 둘째로 치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스펙을 보면 70~80퍼센트가 하버드 출신.


김현진 스탠퍼드보다 하버드가 더 많군요.


호창성 하버드 MBA거나 학부거나. 아니면 하버드 갔다가 베인캐피털(Bain Capital: 맥킨지, 보스턴컨설팅에 이은 3대 메이저 컨설팅회사의 투자자회사) 가는 코스? 그리고 스탠퍼드는 20~30퍼센트 정도고, 나머지는 정말 드물게 있는 것 같아요.


김현진 하버드랑 스탠퍼드가 양대 산맥을 잡고 있는데, 그중에서 하버드가 주도를 하는군요.


이정석 하버드 출신의 스탠퍼드 MBA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요.


김현진 진골과 성골을 믹스. 한국 사정을 들어 비유해보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나와서 카이스트에서 전산 석사 나온 것과 그리고 하버드 학사랑 스탠퍼드 MBA 나온 것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호창성 미국의 벤처캐피털이 수천 개잖아요.

이정석 한국은 110여 개 정도 됩니다.


호창성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 벤처캐피털은 파트너를 하는 분들이 창업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로 일을 해봤거나 실제 창업에서 엑시트까지, 실제 일을 해본 분들이 정말 많아요.


김현진 한국엔 창업을 안 해본 심사역이 더 많으니까.


호창성 물론 그런 분들만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어도 다양성이 떨어지겠죠.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분의 비율이 많이 떨어지지요?


이정석 한국의 벤처캐피털은 삼성, LG 같은 대기업 출신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창업경험이 있는 분들이 투자 심사역으로 들어오셔서 좀 더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박영욱 창업하신 분들을 보면 결국 나중에는 벤처캐피털처럼 투자를 하고 싶어 하잖아요.


호창성 근데 아까 성골, 진골 이야기가 나왔는데 미국도 어느 정도 있는데 한국보다는 그래도 워낙 다양한 사회이니까 구분하지는 않는 것같고, 또 벤처 쪽은 훨씬 더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또 구성원들도 다양한 것 같아요.

나는 미국 6두품이다
김현진 대표님은 서울대와 스탠퍼드 MBA잖아요. 한국에서 본다면 무지무지 좋은 학교 배경을 가지고 계신 건데, 미국에서는 어떠셨어요? 외국인이시잖아요.


호창성 네, 학교로만 보면 양쪽에서 괜찮은 위치라 할 수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외국인이라서 성골, 진골 축에도 못 끼는 미국 6두품입니다.결국 벤처캐피털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학벌과 상관없이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결국 벤처 회사에, 회사 사장에게 꽂혀야 투자를 하게 되거든요. 사람한테 꽂히려면, 연애할 때 대화가 통해야 시작을 할 수 있듯이 일단 사업이 말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언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유학 가려고 준비하면서, 또 가 있는 동안 죽도록 영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사업하면서 영어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았거든요. 논리적인 대화를 하는 것도 자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좀 더 네이티브 같은 감각이 필요했던 거죠. 동영상이나 뉴스를 보면 이해를 해도 코미디를 보면 도저히 왜 웃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런 부분은 극복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프트 스킬로 결정적인 순간에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마음을 휘어잡을 정도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이 창업 자를 편한 친구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런 기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잘되어 가느냐고 물어봐야 하고 교류도 하면서 래포(Rapport, 관계 혹은 인연)를 형성해야 하는데 언어가 부족하게 되면 보통 미국 애들이 한 달 걸릴 것을, 못 한다는 건 아니지만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래포가 형성되죠. 외국인에게는 엄청난 핸디캡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말로 안 되면 다른 게 있어야 하듯이 저 같은 6두품들은 남들이 화려한 말을 하고 프레젠테이션 종이를 가지고 올 때 실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항상 한 단계 더 준비하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벤처야설-창업편>.벤처야설팀.e비즈북스.

팟캐스트 <벤처야설>7화 Viki 1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대담자

호창성 비키(VIKI) 대표

김현진 레인디대표

박영욱 BCNX의장

이정석 LS사업전략팀 차장

권일운 머니투데이 기자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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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1.16 11:09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을 받고 시작하는 게 좋은 이유

김현진 그리고 연대보증 자체는 안 좋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신용보증기금나 기술보증기금은 받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 사람들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평가라는 걸 하거든요. 그걸 받았다는 것은 이 회사가 기본적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정도이며 사장이 대학생이든 고졸이든 무관하게 기본은 된 회사라는 걸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나중에 투자를 받을 때 투자사한테 그런 옵션을 걸죠. “우리가 이 사업을 하면서 기술보증기금을 1억 정도 당긴 게 있는데 투자받을 때 이거 다 상환하겠다”라고요. 열린 마음의 벤처캐피털은 이런 옵션을 넣으면 받아줍니다. 그때는 개인 부채와 연대된 부채까지 몽땅 갚을 수 있습니다. 맹랑하게 종이 한 장 들고 다니면서 “이런 거 할 거예요. 30억 쏴주세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시고요. 구색은 갖춰놓아야 이른바 전주들의 마음도 움직인다는 거죠.

권일운 그러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은 차입금으로 잡히는 건가요?

김현진 그렇죠. 법인 차입이고,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죠. 정확히 말하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은행에 보증을 서주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려는데 담보가 없으니까 두뇌를 담보로 잡는 거죠. (웃음) 나의 지식을 담보로 신보나 기보에서 “얘 지식은 5천만 원짜리다, 1억 짜리다”라고 은행에 얘기하면 은행에서 회사로 돈을 쏴주는 겁니다. 회사가 망하면 기보나 신보에서 대신 은행에 돈을 갚아주는 거고요. 은행은 기보나 신보에서 담보 잡고 있으니까 손해볼 게 없죠. 망하면 기보나 신보가 대주주를 쪼는 거죠. “망했으니까 대주주가 갚아” 이런 식입니다.

권일운 이자도 내야 돼요?

김현진 이자는 생각보다 싸요. 매달 내는데 연 6.6퍼센트 정도 됩니다. 매년 조금씩 바뀌긴 해요.

박영욱 보증은 1년 단위로 갱신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은행과 협상하는 것은 사장하기 나름이고요. “1년에 이자를 얼마 내겠다” 아니면 “매달 얼마씩 이자를 내겠다” 같은 건 은행과 직접 상의해야 됩니다. 일반 대출이랑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신 보증을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에서 서고요.

김현진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받으면 안전하기 때문에 엄청 좋아합니다. 기보나 신보 받아서 은행에 가면 지점장이 나오는데 보증서를 보고는 “아, 이렇게 젊으신 분이 어떻게 이런 걸”이라며 엄청 좋아해요.

박영욱 100퍼센트 확실한 담보잖아요. 이자도 꼬박꼬박 내니까 손해볼 게 없죠.

김현진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받을 때 참고사항을 한 가지 알려드릴게요. 은행에서 이것저것 엄청 만들라고 합니다. “사장님 신용카드 만드시고 직원들 급여통장도 만드시고”라면서. 그때는 “그냥 다 만들어주세요”라고 하면 0.3퍼센트라도 이자를 깎아줍니다. 그분들은 실적 올리고요. 사실 이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기보나 신보 받을 때는 그냥 거기서 이자 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기술보증기금을 3억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3억에 7퍼센트 이율이 붙었고 3년 내에 한 푼도 상환 안 한다고 하면 이자만 6천만 원 정도 됩니다. 그래서 본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2억 5천이라고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좋아요.

권일운 그러면 그 이후에 엔젤이 됐든 시리즈 A가 됐든 투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써도 된다는 거죠?

김현진 그건 협의하기 나름입니다. 현명하게 투자를 받으려면 보통 이렇게 하죠. 기술보증기금에서 받은 2억에서 3억으로 2년 정도 회사를 운영합니다. 제품이 나왔고 시장이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수익은 많이 내지 못하거나 적자라면 시리즈 A 협상을 바로 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저희는 시리즈 A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요.

권일운 근데 왜 아는 척해! (웃음)

김현진 받으려고 많이 연구했거든요. 모 게임 회사가 시리즈 A를 받은 경우를 보죠. 이미 기술보증기금 3억 받은 상황에서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해요. 스톤브릿지랑 외국계 회사가 코인베스터(Co-Invester, 공동 투자자)로 들어오겠다고 했고요. 그러면 15억 정도가 필요할 때 이렇게 얘기해야 합니다. “기보가 3억 있어서 18억 받으면 이 중에서 3억은 기보를 갚을 거다”라고요. 18억 받아서 3억 기보 상환했으니 실제 투자받은 돈은 15억인 겁니다. 그런데 15억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2년 정도 지나서 또 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깁니다. 시리즈 B 못 받으면 다시 기술보증기금 가서 돈을 빌리면 됩니다. 만약에 앞서 상환을 했던 기록이 있다면 그다음은 매출을 따지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기술보증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투자금 다 떨어져서 기보 다시 당기는 경우까지 가면 위기에 몰렸다고 보는 게 맞죠.

박영욱 두 번째 기술보증기금이 돈은 훨씬 많이 줍니다. 상환한 경력 한 번이라도 있으면 두 번째 부터는 조건이 더 좋아져요.

김현진 그렇죠. 아무래도 신용등급이 올라가니까. 하지만 두 번째 기술보증기금 받을 때는 매출을 본다는 거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래서 매출도 없는 상태에서 상환하시고 다짜고짜 가셔서 “다시 한 번 더 주세요”라고 하기보다는 적자를 내도 좋으니까 매출이 나고 있을 때 기술보증기금을 상환하고 다음에 다시 받으시는 게 전략적으로 훨씬 더 좋습니다.


이왕 쏠 거면 통 크게 쏴주세요

그리고 엔젤펀드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건 기술보증기금 한도예요. 좀 늘려야 해요. 요즘 기술보증기금 받은 회사들 보면 1년 미만이지만 정말 훌륭한 회사들 많아요. 그런데 제가 아는 어떤 소셜 데이팅 회사는 매출도 있는데 1억밖에 못 받았더라고요. 어떻게 1억으로 사업을 합니까? 매출이 1억이 넘는 회산데요. 그러니까 주실 거면 이런 회사는 3억씩 해주셔야 하는 거예요. 이 회사는 더 받고 싶었는데 2011년에 1억이 표준인 분위기였다고 하더라고요. 연대보증 서면서까지 돈 끌어쓰겠다는 건데 한도 좀 올려주세요. 5억 정도로.

박영욱 매년 줄어드는 것 같네요.

권일운 제 생각에는 이런 게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윗선에서 “야, 올해는 몇백 개 기업에 쏴라”라고 오더를 주는 거죠. 전체 파이는 똑같고, “안 주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쪼개서라도 줘라”라는 식으로.

김현진 젊은 친구들이 처음 사업하면 1억이 굉장히 큰 돈 같은데 막상 그렇지가 않습니다. 법인 운영해보신 분은 다들 공감할 거예요. 대부분의 경우 1억 받아서 사업하면 꼭 나중에 3천만 원이, 5천만 원이 모자랍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2억, 3억씩 해줬거든요. 그런데 2010년 하반기부터 1억으로 통일하더라고요. 무슨 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집행하는 법인 개수를 좀 줄이고 한 회사에 예전처럼 3억, 5억은 해주셔야 합니다. 물론 망하는 건 리스크지만 까놓고 얘기해서 대학생 때 창업해서 망하면 1억이든 5억이든 얼마가 되었든 못 갚습니다. 그걸 무슨 수로 갚아요. 그럴 거면 엎어져도 제대로 엎어지게 해야죠. 옛날에 판도라 TV 부사장님이 저한테 해주신 이야기가 있어요. “김 사장, 3억으로 엎어지나 5억으로 엎어지나 못 갚는 건 똑같아”라고. 이거 정말 명언입니다. “못 갚겠다. 배 째라”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젊은 친구들은 자기 인생 걸고 사업합니다. 그냥 돈 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년에는 한도 3억 이상으로 늘려서 좀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
세요.

권일운 사실 정책자금이라는 건 몇 군데 집행되는지도 중요하긴 해요. 주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죠. “진짜 안타깝지만 우리도 들고 있는 돈이 이게 전부다. 적게라도 줄게”라고요. 1억 원이나 3억 원이나 5억 원이나 다 큰돈이잖아요. 1억이라도 받아서 성장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았다면 그거라도 줘야죠. 물론 1억으로 되는 업체, 3억으로 되는 업체, 5억은 있어야 하는 업체를 골라낼 수 있는 기준은 잘 만들어야 하고요.


중소기업장관이 필요할 때

김현진 정책자금이 적재적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윗선에서 꼭 해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지금 벤처를 관할하는 곳이 중소기업이잖아요. 수장은 중소기업청장님이고요. 청장님이 아니라 장관님으로 격상시켜주셔야 합니다. 중소기업청장님이 아니라 중소기업장관님으로요. 얼마 전에 국회의원 한 분이 중소기업청장님이랑 벤처 사장들 불러서 간담회를 했어요. 그때 누군가 청장님께 드린 말씀이 있어요. “내년에는 청장에서 장관으로 승진하시면 좋겠다”라고요. 앞에서 얘기한 기술보증기금도 그렇고 나라에서 하는 엔젤펀드도 그렇고 이런 게 좀 더 많이 벤처기업한테 퍼지려면 청장님께 힘을 더 실어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장관으로 격상해주세요. 정말 중요합니다.

권일 중기청에 힘을 실어주자는 얘기가 나온 김에 이것도 얘기해보죠. 최근에 정책 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리려면 출자 창구를 단일화하는 게 좋다는 논의가 시작됐어요. 정책 펀드가 중소기업청에서 나오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지식경제부에서는 신성장동력펀드라는 걸 만들고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농식품펀드를 만들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는 것도 있고요. 일일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심사하기 번거로우니까 한 군데 기관 정해놓고 거기서 쏘도록 하자는 얘깁니다. 지금 문체부 펀드는 모태펀드 출자하는 한국벤처투자에서 하거든요. 문체부 펀드처럼 다른 부처 펀드도 한국벤처투자에 몰아주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게 한국벤처투자로 집중되면 대장이신 청장님한테도 꽤 힘이 실릴 겁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웃음) 대신 공무원들께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려는 노력은 꼭 해주셔야 합니다. 일례로 농업펀드 같은 경우에는 현재 농수산식품부에 수십 년 근무하신 분께서 출자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금융 마인드는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이런 점을 극복하려면 최대한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셔야 합니다.

김현진 그러니까 사장님들 많이 불러주세요. 사장 3년 이상 하신 분들은 뭘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다 알고 있습니다. 경영학과 교수님들 좀 그만 부르시고요. 경영학과 교수님들 자꾸 끼어들어서 나랏돈 꿀꺽하지 마세요. 사장님들은 거마비 안 받고도 다 합니다. 후배들,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벤처 사장들은 언제든 뛰어가서 “이거 이렇게 바꾸시면 됩니다. 같이 연구하시죠”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많이 끼워주세요. 끼워서 개선하면 됩니다.


선배 사업가에게 멘토링을 받자


김현진 그리고 엔젤투자 관련해서 하나 더 얘기할게요. 며칠 전에 최환진 대표님을 만났어요. 네오위즈에서 독립하셔서 이그나이트스파크라는 엑셀러레이터를 세우신 분이죠. 대표님한테 얘기를 들어보니까 네오위즈도 상당히 많은 기업들한테 투자했더라고요. 이미 일고여덟 곳에 투자를 했고 지금도 많은 벤처를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프라이머도 좋고 본엔젤스도 좋고 네오위즈도 좋습니다. 많이 만나보세요. 이그나이트스파크도 좋고요. 선배들 많이 만나면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게 될 겁니다.

박영욱 잠시 이야기 나누는 것만 해도 더없이 좋은 경험이죠.

김현진 투자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이분들한테는 정말 배울 게 많습니다. 상당한 내공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잠시 이야기만 나눠도 삽질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박영욱 그렇다고 해서 아이템도 하나 없이 덜컥 가셔서 멘토링해달라고 하지는 마시고요.

김현진 맞습니다. 선배 사업가 찾아가시는 건 좋은데 제발 찾아가시려면 뭘 좀 준비해서 가세요. 아무것도 없이 가셔서 그냥 “제가 이런 거 하려고 하는데 잘될까요?”라고 하지 마시고요. 이분들 다 바쁜 분들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갖고 가시고 서류라도 꾸며서 가셔야 좋은 관계를 유지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맞다, 그러고 보니까 꼭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할 분이 하나 늘었어요. 엔써즈 김길연 대표님인데요. 김 대표님도 처음에 창업한 뒤에 본엔젤스에서 엔젤투자를 받고 회사를 여기까지 키우셨습니다.

권일운 그때 본엔젤스는 창투사가 아니라 레알 엔젤이었지. (웃음)

김현진 그렇죠. 레알 엔젤이었습니다. 그다음에 소프트뱅크에서 시리즈 A를 받으셨습니다. 시리즈 B는 소프트뱅크랑 스톤브릿지, KT캐피털에서 받으셨고요. 그 과정에서 숨피닷컴이라는 업체도 인수하셨습니다. 엑시트 잘하셨으니까 앞으로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앞으로 KT가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합니다. 제가 감히 예언하지만 블로그칵테일이 아닐까 싶어요.

권일운 블칵은 안 돼. (웃음)

김현진 KT에게 두포크(dofork: 블로그칵테일에서 출시한 음식 사진 공유 서비스)는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빨리 인수해주세요. 박영욱 대표님이 김길연 대표님보다 외모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다른 조건은 똑같습니다. 아이도 둘 있고, 시리즈 B까지 받았어요. 소문에 의하면 요즘 KT에 계신 분들이 두포크를 많이 사랑하신답니다. 특히 모 본부장님이 많이 밀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KT는 엔써즈 다음으로 블로그칵테일이 필요할 겁니다. 이석채 회장님, 이거 들으시고 레인디에는 관심 안 가지셔도 되니까, 블로그칵테일에 관심 가져주세요. 예언할게요. KT의 다음 타깃은 블로그칵테일 두포크입니다. (웃음)

권일운 블로그칵테일 말고 나를 좀 인수해주면 좋겠다. (웃음)

박영욱 KT 사랑합니다. (웃음)

김현진 박 사장은 KT를 사랑하고 있어요. (웃음)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권일운 머니투데이 더벨 기자



<벤처야설- 창업편>.벤처야설팀.e비즈북스.
팟캐스트 벤처야설 2화 '벤처야설-엔젤 그리고 VC' 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본 장의 내용 중 정부 창업 지원 관련 논의들은 2011년과 2012년 기준의 내용으로 다소 사실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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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3.01.15 07:30

벤처캐피털 심사역에게 듣는 벤처캐피털 이야기


김현진 창업을 하면 누구나 벤처캐피털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아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벤처캐피털 심사역으로 실제 투자를 해보신 분을 모셔서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만나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죠?


이정석 저는 한때 벤처캐피털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심사역을 할 때 의장님을 소개받았습니다. 똘똘한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레인디가 정말 구글맵과 스트리트뷰에 버금가는 엄청난 서비스를 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김현진 아, 그냥 본론으로 바로 갑시다. (웃음) 박영욱 사장님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벤처캐피털에게 이런 게 궁금했다”라는 형식으로 정리해왔습니다.


벤처캐피털 수익률은 영업 비밀
박영욱 일단 벤처캐피털이 얼마나 버는지부터 얘기해봐요. 국내 벤처캐피털의 평균 수익률이 얼마나 되나요?


이정석 다들 궁금하시죠? 저축은행은 이율이 5퍼센트 정도 돼요. 1년 거치하고 후순위채 투자하면 그 정도 수준이에요. 은행에 집어넣으면 2~3퍼센트고요. 그런데 벤처캐피털이라는 건 투자를 해서 까먹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을 내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펀드들은 해산할 때 마이너스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플러스가 나는 경우도 있고요. 벤처캐피털이 어느 정도 해야지 높은 수익률이냐고 물으셨는데 저도 잘 몰라요. 영업비밀이니까요. 보통 약 10퍼센트 넘으면 좋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박영욱 우리나라에서 벤처캐피털의 펀드에 투자자(LP)로 가장 많이 참여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대기업? 정부?


이정석 일단 대기업들은 자체 벤처캐피털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많아요. 삼성은 삼성벤처를, LG는 LG벤처투자를 갖고 있었어요. LG벤처투자는 계열분리가 되어서 LB인베스트먼트로 바뀌긴 했지만요. CJ, SK,NHN 같은 곳도 벤처캐피털을 갖고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모그룹이 자금을 대주는 경우가 많아요.


박영욱 그러면 대기업과 엮이지 않은 벤처캐피털들은 어떻게 펀드를 모으나요?

이정석 최근에 우리나라가 중소기업 지원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이 제일 클 겁니다. 모태펀드가 정부지원금의 한 형태죠.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도 LP로참여하고 중소기업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박영욱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요. 한국 벤처캐피털이랑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을 놓고 보면 어디가 더 성과가 좋아요? 성과라는 게 수익률이 될 수도 있고 투자 건수를 말할 수도 있지만.


이정석 교과서에 나오기로는 벤처캐피털 수익률은 8퍼센트를 기준으로 해요. 지난 40년 동안의 사례를 토대로 할 때 말이죠. 벤처캐피털의 수익률을 평가할 때는 IRR(Internal rate of return, 내부수익률)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연복리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 100원 투자하고 2년간 8퍼센트의 IRR을 낸다면 2년 후에는 122원을 회수하게 됩니다. 122는 100원에 연간 이율인 1.08을 두 번 제곱한 수치죠.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털이 생긴 건 김대중 정부 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법규도 당시에 만들어졌고요. IMF 터지고 나서 ‘목욕탕 때수건도 벤처’랍시고 돈을 받던 시절이죠. 외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나의 투자 영역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박영욱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이 역사가 짧기는 하네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은 투자 규모도 크고 전문성도 뛰어난 것 같습니다. 막연한 동경일 수도 있지만.

서부 MBA 출신은 전부 다 벤처 종사자
이정석 많이 하죠. 미국 벤처캐피털은 대부분 서부에 있어요. 동부에는 좀 유명한 곳이라고 해봐야 글로브스팬캐피털(Globespan Capital Partners) 정도만 있고 주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많아요. 서부에서는 ‘MBA를 나왔는데 창업 안 하면 바보. 나가서 벤처캐피털이랑 관계가 없으면 바보’라는 식이에요. 전부 다 벤처캐피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제가 벤처캐피털에서 일할 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스라엘 친구들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제일 꼼꼼하고 지식도 많고 일도 많이 하고 술도 제일 안 마시고. (웃음) 유대인들은 돈 잘 번다고 하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예전부터 한국계 미국인이 하는 벤처캐피털도 꽤 있었어요. 좀 알려진 데로는 알토스벤처스와 DFJ(Draper Fisher Jurvetson) 같은 곳이 있죠.


김현진 확실히 스탠퍼드 대학교 출신이 많나요?


이정석 그렇죠. 스탠퍼드 출신이 확실히 많아요. 다들 학력이 대단해요. 저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선 쫄릴 정도로. (웃음) 최근 한국 벤처캐피털의 성장을 보면 괄목상대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캐피털이 성숙해지면서 삼성이랑 LG가 엄청 클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중소기업 비즈니스의 기본은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하청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기업과 함께 커지는 회사가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도저히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비즈니스가 딱 떴잖아요. 여기서 우리나라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은 여기 앉아계신 김현진 의장님과 박영욱 사장님 같은 분들한테 투자를 하는 방식보다는 펀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수익성이 검증되는 큰 회사에 투자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기울었어요. 안타깝죠.


티켓몬스터를 놓친 이유
박영욱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얘기를 하셨으니 하나 여쭤볼게요. 한국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석 심사역의 역량은 결국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잖아요. 현재 수익성을 계산해서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산업 트렌드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거죠. 사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이렇게 될 줄 몰랐잖아요. 페이스북도 그렇고, 그루폰도 그렇도, 티켓몬스터도 마찬가지죠. 파이낸스, 그러니까 금융에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 심사역들이 그쪽으로는 좀 약한 것 같아요. 최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을 보면 대기업 출신이나 대기업 쪽 네트워크를 갖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박영욱 심사역들이요?


이정석 네. 아까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벤처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대기업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이죠. 저도 마찬가지로 대기업에 있다가 벤처캐피털에 갔고 다시 대기업으로 왔죠. 한국에서는 이런 백그라운드의 모양새가 맞는 거 같아요. 대신 티켓몬스터 같은 데 투자할 수 있는 깜냥은 부족하죠. 그런데 외국을 보면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창업을 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벤처캐피털로 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우리랑은 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요.


박영욱 티켓몬스터는 어떠셨어요?


김현진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대다수가 회의적이었죠.


박영욱 어떤 동영상을 보니까 직원이 800명이 되더라고요. 대단하죠.


이정석 아, 대낮인데 술 들어간다. (웃음)


김현진 갑자기 술이 확 당기네요. (웃음) 모든 스타트업이 꿈꾸는 거죠.1년 만의 성공!


박영욱 한 벤처캐피털이 어떤 회사에 투자하면 다른 벤처캐피털도 결국은 다 알게 되잖아요. 심사역들 사이에서도 남들이 투자하지 않은 회사에 내가 투자했는데 그 회사가 잘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아요.


이정석 그렇죠. 티켓몬스터처럼 아주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건 거의 없어요. 같이 투자를 검토했고 나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버렸는데 이걸 주워가서 잘 요리해서 만들었단 말이죠. 그리고 2차 투자도 받고 3차 투자도 받으면서 회사가 성장을 하면 기억 속에서 없애고 싶죠. 나는 보지 못한 거니까.


김현진 티켓몬스터도 초기에는 어디서는 무시당하고 어디서는 많이 못 주겠다고 하고, 그렇게 많이 당했대요. 결국에는 잘됐지만 말이죠.


이정석 만약에 티켓몬스터가 어느 벤처캐피털에 와서 IR(Investor Relations,기업설명회)을 했다고 해요. 일단은 “너희 비즈니스가 뭐냐?”라는 질문을 받겠죠. 그래서 “이겁니다”라고 하면, “네가 타깃으로 하는 마켓 사이즈는 얼마냐?”라는 질문이 또 나올 겁니다. “그건 새로운 시작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해봤자 더 나오는 얘기는 뻔해요. “그래도 비슷한 게 있을 거 아니야. 그거랑 엮어서 대충 논리적으로 만들어봐. 시장 사이즈가 어느 정도고 거기를 얼마나 차지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봐. 그리고 필요한 자금이 얼만지 무슨 네트워크가 필요한지 그런 거 이야기해봐”라고요. 이렇게 가면 티켓몬스터 같은 곳에 투자 못하죠.


미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오면 ok?!


박영욱 IT 쪽에만 있다 보니 벤처캐피털 쪽에는 네트워크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얼리스테이지나 창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조그만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은 많이 알지 못합니다. 소프트뱅크, 본엔젤스, 스톤브릿지, 알토스, 프라이머 정도죠. 이외에 잘 안 알려졌지만 얼리스 테이지에 투자하려고 하거나 투자했거나 관심이 많은 벤처캐피털을 좀 소개해주셨으면 해요.

이정석 사실 이런 질문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이야기한 회사들 외에는 투자받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박영욱 규모가 더 커야 되는 거죠?


이정석 그렇죠. 두 가지인데 하나는 회사 규모가 커야 하고 또 하나는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인더스트리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투자했던 관점으로 보면 익숙한 것들이 적응하기가 쉽거든요.


김현진 인터넷 비즈니스 같은 경우는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게 워낙 많다 보니까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환경에서는 굉장히 안 맞는다는 거죠.


이정석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해야 하는데 그걸 검증해오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검증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김현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네요. (웃음)


이정석 그러니까 계속 싸우는 겁니다.


김현진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하기 전에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라고 하니까 아예 티켓몬스터처럼 이미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한국에 가져와서 한국에서 하면 더 잘된다는 논리로 투자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죠. 한국은 미국이랑 땅 크기부터 다른데 말이죠.

이정석 사실 그건 우리가 이미 아는 논리거든요. 그래서 콜드스톤(미국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CJ가 한국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같은 거 가지고 와서 하잖아요. 가지고 오면 되기는 되겠죠. 재벌 3세들이 유학 가서 눈으로 직접 본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안다 싶어서 가지고 오는 거고. 이런 논리로 미국에 있는 걸 가지고 오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실제로 해서 다 성공했는지를 보면, 글쎄요. 그래도 시사하는 바는 있죠.


김현진 티켓몬스터가 너무 잘되다 보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창업할 때 무조건 미국에서 잘되고 있는 걸 찾아요. 한국에는 없는 걸로요. 요즘에 제일 많이 하는 게 인스타그램 카피캣이죠. 인스타그램이 미국에서 잘되니까 그 짝퉁이 되게 많이 나와요. 일단 티켓몬스터처럼 미국에서 잘된 걸 한국에 가지고 와서 커지고 나면 나중에 아시아에 온 원조에게 “우리 걸 사서 해라”라고 하는 식이죠. 예전에 비해서 똑똑해진거죠.


명망 있는 벤처캐피털이 좋은 이유
박영욱 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을 드릴게요.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으면 돈 외에 어떤 점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되나요?


이정석 그건 심사역이나 투자받은 회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김현진 의장님이나 박영욱 사장님 같은 분들이 투자를 받을 때 봐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고요. 결국은 돈입니다. 돈 쏴줬잖아요. 이번만 쏴주고 ‘땡’ 친다면 모르지만, 회사가 성장하면 그때그때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받은 데서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한 번 더 투자를 해주거나 해줄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래서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새로 투자할 만한 사람들을 소개해줘요. 벤처캐피털 업계가 꽤 네트워크가 잘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역량이 되는 벤처캐피털,즉 명망이 있는 벤처캐피털 돈을 받는 게 좋은 겁니다. 그 벤처캐피털이 소개하면 다른 곳에서는 믿고 투자를 할 수 있거든요.


박영욱 LB인베스트먼트가 가장 잘하는 게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우리는 투자한 회사가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그다음 투자를 준비한다. 다음다음도 쏠 수 있다.”


이정석 아, 마음에 드네요. 좋아요. (웃음) 그게 정말 중요한 요소죠.


경영에 프렌들리한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좋은 벤처캐피털
이정석 그리고 또 한 가지. CEO라고 해도 경영진이 가져야 할 모든 역량을 가진 것은 아니죠. 다들 회사 운영 빡세게 하고 네트워크도 쌓고 세일즈도 하지만, 회계, 재무, 인사관리 등을 혼자 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옆에서 도와줘야 해요. 회사가 투자받았다는 말은 성장이 예정되어 있다는 거고 성장을 하면 한 사람이 모든 걸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일부 업무를 나눌 수 있는 예를 들면 CFO(최고재무책임자) 같은 사람을 소싱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대부분 투자를 하고 나면 CEO를 잘라요. 회사가 돈을 받았다는 말은 성장을 한다는 건데 그 CEO가 성장한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죠. 대부분 CTO(최고기술책임자) 역할만 합니다.


박영욱 우리나라 벤처캐피털도 많이 그런가요?


이정석 우리나라에서 CEO를 자른다는 건 말로만 들어봤어요. (웃음)
한국은 쉽지 않아요. 벤처캐피털들도 이율배반적인 거죠. CEO를 잘라야 한다고 그랬지만 CEO를 보고 투자하는 게 70~80퍼센트 있거든요. CEO를 자르고 나면 이러지 않을까요? “어, 내가 왜 이 회사에 투자했지?”라고. (웃음)


김현진 우리나라는 쉽지 않죠. 하지만 미국은 많이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이정석 맞아요. 돈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또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벤처캐피털이 대부분 기업과 연동해서 성장을 하기 때문에 투자한 기업에 얼마나 프렌들리한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고 이걸 지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인입니다.



대담자

김현진 레인디 대표

박영욱 BCNX 의장

이정석 LS사업전략팀 차장


<벤처야설- 창업편>.벤처야설팀.e비즈북스.
팟캐스트 벤처야설 3화 '벤처캐피탈 특집'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벤처야설: 창업편

저자
벤처야설팀 지음
출판사
e비즈북스 | 2013-01-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벤처의 현장, 아이템보다 돈이다!『벤처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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