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1.01.21 10:29
IT 삼국지와 한국

IT 삼국지로 인해서 최고의 혜택을 보는 기업을 하나만 꼽으라면 삼성이 될 것이다. 애플이 만드는 제품에 CPU나 플래시 메모리 같은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은 애플이 잘나가면 덩달아서 이익을 본다. 현재 애플은 삼성에게 최고의 고객이다. 2010년 상반기에만 2조 원이 넘는 부품을 삼성에서 구입했다. 2010년 1분기에는 9,000억 원어치를 구입하였는데, 2분기에는 1조 4,209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부품 구입도 그만큼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삼성은 또한 안드로이드폰 덕분에 사면초가에 빠졌던 스마트폰 분야에서 기사회생했다. 옴니아2의 경우 하드웨어보다 운영체제 문제가 컸는데 안드로이드의 수혈을 받으면서 이를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그렇게 출시된 갤럭시S는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하며 발매 4개월여 만에 70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한, 난공불락의 요새인 일본에서도 발매 첫주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였다. 스마트폰 주변부에 머물렀던 삼성은 어느덧 스마트폰의 중심에 다가가고 있다.   

윈도우폰7은 삼성에게 또다른 기회였다. HTC가 최초의 안드로이폰과 구글폰을 제조함으로써 인지도를 급격히 향상시켰듯이 삼성은 윈도우폰7의 대표폰으로 명성을 쌓았다. 윈도우폰7이 등장하기 전에 레퍼런스 폰으로 윈도우폰7이 전 세계 언론에 공개되면서 삼성은 윈도우폰7에서 다른 회사보다 먼저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게다가 엔가젯(Engadget)에서 매긴 윈도우폰 점수에서도 옴니아7이 8점을 받으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하는 반면에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에는 수익이 90%나 곤두박칠치면서 CEO가 교체될 정도였다. LG가 스마트폰 시대에 부진한 것은 한마디로 줄을 잘못 섰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LG는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 20종을 발매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윈도우 모바일에 올인했다. 하지만 LG가 내놓기로 한 윈도우 모바일 스마트폰이 대부분 출시가 취소되었고 발매된 스마트폰마저도 시장에서 별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2010년 1월 CES 2010에서 LG는 인텔에서 개발한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인 무어스타운(Moorestown)과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인 모블린(Moblin)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부터 LG의 무어스타운 기반의 스마트폰이 취소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이후 새로운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만약 LG가 윈도우 모바일이나 무어스타운 폰이 아니라 안드로이폰에 올인했다면 지금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LG는 2010년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원을 발매했지만 안드로이드의 버전이 구형이라서 외면을 받게 된다. 그 후에는 의욕적으로 또 다른 안드로이드폰인 옵티머스 Q를 내놓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이처럼 LG전자가 한 박자 늦게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은 것은 안드로이드폰보다는 다른 휴대폰에 더 신경 쓴 결과로 볼 수 있다.   

flickr - Stanković Vlada

손정의, HTC, 삼성, LG를 보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에 따라서 회사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잘 설정해야 한다. 한국은 다행히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필요한 존재이고, 현재 이들이 주도하는 PC와 스마트폰 경쟁에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메모리,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서 한국산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예로 들면 아이폰 4에서 한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두뇌 역할을 하는 A4 칩은 삼성이 제조하고,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극찬했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가 만들고 있다. 배터리와 메모리는 삼성이 공급을 하고, 카메라는 LG 이노텍이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IT 삼국지는 분명 한국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얼마든지 토사구팽을 당할 수 있는 위치라는 데 있다.   

애플의 주요 부품이 지금은 한국에서 납품되고 있지만 언제든지 거래선이 바뀔 수 있다. 아이팟의 경우 하드디스크는 도시바, 배터리는 소니에서 공급받았지만, 아이폰 부품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한국 기업이 애플에 계속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복병으로 차이완 기업들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경쟁 기업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을 가진 인텔 같은 기업을 제외하고는 가격경쟁력에 따라 그 기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만의 기술과 중국의 값싼 노동력 그리고 중국 내수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갈수록 막강해지는 자본력까지 고려하면 차이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애플은 현재 삼성으로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애플이 삼성을 의식하는 여러 행보들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삼성이 부품 분야에서 얻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완성품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될수록 애플은 점차 삼성 의존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존재 역시 한국보다는 대만과 중국에게 유리하다. 휴대폰을 예로 들면 한국은 세계 2위의 삼성과 3위의 LG를 보유한 강국이었다. 휴대폰에 관련된 기술은 차이완보다는 한국이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 때문에 한국과 차이완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규격까지 관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강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윈도우폰7을 아예 탑재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제 정책은 대만 기업에게는 유리하지만, 한국 기업에는 불리하다.   

한국은 휴대폰 강국으로 여러 관련 기술들을 이미 확보하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 규격에 관여하기 때문에 한국 기술은 버려지는 대신 대만은 스마트폰 업계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 갤럭시S는 CPU로 허밍버드를 채택하였다(컴퓨터의 CPU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CPU 역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허밍버드는 애플의 아이폰4에 들어가는 A4칩과 거의 유사한 CPU로 A4와 허밍버드 모두 삼성이 생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삼성의 강점은 직접 부품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CPU, 메모리, 배터리,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삼성이 직접 생산하는 덕분에 휴대폰 업계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윈도우폰7은 CPU로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Snapdragon)을 채택했다. 윈도우폰7을 만드는 회사들이 동일한 CPU를 쓰게 되면 차이완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과거보다 손쉽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규격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PC 분야에서 기술을 평준화시켰다. 만약 스마트폰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규격을 공개하게 된다면 자체적인 기술력을 가진 한국은 제품에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워지는 반면, 대만은 무임승차하듯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하는 기술규격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제조사 간에 기술 평준화가 일어나면 결국에는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폰 업계는 현재 PC 업계처럼 차이완 기업들이 전성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애플의 성공을 본 델, HP, 에이서, 아수스 같은 PC 업체들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PC 전쟁의 승리자들은 보통 기업들이 아니다. 그야말로 가격경쟁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PC 제조업체들은 크게 노력할 일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PC 제조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몇몇 소수의 대표 업체들이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는 NVIDIA와 ATI가, CPU와 메인보드는 인텔과 AMD가,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품 생산에 적극 협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PC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은 가장 효율적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   

PC 업체 중 앞으로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대만 업체다. 대만 업체들은 축적해온 기술과 신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구글의 넥서스원은 HTC에서 제조되었고, 애플의 아이폰은 폭스콘이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대만 업체 역시 대량 생산을 위한 설계와 관리를 맡을 뿐 실질적 생산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즉, 본사는 대만에 있지만 공장은 중국에 있는 것이다. 신뢰가 가는 대만 업체에 용역을 주면, 대만이 중국에서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황금 라인 체계가 이미 완성되어 있다. 델 컴퓨터도 대만에서 OEM으로 제품을 사오지만 실질적인 생산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 기술과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맡고 제조와 생산은 차이완이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완에 제조와 생산을 모두 맡기는 PC 업체들이 휴대폰 업계까지 진출하는 상황은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반갑지 않은 일이다.

기존 휴대폰 강자들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스마트폰을 휴대폰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손안의 컴퓨터로 스마트폰에 접근했다. 현재 PC 분야에서의 게임의 법칙이 스마트폰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차이완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한편 최대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할 것이다. 이미 그런 식으로 PC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이 차이완 업체와 가격경쟁을 벌인다면 PC 시장에서 그러했듯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계속 부진하다면, 수십 년간 특수한 밀월 관계를 형성해온 PC 업체와 연합군을 구성해서 기존의 휴대폰 업계와 경쟁을 펼치도록 판을 새로 짤 수도 있다고 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역시 차이완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예전에는 감히 스마트폰을 만들 생각도 못한 업체들이 저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지금은 구글이 하드웨어 업체에게 통제력을 발휘하지 않지만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운영체제를 받아들인다는 건 기술 표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되면 휴대폰에서 핵심적인 CPU나 그래픽 칩 역시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PC 시장처럼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는 많은 수익을 거두는 반면에 제조업체들은 단순 조립 업체로 전락하면서 가격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자사의 운영체제가 최대한 많이 보급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하드웨어 업체 간에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내려가기를 바란다. 지금은 한국이 가격과 성능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게 필요한 존재지만 언제 토사구팽을 당할지 모른다. 일본 전자 기업의 몰락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급 기술에 따라가지 못하다가 한국 기업에 일격을 당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역시 차이완에 의해서 현재의 일본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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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정남 (e비즈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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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12.31 09:44
스티브 잡스의 재림

1985년 9월 16일,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지 9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된다. 그는 애플2 컴퓨터의 성공으로 억만장자가 된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의욕적으로 만든 매킨토시의 판매가 당초 목표였던 200만 대에 턱없이 부족한 25만 대에 그치자 스티브 잡스의 입지가 급속히 축소되었다. 그런 와중에 당시 CEO였던 존 스컬리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펩시콜라 사장으로 일하던 존 스컬리를 직접 만나서 평생 설탕물이나 팔 거냐면서 애플로 데려온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처음에만 해도 둘은 찰떡 궁합이었다. 존 스컬리 역시 스티브 잡스의 스승을 자처하면서 나중에 CEO 자리를 물려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서 치열한 정치 싸움이 벌어졌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개발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운영으로 사내에 많은 적들을 만들었다. 그런 데다 매킨토시의 실패로 스티브 잡스는 더 이상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애플의 회장직을 내놓은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NeXT)라는 컴퓨터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넥스트마저도 실적이 별로 좋지 못했고,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 시작했다.   

한편 애플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다. 비록 스티브 잡스는 떠났지만 그의 선견지명으로 인해 황금기를 누리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획기적인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매킨토시에 레이저 프린터를 결합한 사무용 솔루션을 기획했다. 당시만 해도 모니터상의 글과 그래픽을 종이로 인쇄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어도비(Adobe)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포스트 스크립트 기술을 사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250만 달러를 어도비에 투자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라이선스받기로 했다. 또한 일본을 직접 방문해서 매킨토시에 맞는 최적의 프린터를 찾아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티브 잡스가 있을 때는 이러한 노력이 전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나간 이후 얼마지 지나지 않아 매킨토시의 기능을 극대화한 페이지메이커(PageMaker)나 포토샵(Photoshop) 같은 킬러 소프트웨어가 등장했다. 페이지메이커와 포토샵의 등장 이후 매킨토시가 출판업계와 그래픽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서 애플 역시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애플은 곧 바닥을 드러냈다. 매킨토시가 큰 인기를 끌긴 했지만 스티브 잡스 퇴출 이후 개발력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새로운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었다.   

flickr - Photo Giddy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반면 매킨토시는 정체 상태에 빠져 버렸다.애플은 윈도우95의 등장으로 매킨토시만의 장점도 빼앗기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MS 오피스마저 출시되지 않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스티브 잡스를 몰아냈던 존 스컬리가 실적 부진으로 애플에서 쫓겨나고, 그의 후임이었던 마이클 스핀들러(Michael Spindler) 또한 윈도우95라는 유탄을 맞고서는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었다.   

그 후 애플은 내셔널 세미컨덕터(National Semiconductor)의 CEO인 길 아멜리오(Gil Amelio)를 영입했다. 그는 카메라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인 CCD를 발명한 엔지니어이자 무너져가는 내셔널 세미컨덕터를 부활시켜 능력을 인정받은 경영자였다.

평소 애플의 팬이었던 길 아멜리오는 의욕적이었다. 그는 회사의 여러 문제점들을 금방 파악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몇 년째 아무런 성과가 없는 운영체제 개발이었다. 매킨토시가 빛나는 것은 뛰어난 운영체제 덕분이었는데 운영체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니 회사의 명성과 경쟁력도 하루하루 떨어져갔다. 그렇지만 애플 내부에서는 운영체제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었다.   

결국 길 아멜리오는 고육지책으로 외부에서 운영체제를 구입해오기로 했다. 회사의 자존심을 버리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사내의 개발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마침 빌 게이츠가 애플의 이런 사정을 알고는 직접 길 아멜리오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사의 운영체제인 윈도우NT를 매킨토시에 맞게 수정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길 아멜리오는 빌 게이츠가 매킨토시의 인터페이스에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빌 게이츠가 윈도우NT를 제공해주는 대신 매킨토시의 핵심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길 아멜리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솔라리스(Solaris)도 알아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이런 와중에 애플 출신의 장루이 가세(Jean-Louis Gassee)가 만든 BeOS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장루이 가세는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를 회사에서 쫓아낼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인물이다. 그의 제보 덕분에 중국으로 출장가려던 존 스컬리가 회사로 돌아와서 스티브 잡스의 쿠데타를 막을 수 있었다. 장루이 가세는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그만둔 후에 매킨토시 사업부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영업맨 출신으로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몇 가지 실책을 거듭하다가 결국 존 스컬리와 함께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회사를 그만둔 장루이 가세는 새로운 형태의 운영체제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컴퓨터를 개발하는 비Be라는 회사를 차렸는데, 비 사의 직원 대부분이 애플에서 일했던 개발자들이었던 만큼 운영체제도 자연스럽게 매킨토시와 궁합이 맞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길 아멜리오는 장루이 가세가 만들고 있던 BeOS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때만 해도 BeOS는 애플의 매킨토시에 사용될 가장 유력한 운영체제였다.   

하지만 애플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한 넥스트 직원들의 활약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넥스트 직원들은 스티브 잡스 몰래 당시 넥스트가 만들고 있던 운영체제를 애플에 보여주었는데, 애플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나중에야 이 소식을 알게 된 스티브 잡스는 자신에게 중대한 기회가 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면에 나서서 직접 애플과 협상을 시도했다. 협상력 하면 스티브 잡스 역시 뛰어난 감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애플과 장루이 가세 사이에 끼어든 스티브 잡스는 화려한 언변을 뽐내며 CEO인 길 아멜리오의 마음을 빼앗았다. 결국 길 아멜리오는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를 4억 달러가 넘는 거액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스티브 잡스는 11년 만에 애플의 고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애플의 사정은 그야말로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길 아멜리오가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매킨토시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0%에서 3%로 추락했고, 회사는 실리콘 밸리 역사상 최악의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주식 역시 기업 10년 역사상 최저가로 떨어졌고, 결국 길 아멜리오는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애플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이사회는 자신들의 구세주로 스티브 잡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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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정남 (e비즈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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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12.29 10:04
아이팟과 아이튠즈 성공의 비결은?

애플이 아이팟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인터페이스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원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되게 하기 위해서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불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사용자가 복잡함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하게 배려했다. 아이팟에 들어간 버튼은 개발자 스스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지 수없이 반문한 끝에 넣은 것이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버튼의 수를 줄여나갔다. 그래서 아이팟에는 특이하게도 전원 버튼이 없다. 스티브 잡스는 메뉴 버튼도 빼고 싶어 했지만, 개발자들의 설득으로 겨우 넣은 것이다. 또한 스티브 잡스는 개발자들이 만들어 온 시제품으로 원하는 곡을 세 번 이내의 버튼 조작으로 찾지 못하면 불같이 화를 냈다. 첫째도 편리성, 둘째도 편리성이었다.

아이팟의 또 다른 자랑은 역시 아이튠즈와의 통합이다. 그것이야말로 아이팟이 다른 MP3 플레이어와 완전히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튠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아이팟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에 통일감을 주었다. 그리고 아이팟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바로 아이튠즈로 음악을 옮길 수 있고, 각종 음악 파일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케줄 자체는 빡빡했지만 아이팟 개발은 순풍에 돛 단 듯 술술 풀려 나갔다. 비록 아이팟의 개발자는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전체 애플 직원으로부터 도움을 얻었기 때문에 수천 명이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분위기 덕분에 신선한 아이디어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제품의 최종 완성을 앞두고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아이팟의 이용자들이 장시간 이동하는 동안에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8시간 정도의 배터리 시간을 제공하려고 했는데  3~4시간 정도만 음악을 재생하면 배터리가 모두 닳아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32MB의 메모리를 추가하고 나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가 여러 난관에 부딪히자 자신감을 잃은 포털플레이어의 개발자 벤 나우스는 제품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조너선 아이브가 이끄는 애플의 디자인 팀도 아이팟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밖에 들고 다니는 제품인 만큼 컴퓨터보다도 디자인이 중요했다. 더구나 자신들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애플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해 더블 샷이라는 과감한 공법을 도입했다. 더블 샷은 하나의 제품에 여러 색을 동시에 합치는 기술을 일컫는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팟 크기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데 있었다. 결국 애플은 크기가 작은 제품에 더블 샷을 사용할 줄 아는 업체와 접촉해서 아이팟에도 더블 샷을 적용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이질감이없는 아름다운 색상의 아이팟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아이팟이 탄생했다. 막판에 비록 개발자들을 당혹시키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스티브 잡스가 정한 스케줄은 지킬 수 있었다.   

flickr - fabbriciuse

2001년 10월 23일, 아이팟은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 프리젠테이션의 대가답게 아이팟이 얼마나 대단한 제품인지를 소개하였다.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정말 멋졌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MP3 플레이어가 있었고, 339달러라는 가격이 너무나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팟iPOD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멍청이가 값을 매긴 제품Idiots Price Our Device’, ‘나는 디스크가 더 좋아I Prefer Owning Discs’, ‘나는 다른 기기가 좋아I Prefer Other Devices’처럼 비아냥 섞인 글들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실제로 아이팟의 2001년 판매량은 고작 12만 5천대에 불과했다.   

그렇게 고전하던 아이팟이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우연이 한몫했다. 애플 디자인 팀은 아이팟의 본체 색깔과 맞추어서 이어폰을 하얀색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검정색 이어폰 일색이었기 때문에 하얀색 이어폰이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얀색 이어폰은 다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구별되었고, 그만큼 더 특별해 보였다. 길거리에 하얀색 이어폰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아이팟도 홍보가 되었다. 어느덧 하얀색 이어폰은 아이팟의 상징이 되었다. 아이팟이 주머니에 있어도 하얀색 이어폰만으로도 그 사람이 아이팟 사용자임을 알 수 있었다. 하얀색 이어폰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같은 애플 제품을 쓴다는 유대감을 느낄 정도였다. 하얀색 이어폰의 위력을 알게 된 애플은 사람을 검은색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흰색 이어폰을 강조한 광고를 만들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컬트 브랜드 아이팟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이팟이 진정한 대중화의 길을 걷는 것은 아이팟이 윈도우를 지원하면서부터다. 이전만 해도 아이팟은 맥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아이팟으로 음악을 옮기기 위해서는 매킨토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모든 제품을 매킨토시 중심으로 생각했다. 애플의 모든 기기를 매킨토시에서만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팟을 계기로 애플은 스스로 벽을 깨고 달라졌다. 애플은 2003년 4월 윈도우를 사용하는 PC에서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팟 3세대를 공개했는데,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3세대가 나오기 직전 2003년 1분기 판매량은 7만 8천 대였던 데 비해서 아이팟 3세대가 출시된 분기 이후에는 30만 대가 넘게 판매되었다. 2003년 4분기에는 4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어느덧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지금까지 2억 7천 대가 판매될 정도로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아이팟이 음악 산업을 재발명했다는 극찬을 들으며 음악을 듣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덕분이었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야말로 아이팟 성공의 일등 공신이며 왜 애플이 강력한 집단인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여타의 MP3 플레이어 업체는 기기를 파는데 급급했지만 애플은 새롭게 음악을 듣는 경험을 팔고자 했다. 그래서 애플은 아이팟을 만드는 데만 공들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음악을 구입하고 들을 수 있도록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서비스를 준비했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서비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5대 메이저 음반사는 IT 업계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IT 업체와 협력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따라서 5대 메이저 음반사를 한 곳에 모아서 음악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5대 메이저 음반사들을 끈질기게 설득하였고, 세계 최초로 5대 메이저 음반사가 참여하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시작하였다. 20만 곡의 음악을 한곳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자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서비스에 열광하였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일주일 만에 백만 곡을 판매했고 15개월 뒤에는 1억 곡을 판매했다.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서 7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7년 만에 100억 곡의 음원을 판매하면서 음악 산업의 혁명을 이끌어냈다.

IT삼국지애플구글MS의천하삼분지계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전략 > IT경영
지은이 김정남 (e비즈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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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12.09 11:13


올해 e비즈니스 업계는 스마트폰이 불러온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트가 화두가 된 한해 였습니다.

이 대세에 동참해서 인터넷 홍보 마케팅 강좌에서도 트위터를 필두로 한 소셜네트워크에 관한 주제가 봇물을 이루었습니다.

그것이 검증되었건, 아니었건 말이죠.


이번에 출간된 <IT삼국지- 애플,구글,MS의 천하삼분지계>는 향후 벌어질 플랫폼 전쟁에서 유력한 후보가 될 글로벌 3기업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네이버의 정책에 따라 인터넷 홍보, 광고 마케팅의 전략과 전술이 바뀌는 것처럼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은 그 분야를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기업이 싸우는 플랫폼은 앞으로 우리 생활에 깊숙히 파고들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들은 이 전쟁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전쟁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소개|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세계 통신업계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리고 대항마로 나선 것은 기존 휴대폰 업계가 아닌 인터넷 검색의 지배자 구글과 소프트웨어 강자 MS이다. 이 IT 3사가 왜 사활을 걸고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이것은 휴대폰이 아니라 향후 미래를 좌우할 IT 생태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전쟁터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 세 기업은 휴대폰뿐 아니라 PC, 운영체제, 응용 소프트웨어,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마켓, 게임, TV,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승자가 IT 기업의 슈퍼파워로 등극하여 향후 비즈니스 질서를 주도할 것이다.
 
《IT 삼국지》는 이들 3사의 격돌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생생히 그려낸다. 30년에 가까운 IT 기업 전쟁사 속에는 자신보다 몇 배나 큰 거인들을 쓰러뜨리는 MS의 저력, 구글의 기적 같은 성공신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애플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IT 전문가인 저자는 이들 세 기업의 스토리를 감동과 재미로 풀어내는 동시에, 이들 세 기업을 활용해서 일본 IT 산업의 거인이 된 손정의를 통해 오늘날 대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갈 기업의 생존전략을 제시한다.

|저자 소개|
김정남
국내외 IT 기업과 CEO들을 명쾌하게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IT 전문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여러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블로그 ‘유쾌한 멀티라이터’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Daum에서 시행한 ‘2008년 IT/과학 분야 블로거 기자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블로그산업협회에서 선정한 ‘2009년 파워블로거 Top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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