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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8 게임은 문화다 (대한민국 IT사 100을 편집하며) (2)
posted by e비즈북스 2009.11.08 20:02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대체제가 쏟아져 나옴에도 책이 살아남은 연유는 우리가 가진 책에 대한 낭만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화면을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알아서 서사가 흘러가는 것과는 다르게 책은, 행간과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게임은 영화와 텍스트, 더하여 음악의 장점을 합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게임 유저들이 게임이라는 창작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서사를 즐겼고, 나아가 서사를 직접 만들어 나갑니다. 이제 게임은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의 중심이자 다른 문화 분야를 보완해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IT사 100》을 편집하며 과거를 뒤돌아보니,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19. 래리에서 국산 게임의 출현까지 中

<핫윈드>라는 성인물이 심의를 통과한 것과는 반대로 액션 게임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1994년 10월 5일에 <둠2>가 전 세계에서 일제히 발매되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 한국공연윤리위원회가 수입 금지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당시 PC통신이 들썩거렸다. 당시 공윤이 수입 금지를 요청한 이유는 지존파 사건으로 한창 폭력성에 대해 사회가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92. 온라인 게임 PK에서 현실 PK로 中

2001년 3월 6일, 14살 중학생이 동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략)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언론은 게임 중독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게임 유저들은 게임 속 잔인한 장면을 많이 접했다고 해서 극단적인 행동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극단적인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는 무수하게 많은 요소에 압박받기 마련이다. 다만 인터넷 사이트나 게임 속의 특정 장면이 실천 과정에서 방법론을 제시하는 소재가 될 뿐이다.
도끼로 동생을 살해한 사건의 경우에도 언론은 범인이 즐겨 하던 게임에 중독되어서라고 보도했지만 사실 범인이 즐겨 했던 세임은 폭력 수위가 매우 낮은 게임이었다.
(중략)정신의학자는 거의 100%가 오프라인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킴벌리 영 교수의 《Caught in the Net》에 의하면 사이버 중독자들은 컴퓨터를 접하기 전부터 이미 정신적 질환과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중독자의 54%는 우울증 병력이 있고 52%는 알코올 중독, 약물 의존증, 강박적 도박 등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이전의 중독증과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자들은 인터넷이나 게임을 막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몰두하게 만드는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치유하는 것이 근복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원인도 해결도 모두 오프라인에 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 사건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ID=0103063107&srchCol=pdf&srchUrl=pdf1


기사에 나온 것처럼 소년이 즐겨 했던 게임은 <이스 이터널>과 <영웅전설>이었으며, <이스 이터널>은 이런 게임이었습니다.


돈 내놔!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몸통박치기)

머리를 붉게 염색한 청소년이 흉기를 들고 가출하여 벌인 탈선 현장을 여과 없이 노출한 문제작입니다. 게다가 저 밑에 헐벗은 차림을 한 여성들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여성의 성적 상품화, 비주체화를 조장하는 아주 간특한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이스 이터널>을 통해서 여관 이용법과 혼숙을 알게 되었어요"
HP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마력 주입울린 희대의 제비 클라우드 씨(전직 솔저. 폭주족)

십 년 전쯤인가부터, 쌈장이라는 닉네임의 프로게이머가 광고에 나오기 시작하고 리니지의 성공과 영향력이 시사프로에 한 번 두 번 소개될 무렵부터 기성세대가 게임과 게임 유저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서태지가 십대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정치인들도 하나둘 그의 이름을 언급하자 가수를 '딴따라'가 아닌 아티스트로 부르던 일련의 과정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닌텐도를 언급하고 임요환이 88만 원 세대에게 하나의 대안이라도 되듯이 광고하는 것에서 저는 여전히 게임은 문화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게임을 밥벌이의 수단이자 세계 만방에 한국의 과학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술로만 보니까요.

"아이고, 말썽만 피우던 놈이 돈 벌어오는 걸 보니 사람 구실은 좀 하는구나."

엔씨소프트의 창업주인 김택진 님(물론 저희 책에도 나오십니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영화가 성공하면 문화부에서 취재합니다. 그러나 게임은 다들 얼마 벌었느냐만 물어보네요. 게임도 문화 콘텐츠인데, 왜 게임을 그런 시각으로만 바라보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IT사 100》를 편집하면서, 우리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덧 : 물론 '동네 음악하는 형'과 '동네 게임하는 형'의 뉘앙스가 다름을, 그리고 그 이미지가 형성된 까닭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덧 2 : 에어리스를 살려내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