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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0 초짜 쇼핑몰 사장, 남대문 시장에 가다
posted by e비즈북스 2010.10.20 10:11


낭만주부의 액세서리 쇼핑몰 운영기 (8)


“언니, 밖에 많이 춥지? 유자차 시켜 줄까?”
“됐어, 나 빨리 가야 돼.”
“잠깐 잠깐. 금방 오니까 마시고 가.” (매점에 전화를 걸고 있다).

그렇게 거래처에서 차 한 잔 얻어 마시면서 새로 나온 물건들이 있나 찬찬히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쪽 모퉁이에서 아줌마들 두서너 분들이 팔짱 끼고 몰려와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한다. 보는 내가 다 식은땀이 난다. ‘아이고, 욕 좀 들어 먹겠군.’ 아니나 다를까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점원이 소리친다.


 
flickr - michael kay


“아줌마! 그렇게 막 만지지 마요. 우리 소매 안 해!”
“어머, 우리 장사하는데. 이거 얼마예요??”
“몇 개나 필요한데요?”
“이거 3개랑 이거 2개하고….”
“우린 그렇게 안 팔아. 저쪽에 가면 한 개 두 개 파는 데 많으니까 그리 가 봐요.”


시장에 나오면 그렇게 욕을 먹고 민망하게 가버리는 손님이나 가벼운 말싸움이 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이 정도는 보통 있는 일이고, 고객이 들고 있는 물건을 빼앗아 다시 진열하는 도매상도 있다. 장사가 잘 안 되는 집이거나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든지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매상들은 초보 소매상인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특히나 어깨 너머로 구경하기도 힘들 정도로 손님이 넘쳐나는 도매 집에서는 사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이것저것 만지고 구경했다간 욕먹기 십상이다.

나 역시 초창기 사입 때는 행여 쌀쌀맞은 도매점원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멀찍이서 지나가듯 구경만 했던 때가 있었다. 직업학교가 있던 신설동에서 멀지 않아서 수업이 끝나고 남대문이나 종로 귀금속 상가에 들렀다가 한 바퀴 휙 돌아보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5일은 시장에 나왔던 것 같다. 주문 들어온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이기도 했지만 돈이 넉넉지 않을 때여서 귀고리 몇 개 사고는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이것저것 구경하고 가격 물어보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손님들이 두 겹 세 겹으로 에워 싼 도매 집을 하나 발견했다. ‘가게가 여기뿐인가 이 동네 널린 게 액세서리 도매집인데….’ 그러나 예쁘고 고급스러운 제품들이 눈에 들어와 그 집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기를 며칠째 하던 끝에 무작정 그 매장 앞으로 갔다. 서비스 판(물건 골라 담으라고 직원이 내어주는 쟁반이나 바구니 같은 것)을 내 손으로 끌어다 매대 위에 척 올려놓고는 그간 눈 여겨 보았던 물건들을 군말 없이 담아 올렸다. 물건에 흠이 없나 꼼꼼히 살피지도, 가격이 얼마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점원에게 말했다.

“언니, 이거 계산해 줘.”

점원은 내가 올려놓은 10개가 한 묶음으로 묶여 있는 귀고리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거 몇 개 빼 줄까요?”
“빼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그거 다 줘.”

어차피 도매가격이야 제품 종류별로 폴리백에 담아서 단가를 적어주기 때문에 도매가를 몰라서 가격 책정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단가를 알고 사입하느냐, 사입하고 나서 나중에 아느냐 차이일 뿐이다. 그렇게 몇 번을 사입하고서야 그 가게의 정식고객(?)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flickr - michael kay
 

우리는 주2회 정도, 월 8~10회 정도 시장에 나온다. 재고량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오거나, 급한 A/S 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규적으로 나오는 사입은 주 1회 정도이다. 시장에 도착하면 동생과 나는 각자 갈라져서 거래처들 빠르게 들러 사입 후 중간에서 만나서 다른 건물로 옮겨가는 식으로 시간을 줄인다. 둘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남대문 시장 상인들도 우리가 자매인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어? 오늘은 동생이랑 같이 안나왔나봐?”
“동생? 아, 랭땅에 들렀다가 이쪽으로 올 거예요.”

주 거래처 외의 거래처들이나 특별히 직접 확인해야 할 물건들이 많은 경우에는 동생과 함께 시장에 나온다. 우리는 구색집(원 도매가 아닌 중간 도매상, 나까마)에서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각 품목당 전문 원 도매 거래처가 30여 군데 정도 된다. 거래처가 너무 많으면 한 번 나올 때마다 시간도 많이 들고 사입금액이 분산되어 한 곳당 많은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거래처에서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물건 값을 흥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굵직한 곳들 위주로 많이 추렸는데도 그렇다.

빠진 물건이 하나라도 들어오면 그것 때문에 시장에 나가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사입삼촌(쇼핑몰을 대신해서 거래처에 들러 주문 제품을 구입(수거)해 가져다주며 사입을 대행하는 분) 쓰면 되지 시간낭비하며 직접 물건 하러 나오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대문이라면 몰라도 아직까지 남대문(액세서리)은 사입삼촌을 쓰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아서인지 수소문을 해 본 적도 있으나, 결국 구하지 못하고 대부분 내가 직접 나간다. 어차피 구해져도 내가 나가야 하는 일이 더 많을 것이기에 아쉬움은 없다.

액세서리는 특성상 같은 물건이어도 모양새가 좀 이상하거나 불량이라 하기에는 좀 애매한 부분들도 있고, 크리스털이나 진주처럼 (운반 시 잔 흠집이 생길 수 있는 품목) 거래처에서 아예 반품이 불가한 품목도 있어서 처음에 도매상에서 가져올 때 확실히 확인하고 가져와야 한다. 때로는 상태가 여기저기 조금씩 거슬려 몇 십 개의 제품 중에서 달랑 6~7개만 골라올 때도 많다. 고객들이 아무리 구해 달라고 졸라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도매상에서 버젓이 팔고 있건만) 눈물을 머금고 품절처리를 하곤 한다.

로드샵(오프라인)이라면 약간의 흠집 정도는 정상가격에서 약간 할인해 주며 유연성 있게 판매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없는 흠집도 만들어 무료 반품하는 고객도 있으니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고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물건을 꼼꼼히 고르고 있다 보면, 옆에서 바쁘게 물건들을 한 움큼씩 잡아 서비스 판에 내려놓고는 확인도 안 하고 돈만 휙 내고 쿨~하게 가버리는 이들이 있다(십중팔구 오프라인 숍을 운영하는 사람들인데 부럽다). 그럴 때면 간 작게 고르고 있는 내 자신이 되게 머쓱해진다. 어떤 도매사장님은 그런 내 기분을 눈치 챘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꺼내시기도 한다.

“아, 저 사장님? 부산에서 로드샵 운영하는 분인데, 한 달에 한 번씩 와(내 눈치를 한 번 살피시고는). 아유! 나야 가끔씩 오는 손님보다 꾸준히 팔아주는 자기네가 더 좋지.”

단골이 된 주 거래처에서는 보통 급하지 않은 건이나 부피가 큰 제품은 메일이나 팩스로 주문서를 보내주면, 일반택배로 다음 날 받을 수 있게 물건을 우선 보내준다(까다로운 검품이 필요 없는 제품들이나 사은품용, 케이스 등) 보통은 선수금을 반 정도 지불하거나 완불을 해야 보내주지만, 오랜 시간 신용이 쌓이니 주문하면 바로 물건 보내주시고 나중에 편하게 입금하라고 할 정도로 인심 좋은 거래처들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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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 창업 > 인터넷창업
지은이 강미란 (e비즈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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