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1.09.15 09:31
생명
농업을 생명(生命)의 관점으로 차근차근 살펴보면, 뭇 생명들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의 몸짓들을 본 느낌 그대로를 이야기해 보자. 훌륭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 우리의 농업적 삶은 한층 풍요로워지고 매번 감동적인 한편의 드라마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다. 생명은 글짓기의 핵심 키워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고객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생명은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고, 동물과 식물들로 하여금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이다.

농업은 생명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짓는 농사는 생명으로 시작해서 생명으로 끝난다. 생명은 영원하다.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DNA를 넘겨주는 일을 인간이 생겨나기 전부터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인간은 잠시 그 생명들이 벌이는 유전자 릴레이 파티에 참여하여 극히 일부분을 빌려 쓰는 또 하나의 생명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가까이서 멀리서, 안으로 바깥으로 혹은 시간을 따라가며 농장 안팎에서 살아 있는 것들이 벌이는 생명의 향연(饗宴)을 만끽해보길 바란다. 돈 주고도 못사는 농사의 또 다른 즐거움이 오게 될 것이다. 농사(農事)는 뭇 생명들의 ‘생명활동’과  ‘그 활동을 방해하는 세력’들과의 싸움이자 갈등으로 이루어진다. 바로 그 점이 우리가 만드는 농촌이야기의 핵심갈등으로 작용하여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더불어 글짓기를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준다.

벼나락 한 알에서, 콩꼬투리에서, 민들레 홀씨에서 생명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볼 수 있다. 생명짓은 어느 한 순간 무심코 스쳐보는 것으로는 알아보기 어렵다. 애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듬고 헤아려야 보인다. 그러니 농장의 주인인 우리만큼 농장 안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생명을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례]
꽃가루를 잔뜩 묻힌 꿀벌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박사는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겨우  4년을 버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벌은 농업현장의 귀중한 생명의 일원이다. 벌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야기로 풀어내면 우리가 생산한 작물 이야기는 한없이 풍성해진다. 생명은 꿀벌을 만들어 또 다른 생명들과 관계를 맺으며 온갖 진기명기를 다 선보이며 대자연 안에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한다.

flicker = M Francis McCarthy




우리의 농장 주변에서는 24절기 내내 뭇 생명들의 멋진 뽐내기 파티가 벌어진다. 물론 우리도 또한 뭇 생명 중의 하나로 참여한다.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아름답다. 농부가 봐도 그렇고 고객이 보아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라!

이야기농업시골에서이야기로먹고사는법
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지은이 안병권 (e비즈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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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9.05 11:08

에덴양봉원, 최고의 마케팅은 신뢰를 얻는 것

신뢰:양봉생산과정의 공개
“벌꿀은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라는 이상한 속설로 인해 가슴앓이 하는 양봉 농가들이 많다. 하지만 윤상복 사장은 이 지점을 뒤집어서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믿게 만들면 된다.’ 윤 사장은 생산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있어 가능했다.

에덴양봉원은 남쪽으로는 경남 창원에서 시작해서 여주, 횡성을 거쳐 강원 철원까지 이동양봉을 한다. 한겨울에 창원으로 벌통을 싣고 이동하여 벌들의 세력을 키우고 양봉텐트에서 추위를 견디며 숙식한다. 한겨울에는 텐트 속에서 길어온 물이 얼어버려 그 얼음을 깨고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에덴양봉원의 홈페이지(http://www.honeyfarm.net/)

이런 고생 끝에 만든 벌꿀은 돈을 받고 파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이를 윤 사장은  “꿀 한 병을 팔 때 윤상복도 함께 파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이동양봉을 하면서 겪은 사연들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읽은 방문자들은 꿀의 생산과정을 생생하게 보면서 에덴양봉원의 제품을 신뢰하게 되었다.

생산과정을 설득력 있게 공개하는 작업은 이야기농업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유형의 상품이든 체험이나 관광처럼 무형의 상품이든 처음 기획하고 재배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거쳐 완성된 상품으로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쇼핑몰의 신뢰성과 상품의 타당성을 획득하는 기반이 된다. 이 과정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야기로 공개하는 콘텐츠는 고객들이 농촌쇼핑몰에서 가장 감동받는 아이템 중 하나다.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서 각 단계마다 생산자가 느끼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금상첨화다. 고객들은 사물을 바라보는 생산자의 관점을 좋아한다. 내가 구매한 상품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재배되고 생산되는 것을 이해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회원들의 구매 충성도를 구분 짓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일기장:허니팜 다이어리
에덴양봉원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허니팜 다이어리’다.  ‘윤상복 다이어리’와  ‘한애정 다이어리’ 두 개가 있는데, 벌꿀지기 윤상복과 여왕벌 한애정이 주인공인 일기 형식의 게시판으로, 고객들과의 교신 1순위 광장이다.

윤 사장은 홈페이지 오픈 초기부터 쓰기 시작했고, 부인은 2003년부터 써오고 있다. 고객들은 젊은이가 농촌에 사는 것을 좋아하고 반겼다. 특히 할머니와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양봉하는 젊은이를 좋아했다. 또 부부가 역할분담을 하며 농원을 꾸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데 충분했다.

*허니팜 다이어리의 한애정 다이어리, 일기형식의 게시판

보통의 농촌쇼핑몰들은 상품을 가장 먼저 보이게 하고 판매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에덴양봉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팔고 있는 것이다. 남편인 윤 사장이 보는 시선과 안사람인 한애정 씨가 보는 시선이 역할별로 다르고 고객을 대하는 품새도 달라 부부가 함께 만드는 일기장 속 살아가는 이야기는 타 쇼핑몰들과 차별화되는 요소인 것이다.

고객들은 이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들 부부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에 매료되고, 그만큼 상품에 대한 신뢰는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과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일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대외적으로  ‘가족’으로 표현되고, 거기에 걸맞은 콘텐츠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이 농협중앙회 사보에 '벌꿀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기도 하고, 방송이나 언론에도 가족(family)의 콘셉트로 포커스가 맞추어지곤 했다. 

‘벌꿀가족’ 역시 에덴양봉원의 상품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매일  300~4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읽는다. 누적으로는 3,000명 이상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개인농장의 홈페이지에 수백 명씩 들어와 흔적을 남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 목 좋은 도심지 한복판이라도 작은 매장에 손님이 400명 정도 들어오면 열 시간 근무한다고 쳐도 시간당 40명 이상이 쉬지 않고 들어와야 나오는 수치다.

신뢰가 만들어낸 수입원 다양화
에덴양봉원의 수입원 다양화는 자체의 필요보다는 고객들의 요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 시작은 고객감동을 기본으로 상업화되지 않은 마음으로 고객들을 대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예를 들면 꿀을 배송할 때 윤 사장네가 직접 생산한 콩, 고추 등을 덤으로 보낸다든지, 양봉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어머님이 강원도 감자떡을 쪄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일련의 이런 마음씀씀이에 고객들은 게시판에 구구절절 감사의 이야기를 올린다. 에덴양봉원을 믿는 고객들이 옥수수와 감자, 심지어 마른고추와 메주까지 구해달라는 요청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윤 사장은 양봉원 옆 밭에 작물도 재배하고 지역 주민들 것 중 믿을 만한 작물을 매입하여 제철에 고객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내 한애정 씨의 친정인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대추와 모과를  ‘처갓집 대추’, ‘처갓집 모과’라고 이름 붙여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이런 상품들을 취급하게 된 경위를 소상하게 공지하면서 정성이 깃든 상품으로 품목의 다변화를 이루어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장모님은 사위들에게 로망이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온 마음으로 사위를 맞이하는 장모님의 마음과 언제든 그 품으로 가면 편안하게 해주시는 장모님의 사랑은 잊으려야 잊히지 않는다. 어느 날 처갓집에 다녀온 윤상복은 앞마당에 매달린 연두색 모과와 막 익어가기 시작한 큼지막한 풋대추를 보고 장모님의 마음을 담아내는 맛깔스런 이야기를 일기장에 썼다.

한 고객이 귓속말비밀글로 처가의 모과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어 대추, 감자, 옥수수도 상품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모두 농촌이야기가 만들어준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는 속설로 고생하는 양봉업계에서 벌꿀 양봉원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요구하여 다른 농산물을 팔게 되었으니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농업시골에서이야기로먹고사는법
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지은이 안병권 (e비즈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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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9.02 10:07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성격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영상, 텍스트, 사운드, 음성 혹은 비디오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전환하여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정서적인 경험을 공유? 공감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옛날에 우리는 벽난로나 모닥불 주변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나누었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주고받았다.  ‘이야기하기’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도래와 함께 스토리텔링이라는 마법의 많은 부분은 유실되고 말았다. 19세기 중엽 윤전기의 발명으로 인쇄매체 매스미디어가 성장했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무선 송수신기술과 영화기술의 발명으로 시청각 매체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이 흐름은 기존의 모닥불 커뮤니케이션 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세상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flicker = The Story Lady



신문, TV, 라디오, 영화, 잡지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는 이야기하는 자와 듣는 자를 따로 격리시켰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  “닥치고 본방 사수하세요”, 이른바 ‘닥본사’라는 은어가 있다. 일방적인 전달과 수동적인 자세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단어다. 남이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소비자만을 양산시켰을 뿐이다. 한 방향 이야기 전달 구조체계에서 사람들을 그저  ‘착하게 상품을 소비하는 피조물被造物’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음성, 음악, 이미지, 영상 등으로 옷을 입히고 부자들과 기업, 권력자들의 독점의 영역이었던 매스미디어의 일방향 정보전달체계를 허물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스토리의 시대가 온 것이다.  ‘나도 주인공’ 세상이 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나 TV, 광고보다 세련된 감각은 떨어지겠으나 진솔하고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소비대중의 감성에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 지점이 고단한 대한민국 농업이 살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콘텐츠 독점자 매스미디어의 위세에 눌려 불가능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의, 나의 이야기로 상품과 자신의 삶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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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30 10:01

진리와 사랑의 메신저, [스토리텔링]
역사는  ‘선택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은 모두가 선행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후손들이 만들어갈 세상 또한 우리가 지금 선택하고 쌓아가는 결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쌓이고 진화해가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이해와 감성이 함께 묶여지고 풀어지며 또 묶여지고 풀어지며 씨줄날줄로 감응하며 세상을 마주 대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나와 타인의 생각과 생각을 연결시키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 4대 종교는 모두 말씀으로 시작하여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기독교는 태초에 하나님의  ‘말씀’이 계셨나니로 시작하고, 예수  ‘가라사대’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무슬림은 코란이 신의 태초  ‘말씀’으로 가브리엘 천사가 알라의 명을 받아 예언자 마호메트를 통하여 한 자, 한 획도 빠짐없이 그대로 인류에게 전달했다고 믿는다. 유교에서는 공자 왈, 즉 공자님  ‘말씀’하시되로 시작하여 사람의 도리를 인의예지(仁義禮智)로 풀어냈다. 불교는 석가모니가  ‘말씀’한 교법을 지향점으로 하여 앎과 깨달음을 인류에게 전파하였다.

flicker = h.koppdelaney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무엇에 근거하여 선택을 하는가? 선택은 왜 사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견인해간다. 대의명분과 우정과 아름다움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개인의 영달을 좇아 나라를 배반하기도 하고 개인의 이익과 목숨을 버리면서 나라를 구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시대를 바꾸고, 이야기를 만들고, 생각의 전환으로 상황을 변화 발전시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일생을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진리와 사랑’이라는 가치기준이 한 켠에 있고,  ‘진리와 사랑’을 진리와 사랑답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또 다른 한 켠을 차지한다.

나에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사람들을 선택한다. 피겨여왕 김연아,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 인류의 위대한 스승 마하트마 간디, 민족의 성웅 이순신,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이름 앞에는 정관사  ‘The’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되었거나 쉽게 알 수 있는 사람이나 사물 앞에 붙이는 정관사  ‘The’는 고유명사, 즉 유일한 존재감을 지닌 사람이나 사물 앞에 붙인다.

우리에게 희망과 열정을 선사하고, 꿈과 목표를 향한 나침반이 되어주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 사랑과 진리의 실천자이기도 하고, 용기의 화신이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공인이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속을 떠난 적이 없는 위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컴퓨터와 마음에 담고 가슴으로 느낀다. 그리고 중간 중간 꺼내어 본다. 힘들 때, 기쁠 때, 자극을 받고 싶을 때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속삭인다.  ‘용기가 나지 않는가? 그러니 힘내! 너도 할 수 있어! 진리와 사랑은 결국 승리한단다!’ 그들은 나의 마음에 언제나 용기를 북돋아준다.만약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거나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이나 김연아의 공중 3회전 점프처럼 화려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내가 잘하는 것, 가장 자신 있는 것 하나면 충분하다.

농사는 관념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육체노동을 통해서만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농민의 의식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다. 농사는 몸에 배어야 하고, 마음에 스며야 되는 일이며,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세계관을 가지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자. 그로 인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힘과 사랑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곧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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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6 10:37

거미줄네트워크
인생은 농사보다 상위의 개념이고 실재하는 현실이다. 영겁의 인연으로 세상에 나왔다가 온 생명짓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니  ‘산다는 것’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존재하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농부는 농업적 삶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사람이다.

예전에 살던 우리집은 시골집이라서 곳곳에 거미들이 많았다. 종류도, 모양도, 성질도 다 달랐지만 먹이를 유인하기 위하여 상상도 못할 공간에 거미줄을 치고, 먹이가 걸렸을 때 거미줄 위에서 거미가 펼치는 그 놀라운 마술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 작은 몸에서 무수히 많은 거미줄을 뽑아낼 수 있을까?

flicker = -_Cat_-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동과 탄력성, 최선으로 진화한 물리화학적 공간구성, 신호전달체계, 선으로 이어진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공간에 매료되지않을 수 없었다. 거미줄 선 하나하나가 민감한 센서로 여겨지면서 그들을 볼 때마다 감탄했다. 그 무렵 어느 날, 책상에 앉아서 농촌쇼핑몰에 관련되는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린투어, 시장, 사람, 쇼핑몰, 커뮤니티… 그리고 이야기, 이들을 하나로 묶는 개념은 무엇일까? 이 대목에 이르러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거미줄이 연상되었고 거미줄의 곳곳에 항목들을 하나하나 배치하게 된 것이다. 각 항목들은 따로따로인 듯 연결된 듯 하면서도 독립적이다. 인터넷이 만드는 거미줄 바로 그 자체였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농민이기 이전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사람의 관계로 보면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관계 맺는 사람의 범위가 매우 좁았다. 우선 마을 이장님, 가족, 이웃 사람들, 품앗이 나누는 옆 마을 사람들, 읍내의 초중고 동창생 녀석들, 도시로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 그리고 사돈댁, 거래처 사람들 정도가 전부였다. 손가락으로 꼽아도 될 만큼 인연은 제한적이고 단조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지리산 골짜기 오지 중의 오지인 함양에 살고 있다 해도 전화선만 깔리면 인터넷 광랜이 깔리는 세상이다. 이사를 가자마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고 대전에 사는 아무개하고도 거래의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통하여 이웃들이 생겨나고 동호회가 연결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후감을 교류하며 끼리끼리 연결된다.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인터넷 시대의 인적 관계는 숫자의 의미, 지역적 제한, 인식 총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확장성을 지니게 된다.

시장으로 보면
서울 가락시장, 대전 도매시장, 대구 도매시장 등 지역별로 존재하는 도매시장이 가장 중요한 판매처였다. 어쩌다가 도시지역의 아파트 부녀회 등과 거래를 하곤 했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농산물을 팔고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진 조건, 주어진 시장인 도매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친환경 농업인들은 생활협동조합, 혹은 도농공생적 유통기구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전국  ‘5,000만 명의 마음’이라는 소비시장에 다가서는 것이다. 택배 시스템의 발달로 4,000원 내외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대한민국 어디든지 물건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시장의 의미와 소비의 지형이 하늘과 땅만큼 달라진 것이다.

농장 주변의 자연환경
농장 밭둑을 땅강아지가 기어가고 한밤중에는 오묘한 불빛을 반짝이며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어느 농부는 디지털카메라로 땅강아지를 접사로 찍고 여러 각도로 찍어서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땅강아지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상기시킨다. 생산하는 작물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땅강아지 이야기에 고객들은 반가운 댓글을 단다.  “어머! 그래 맞아! 어릴 적 고향 뚝방길에서 본 기억이 나!” 고객들은 땅강아지 이야기에 즐거워한다. 시간이 갈수록 땅강아지 이야기 조회수는 늘어가고, 온라인으로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난다. 땅강아지가 살고 지렁이가 살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자연환경, 어릴 적 발가벗고 뛰어 놀았던 냇가와 억새풀의 살랑거림, 그리고 300년 된 동구 밖 느티나무가 눈앞에 보이는 우리 동네의 풍경 한 컷….

이런 것을 담아낸 한 농부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세상이 되었다. 굳이  “제가 생산한 농산물은 안전하고 깨끗합니다”,  “아삭아삭하고 맛있어요”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네티즌들은 그들의 경험 속에서  “아! 이곳에는 이런 생태계 주인공들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아 땅도 깨끗하고, 물도 오염이 안 된 곳이겠구나! 마을 인심도 좋겠네”,  “주인의 저런 감수성을 보니 진심 어린 농사를 짓고 있겠구나” 하며 말하지 않아도 신임하게 된다. 농장 주변의 산, 강, 냇가, 식물과 동물, 바람, 햇빛 그 외 모든 자연의 요소들이 이야기에 녹아들어 밑재료로 쓰이는 세상이다.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존재들이다.

전통 문화유산
조상의 흔적이 묻어 있는 문화유산들은 아무리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집중이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농촌공간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농장 주변에는 널리 알려진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전통 문화유산들이 많다. 그 하나하나마다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하고 이야기로 만들어 보자. 백과사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콘셉트로 도시민에게 안내하는 향토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작업들은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삶의 이야기에 역사적이고 깊이가 있는 문화 감성적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출처 : 이야기농업>, 안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