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1.09.05 11:08

에덴양봉원, 최고의 마케팅은 신뢰를 얻는 것

신뢰:양봉생산과정의 공개
“벌꿀은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라는 이상한 속설로 인해 가슴앓이 하는 양봉 농가들이 많다. 하지만 윤상복 사장은 이 지점을 뒤집어서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믿게 만들면 된다.’ 윤 사장은 생산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있어 가능했다.

에덴양봉원은 남쪽으로는 경남 창원에서 시작해서 여주, 횡성을 거쳐 강원 철원까지 이동양봉을 한다. 한겨울에 창원으로 벌통을 싣고 이동하여 벌들의 세력을 키우고 양봉텐트에서 추위를 견디며 숙식한다. 한겨울에는 텐트 속에서 길어온 물이 얼어버려 그 얼음을 깨고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에덴양봉원의 홈페이지(http://www.honeyfarm.net/)

이런 고생 끝에 만든 벌꿀은 돈을 받고 파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이를 윤 사장은  “꿀 한 병을 팔 때 윤상복도 함께 파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이동양봉을 하면서 겪은 사연들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읽은 방문자들은 꿀의 생산과정을 생생하게 보면서 에덴양봉원의 제품을 신뢰하게 되었다.

생산과정을 설득력 있게 공개하는 작업은 이야기농업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유형의 상품이든 체험이나 관광처럼 무형의 상품이든 처음 기획하고 재배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거쳐 완성된 상품으로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쇼핑몰의 신뢰성과 상품의 타당성을 획득하는 기반이 된다. 이 과정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야기로 공개하는 콘텐츠는 고객들이 농촌쇼핑몰에서 가장 감동받는 아이템 중 하나다.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서 각 단계마다 생산자가 느끼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금상첨화다. 고객들은 사물을 바라보는 생산자의 관점을 좋아한다. 내가 구매한 상품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재배되고 생산되는 것을 이해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회원들의 구매 충성도를 구분 짓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일기장:허니팜 다이어리
에덴양봉원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허니팜 다이어리’다.  ‘윤상복 다이어리’와  ‘한애정 다이어리’ 두 개가 있는데, 벌꿀지기 윤상복과 여왕벌 한애정이 주인공인 일기 형식의 게시판으로, 고객들과의 교신 1순위 광장이다.

윤 사장은 홈페이지 오픈 초기부터 쓰기 시작했고, 부인은 2003년부터 써오고 있다. 고객들은 젊은이가 농촌에 사는 것을 좋아하고 반겼다. 특히 할머니와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양봉하는 젊은이를 좋아했다. 또 부부가 역할분담을 하며 농원을 꾸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데 충분했다.

*허니팜 다이어리의 한애정 다이어리, 일기형식의 게시판

보통의 농촌쇼핑몰들은 상품을 가장 먼저 보이게 하고 판매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에덴양봉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팔고 있는 것이다. 남편인 윤 사장이 보는 시선과 안사람인 한애정 씨가 보는 시선이 역할별로 다르고 고객을 대하는 품새도 달라 부부가 함께 만드는 일기장 속 살아가는 이야기는 타 쇼핑몰들과 차별화되는 요소인 것이다.

고객들은 이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들 부부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에 매료되고, 그만큼 상품에 대한 신뢰는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과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일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대외적으로  ‘가족’으로 표현되고, 거기에 걸맞은 콘텐츠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이 농협중앙회 사보에 '벌꿀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기도 하고, 방송이나 언론에도 가족(family)의 콘셉트로 포커스가 맞추어지곤 했다. 

‘벌꿀가족’ 역시 에덴양봉원의 상품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매일  300~4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읽는다. 누적으로는 3,000명 이상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개인농장의 홈페이지에 수백 명씩 들어와 흔적을 남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 목 좋은 도심지 한복판이라도 작은 매장에 손님이 400명 정도 들어오면 열 시간 근무한다고 쳐도 시간당 40명 이상이 쉬지 않고 들어와야 나오는 수치다.

신뢰가 만들어낸 수입원 다양화
에덴양봉원의 수입원 다양화는 자체의 필요보다는 고객들의 요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 시작은 고객감동을 기본으로 상업화되지 않은 마음으로 고객들을 대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예를 들면 꿀을 배송할 때 윤 사장네가 직접 생산한 콩, 고추 등을 덤으로 보낸다든지, 양봉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어머님이 강원도 감자떡을 쪄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일련의 이런 마음씀씀이에 고객들은 게시판에 구구절절 감사의 이야기를 올린다. 에덴양봉원을 믿는 고객들이 옥수수와 감자, 심지어 마른고추와 메주까지 구해달라는 요청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윤 사장은 양봉원 옆 밭에 작물도 재배하고 지역 주민들 것 중 믿을 만한 작물을 매입하여 제철에 고객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내 한애정 씨의 친정인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대추와 모과를  ‘처갓집 대추’, ‘처갓집 모과’라고 이름 붙여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이런 상품들을 취급하게 된 경위를 소상하게 공지하면서 정성이 깃든 상품으로 품목의 다변화를 이루어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장모님은 사위들에게 로망이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온 마음으로 사위를 맞이하는 장모님의 마음과 언제든 그 품으로 가면 편안하게 해주시는 장모님의 사랑은 잊으려야 잊히지 않는다. 어느 날 처갓집에 다녀온 윤상복은 앞마당에 매달린 연두색 모과와 막 익어가기 시작한 큼지막한 풋대추를 보고 장모님의 마음을 담아내는 맛깔스런 이야기를 일기장에 썼다.

한 고객이 귓속말비밀글로 처가의 모과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어 대추, 감자, 옥수수도 상품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모두 농촌이야기가 만들어준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는 속설로 고생하는 양봉업계에서 벌꿀 양봉원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요구하여 다른 농산물을 팔게 되었으니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농업시골에서이야기로먹고사는법
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지은이 안병권 (e비즈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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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9.05 09:58

프레지 가이드북 - 프리젠테이션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실을 고백하자면 파워포인트를 잘하지 못합니다.
잘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아예 기초도 제대로 안 잡혀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 정도 파워포인트를 공부해볼까 하다가 여건이 안맞아 포기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일이 없으니 필요성도 별로 못느꼈죠.

프레지 원고를 접하기 전에는 파워포인트에서 발전해 봤자 얼마나 발전했냐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IT100시리즈가 100쪽 정도 분량이라 누가 보면 전자 제품 매뉴얼인가라고 인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죠.
하루도 안되 원고를 다 검토한 신기록도 세웠습니다^^

검토하면서 첫번째로 느낀점은 정말 쉽다는 점입니다.
파워포인트 매뉴얼을 보려면 그 두꺼운 분량에 압도되는데 - 사실은 분량보다는 만드는 방법이 낯설죠.
프레지는 간결하면서도 쉽습니다. 더군다나  파워포인트에 비해 메뉴도 적어요.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렇게 쉬우면서도 퀄리티가 끝내줍니다.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무조건 프레지로 만들것입니다. 그 이유는 짧은 시간에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뽑는데 최고의 효율을 만들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텔링에 적합하다는 것의 장점 무엇인지 진가를 보여주죠.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이란 결국 자신의 컨텐츠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세미나나 강의용에 국한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력서나 제품소개서에도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프레지 사이트에 가보면 이력서가 상당히 많습니다.
자신의 컨텐츠를 임팩트있게 표현하고 싶은 분들은 프레지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이렇게 뛰어난 프레지를 불과 반나절만에 소화할 수 있는게 바로 IT100시리즈 <프레지 가이드북>입니다.
정말 군더더기 쫙 빼고 꼭 필요한 것만 다 넣었습니다. 분량이 적다는 것은 독자에게 두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책값이 싸다. 물론 page당 가격은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 시간을 줄여준다. 시간=돈입니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1시간에 4300원입니다.
책읽는 시간이 3시간 절약된다면 12900원이 절약되는 셈이죠. 책값보다 이익이죠^^
이게 미니멈이고 급여수준이 올라갈수록 절약되는 돈은 커집니다.
그래서 제가 이 시리즈들을 좋아합니다.
이틀 안에 멋진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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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9.02 10:07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성격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영상, 텍스트, 사운드, 음성 혹은 비디오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전환하여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정서적인 경험을 공유? 공감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옛날에 우리는 벽난로나 모닥불 주변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나누었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주고받았다.  ‘이야기하기’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도래와 함께 스토리텔링이라는 마법의 많은 부분은 유실되고 말았다. 19세기 중엽 윤전기의 발명으로 인쇄매체 매스미디어가 성장했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무선 송수신기술과 영화기술의 발명으로 시청각 매체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이 흐름은 기존의 모닥불 커뮤니케이션 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세상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flicker = The Story Lady



신문, TV, 라디오, 영화, 잡지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는 이야기하는 자와 듣는 자를 따로 격리시켰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  “닥치고 본방 사수하세요”, 이른바 ‘닥본사’라는 은어가 있다. 일방적인 전달과 수동적인 자세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단어다. 남이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소비자만을 양산시켰을 뿐이다. 한 방향 이야기 전달 구조체계에서 사람들을 그저  ‘착하게 상품을 소비하는 피조물被造物’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음성, 음악, 이미지, 영상 등으로 옷을 입히고 부자들과 기업, 권력자들의 독점의 영역이었던 매스미디어의 일방향 정보전달체계를 허물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스토리의 시대가 온 것이다.  ‘나도 주인공’ 세상이 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나 TV, 광고보다 세련된 감각은 떨어지겠으나 진솔하고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소비대중의 감성에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 지점이 고단한 대한민국 농업이 살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콘텐츠 독점자 매스미디어의 위세에 눌려 불가능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의, 나의 이야기로 상품과 자신의 삶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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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31 10:03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토리의 힘을 느끼다
영화나 드라마나 마음먹고 본 것이든, 우연히 만난 것이든 기억 속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뭉클한 감동으로 우리의 영혼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어이없는 실소를 머금게 하기도 한다. 막장드라마와 국민드라마의 구분점이다. 사랑과 진리라는 보편타당한 실재를 무시하고, 짧고 가벼운 안목으로 눈앞의 이익이나 시청률에 얽매어 제작된 작품들은 우선 재미가 없다. 심지어는 막장드라마로 평가받은 것들은 그 시점에서 기억 저편으로 내동댕이 쳐버린다. 하지만 의녀 장금의 일대기를 다룬 [대장금], 허준의 일생을 다룬 [동의보감], 거상 임상옥의 일생을 다룬 [상도]를 비롯하여 가장 최근의 [제빵왕 김탁구] 등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알게 모르게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 번씩 다시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이틀 동안 폐인이 되어 전편을 몰아서 시청하기도 한다. 질릴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재미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간다. 익숙한 등산길이지만 비온 뒤 어느 날은  ‘야생 버섯보기’를 콘셉트로 등산을 하고, 어느 날은  ‘새소리’를 듣고, 또 다른 날은  ‘야생화’에 주안점을 두고 등산을 한다. 같은 장소, 같은 산이지만 주제에 따라 산이 내어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매번 매료되곤 한다. 인생의 경험도 쌓이고 연륜도 보태지다 보니, 보는 시점을 달리하며 같은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감동을 맛보는 것이다.

flicker = mushroom


더군다나 우리의 역사는 농업사회에 기반을 두므로 드라마에 나타나는 농촌, 먹거리, 전통, 고향, 자연환경 같은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당시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게 마련이다. 농민들이나 농업 비즈니스로 농업적 삶을 사는 나에게는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품 드라마나 영화에서 얻어가는 즐거움일 것이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작품들이 있다. [벤허], [빠삐용], [노트르담의 꼽추], [백 투 더 퓨처], [간디], [스파타커스], [쇼생크 탈출], [스팅], [스타워즈], [닥터 지바고], [모던 타임즈], [쥬라기공원],  [아바타] 등. 동서고금 혹은 신념의 차이를 넘어 세상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는 역시  ‘스토리’다.  ‘마땅히 그래야 함’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끝내 뜻을 이루고야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경외감을 주기도 한다.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명(출처:http://www.brightlightsfilm.com/66/66charlie.php)


또한 그 이야기가 가능했던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또 하나의 매개요소를 찾아본다. 바로  ‘기록’이라는 실천행위다. 영화에서 드러나든 그렇지 않든 행간을 읽는다. 기록은 지속적인 자기화 과정을 통과하는 의식이므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록은 진화를 거듭하여 한 사람으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게 된다. 그 판단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감동으로 몰아가는 동력이 된다. 역사 속에서 진리와 사랑을 지켜낸 사람들의 일생, 감동을 전해주는 사람들의 일생은 이야기로 전해져 우리를 풍성하게 해준다. 또한 그런 이야기들로 인하여 역사는 발전해 왔으니  ‘이야기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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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30 10:01

진리와 사랑의 메신저, [스토리텔링]
역사는  ‘선택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은 모두가 선행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후손들이 만들어갈 세상 또한 우리가 지금 선택하고 쌓아가는 결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쌓이고 진화해가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이해와 감성이 함께 묶여지고 풀어지며 또 묶여지고 풀어지며 씨줄날줄로 감응하며 세상을 마주 대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나와 타인의 생각과 생각을 연결시키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 4대 종교는 모두 말씀으로 시작하여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기독교는 태초에 하나님의  ‘말씀’이 계셨나니로 시작하고, 예수  ‘가라사대’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무슬림은 코란이 신의 태초  ‘말씀’으로 가브리엘 천사가 알라의 명을 받아 예언자 마호메트를 통하여 한 자, 한 획도 빠짐없이 그대로 인류에게 전달했다고 믿는다. 유교에서는 공자 왈, 즉 공자님  ‘말씀’하시되로 시작하여 사람의 도리를 인의예지(仁義禮智)로 풀어냈다. 불교는 석가모니가  ‘말씀’한 교법을 지향점으로 하여 앎과 깨달음을 인류에게 전파하였다.

flicker = h.koppdelaney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무엇에 근거하여 선택을 하는가? 선택은 왜 사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견인해간다. 대의명분과 우정과 아름다움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개인의 영달을 좇아 나라를 배반하기도 하고 개인의 이익과 목숨을 버리면서 나라를 구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시대를 바꾸고, 이야기를 만들고, 생각의 전환으로 상황을 변화 발전시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일생을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진리와 사랑’이라는 가치기준이 한 켠에 있고,  ‘진리와 사랑’을 진리와 사랑답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또 다른 한 켠을 차지한다.

나에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사람들을 선택한다. 피겨여왕 김연아,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 인류의 위대한 스승 마하트마 간디, 민족의 성웅 이순신,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이름 앞에는 정관사  ‘The’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되었거나 쉽게 알 수 있는 사람이나 사물 앞에 붙이는 정관사  ‘The’는 고유명사, 즉 유일한 존재감을 지닌 사람이나 사물 앞에 붙인다.

우리에게 희망과 열정을 선사하고, 꿈과 목표를 향한 나침반이 되어주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 사랑과 진리의 실천자이기도 하고, 용기의 화신이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공인이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속을 떠난 적이 없는 위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컴퓨터와 마음에 담고 가슴으로 느낀다. 그리고 중간 중간 꺼내어 본다. 힘들 때, 기쁠 때, 자극을 받고 싶을 때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속삭인다.  ‘용기가 나지 않는가? 그러니 힘내! 너도 할 수 있어! 진리와 사랑은 결국 승리한단다!’ 그들은 나의 마음에 언제나 용기를 북돋아준다.만약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거나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이나 김연아의 공중 3회전 점프처럼 화려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내가 잘하는 것, 가장 자신 있는 것 하나면 충분하다.

농사는 관념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육체노동을 통해서만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농민의 의식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다. 농사는 몸에 배어야 하고, 마음에 스며야 되는 일이며,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세계관을 가지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자. 그로 인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힘과 사랑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곧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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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6 10:37

거미줄네트워크
인생은 농사보다 상위의 개념이고 실재하는 현실이다. 영겁의 인연으로 세상에 나왔다가 온 생명짓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니  ‘산다는 것’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존재하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농부는 농업적 삶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사람이다.

예전에 살던 우리집은 시골집이라서 곳곳에 거미들이 많았다. 종류도, 모양도, 성질도 다 달랐지만 먹이를 유인하기 위하여 상상도 못할 공간에 거미줄을 치고, 먹이가 걸렸을 때 거미줄 위에서 거미가 펼치는 그 놀라운 마술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 작은 몸에서 무수히 많은 거미줄을 뽑아낼 수 있을까?

flicker = -_Cat_-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동과 탄력성, 최선으로 진화한 물리화학적 공간구성, 신호전달체계, 선으로 이어진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공간에 매료되지않을 수 없었다. 거미줄 선 하나하나가 민감한 센서로 여겨지면서 그들을 볼 때마다 감탄했다. 그 무렵 어느 날, 책상에 앉아서 농촌쇼핑몰에 관련되는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린투어, 시장, 사람, 쇼핑몰, 커뮤니티… 그리고 이야기, 이들을 하나로 묶는 개념은 무엇일까? 이 대목에 이르러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거미줄이 연상되었고 거미줄의 곳곳에 항목들을 하나하나 배치하게 된 것이다. 각 항목들은 따로따로인 듯 연결된 듯 하면서도 독립적이다. 인터넷이 만드는 거미줄 바로 그 자체였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농민이기 이전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사람의 관계로 보면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관계 맺는 사람의 범위가 매우 좁았다. 우선 마을 이장님, 가족, 이웃 사람들, 품앗이 나누는 옆 마을 사람들, 읍내의 초중고 동창생 녀석들, 도시로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 그리고 사돈댁, 거래처 사람들 정도가 전부였다. 손가락으로 꼽아도 될 만큼 인연은 제한적이고 단조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지리산 골짜기 오지 중의 오지인 함양에 살고 있다 해도 전화선만 깔리면 인터넷 광랜이 깔리는 세상이다. 이사를 가자마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고 대전에 사는 아무개하고도 거래의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통하여 이웃들이 생겨나고 동호회가 연결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후감을 교류하며 끼리끼리 연결된다.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인터넷 시대의 인적 관계는 숫자의 의미, 지역적 제한, 인식 총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확장성을 지니게 된다.

시장으로 보면
서울 가락시장, 대전 도매시장, 대구 도매시장 등 지역별로 존재하는 도매시장이 가장 중요한 판매처였다. 어쩌다가 도시지역의 아파트 부녀회 등과 거래를 하곤 했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농산물을 팔고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진 조건, 주어진 시장인 도매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친환경 농업인들은 생활협동조합, 혹은 도농공생적 유통기구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전국  ‘5,000만 명의 마음’이라는 소비시장에 다가서는 것이다. 택배 시스템의 발달로 4,000원 내외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대한민국 어디든지 물건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시장의 의미와 소비의 지형이 하늘과 땅만큼 달라진 것이다.

농장 주변의 자연환경
농장 밭둑을 땅강아지가 기어가고 한밤중에는 오묘한 불빛을 반짝이며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어느 농부는 디지털카메라로 땅강아지를 접사로 찍고 여러 각도로 찍어서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땅강아지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상기시킨다. 생산하는 작물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땅강아지 이야기에 고객들은 반가운 댓글을 단다.  “어머! 그래 맞아! 어릴 적 고향 뚝방길에서 본 기억이 나!” 고객들은 땅강아지 이야기에 즐거워한다. 시간이 갈수록 땅강아지 이야기 조회수는 늘어가고, 온라인으로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난다. 땅강아지가 살고 지렁이가 살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자연환경, 어릴 적 발가벗고 뛰어 놀았던 냇가와 억새풀의 살랑거림, 그리고 300년 된 동구 밖 느티나무가 눈앞에 보이는 우리 동네의 풍경 한 컷….

이런 것을 담아낸 한 농부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세상이 되었다. 굳이  “제가 생산한 농산물은 안전하고 깨끗합니다”,  “아삭아삭하고 맛있어요”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네티즌들은 그들의 경험 속에서  “아! 이곳에는 이런 생태계 주인공들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아 땅도 깨끗하고, 물도 오염이 안 된 곳이겠구나! 마을 인심도 좋겠네”,  “주인의 저런 감수성을 보니 진심 어린 농사를 짓고 있겠구나” 하며 말하지 않아도 신임하게 된다. 농장 주변의 산, 강, 냇가, 식물과 동물, 바람, 햇빛 그 외 모든 자연의 요소들이 이야기에 녹아들어 밑재료로 쓰이는 세상이다.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존재들이다.

전통 문화유산
조상의 흔적이 묻어 있는 문화유산들은 아무리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집중이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농촌공간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농장 주변에는 널리 알려진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전통 문화유산들이 많다. 그 하나하나마다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하고 이야기로 만들어 보자. 백과사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콘셉트로 도시민에게 안내하는 향토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작업들은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삶의 이야기에 역사적이고 깊이가 있는 문화 감성적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출처 : 이야기농업>, 안병권
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5 09:52

매출은 소통의 크기만큼
자작농업, 가족농업, 다품종 소량생산, 자연의 지혜를 활용할 줄 아는 노하우를 지닌 사람들. 전통에 기반하고 사실에 발맞추며 고단하게 삶을 꾸려온 우리나라 농민들의 기본 특성이다. 그리 넓지 않은 논밭에서 온 식구가 다 달라붙어 머리를 짜내 영농설계를 하고 작목을 선택하여 땀을 흘린다. 온전하게 자신을 다 바쳐 농사를 짓는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권하는 작목이든, 반대로 농사를 지었든 이 땅의 농어민들의 삶과 노동은 그들이 쏟은 정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는 그만큼의 이익이 어디론가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농민들은 정의롭지 못한 독점적 경제체계가 조장하는  ‘경쟁’이라는 마취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농촌을 지키며 헌신해온 것이다. 지난 20여 년, 농업비즈니스 현장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세기로 접어든 2000년 즈음의 상황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정치체계로 보면  50년 가까이 집권하던 보수세력을 대신하여 야당이 정권을 잡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일이다. 농업의 입장에서 보면 외형적인 시스템 자체는 달라진 것이 없었고, 여전히 다국적 곡물기업들과 국내 거대 유통자본의 이익은 철저히 관철되고 있었고, 사회 전반에 만연된 농업 경시풍조는 여전했다.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국민의 정부는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집행한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인터넷의 접목과  IT 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소통’과 관련한 사회기반시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대중의 저변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농업의 영역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초래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의 범위, 세상을 보는 눈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형질을 띄고 깊어지고 넓어진 것이다. 나는 이 흐름을  ‘혁명적’이라고 생각했다.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들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바로 소통의 도구  ‘인터넷’으로 인해 한국의 농업에 살길이 열린다고 판단했다.

flicker = MrMitch

이전에는 각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은 밭떼기상을 통하든, 계통출하를 하든, 작목반별로 모아지거나 개인이 직접 운반하여 가락시장 혹은 각 지역의 도매시장으로 들어가 경매에 참여한다. 경매장으로 들어선 순간 어머어마한 물량에 주눅이 들고, 내가 가지고 간 물건은 이미 농민의 손을 떠나 운명 또한 내 것이 아니게 된다. 해당 시장의 경매사가 특유의 경매 손장단으로 가격을 정하고 청과상들은 물건을 매입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된 농산물 가격은 2~3일 이내에 제반 수수료를 정산 후 통장에 입금된다. 가격이 좋으면 좋아서 술 한잔, 헐값이면 속상해서 술 한잔했다. 하지만 공허하고 슬픈 마음으로 술을 마시는 날이 다반사였다. 이후 내가 넘긴 물건은 앞자리상, 도매상, 소매상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소비영역으로 넘어가는 흐름이었다.

상품과 상품에 대한 정보가 생산영역에서 소비영역으로 한 방향으로 올라가기만 했고 내려오지는 않았다. 농사짓기 위하여 흘린 땀, 고향의 가치, 아이디어, 살아가는 이야기, 추억 등은 일체 인정되지 않고 오직 눈에 보이는 상품만이 경쟁의 무대에 올려지고 만 것이다. 그러니 좋은 값을 받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지게 되었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듯 최우수 1등이라는 좁은문을 통과하기에는 무리수였다.

그래도 달리 판매할 방법이 없으므로 상추 4kg짜리 한 상자가 인건비는 고사하고 박스가격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경매가격이 매겨지는 것을 알면서도, 도매시장으로 1년 내내 밀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받아만 줘도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면서 말이다. 물량이 넘친다는 소문에 갈아엎기도 수차례였다. 밭떼기상에 헐값으로 넘겼더니 순식간에 오르는 가격, 계약한 물량 가격이 떨어지니 거들떠도 안보는 유통업자의 모습은 전형적인 농식품유통의 왜곡현상이다. 현대판  ‘농산물 머슴’을 산 것이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가기 시작하면서 농산물시장에 상상을 넘어서는 변화가 도래한다. 생산영역과 소비영역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도농간 공통분모가 커지고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게 된다. 다양한 인터넷 쇼핑공간이 등장하게 되면서 굳이 할인마트나 백화점, 시장에 나가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음식’이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추억’ 혹은  ‘이야기’를 함께 먹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평생 하루 세끼 매일매일 먹는 것이 단조로워 보이지만 이는 몇백년, 몇천년을 이어져온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질리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고 그만두거나 많이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앞으로도 대대손손 이어져가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솜씨,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긴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이어져온 가장 살가운 콘텐츠이자 역사인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인가? 믿을 만한 사람들이 생산한 것인가? 어떻게 먹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과 더불어 어릴 적부터 몸에 녹아 있는 고향, 추억, 엄마의 손맛과 그리움 같은 개념들이 급격하게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바쁘게만 살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눈에 자신들이 놓치고 살았던 고향의 모습들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양방향 혹은 다중방향으로 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고 질서정연하게 펼쳐놓은 쇼핑몰을 찾고 농가의 홈페이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고향을 찾고, 추억을 먹고, 도시공간과 농촌공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상품과 마음을 진심으로 보게 된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진, 글, 영상, 소리 그리고 하나로 묶여진 UCC로 사람들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웰빙 열풍은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전을 타고 농업에 대한 가치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는 매출을 결정하는 요인이 얼마나 큰 면적의 농사를 짓는가 혹은 얼마나 오랫동안 농사를 지었는가, 아니면 그 시기에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기발한 품목을 생산했는가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민들과 얼마만큼 소통을 잘하는지,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상품의 품질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진솔함이 생산과정에 녹아드는 농업인의 생활 자체가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꺼이 신뢰감을 주는 농민의 이야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야기농업>안병권

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4 10:10


대한민국 농업, 이야기옷을 입다
나라가 열리고 만주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살림이 지속되어 오는 동안 우리에게 농업은 나라의 근본이고 전부였다. 외침이 있거나 자연재해가 오거나 혹은 지배층의 가혹한 수탈에 대응하면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이 땅에서 나오는 것들로 온전히 먹고살았다. 상황이 어려워져 고단하게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기도 했지만, 이웃 간에 상호부조相互扶助하면서 보릿고개를 넘겼다. 문화를 일으켰고, 아이를 낳아 키웠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농업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만든 역사 그 자체이고,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20세기 초, 지배층의 무능력으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고, 해방 후에는 정치권력과 재벌권력의 이해관계에 끌려다니고, 다국적 곡물메이저의 요구에 따라 중화학공업을 위한 저곡가 저임금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농촌은 피폐해져  갔고,  사람들은  떠났고,  수많은  토종씨앗과  전통과  추억들이  사라져  갔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식량자급에 혁혁한 공헌을 했던 밀(우리밀)도 사라졌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목화도 사라졌다. 풍부한 감성과 이야기를 만들어주던 토종씨앗과 다양한 먹거리들도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flicker = Skånska Matupplevelser


‘경쟁’만이 살길인양 농업을 부추기는 투기세력들에 의해  “농업은 돈이 안 돼!”라는 왜곡된 홀림에 눈이 멀었다. 그 사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들이 어찌 그 뿐이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농촌을 잃어버렸고, 농업을 놓아버린 채 살았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조절을 위한 사회적 기제機制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상태로 농업을 방치하다가 기상이변을 비롯한 천재지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외국의 곡물농사가 어느 순간 망가지거나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식량문제는 우리가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가역적 상황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5,000만 명 중  3,700만 명이 굶어야 한다. 나라를 유지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인 것이다. 만인이 공노할 엄중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더 싼 것을 사다 먹으면 되지”,  “과잉영양을 조심하세요”,  “통큰세일” 같은 사탕발림 속에서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농업의 공익성을 외면한 채 그저 값싸게 대량생산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그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입하면 된다며 비교열세 운운하는 어리석음에 목을 맨다면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죄악이다. 21세기 초, 농촌인구의 노령화와 이농으로 절대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족단위 농업으로 근근이 유지되는 농촌이 한 켠에 있고,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 헤매는 도시가 다른 한 켠에 있다.

“내 소비처만 있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어디 없나요?”


대다수 농민들은 판매처가 마땅치 않고, 도시민들은 정감어린 먹거리에 목이 마르다. 도시와 농촌이 서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허공을 향해 하소연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게 농촌과 도시의 상처가 깊어 갈 즈음 인터넷 시대가 왔고, 다시 10여 년이 흘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시대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소통’과  ‘공유’를 기본으로 하는 열린 공간, 인터넷이 무르익어 가자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혁명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다가오자 사람들의 눈에 그동안 애써 등한시했던 농업의 가치가 새롭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농업은 버리려야 버릴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flicker = Travel Salem



그 흐름에서 우리 농업의 살길을 보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복원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찾은 일이 ‘The STORY’다. 농촌 이야기로 꿈을 꾼다. 땀, 분노, 슬픔, 열정을 지닌 채 대한민국 농부로 살아온 고단한 일생을 주재료로, 하늘님, 구름님, 바람님, 땅님, 똥님, 물님과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것을 밑재료로 삼는다.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버무려 인터넷 공간에서 나의 인생을 직접 디자인하여 상품에 녹여 내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가 되고 정감어린 이야기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 일련의 작업 혹은 개념을  ‘이야기농업’이라 부른다. 지금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대다.

농업의 구동축이 생산만이 전부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생산의 전 과정을 포함하고 농사짓는 농부의 삶도,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도 상품의 가치를 높여주기도 하고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어 상품으로 판매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야기농업은 농민들과 커가는 아이들과 영혼이 메마른 도시민들을 위한 것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자연을 위한 또 다른 농업이다. 이야기농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영혼과 영혼,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잃어버린 고유한 것들을 복원시키는 우리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운동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기 위해서 대한민국 농업은 이야기옷을 입어야 한다.

《출처:이야기농업》


 

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3 14:49

이야기 농업 - 시골에서 이야기로 먹고 사는 법

지금 현재 어느 분야에서든 스토리텔링이 인기입니다. 단어, 이미지, 소리를 통해 사건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이 스토리텔링은 사실 어린시절부터 한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던 우리 정서와 가장 일치하는 지도 모릅니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던 농업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최고 가치는 바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농민을 괴롭혀왔던 고질적인 유통구조를 인터넷을 통해서 또 농민들은 소비자와 직접 신뢰를 쌓아가고 더불어 새롭게 판로도 개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민이 스스로 만든 이야기와 자신만의 이야기, 삶이 녹아있는 먹거리 이야기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농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생산 과정과 그 '삶'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감하며 소통하는 이웃사촌이 될 것입니다.

이야기 만드는 농부, 돈 버는 농부
- 당신의 스토리를 팔아라

이 책은 '이야기농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농업의 다양한 성공 사례도 발굴하여 독자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야기의 소재 발굴에서, 컴퓨터 자료관리, 실제 이야기 작성 및 동영상 만들기까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얼도 추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만들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책소개 더보기

posted by e비즈북스 2011.08.23 10:41

왜 이야기농업인가?
이 책의 모든 것은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나의 삶, 만나고 헤어진 인연, 이루어졌거나 실패한 일을 포함하여, 죽으나 사나 미련하게 몸담고 살았던 농업인으로서의 삶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여 년간 유기농산물 유통사업을 하면서 좌절과 희망을 번갈아가며 맛보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희망 뒤에는 좌절이 따르고 그 뒤를 또 다른 희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는 것이다. 결국 희망과 좌절은 서로 놓을 수 없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맛에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이야기는  ‘생각의 내용’일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천명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스토리이야기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마케팅의 한 요소인 스토리텔링의 범주, 생산한 물건을 잘 팔아야 하는 수단으로서의 범주를 넘어선다. 땅에서 바다에서 생산한 먹거리가 우리들의 밥상 위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생산주체인 농부와 소비주체인 고객이다. 그러므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혜택과 이익은 우선적으로 양 주체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고픈 욕심에 미력하나마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flicker = MrMitch

그러던 중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했고 다시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페이스북을 필두로 꿈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우리 곁으로 다가섰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면서  ‘전체’의 이익이라는 미명 하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독특함이 발현되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된 것이다. 부당하게 드리워져 있던 농업에 대한 선입견과 이익결정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상품과 경쟁구조에 억눌려 보이지 않던 사람과 사람, 도시와 농촌, 그 안에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관계는 농촌이야기로 인하여 또 다른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현재 농촌에 존재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심에서 밀려나 변방에 존재하던 농민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이야기, 자신만의 이야기, 인생이 농축된 이야기는 당당하게 5,000만 소비대중이 감성의 바다에 큼지막한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남의 배로 고기잡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를 갖는 셈이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처럼 이야기는 한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구체적인 수단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나는 농부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서 자유로운 영혼을 마음껏 구가하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농업은 내 운명 스스로 만들어 이름 붙이는 실천적 삶이고, 우리의 정신문화 복원운동이다.

이야기농업 디자이너로 오늘을 대하는 것을, 20년 가까이 농업의 흔적을 한 그릇에 담아 맛을 내려는 노력으로 이해한다면 고마운 일이 되겠다. 도시와 농촌, 생산과 소비, 독자와 나, 그리고 모든 농업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로 엮이면서 강해진다.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바꾸게 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감정을 갖게 만든다. 그것이 이야기농업의 힘이다.

“농부님! 당신의 이야기를 하세요!”

<이야기농업> 안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