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3.06.26 07:30

'벤처 투자'의 기원을 콜럼버스의 인도 항로 개척에 자금을 댄 스페인 이자벨라 여왕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스페인은 신대륙의 개척탐험에 자금을 대고 어마어마한 금과 은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럽 최고의 부유국이 됩니다. 


현재의 스타트업 열풍도 이와 비슷합니다. 1차 IT버블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작되었고 2차 IT버블(?)은 모바일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창조 경제'란 이름으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투입될 자금을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 지 안내하는 가이드 성격의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정부가 지원을 팍팍 해주고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거둘 수 있게 될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스타트업 펀딩>의 역자이자 전직 벤처캐피털리스트 이정석 차장님이 <벤처야설>에서 한 말씀을  잠시 들어보죠.


최근 한국 벤처캐피털의 성장을 보면 괄목상대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캐피털이 성숙해지면서 삼성이랑 LG가 엄청 클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중소기업 비즈니스의 기본은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하청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기업과 함께 커지는 회사가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도저히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비즈니스가 딱 떴잖아요. 여기서 우리나라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은 여기 앉아계신 김현진 의장과 박영욱 사장 같은 친구들한테 투자를 하는 방식보다는 펀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수익성이 검증되는 큰 회사에 투자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기울었어요. 안타깝죠.


사실상 <스타트업 펀딩>의 책이 응축되었다고 볼 수 있는 심오한 내용인데 <벤처야설>을 읽으면서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저게 무슨 소리냐?'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스타트업 펀딩>을 읽으시라고 밖에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이러면 너무 무책임하죠?^^


최대한 간략하게 스타트업 투자의 공식을 알려드리면 이렇습니다.미국 기준입니다.

1.벤처투자의 성공확률은 10%이다. 실패한 투자는 십중 팔구는 자금 회수가 0에 가깝다.

성공확률이란 투자대비 이익금이 10-20배가 되는 투자입니다. 한국은 5배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구조의 한계가 느껴지죠?


2.스타트업이 안착하려면 3-4단계가 필요하고 이때마다 자금투입이 필요하다.

4단계는 각각 초기제품개발,시장진출,시장확대,투자금 회수입니다.


3.스타트업이 안착하려면 5-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40년간 경험이 축적된 이 분야의 선구자인 미국에서 나온 규칙이니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입니다.이 세가지 공식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털은 투자 전략을 세웁니다. 거기서 투자수익률을 뽑아내야 벤처캐피털 회사가 굴러가니까요. 그러면 정부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엔젤이겠죠. 그래서 <벤처야설>의 두 사장님은 "돈좀 팍팍 쏴주세요!"라고 외칩니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적인 기업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에서 자신이 만든 기업이 예외라고 생각한다면 안이한 자세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미친 항해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기업가란 마땅히 그런 생각을 가져야죠.


어쨌든 <스타트업 펀딩>은 이 3가지 기본전략을 가진 벤처캐피털을 상대로 스타트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는가를 다루는게 핵심 내용입니다. 자금 조달은 나중 문제고, 일단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내꿈을 펼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란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돈이 투입되야 하죠. 3-4단계까지 가는데 필요한 돈을 개인이 조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금 없는 스타트업이란 기름없는 자동차와 똑같습니다. 어쩌면 5분만 더 달릴 수 있으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지만 사람이 밀고 가려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그 목적지가 5분만 더 달리면 된다는 것을 알고 같이 끌고 갈 사람을 못찾으니까요. 투자자,직원,가족은 물론 심지어는 본인도 5분만 달리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당연히 불리한 자금으로 조달할 수 밖에.



1956년 ARD는 MIT 출신 과학자들이 강력한 성능의 미니컴퓨터를 만드는 사업에 7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메인프레임 대비 가격대 성능비가 훨씬 좋은 경쟁력 있는 컴퓨터였다. ARD는 투자를 통해 회사의 지분을 70% 보유하게 되었는데, 그 회사가 바로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이다. ARD는 DEC 투자를 통해 투자 원금 대비 수백 배의 이익을 거둘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DEC의 창업자 켄 올슨Ken Olsen과 그의 팀이 얼마 안 되는 돈을 조달하기위해서 지분 70%를 내어놓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온당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당시, 올슨과 그의 동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리스크가 큰 회사를 지원할 만한 투자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슨과 그의 동료들은 그 협상이 잘된 건지 아닌지 비교해볼 만한 대상(벤치마크)이 없었다. 그 시절에는 주변에 창업을 한 동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켄 올슨 시절보다 훨씬 창업자에게 정보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으로 불리합니다. 근본적으로 창업자가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이 이 분야의 프로인 벤처캐피털리스트보다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개념은 창업자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벤처캐피털의 논리가 출판계에도 유사하게 적용되는 것을 알고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맨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영화 <1492 콜럼버스>와는 다르게 콜럼버스는 금을 얻기 위해 총독으로서 폭정을 펼쳤고 그후에도 여러 탐험에 나섰지만 성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회사의 CEO로서는 실패한 경영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자벨라여왕은 그에 비하면 스페인이 막대한 부를 쌓게 기반을 닦은 단연 성공적인 투자자입니다.콜럼버스가 약간의 시각만 바꿀 수 있었다면 아메리카라는 이름대신 '콜롬비아'란 대륙이 존재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책은 원래 초기 스타트업의 CEO(선장)를 위해서 쓰여졌지만 그 배의 탑승객이란 단어를 넣은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글을 쓴 저도 포함해서 말이죠.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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