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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2 창업이란 무엇인가 - 1인창조기업에 대해
posted by e비즈북스 2009. 12. 12. 00:00

이것이 가장 좋은 길이니, 잘하지 못하더라도 제 일을 하는 것이 남의 일을 잘 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가바드 기타


탄생과 죽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시대, 그리하여 정년퇴직을 마친다 하더라도 2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진리처럼, 누구나 언젠가 한번은 창업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평생 창업 한 번 해보지 못한 사람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용기가 없었던 사람일 수도 있겠다.


창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창업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의사 결정이지만 이제는 경제라는 범주를 넘어서 실존적 선택의 영역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직장인이냐 창업자냐를 선택하는 창업의 문제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가치판단을 담게 된 것이다.
 

창업은 매우 현대적인 현상이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귀족은 귀족으로, 농민은 농민으로, 장인은 장인으로, 태어난 대로 살다가 가므로 창업의 결단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자신의 나라를 세우려는 혁명가들 정도나 창업을 시도하는 정도였다. 나라를 세우는 게 창업이었던 것이다(국가라는 게 원래 공적 기구의 탈을 쓴 한 거대 사기업의 성격이 강하다)


 

자기의 성씨를 걸고 나라를 세우는 게 창업이었던 시절의 창업은 자신과 일족의 목숨을 거는 벤처 사업(?)이었는데, 요즘의 창업 역시 실패하면 때로는 일가족 동반자살 같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존재의 기반을 뒤흔드는 모험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 만의 나라를 세우는 창업을 꿈꾸지만, 조직에서 밀려나기 전에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창업의 묘미는 확실한 것(비용)을 던져서 불확실한 것(이익)을 거두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즉 당장의 손실은 확실하지만 미래의 이익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립을 꿈꾸다가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아니 질문 자체를 보류한다. 두렵고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회사의 임원, 즉 직장인으로서 Top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에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이 국회청문회에서 발설했듯 고용 경영인은 머슴일 뿐이다. 임원이나 CEO가 된들, 오너의 관점에서 보자면 노예자리의 최고 지위에 오르는 것에 불과하다. 주택은행의 김정태 행장이 수십억 원의 스톡옵션까지 챙긴 스타 CEO였지만 막상 은퇴하면서는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봉급쟁이 종업원은 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전문경영인이란 신라시대로 치면 6두품에 불과한 어쩔 수 없는 종업원 신분인 것이다.

 

창업이란 경제적 의사결정의 독립적 주체로 홀로서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창업이 순수 경제적 의사결정에 한정되는 아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 무어냐고 물을 때, 돈을 많이 벌어도 사채업, 조폭, 부동산 투기업을 액면대로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명함은 못해도 건설업자 정도로 파야 체면을 차릴 수 있는 것이다. 일 자체가 주는 사회적 존경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등은 선호되는 직업이다. 요즘은 사업가도 예전처럼 나쁘지는 않다(예전에는 남자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딸을 시집보내지 않을 정도로 기피했었다). 반면 자영업자는 바닥이다. 왜 그럴까?

필자가 어찌어찌하여 국어 운동으로 유명한 이오덕 선생의 아들 되는 양반(충주에서 조그만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을 만났을 때 얘기하다가 인상 깊은 기억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하시오?

        사업을 합니다.

        무슨 사업이오?

        인터넷 사업입니다.

        그것도 사업이란 말이오?

        ???


번듯하지 않으면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서 번듯하다고 하는 것은 명분이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이 양반은 사회 사업쯤 되어야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보는 듯했다.


그러나 요즘은 기업도 사회적 사명을 얘기한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노골적인 말은 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도 개인의 호구지책에서 일을 통한 자기실현의 수단으로까지 의미가 고양되었다. 의미부여가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다. 가치의 원천은 의미다. 노동이 투입 시간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의미가 있어야 그 가치를 쳐준다. 노동시간의 단순한 지속 자체가 가치를 가져다 주는 시대는 지났다. 마릴린먼로가 입었던 빤스는 왜 비싼가. 그 빤스에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의미가 담겨있다기 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겠지만).




초등학교 때 삼국지를 읽었는데 유비가 노모를 위해 집안의 보물인 검을 팔아 차를 사오는 장면이 나온다. ~차라는 게 가보와 바꿀 만큼 대단한 건가 보구나.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거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커서 녹차를 마셔보니 맛이 떨떠름한 게 이거야 원.... 이게 도대체 가보를 팔아서 살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 속았구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차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이다. 차는 원래 귀족들이나 마시는 음료였다. 사치품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창업에서도 최고의 가치는 일이 실존적 의미를 담고 있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나고 있다. 무엇이 창업의 실존적 의미인가?


구본형 씨가 '1인기업'을 들고 나온지가 꽤 되었고, 공병호씨가 그 다음에 한 번 크게 울궈먹었는데, 작년에 이명박씨가 '1인창조기업'을 들고 나왔다. 이명박씨가 얘기하는 1인창조기업이 액면 상의 사업자 수를 늘려 실업률 통계를 줄여보자는 꼼수라고 보지만 '창조'라는 말을 붙인 점은 의미심장하다. 뭔가 그럴 듯해 보이니 갖다 붙인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창조하는 일이 가장 의미있다고 보기 때문에 단순 노동이 아니라 창조적 작업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감독, 작가, 예술가 등이 선망의 직업이 된다. 삼성의 이건희도 창조경영을 화두로 내세웠다. 이건희의 창조 개념은 천재론과 연결되어 있으니 약간은 논외지만, 창조의 의미가 예술적 범주를 넘어 경영의 영역까지 확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

 

창업의 실존적 의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독립체로서의 주권을 천명하는 일이다. 경제적 재생산 과정을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계적으로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타율적이 아니라 자유롭게 수행함을 말한다.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창조적인 경제적 생산 과정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이 실존적 창업이다. 최근 몇년 간 나름대로 의식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 가난을 택해 귀농 또는 귀촌을 꿈꾸는 것 역시 실존적 창업의 한 형태다. 1인 창조 기업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직의 굴레를 벗어나 의미를 찾아보려는 개인의 실존적 몸부림이라고 본다.

우리 출판사에서 <1인창조기업>이란 책을 아이템에 중점을 두어 올 여름쯤에 내려고 준비하다가 저자 사정으로 늦어지고 있는 원고가 있다. 그 사이에 다른 출판사에서 동일 타이틀을 걸고 출간이 돼서 실망을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별로 팔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읽어보니 인터넷에서 모은 자료를 짜깁기한 정도라서 완성도 문제 때문에 안 팔리는 것인지, 아니면 1인창조기업이라는 주제 자체가 안 팔리는 주제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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