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0.03.27 20:24

"직장인, 3년 만에 1억 벌기"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은 이창업은 앞사람이 보는 잡지를 곁눈질하다가 기사 제목에 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눈이 번쩍 뜨였다.

누구는 공 하나 차면 1억을 벌고 미소를 한 번 지을 때마다 1억이 쌓인다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1억'이란 44 사이즈에 몸을 맞추는 다이어트처럼 피와 눈물을 쏟아가며 스스로를 통제하고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1억을 직장인이 3년 만에 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과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떡밥을 덥썩 물었다.

직장인이 3년 만에 1억을 벌기, 노하우 대공개!! 인터뷰

직장인에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좋은 방법이 아니죠.
맞아요!

그냥 우직하게 통장 4개 만들어 저금했지요.
어떤 책은 7개를 관리하라고 하던데... 어쨌든 관리가 중요하군요.

그렇게 한 달 용돈으로 10만 원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금했습니다.

아스카 피규어로 아방궁을 세웠던 저의 방탕했던 취미생활을 반성합니다.

그렇게 받은 월급 중에서 한 달에 400만 원은 무조건 저금했어요. 그러니 금방 1억 되던데요. 하하하.

... 하하하


그럼 그렇지.

저 '비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 번째, '섹쉬'한 연봉이다. 학교 다녔을 때는 수재 소리 듣고 대학생 때는 착실하게 스펙 쌓아 에스컬레이터식으로 고액 연봉이 보장되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두 번째, 그렇게 받는 연봉의 대부분을 저금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든 누구든 염치 불구하고 얹혀 살아 집세나 식비로 빠져나가는 돈이 없어야 하고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박카스 선전에 나온 '그냥 작은 기업' 다니면서 고생하신 부모님께 용돈도 드려가며 돈을 모으려면  투잡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점심시간에 인터넷 강좌라도 듣지 않으면 간 큰 직딩 소릴 듣는 압박에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물 먹은 곰인형이 되어 퇴근하고 그나마 새벽의 단잠조차 그놈의 외국어가 뭔지 학원 수강에 빼앗긴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20~30대 직장인이 무리하지 않고 1억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는 방법은 로또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등가교환을 법칙을 무시하는 것을 도적놈 심보라고 한다지만, 어디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 1억 모으기 카페를 기웃거려봤다. 그리고 '외계인'들의 사법고시 합격수기를 보는 것처럼 부담감만 늘었다. 




몇년 만에 몇억 모으기. 꼭 3년이 아니고 1억이 아니라도 좋았다. 1억이란 일종의 상징이고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일종의 선명한 목표이니까. 그저 왕재수 부장한테 보고서의 영문 스펠링 하나 틀렸다고 등짝 후려맞았을 때 홧김에 사표 던지고 더작남 쇼핑몰을 차릴 수 있는 종자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최소한의 자존을 보장하는 그런 '빽'을 가지고 싶었다.

이창업은 근무 시간 중에 몰래 알바몬에 들어가 심야 알바 자리를 뒤적이다가 다시 잡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1억을 모은 직장인들의 인터뷰들을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매달 봉급의 80%에 가까운 150만 원을 저축했습니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이 일년에 2,000만 원을 저축하는 게 누구한테 빈대 붙거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각종 이벤트에 응모해서 경품을 많이 받거든요. 그걸로 생활비가 되더라고요."

시간이 날 때?

경품을 응모?

생활이 가능?


잡지 기사가 사실이라면 경품 응모도 어엿한 투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틈틈이 월급도적질도 하는데 경품응모 쯤을 못할 리도 없다.

이창업은 결심했다.
1억을 모으면 그동안 꿈꿨던 더작남 쇼핑몰을 차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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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2.10 23:52


0.

농담은 농도 짙은 진담의 준말입니다. 업무용과는 별도로 편집일지를 두 번 작성한다는 농담은, 사실 고백이었습니다.

1.
블로그는 내밀한 공간이자 소통을 목적으로 선언하는 광장의 일부입니다. 이곳에선 가난한 화가의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드러냄을 전제로 하는 혼자만의 그림처럼, 노출 욕구와 은닉의 기술이 교차되고 공적인 성격과 사적인 범위가 충돌하면서 균형을 맞춥니다.  

2.
블로그에 편집 후기를 쓰는 까닭은 이런 겁니다. 이를테면, 싸이월드의 허세셀카.txt 같은.

3.
출판에 관심이 있는 분도 '편집자'라고 하면 빨간펜을 들고 남의 소중한 글에 낙서나 하는 직업쯤으로 인식합니다. 인쇄소 분들과 혼동하시는 것은 약과지요.

4.
틀린 연상은 아닙니다. 단지, 앞에서 열거한 각각의 업무가 모두 '편집'이라는 행위 안에 속하는 편집의 일부일 뿐이지요.

5.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어떤 텍스트에 물성을 부여해 책이라는 형태로 가공하여 시장에 내놓는 사람입니다.

6.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의 판을 넘기고, 출력기사님과 줄맞춤까지 확인한 다음 사무실을 나섭니다.

이끌리듯이 역까지 기어가 지하철을 탑니다. 그리고 마계도시 서울을 관통하는 인공적인 박동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새삼 환기하자면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의 편집이 거의 끝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될 제작 업무와 밤중에 걸려 올지도 모를 사고 전화 모두 편집 업무에 수렴되지만, 어쨌든 저는 오랫만에 깊은 숨을 뱉을 수 있습니다. 

7.
독서는 자발적으로 타인의 어두움 안으로 침잠하는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그것은 저자가 자신과 당대를 직시하고 회의하는 고백에 대한 관찰이며 참여입니다.

8.
그리고 편집자는 최초의 독자이자 대중에게 유포하기 위해 수많은 갈림길에서 주저하는 판단자이고, 그 결과에 물성을 부여하는 가공자이며, 궁극적으로는 '책'에 대해 저자 이상의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9.
네, 책이 탄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갈림길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판단해야 합니다.

10.
판단은 책임을 전제로 합니다. 

11.
그래서 저는, 두렵고 또 두렵습니다.

12.
책에는 결이 있고, 격이 있으며 간이 있습니다.

13.
머니야머니야님께 초고를 받고 소위 '느낌이 왔습니다'.
냉소적인 편집자를 자발적으로 끌어들이는 글은 드뭅니다.

14.
2010년 현재 가장 첨단이자 가장 밑바닥인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밥벌이'에 대한 치열한 모색과 들짐승의 움직임처럼 펄떡거리는 시도가 있는 줄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15.
리니지 폐인이 아니라도, 극소수의 프로블로거가 아니라도, 피라미드 사기가 아니라도, 서글퍼서 차마 못 읽는 덧글을 올리는 게시판 알바가 아니라도 인터넷에서 돈 버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16.
재밌게 책을 만들었습니다.

17.
그런데 제가 책의 결을 제대로 살렸을까요. 빛에 홀려서 저자의 의도를 왜곡하지는 않았을까요.  판관의 오만에 취해서 책이 간직한 다양한 함의들을, 행간 속에 감춰진 진의를 선명한 하나의 의미로 우겨 처넣진 않았을까요. 컷팅을 살린답시고 손을 잘못 대어 격을 떨어뜨리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원고를 존중했을까요. 제가 바르게 판단했을까요. 바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18.
원고를 출력소에 넘기고 나면 불안함과 초조함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컴컴한 방 안에 누워 이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어둠에 질식할지도 모릅니다. 필경,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가 짧은 한탄과 함께 벌떡 일어날 것입니다. 민망하면서 진부하기까지 한 질문들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낯섭니다.

19.
드디어 오늘 책이 나왔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제목은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입니다.

20.
책을 찬찬히 만집니다. 책등을 움켜쥐고 격하게 흔들어도 봅니다.

21.
종이들이 부딪치면서 새가 나는 것처럼 푸드득 소리가 납니다.

22.
다시 만원 지하철에 올라섭니다.

23.
앞사람을 마주 보는 민망함을 면하고자 어깨를 움츠리고 서서 벽에 붙은 <시나공> 토익 광고를 몇 번이고 찬찬히 읽습니다. 

24.
만약에 지하철에서 제가 편집한 책을 읽는 분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한 번 뵌 것도 같은데, 졸다가 꿈을 꾼 것이겠죠.

25.
책에 관계된 사람과의 만남은 독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26.
그래서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도 제목 선정부터 시작해서 편집 후기에 쓸 만한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는데, 그냥 묻어둡니다.

27.
다시 깊은 숨을 뱉습니다.

28.
책이 출간되기 위해서는 출판 전 과정에 걸친 무수히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합니다.

고작 편집자이지만,
그 모든 분들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합니다.  


※ 오타 발견: 36페이지에서 '9번 항상 신선한 블로그를 유지하자' 부분의 맨마지막 줄 中
'지캬야 → 지켜야'
 알려 주신 예문당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