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0.04.01 09:24

숫자로 보는 편집 후기

편집후기를 쓰면서 군대 무용담처럼 이번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노라를 과장하는 것은, 아직 이 일이 재미있어서겠지요.  



2010
이번에 편집한 도서는 《인터넷 트렌드북 2010》입니다.



550,000→25,000
랭키닷컴에서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했던 국내외 인터넷 동향 및 산업 분석 보고서매우퍽심히아주많이무진장대단히몹시굉장히 비싸다능를 단행본으로 정리하여 공개한 것입니다.


1500

책이 출간되고 나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시안들과 교정지를 정리합니다.

사무실 한 켠에 쌓였던 1500층짜리 번뇌의 탑을 철거하며, 헤어진 연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책하는 것처럼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낍니다.

붉은 선이 종횡으로 그어진 A4 용지들에서 포스트잇과 책갈피들을 떼어내고 이면지로 재활용할 것들을 추린 다음 창 밖을 보니 비가 소심하게 내립니다.

교정지는 하루 더 사무실에서 묵습니다.



36
뉴스캐스트는 언론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언론사들은 트래픽 폭탄을 맞았고 톱100 사이트에 36개가 진입했습니다. 이는 2008년의 두 배입니다.

그러나...

뉴스캐스트때문만은 아니겠지만





3
단언합니다. 앞으로 3위 네이트의 대도약이 시작될 것입니다. 

네이버가 시도하는 것은 하나하나 모두 선언이 되지만, 미래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한국 포털 시장 1위는 다음이었습니다.
 

상기 표는 변화 추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순위표는 아닙니다



20100602
트위터가 한국에서도 날 수 있을까요?



혹자는 마이크로블로그를 스마트폰 시대의 총알받이로 보기도 합니다만, 점점 가벼워지는 웹의 추세를 보여주는 상징임은 분명합니다.

"So what? So is ice cream!"

그런 점에서 30대 좌파 오덕 아자씨들이 득시글거리는 한국의 트위터는 꽤 이채롭습니다. 얼음과자의 위력이 조금 과장된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도 들지만... 작년 인터넷 최고의 히트작은 빠삐코 놈놈놈이었지요.  



1-1=1
어려움 속에서도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이제 백화점을 제치고 대형할인점과 함께 2대 유통망을 형성할 정도로 성장했고, 경기 침체와 신종플루와 같은 악재는 오히려 인터넷 시장에게는 호재가 되었습니다.

(그래프를 못 찾겠네...)

특히 음식료품과 유아용품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졌습니다.




200
이렇게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200여 개의 그래프로 정리하고 연구진의  분석을 더해 한국의 인터넷 트렌드를 조망함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4+21

만만찮은 무게를 지닌 책에어서인지 편집하면서 12라운드를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끝나고 나니 체중이 4kg이 줄어 들었고 21g도 한 반쯤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2

마감 일정에 맞추느라 저자분들께 급하게 교정지를 드리면서 참담한 심정에 사로잡혔었습니다. 편집자를 출판 PD라고 명명한(또는 인용한) 김학원 대표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저는 쪽대본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연출자인 셈입니다.

저자에게 의심받는 에디터는 편집자로서의 자존에 대해 회의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책의 내년판이 나온다고 해도 저는 편집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1

중국 인터넷 트렌드 부분은 국내에서 검증할 만한 자료를 제대로 찾을 수 없어 편집하는 데 특히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기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니 더욱 부담스러웠습니다.

1 밑에 중국 인터넷 트렌드를 넣은 이유는 이떄문만은 아닙니다. 2009년 중국 인터넷의 유행어 중 하나는 '고독'이었습니다.

여기서의 고독은 '소외'가 아닌 '병맛'에 가깝지만.


0

어떤 분과의 대화를 가장하여 스스로에게 이런 독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편집은 신의 영역이라는 스티븐 킹의 주박에 얽매인 많은 편집자들이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회의합니다.

저는 편집자가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편집 역시 평균 정도의 교양을 가진 조금 예민한 사람이라면 능히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전제는 일단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 저는 회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못난 편집자로라도 살고 싶습니다.

아오, 알라스카...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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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하루살이x 2010.04.09 10:07 신고  Addr  Edit/Del  Reply

    위드 블로그 신청했다 떨어졌다능........ㅠㅠ
    참 땡기는 책이네요..ㅎㅎㅎ
    주말에 서점이나 달려가야될듯...흥흥.....

posted by e비즈북스 2010.02.10 23:52


0.

농담은 농도 짙은 진담의 준말입니다. 업무용과는 별도로 편집일지를 두 번 작성한다는 농담은, 사실 고백이었습니다.

1.
블로그는 내밀한 공간이자 소통을 목적으로 선언하는 광장의 일부입니다. 이곳에선 가난한 화가의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드러냄을 전제로 하는 혼자만의 그림처럼, 노출 욕구와 은닉의 기술이 교차되고 공적인 성격과 사적인 범위가 충돌하면서 균형을 맞춥니다.  

2.
블로그에 편집 후기를 쓰는 까닭은 이런 겁니다. 이를테면, 싸이월드의 허세셀카.txt 같은.

3.
출판에 관심이 있는 분도 '편집자'라고 하면 빨간펜을 들고 남의 소중한 글에 낙서나 하는 직업쯤으로 인식합니다. 인쇄소 분들과 혼동하시는 것은 약과지요.

4.
틀린 연상은 아닙니다. 단지, 앞에서 열거한 각각의 업무가 모두 '편집'이라는 행위 안에 속하는 편집의 일부일 뿐이지요.

5.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어떤 텍스트에 물성을 부여해 책이라는 형태로 가공하여 시장에 내놓는 사람입니다.

6.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의 판을 넘기고, 출력기사님과 줄맞춤까지 확인한 다음 사무실을 나섭니다.

이끌리듯이 역까지 기어가 지하철을 탑니다. 그리고 마계도시 서울을 관통하는 인공적인 박동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새삼 환기하자면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의 편집이 거의 끝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될 제작 업무와 밤중에 걸려 올지도 모를 사고 전화 모두 편집 업무에 수렴되지만, 어쨌든 저는 오랫만에 깊은 숨을 뱉을 수 있습니다. 

7.
독서는 자발적으로 타인의 어두움 안으로 침잠하는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그것은 저자가 자신과 당대를 직시하고 회의하는 고백에 대한 관찰이며 참여입니다.

8.
그리고 편집자는 최초의 독자이자 대중에게 유포하기 위해 수많은 갈림길에서 주저하는 판단자이고, 그 결과에 물성을 부여하는 가공자이며, 궁극적으로는 '책'에 대해 저자 이상의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9.
네, 책이 탄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갈림길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판단해야 합니다.

10.
판단은 책임을 전제로 합니다. 

11.
그래서 저는, 두렵고 또 두렵습니다.

12.
책에는 결이 있고, 격이 있으며 간이 있습니다.

13.
머니야머니야님께 초고를 받고 소위 '느낌이 왔습니다'.
냉소적인 편집자를 자발적으로 끌어들이는 글은 드뭅니다.

14.
2010년 현재 가장 첨단이자 가장 밑바닥인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밥벌이'에 대한 치열한 모색과 들짐승의 움직임처럼 펄떡거리는 시도가 있는 줄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15.
리니지 폐인이 아니라도, 극소수의 프로블로거가 아니라도, 피라미드 사기가 아니라도, 서글퍼서 차마 못 읽는 덧글을 올리는 게시판 알바가 아니라도 인터넷에서 돈 버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16.
재밌게 책을 만들었습니다.

17.
그런데 제가 책의 결을 제대로 살렸을까요. 빛에 홀려서 저자의 의도를 왜곡하지는 않았을까요.  판관의 오만에 취해서 책이 간직한 다양한 함의들을, 행간 속에 감춰진 진의를 선명한 하나의 의미로 우겨 처넣진 않았을까요. 컷팅을 살린답시고 손을 잘못 대어 격을 떨어뜨리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원고를 존중했을까요. 제가 바르게 판단했을까요. 바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18.
원고를 출력소에 넘기고 나면 불안함과 초조함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컴컴한 방 안에 누워 이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어둠에 질식할지도 모릅니다. 필경,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가 짧은 한탄과 함께 벌떡 일어날 것입니다. 민망하면서 진부하기까지 한 질문들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낯섭니다.

19.
드디어 오늘 책이 나왔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제목은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입니다.

20.
책을 찬찬히 만집니다. 책등을 움켜쥐고 격하게 흔들어도 봅니다.

21.
종이들이 부딪치면서 새가 나는 것처럼 푸드득 소리가 납니다.

22.
다시 만원 지하철에 올라섭니다.

23.
앞사람을 마주 보는 민망함을 면하고자 어깨를 움츠리고 서서 벽에 붙은 <시나공> 토익 광고를 몇 번이고 찬찬히 읽습니다. 

24.
만약에 지하철에서 제가 편집한 책을 읽는 분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한 번 뵌 것도 같은데, 졸다가 꿈을 꾼 것이겠죠.

25.
책에 관계된 사람과의 만남은 독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26.
그래서 《머니야머니야의 인터넷 돈벌기 특강》도 제목 선정부터 시작해서 편집 후기에 쓸 만한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는데, 그냥 묻어둡니다.

27.
다시 깊은 숨을 뱉습니다.

28.
책이 출간되기 위해서는 출판 전 과정에 걸친 무수히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합니다.

고작 편집자이지만,
그 모든 분들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합니다.  


※ 오타 발견: 36페이지에서 '9번 항상 신선한 블로그를 유지하자' 부분의 맨마지막 줄 中
'지캬야 → 지켜야'
 알려 주신 예문당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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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지아빠 2010.02.16 21:48  Addr  Edit/Del  Reply

    머니야 님의 책이 나왔군요,,^^
    축하드립니다...저두 한번 관심있게 봐야 겠어요..ㅎㅎ

    제 블로그도 임신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내보잔 제안을 받았었는데
    쉽지 않은거같더라구요... 마무리 까지 잘 하신 머니야 님 대단하십니다...^^!!

  2. 예문당 2010.02.19 07:59 신고  Addr  Edit/Del  Reply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제가 오타 하나 발견했는데요, 저희글 엮고 갑니다.
    책 가볍고 느낌 정말 좋았어요.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

    • e비즈북스 2010.02.20 16:45 신고  Addr  Edit/Del

      오타라니! 오타라니 이게 무슨 으흐흐흑...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실전골프 가이드》도 독자분들꼐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요!

  3. 꽁보리밥 2010.02.24 20:19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동안 무지 고생하셧습니다.
    오늘에서야 쬐금 시간이 나서 이웃분들
    챙겨봅니다.
    나쁘다고 욕하지 마시길...^^

  4. YosiYa 2010.04.18 11:44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저도 지금 이 책읽고 있는데 넘 좋더군요 ㅎㅎ 머니야머니야님의 블로그에 가봤더니 올 말에 책을 또 내신다고 하길래 궁금증이 물씬 생기고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아래의책사진 좀 써도 될런지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

  5. YosiYa 2010.04.19 17:23 신고  Addr  Edit/Del  Reply

    감사합니다 ^^

  6. Blog Jam 2010.10.28 19:27 신고  Addr  Edit/Del  Reply

    오우.. 머니야님 블로그를 리뷰하다가 들렸는데 ㅎㅎ 글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항상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