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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모의 경제와 행복의 규모
    카테고리 없음 2009. 1. 12. 23:24

    기업의 목표는 이윤이다,라는 70년대식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데...
    인터넷 쇼핑몰도 하나의 기업이라고 보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맞을까?

    직원 수가 20명이 넘는 잘 나가는 의류 쇼핑몰이 있다.
    연매출은 50억원이 넘는다. 영업이익률은 4% 안팎.
    순이익은 대략 2억이 넘는 수준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바쁘게 사는 CEO로 변신한 케이스다.
    이 운영자는 처음에는 사입하랴, 시장 트렌드 분석하랴, 사진찍고, 포토샵하고,
    고객 응대하랴, 노가다 홍보 하랴, 키워드 광고 하랴 구체적 실무에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은 덩치가 커지면서 매출목표, 관리, 회계, 채용, 세무 같은 '경영자스러운'
    관리 업무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코 뜰 새 없다.
    일도 힘들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단지 옷이 좋아서 조그만 가게를 연다는 생각으로 쇼핑몰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기업적 규모로 커져버렸으니...따로 경영 수업을 받아본 것도 아니고..

    다른 쇼핑몰이 있다. 주부가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하는 곳이다.
    직원은 여동생 하나. 연매출은 1억. 순이익은 50%(아이템이 의류는 아니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 유치원 보내고 나면 9시.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원두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쇼핑몰 업무.
    동생과 수다 떨며 게시판 응대와 주문을 처리하고 고객 전화를 받다 보면
    어느새 즐거운(?) 점심 시간.
    밥먹고 동네 한바퀴 산보 후 오후에는 송장 출력과 패킹...
    5시쯤 택배아저씨 배송이 끝나고 6시면 하루 근무 끝.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고 7시 넘어 남편이 퇴근하면
    온 가족이 모여 먹는 오붓한 저녁 시간.
    사람을 한두 명 더 채용하면 매출이 2억 가까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업무량은 많아지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또 직원 관리라는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과감히 매출을 포기하고 '웰빙 사업 전략'을 고수하기로 했다 한다.

    순이익을 놓고 보면 전자는 2억을 벌고 후자는 5천을 번다.
    전자는 억대 수익을 위해 몸과 마음을 혹사하며 일하지만
    후자는 큰 돈은 못벌어도 심신이 평화롭게 일한다.
    돈을 기준으로는 전자가 나아 보이지만
    인간다운 삶의 측면에서는 후자가 더 바람직한 생활이라고 본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야 한다.
    직원이 예닐곱 명이 넘어가면 쇼핑몰이 가게를 넘어 '회사'가 되고
    열 명이 넘어가면 골치 아픈 사내 정치가 발생한다.
    매출은 늘지만 업무량이 치일 정도로 많아지고 조직의 갈등도 커지며
    이와 반비례하여 행복은 줄어든다.
    처음엔 좋아서 하던 일이 이제는 업무가 되고 의무가 된다.
    옷에 대한 구체적 실무에서는 멀어지고 기업 경영이란 추상적 노동으로 고도화된다.
    경영 업무란 게 의류 회사든 장난감 회사든 90%는 비슷한 일이기 때문에 재밌을 리 없다.

    물론 매출이 커서 좋은 건 있다.
    권력이 커지는 것이다.
    매출이 100억이면 이익이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은행에서, 거래처에서, 또 주위에서 대우가 달라지고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실속은 없지만 가오는 선다.

    후자는 가족적 규모의 소위 영세자영업이다.
    주변에서 크게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운영자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옛날 농촌 마을처럼 집이 곧 일터이다.
    작고 평화롭고 편안하며 말썽도 있지만 소소하다.
    규모의 경제는 이루지 못하지만 행복의 규모는 지킬 수 있다.
    앞으로 장사가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투신 자살할 정도로 타격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나의 기업으로서 개인 쇼핑몰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윤의 극대화일까 운영자의 행복일까.
    이윤의 극대화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하는데
    규모의 경제는 행복의 규모를 초과하는 곳에서만 발생한다.

    GDP가 아니라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을 추구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
    개인 쇼핑몰들도 규모의 경제보다는 행복의 규모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작은 기업을 우대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작지만 행복한 인터넷 자영업의 모델을 찾는 일이야 말로 e비즈북스의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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