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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자 노트]UX 리서처의 일 - 13년 현역 UX 리서처가 말하는 리서치의 본질에 대한 통찰
    e비즈북스이야기/e비즈북스노트 2023. 6. 1. 21:35

    UX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매뉴얼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기획하던 도중 눈에 들어왔죠. 그 후 얼마 안 있어 모바일 시대가 열렸고, UX는 이제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UX 디자인 그후 UX 라이팅, 그리고 이제는 UX 리서치.

    하루가 멀다하고 사이트 디자인을 손보는 아마존의 경우 사업팀 별로 UX 리서처를 채용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외국은 물론 한국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UX 리서치 역량확보에 힘쓰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UX 리서처의 일》은 제가 기획을 하진 않았지만 미팅에는 참여했습니다. 

    미팅 전에 기획안을 보고 UX 리서치 책들을 봤습니다. 책이 몇 권 없었지만 목차를 한 눈에 보기에도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어렵겠네'

     

    그리고 UX 리서처 모집 공고를 봤습니다.

     

    요구하는 스펙이 대단합니다. 지금은 공고를 찾을 수 없지만 대충 아래처럼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조건들이 5줄에 걸쳐 있었습니다.

     

    *인지 심리, HCI 등 UX 관련 전공자 또는 그에 준하는 지식 보유자

     

    '거의 박사급 인재를 원하는군. 이런 인재가 UX 리서치를 하려고 할까? '

     

    그래서 미팅때 저자이신 레드버스백맨님께 물었습니다.

    "모집 공고에 나온 스펙에 맞는 인재가 얼마나 될까요? "

     

    레드버스백맨님께서 웃으십니다. 

     

    사실 UX 리서처의 채용조건은 거창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 UX팀에서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당장 전문적인 UX 리서처가 부족하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공이 아니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겠죠.

     이번에 나온 신간 《UX 리서처의 일》은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UX 리서처가 뭐예요?

     

     

     

    방망이 깎는 노인입니다 (실제 답변은 '깎는 사람')

     

    무슨 의미 일까요?

    아무래도 UX의 중요성을 아는 기업들은 대부분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입니다. 이 기업들은 일단 서비스를 개발 먼저하고 테스트하고 보완하는 개발 방식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는데 특화되어 있죠.

    "일주일 안에 개발을 완료해야하니까 리서치를 빨리 해주세요"

     

    만약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는게 UX리서처의 일이라고 합니다.

    리서치 기간에 1 주일이 필요한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급하지 않은 요청이 어디 있겠냐만 이럴 때 가만히 따져 보고 “시간에 맞춰서 사용성을 진단할 수 없으니 그냥 가소”라고 확실히 말하는 것이 리서처의 일입니다.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어느 조직이든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인 개발 리소스는 항상 부족하고, 리더에게 출시 일정을 미루자는 말을 꺼내면 싫은 소리 들을 것이 뻔하다는 것까지 잘 압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야근을 하더라도, 밥시간을 줄여가며 동료가 요청한 일정에 맞춰 방망이를 깎으려고 아등바등했어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닌 겁니다. 방망이를 쓰는 사람이 직접 써보고 불편한 점을 찾아내고, 그 부분을 다시 깎고 또 다시 써보게 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시간에 쫓겨서 하는 UX 리서치로는 처음부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죠. 숙제를 마쳐야 하는데, 숙제만 남았습니다.오히려 무리해서 다른 리서치와 병행하다 더 시급한 문제에 집중할 수 없으니 이건 리서치를 요청한 동료 PM 또는 PO나 리서치를 수행하는 저나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죠.
      《UX 리서처의 일》 중에서. 레드버스백맨 著

                                                                                                                        

     

    그렇게 '깎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후 UX 리서치의 일을 방망이 깎는 노인에 빗대어 설명함으로써 쉽게 읽혀집니다. 쉽게 읽혀진다고 해도 UX 리서치에서 꼭 알아야 지식을 잘 버무려서 전문성과 유익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는 보고, 듣고, 묻는 관찰자라고 압축했지만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듣는지, 어떻게 묻는지 경험을 통한 통찰과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실제로 UX 리서치를 담당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마케터도 읽으면 유익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용자가 심사숙고해서 물건을 담아둔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에는 광고가 없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검색해서 가격도 따져보고, 사용한 고객들의 후기도 읽어보고, 〈유튜브〉에서도 검색해서 담아둔 상품은 다음에 생각하지 않고 바로 쉽게 구매하려고 최종 선택받은 제품들이라는 것을 UX 리서치로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사용자는 다른 메뉴에 비해 장바구니에 추가된 광고에 대해서 심각한 거부감을 나타냈고, 자신이 담은 제품과 광고성 제품을 쉽게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장바구니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페이지를 이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매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질 겁니다. 장바구니에 광고를 추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UX 리서치로 확인하고 나서야 정말 중요한 것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UX 리서처의 일》 중에서 . 레드버스백맨 著  

     

    저는 그동안 별생각없이 인터넷 쇼핑을 해왔는데 이 내용을 보고 직접 쇼핑해서 확인해봤습니다.

    '역시 그렇군. 내가 헤맨 이유가 있었어'

     

    서두에서 UX 리서치가 굉장히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업무 자체가 쉽다고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단 이 책을 읽는다면 말이죠. 목차만 봐도 흥미가 끌리지 않습니까?

     

    1UX 리서치란 무엇인가?

    깎는 사람 / 거절할 책임 / 확신 대신 의심 / UX 조직은 아직 여름입니다 / 윈터 타이어를 꼭 써야 할까?

     

    2장 현장에서 쓰이는 UX 리서치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 예민할수록, 유난할수록 좋습니다 / 그들은 왜 UX 리서치를 할까? / 그 많던 핑크색 수염은 어디로 갔을까? / 문제를 늘리는 사람

     

    3장 진화하는 UX 리서처

    스타트업과 UX 리서치 / 오차를 줄이는 사람 / 프리킥을 과학으로 끌어올리는 방법

     

    4UX 리서처가 경계해야 할 편향과 자주 겪는 실수

    무알코올 맥주는 무알코올이 아닙니다 / 할까 말까 결정하는 방법 / 로고에도 사용성이 필요한가요? / 모든 집합은 자기 자신의 부분집합 /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위한 디자인 / 광폭행보일까? 좌충우돌일까?

     

    5장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

    조사를 잘해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 숫자와 UX 리서치 /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 원인을 찾겠다고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 마음을 자주 바꿔야 오차가 없습니다 / UX 리서처가 경계해야 할 5가지

     

    6UX 리서치 그 다음은?

    UX 리서치에 대한 11가지 생각 / 당근마켓이 해외에서 매너온도를 포기한 이유 / 사용성이 좋다고 사랑받지 않습니다 / 숫자로 보는 UX 리서치 임팩트 9가지

     

    질문지를 닫으며

     

    UX리서치 업무를 맡은 분들을 비롯해 소비자(사용자)를 이해하려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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