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09.02.26 10:27

 반품을 작정한 구매도 있다

강의나 컨설팅을 통해서 만나는 분들이 쇼핑몰 CEO다 보니까 악질고객의 행태나 유형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는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한번은 소비자보호원에 계신 분과 동석할 기회가 생겼는데 고객에게 억울하게 당하는 쇼핑몰 얘기를 하면서 ‘쇼핑몰 판매자보호법’ 이 생겨야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지요. 의외로 공감을 하셔서 놀랐는데,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민원 중에는 소비자보호법을 악용하는 소비자도 있어서 오히려 순진한 판매자나 쇼핑몰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참에 소비자보호법은 있지만 판매자보호법은 없으니 악질 고객의 행태와 유형에 대해서 파악하여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다 한번 필요한 제품은 쇼핑몰에서 빌려 써야지

한때 자동차에 푹 빠져 살았던 터라 아직도 자동차 관련용품만 보면 살 생각도 없으면서도 찬찬히 살펴보는 버릇을 못 버리고, 자동차 관련 쇼핑몰 CEO와는 죽이 잘 맞아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누게 됩니다. 제가 단골로 이용하는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어서 심심하면 들러서 신제품도 보고 충동구매도 하는데 올해 초에 처음으로 구매를 작정한 고객으로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필요했거든요.
 

‘운전은 하지만 지리는 모른다’는 모토로 20년을 살아온 길치의 달인인 저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길을 찾아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할 수 없이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남편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꿋꿋이 버텼는데 이제 와서 앞으로도 별로 사용할 일이 없는 비싼 네비게이션을 사려니 돈이 아까웠지요. ‘차라리 그 돈으로 튜닝을 하는 것이 좋은데….’ 하면서 투덜대면서 매장에 전화를 하니 그러면 리퍼(refurbished,반품된 상품) 제품을 사는 것이 어떠냐고, 마침 못된 고객이 빌려 쓰고 반품한 제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피코트나 명품 핸드백, 보석반지 같은 것을 연말과 연초에 송년회나 동창회를 위해서 주문했다가 ‘잘 입고 잘 반품하는’ 얌체고객 사례는 자주 들었지만 네비게이션도 그렇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리퍼로 판매되는 네비게이션은 애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 상당수는 저처럼 어쩌다 한번 네비게이션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구매한 고객이 목적을 다한 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환불한 제품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 고객일수록 ‘차라리 환불해 주고 말자’ 라고 할 만큼 끈질기고 악착같아서 생각도 하기 싫은데 그런 정보가 공유되는지 점점 진상고객이 늘어난다고 걱정을 합니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의 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해 보라고 했더니 작정하고 덤비는 고객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실랑이하는 시간에 다른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고 하더군요. 가치관의 차이일 수도 있고, 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일 수도 있겠지만 쇼핑몰 시장이 커질수록 뾰족한 대안이 없는 난감한 상황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쇼핑몰을 필요할 때 공짜로 빌려 쓰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일부이듯이 그런 대상이 되는 상품 또한 일부입니다. 이불이나 침대를 하루 빌려 쓰기 위해서 구매하는 고객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네비게이션이나 휴대용 녹음기 등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반품 비율을 체크해서 예상되는 손실액을 가격에 반영하거나 매출계획에 반영하고, 리퍼제품을 처분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는 경품만 좋아

빌려 쓰기 위해서 구매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순전히 경품이 탐나서 구매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경품에 당첨되지 않으면 주저 없이 반품해 버리는 이런 고객은 입 딱 벌어지는 경품을 내거는 홈쇼핑에 특히 많은데, 대부분이 상습적이라서 골머리를 앓는 홈쇼핑의 해결책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따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에 있는 고객이 주문을 하면 콜센터에서는 고객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주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한다고 하니 이런 고객이 인터넷 쇼핑몰로 무대를 옮길까 봐 지레 걱정이 되지요.


경품은 고객을 끌어 모으고 순식간에 매출을 증가시키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경품만을 찾아 다니는 고객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쇼핑몰에서는 특정인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과한 경품보다는 구매 고객 전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은품이 반품을 작정한 구매를 최소화하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만은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서도 생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이불을 구입하기 위해서 참고하는 상품사진에는 침대에 이불, 쿠션, 커튼 등으로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 상품의 가격이 이불만의 가격이라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부 순진한 고객들은 이불과 쿠션, 침대, 커튼 등 상품사진 속에 포함된 모든 구성품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제 후에 배송된 박스 속에 이불만 달랑 있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상해서 쇼핑몰에 따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성품

 이렇게 순진한 고객들은 쇼핑몰의 CS담당자가 침대와 쿠션, 커튼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디스플레이한 것일 뿐 가격 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상품사진에도 상품페이지 어디에도 그런 얘기는 없었으면서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만이 생겨나지요. 그리고 마침내 승리해서 침대와 쿠션, 커튼까지 다 받아냅니다. 넌센스 같지만 사실입니다.


우리 쇼핑몰을 방문하는 고객들 중에도 이렇게 순진한 고객이 있을 수 있으니 구매결정 요인이 곧 불만요인으로 될 만한 사항은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위의 경우와 같이 상품이 다른 구성품과 함께 전시한 상태에서 촬영되었다면, 반드시 상품사진 하단 또는 상품페이지에 ‘본 제품의 구성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품목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소품으로, 구성에 포함되지 않으며 구매가 불가능한 품목입니다’라는 문구를 명기해야 합니다.


나는야, 떼쓰기 달인

순진한 고객이 있는가 하면 떼쓰기의 달인인 고객도 있습니다. 종합쇼핑몰의 MD들과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접하는 황당고객 사례를 물어보았더니 단연코 식품 분야가 1위였습니다. 꽃게장을 구입했던 어떤 고객이 냄새가 난다면서 반품을 했는데 그 많던 꽃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자잘한 꽃게 달랑 두 개만 통에 담아서 보냈다는 것입니다. 더 심한 고객은 영덕대게를 구입했던 고객인데 상한 것처럼 냄새가 나서 도저히 집안에 둘 수 없어서 버렸다고 환불해 달라는 고객이었답니다. 그래서 정말 상한 제품이 배송되었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물어보았더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는군요.

협력업체에서 당일 발송한 꽃게장과 영덕대게 중에서 품질불만을 제기한 유일한 고객이었고, 배송과정에서도 문제발생 소지는 없었다고 합니다. 분명히 고객들이 다 먹은 것 같은데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고, 환불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얌체고객들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협력업체나 쇼핑몰 모두 감안해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인지도가 높은 종합몰일수록 떼쓰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고객의 요구가 관철되는 식품과 달리 고가의류나 보석류의 경우에 가격을 잘못 기재해서 발생한 분쟁의 경우에는 고객의 떼쓰기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패션담당 MD의 경험담인데, 289만 원의 모피코트가 디자이너가 웹페이지 작업을 하면서 실수를 해서 28만 9000원으로 기재가 되어 쇼핑몰에 올라갔답니다. 곧바로 가격은 바로잡았지만 그 사이에 모피코트를 28만 9000원에 구매한 고객이 있어서 주문취소를 요청했답니다. 그러나 당연히 주문을 취소할 줄 알았던 그 고객은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모피코트를 내놓으라면서 소비자의 권리와 쇼핑몰의 책임, 기업의 브랜드를 거론하면서 완강히 버텼답니다. 결국 소비자보호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쇼핑몰의 실수가 명백하더라도 상식 선에서 쇼핑몰의 실수임을 고객이 인지할 수 있다면 쇼핑몰에서는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가격을 세 번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합니다.
 

인터넷 쇼핑몰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고객의 규모도 같이 커지는데 그런 고객을 사전에 식별해내기란 쉽지 않으니 유형별로 대처방안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설득의 심리학》, 정윤제 저, e비즈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