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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경영학의 진리체계
    e비즈북스이야기/읽은책들 2009. 3. 6. 15:36
    경영학의 진리체계 - 10점
    윤석철 지음/경문사

    경영 [명사]
    1. 기업이나 사업을 관리하고 운영함. ≒경기(經紀).
    2. 기초를 닦고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해 나감.

    경영이란 어떤 집단이 영속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즉 자신이라는 단수를 너와 나라는 복수로 구성하고 나아가 우리라는 거대한 단수로 확장하는 인간의 생존 기술에 대한 정수이자 총화입니다.  따라서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범위는 굉장히 넓고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분야 역시 아주 많겠죠.

    그러나 문제에 대한 해법만 가진 학문은 한계에 봉착하기 쉽기 마련입니다. 경영학은 응용학문의 정점에 선 분야이기 때문에 순수학문이라면 의당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학문 토대인 현실을 구성하는 제반요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결여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즉 어떻게 살아남을까에 대한 해답은 제시되어 있었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존 방식이 왜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경영학의 진리체계’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경영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시도함으로써 다른 순수학문들의 여기저기에서 빌려온 누더기로 기워진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토대를 세우려고 하고 있고 있습니다. 이게 이 책의 기획의도이자 컨셉인 것이지요.

    이 책에 따르자면 수많은 생명체들은 '환경적응→전략수립→구조조정'이라는 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생존을 지켜왔지만 이러한 적자생존식의 제로섬 게임으로는 언젠가는 0,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체는 바람직한 생존 모델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경영학'입니다. 그리고 경영학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생존모델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게임, 즉  '너 살고 나 살고' 모형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해와 소통을 전제로 한  '주고받음'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경영학'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학문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삶'이라는 주제에 천착합니다. 즉 공동체를 이루고 생존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주고받음의 관계’로 파악해 ‘생존부등식’이라는 이론을 제시하는 바, 생존을 위한 ‘주고받음’의 과정을 '가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영이란 V(Value, 주고 -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 〉P(Price, 받고- 상품 가격) 〉C(Cost, 그를 위해 투여된 에너지- 원가)라는 가치부등식의 충족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죠.

    ‘사교육’에 가치부등식을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을까요.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사교육비가 두 배로 뛰어오른다고 해도 기꺼이 지불할 것입니다. 사교육으로 자녀의 학벌이 보장된다면 삶의 질 역시 함께 보장받는다고 믿으시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자면 신해철 씨도 광고하는 현재 사교육 시장은 학부형들의 과외비인 수십만 원(어쩌면 그 이상)을 절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주는 측이 받는 측에게 제공해주는 가치입니다. 조금 슬프죠?

    저자는 경영의 이상을 너 살고 나 사는 모형, 즉 相生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하기에, 仁과 義의 조화로움을 결론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경영학의 진리체계 정립을 마무리합니다.

    경쟁이란 피바다를 능숙하게 헤엄칠 줄 아는 극소수의 승리자를 제외한 대다수는 결국 패배자입니다. 그러나 핏물로 피를 씻는 수라장에 놓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웃으면서 패배하는 담대함이거나 혹은 경쟁 체제에서 이탈하는 용기는 아닐 것입니다.

    '너 살고 나 살고' 相生의 방법을 찾아야지요.

    따지고 보면 우린 모두 저자가 이야기한 '황무지'를 찾아 뭍으로 올라온 생명체의 후손들이니까요. (아, 민감한 문제네요. 창조론을 믿으시는 분들께는 미리 싹싹 빕니다. 때리지만 마세요.)

    영어 유치원비를 두고 한숨 쉬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대화가 곧 저에게도 다가올지 모르는 끔찍한 미래임을 인식했다면, 유치원때부터 피바다를 헤엄치게 하는 경쟁체제로부터 자녀를 끌어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현상태를 의심할 줄 모르고 '너 죽고 나 살고'에만 매달리면 언젠가는 공룡처럼 화석이 될 테니까요.



    이 책은 경영학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던 경영학도들이나 경영자들, 경영학을 막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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