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0.10.12 12:30



낭만주부의 액세서리 쇼핑몰 운영기 (5)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명랑하고 넉살도 좋으며 털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사를 하면 잘할 체질이라고도 한다(심지어 나를 30년 넘게 봐 오신 부모님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 그러나 그건 분명 나를 드문드문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남들이 나를 그렇게 봐주길 바라는 나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동전의 양면처럼 전혀 다른 모습이 숨어 있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든처럼. 나는 기분파이고 코믹하고 정신없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질러지고 지저분한 내 방의 책꽂이에서 누군가가 책을 빼서 보고 그대로 끼워 놓았다 해도 눈치 챌 만큼 히스테릭하고 예민한 부분도 있다. 그 예민함으로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신경성 위경련으로 병원신세를 지기도 여러 번 했고, 내가 남에게 폐 끼치는 것도 싫지만 남이 내게 폐 끼치는 것도 아주 질색인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이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직장에서도 프리랜서처럼 혼자 진행하거나 외주를 주고 관리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동료직원들과 일적인 것으로 부대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랬으니 망정이지 공동 프로젝트나 협동을 요구하는 업무였다면 몇 달도 못 버티고 싸움 나고 때려치웠을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그런 자신을 잘 알기에 사람들과 부딪히고 섞여야 하는 직장이나 오프라인 가게보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집에 처박혀 내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는 쇼핑몰이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큰 걸림돌 없이 하나 둘씩 물 흐르듯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만만하던 쇼핑몰 운영에도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화 공포증!!!



flickr - VoIPman


직접 사람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할 때는 주책스러울 정도로 밝은 성격인데도 이상하게 전화만 하면 평소에 잘 하던 말도 더 더듬고 앞뒤가 안 맞는 소릴 한다. 절친한 친구 두세 명을 제외하고 익숙지 않은 지인들과의 통화에서는 어김없이 어색한 적막이 중간 중간 흐르는데 그게 싫어서 아무 말이나 꺼낸다는 게 결국 그 모양이 된다. 보통 때도 그렇게 전화 받기를 어려워했는데 쇼핑몰을 시작하고 나서는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늘 긴장되고 두렵고, 벨 소리만 울려도 심장 벌렁거리고 ‘이걸 받아 말아?’ 망설이다가 전화가 끊어지기 일쑤였다.

혹여 전화 벨 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가 해서 부드러운 클래식으로도 바꿔보고 새소리로도 바꿔 봐도 여전히 벨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여전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혀가 꼬여버렸다. 한 번은 얼마나 더듬거렸는지 “어, 저기, 음, 그러니까…”를 반복하던 내게 전화를 받던 고객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화를 버럭 낸 적도 있었다.

그나마 오픈마켓 고객들은 전화보다는 게시판으로 문의를 하는 편이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서 답변을 달며주면 된다. 그러나 고객들이 모두 게시판으로만 질문을 하면 오죽 좋겠다마는 성격 급한 우리 고객들은 전화통을 붙들고 이것저것 묻고 따지기를 더 즐기는 듯 것 같다. 오늘 주문했는데 언제 받게 되냐고 하는 전화나 시간이 없으니 제품을 전화로 주문한다는 고객은 그래도 대하기 쉬운 편이다.

그들은 내가 마치 자신들의 코디네이터라도 되는 양 ‘이게 어울릴까요? 저게 어울릴까요?’ 를 집요하게 묻기도 하고, 아예 게시판에 자신이 입을 옷과 사진을 찍어 올려놓고는 키는 얼마고 나이가 얼마이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추천해 달라고도 요청하기도 한다(그래, 나도 인터넷으로 옷 한 번 사려면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며칠을 고민하는 편이라 그 기분 이해한다).

한 고객과의 전화통화가 30분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하루에 서너 번도 넘게 전화해서 같은 질문을 하고 또 하고. 재차 확인해야만 하는 금붕어형 고객도 많다(‘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지만 돌다리가 부서져라 두드리는 고객들도 있다. 그것도 용서할 수 있다. 우리 엄마도 내가 학교 갈 때면 도시락 챙겼냐 몇 번씩 확인하던 분이셨고, 지금은 내가 신랑한테 그러고 산다).

그래, 뭐 이 정도쯤은 상식적으로, 운영자의 서비스 마인드로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다짜고짜 전화해서 화부터 내며 큰소리로 불만을 쏟아 붓는 고객은 정말 당해낼 재간이 없다(수화기를 밖으로 주먹이 날아올 것 같은 기세다). 사용법을 몰라 힘으로 장식을 만져서 완전 찌그려 뜨려 놓고도 제품 불량이라고 당당히 항의한다. 게다가 불량이니 반품하겠다. 불량이라 반품하는 것이니 배송료는 절대! 낼 수 없다. 무조건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참으로 난감한 이런 고객은 쇼핑몰에서는 빈번하게 있는 진상 유형이다.

내가 만약 쇼핑몰을 때려치운다면 그 원인의 1순위는 ‘전화 받는 것’ 때문일 것이다. 가뜩이나 전화 울렁증이 있는 내게 이런 고객의 무차별 클레임은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하고 싶은 말들은 조각조각 나뉘어 순서 없이 튀어 나오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게 전화 벨소리에 노이로제가 생겨갈 무렵,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않으면 내 꿈은 여기서 끝을 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은 고객응대 매뉴얼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아, 이렇게 말할 걸’ 하고 아쉬워했던 것들을 파일로 남겨두기로 했다. 종이에 적어두면 잃어버리거나 순서를 바꾸고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컴퓨터 안에 [고객응대] 라는 폴더를 만들어 그때그때 저장했다. 고객의 주문내역을 찾아 컴퓨터 앞에서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유용했다.

그렇게 시일이 지나면서 대부분 고객들이 자주하는 공통된 질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쇼핑몰 메뉴 중에 자주하는 질문(FAQ) 코너도 더욱 세분화 정리해 놓음으로 고객이 전화 또는 게시판으로 질문하는 일을 줄여 나갔다. 또한 게시판에 질문에도 일일이 처음부터 적을 필요 없이 매뉴얼에서 답변을 찾아 붙여 넣고 조금만 수정하면 되었다.



# 밀란케이 FAQ 게시판


때로는 고객이 제품에 관해 질문을 하고 (운영자만 볼 수 있도록) 비밀글로 잠거 놓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에 따라 답변 글은 열쇠를 해제하고 올리기도 한다. 제품에 관해 자주하는 질문이나 다른 고객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시간을 들여 최대한 상세히 작성하여 비슷한 질문을 하고자 했던 다른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시판 내용에 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신상 정보나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 내용이 없다면 보통 그렇게 비밀 글을 해지하여 답변을 올린다. 특히 맞춤주문 제품의 상담 같은 경우는 다른 고객들이 게시 글을 보고 자신들도 그런 것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변형주문이 있는 제품은 아예 신상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혼자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품기획에 고객이 함께 기여한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 삼조가 아닐 수 없다.



# 밀란케이 Q&A 게시판


그 외에 이메일로 답변을 처리하기도 하는데, 상담 시 말문이 막히거나 간혹 필요 이상으로 흥분한 고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보통 화가 나 있는 고객은 상담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를 않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 때문에 전화통화로는 쉽사리 설득이 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메일로 사진까지 첨부해서 설명을 해드리면 상당히 효과적이다. 유형별로 미리 파일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답변을 하는데 오랜 시간을 걸리지 않고, 고객에게 좀 더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 가장 빈번하게 옥신각신 하게 되는 부분은 배송료 문제이다. 교환을 하든, 반품을 하든 꼭 이 배송료가 사이에 끼어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무상으로 A/S해 드리겠습니다. 배송료는 고객님 부담으로 왕복 5000원 입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쇼핑몰의 반품 또는 교환 시 원칙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분명 무료로 A/S를 해주는 것인데, 고객 입장에서는 배송료 5000원을 내므로 무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까운 마음에 부득부득 무료배송을 외치다가 판매자의 ‘원칙’에 밀려 마지못해 5000원을 지불하거나, (제품이 1~2만 원대의 저가제품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버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불량의 대다수는 방법만 알면 집에서도 간단히 손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A/S로 접수되어 와도 집게로 한두 번 만지면 바로 멀쩡해지는데, 겨우 이것 때문에 배송료가 5000원이나 드는 것이다. 우리가 내든 고객이 내든 아깝기는 매한가지이다. 우리는 무료로 A/S 해 드리는 것이라 이득이 없는 일인데도 왠지 고객에게 미안해진다. 그래서 고객에게 설명해주려고 수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설명을 달아서 매뉴얼을 만들게 되었다. 그것을 메일로 보내 드리기도 하고, 문제가 일어날 것이 우려되는 제품은 프린트해서 함께 동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문제가 생긴 제품을 수리하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찍어 메일로 보내드린 적도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는 ‘참 가지가지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나는 전화 통화만으로 이런 부분들을 고객에게 시원하게 전달할 만큼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원칙을 내세워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객이 스스로 제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고객은 배송료 5000원과 시간을 들여 수리할 필요가 없어졌고, 우리도 박스비와 인력 낭비를 줄일 수 있는데다가 고객의 신뢰까지 얻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이것은 한 일례에 불과하다.

진정한 서비스는 원칙을 내세워 방어를 하기 이전에 서로 win-win 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마음가짐이다. 쇼핑몰로 직접 전화를 하는 고객 다수의 분들은 사실 진상보다는 상품에 대한 궁금증으로 전화를 하는 분들이다. 목걸이 길이나 변형은 가능한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또는 주문했는데 언제 받게 되는지 등의 일반적인 질문들이며, 물건을 구입하고자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다전화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까다로운 고객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꼬치꼬치 묻는 고객에게 충실히 답변을 드리면 바로 구매로 이어지며, 단골이 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쇼핑몰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이런 고객들은, 의외로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쇼핑몰을 찾게 되면 오랫도록 충성도 높은 단골이 된다.



서랍장속의주얼리가게낭만주부의액세서리쇼핑몰운영기
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 창업 > 인터넷창업
지은이 강미란 (e비즈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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