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0.10.13 10:48



낭만주부의 액세서리 쇼핑몰 운영기 (6)





제품을 판매 시 요즘 거의 모든 쇼핑몰들의 기본 원칙은 선불제이다. 돈이 결제가 된 것을 확인한 다음에 물건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우리도 역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선불제이다. 간혹 급하게 다음날 꼭 받아야 하는데 돈은 오후 늦게쯤 입금할 수 있다거나 하는 이유로 간곡히 사정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객을 믿고 물건 먼저 보내주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거나, 맞교환으로 새로 보낸 물건을 받기만 하고 교환할 물건을 보내지 않는 고객들도 서너 번 정도 있었다. 대부분 물건이나 돈을 받지 못하고 끝났었는데 큰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에 신경 쓰느라 다른 일에 지장을 줄 수 없어 포기하곤 했었다. 때문에 이제는 철저하게 후불제를 지키고 있으며 단골일 지라도 먼저 물건부터 보내주는 경우는 없다.

그러던 어느날, 쇼핑몰 운영도 4년차에 접어든 올해 일이다.
 
"따르릉~"
“예, 밀란케이 입니다.”
“어제 전화 드렸던 사람인데요. 오늘 몇 시까지 입금해야 내일 받을 수 있나요?”
“예 고객님, 3시까지 주문마감이고요, 3시 전까지 입금 완료 해주시면 당일 발송되어 내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친구가 일본에 있는 친구한테 보낼 거라 늦지 않게 내일은 꼭 도착해야하거든요. 꼭 좀 부탁드려요.”
“예, 고객님, 혹시 조회가 되지 않는데 주문은 아직 안하셨나요?”
“예, 그냥 전화로 주문하면 안 되나요?”
“예, 그래도 혹시 제가 잘못 받아 적을 수도 있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저희 사이트에서 직접 주문서 작성해주시겠습니까?”
“그럼, 회원 가입해야 하나요?”
"아니요. 꼭 하실 필요는 없고요, 원치 않으시면 비회원으로도 주문가능하십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시간이 흘러 4시경이 되어 아까 그 손님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낮에 전화 드렸던 XXX인데요. 제가 수표를 입금 시켰더니 이체가 바로 안되고 내일 오후 3시가 넘어야만 이체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제가 예약이체를 해놓을 테니 오늘 물건 보내주시면 안되나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입금이 완료가 되어야만 발송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죄송해요. 그런데 꼭 내일은 받아야 해서. 제가 주민등록번호도 불러 드릴게요. 저희 집에 배달하시는 택배기사님께서 가지고 계시다가 내일 이체 확인되면 제가 바로 기다렸다가 받아도 안 될까요? 저도 지금 아이 둘 데리고 입금하려고 집에서 차타고 멀리까지 나왔는데 이렇게 되서 저도 너무 당황스러워요. 꼭 좀 부탁드려요.”

그렇지만 주민등록을 불러준들 허위일 수도 있고, 기사님께서 오전에 들르시는 곳일 수도 있기에 가지고 계시다가 지나온 곳을 다시 돌아가서 배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고객은 너무나도 간곡히 호소했다. 이전에도 그 제품에 대해서 몇 차례 상담을 했었고 아이까지 업고 나와서 힘들게 입금했다는데 입금이 안 되서 물건 못 보낸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할 수가 없었다. 나도 아이의 엄마라 그랬는지, 왠지 ‘아이 키우는 엄마가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약해져 찝찝하긴 했지만 결국 물건을 보내주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고객은 입금을 하지 않았다. 독촉을 몇 번 보냈는데 처음엔 알았다고 하더니 다음부터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 핸드폰을 빌려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받는 것이었다. 내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 사람보다 내 자신이 어리석었던 것이 더 화가 났다. 무슨 근거로 물건부터 보내주고 이렇게 며칠을 골치를 썩고 사서 고생하고 있는 건지. 최후통첩으로 몇 번의 문자를 보냈었다. ‘X일까지 입금이 되지 않을 시에는 저희도 법적 대응을 하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때만 반짝 곧 입금하겠고 기다려 달라는 문자가 왔다. 그러기를 한 달은 넘어 갔고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예전처럼 ‘이런 거 신경 쓸 시간에 제품 하나라도 더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괘씸하고 분해서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사실 금액은 12만 원 정도였는데 돈보다도 그 수법이며, 아이를 핑계로 사람 마음을 약하게 한 것이 미리 생각한 각본이라면 정말이지 치가 떨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젠 연락도 안 되고 스스로 성공했다고 좋아하고 있을 그녀를 위해 고소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동네 경찰서(지구대)에서는 사기 건이나 형사 건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마포경찰서를 알려주었다. 각 구에 하나 있는 큰 경찰서라 버스를 타고 제법 멀리 가야만 했지만 오기로라도 찾아 갔다. 막상 커다란 경찰서(경찰서라기보단 무슨 법원 같은 느낌) 앞에 서니 떨렸다. ‘에효, 내 팔자에 웬 경찰서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서 민원상담원의 도움을 받아 그간의 정황을 조서로 작성하여 첨부를 하고 안내를 받아 2층 사이버 수사과로 올라갔다. 사무실 문을 열자 수사드라마에서 본 듯한 시커먼 형사 분들이 각 책상 앞에 앉아 분주히 전화를 받거나 뭔가를 작성하고 있었고, 형사에게 큰 소리로 뭔가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아, 예….”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나는 주섬주섬 가방 속에서 미리 준비해 온 증거물(주문서, 운송장 번호와 택배 추적 내역, 주고받은 문자내역 등을 캡처해서 모두 프린트하여 준비한 것들)을 형사분 앞에 내밀었다. 주문자가 직접 작성한 주문내역서와 내가 그 주소로 보낸 택배 운송장 번호가 있기 때문에 물건을 보냈다는 증빙은 되었다. 왜 그 여자가 전화로 주문을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주문서가 없다면 보낸 증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회원이라 주민등록번호는 없고 이름과 주소만 있었는데, 이것이 허위인 경우에는 경찰에서도 찾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실제 이름과 주소라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서 접속한 시간대로 서버를 추적하여 찾아냈다.

“어? 이 사람 상습범이네….”
“상습범이요?”
“예, 지금 사기 건으로 여기저기 수배가 되어 있네요. 어이쿠, 한두 건이 아니네.”
“아니, 어떻게… 아이가 둘이나 있는 젊은 엄마였는데….”
“사기꾼이, '나 사기꾼이요' 하고 써 붙이고 다니는 줄 아세요 허허, 이런, 장사하시는 분이….”

형사 분께서 그 고객에게 전화하여 최후통첩을 했고 이후에도 입금이 안 되면 그 고객이 있는 지역의 관할경찰서로 수사가 넘어가고 구속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입금을 하지 않았고 구속이 되었으며, 며칠 후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물건 값을 보내줄 테니 합의서에 사인을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너무도 당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뭐 그깟 일로 고소까지 했냐는 듯한 말투였다.

“어르신, 제가 뭐 잘못한 거 있나요? 저한테 먼저 사과라도 한 마디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아, 그런가요? 내가 딸애한테 나오면 꼭 사과하라고 전하겠소이다.”

참, 그 딸에 그 아버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염치없기는 매한가지였다. 합의해주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자신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런 정신이상자들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또한 이 일로 더 이상 경찰서 드나드는 것으로 시간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합의금 받아낼 생각도 없었고,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해서 사인해서 팩스로 보내주고는 그 사건은 그렇게 끝을 냈다.



# 지방 검찰청으로부터 등기로 온 <고소.고발 사건처분 결과 통지서>
 

그 후로 약 1개월 후 집으로 등기가 한통 왔다. 관공서에서 온 듯한 봉투라 또 신랑이 주차위반을 했나보다 하고 무심코 뜯었는데 지난번 그 고소 건이 '불구속구공판'(*)으로 판결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합의를 해줬음에도 죄질이 나빠서 끝내는 형이 집행된 모양이었다.


(*) 불구속 구공판 : 사기범을 구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公判:형사재판절차)에 회부해 정식재판을 하여 그에 따른 죄과를 받게하겠다는 의미. (즉 사기범은 현재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서 재판에 회부되어 있고, 그에 따른 죄과를 받게 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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