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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통점
    e비즈북스의다른책들/IT 삼국지 2010. 12. 15. 09:57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통점

    구글의 성공 전략과 사업 모델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판박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해나갔듯 구글 역시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했다. 또한 야후와 AOL이라는 인터넷 거인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서 최대한 이용하였고 나중에는 그 거인마저도 물리쳐버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IBM과 애플이라는 두 거인을 적절히 이용하였고 나중에는 그 거인을 쓰러뜨리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의하면 2010년 11월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9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나의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한 만큼 이들에게는 반독점법이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뿐만 아니라 성장 전략에서도 인수합병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똑같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5년간 대략 190여 개 회사를 인수하였는데 구글은 역사가 12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0여 개나 되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최고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비슷한 행태를 보여준 것은 바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배신이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개발하면서 응용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매킨토시가 완성되기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적극 협력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매킨토시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편 독자적으로 윈도우를 만들어서 스티브 잡스를 분노케 했다. 그런데 이런 역사가 구글에게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본래 구글과 애플은 반 마이크로소프트 동맹으로 단단히 맺어진 형제 같은 사이였다. 앨 고어(Al Gore) 전 부통령이나 인튜잇(Intuit) CEO인 빌 캠벨을 비롯한 구글의 이사진 가운데 절반이 애플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에릭 슈미트가 애플의 이사직을 맡으면서 두 회사의 밀월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특히 아이폰이 발표될 때쯤엔 그 관계가 절정에 이르렀다. 매킨토시를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것처럼 구글 역시 애플과 공동으로 각종 앱을 개발했다.   

    flickr - Daniel F. Pigatto


    2007년 1월 9일 맥월드에서 열린 아이폰 발표회에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에릭 슈미트는 두 회사의 긴밀함을 강조하면서 애플과 구글이 합병하면 ‘APPLEGOO’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농담을 하였다. 이때  관객들은 환호하고 카메라에 클로즈업된 스티브 잡스의 얼굴 전체에 환한 미소가 번지는데 과거 빌 게이츠가 매킨토시를 극찬할 때의 관객과 스티브 잡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또한 에릭 슈미트는 실제로 합병을 하지 않았어도 하나의 회사처럼 일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는 아이폰의 성공을 확신하며 스티브 잡스에게 축하를 건냈다. 이 또한 과거에 빌 게이츠가 매킨토시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던 것과 유사했다. 이처럼 2007년 에릭 슈미트가 보여준 모습은 1983년 애플 이벤트에서 빌 게이츠의 모습과 완벽하게 오버랩된다. 그리고 이후의 행보 역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아이폰이 발표될 당시의 좋은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구글이 아이폰을 참고해서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들어 애플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당했을 때보다 구글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낀 듯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는 구글이 애플을 죽이려 한다면서 직원들에게 분발을 촉구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스티브 잡스가  역사를 마음대로 쓰고 있다면서 역공을 펼쳤다. 구글은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008년 2월 공개된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과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안드로이폰은 블랙베리처럼 자판을 탑재하고 있었다. 당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차이는 문자 기반의 운영체제인 도스와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윈도우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이후 안드로이드폰은 급격하게 아이폰과 유사한 형태로 변해갔다. 실제로 2010 구글  I/O(개발자 회의)에서 빅 군도트라(Vic Gundotra) 구글 부사장은 안드로이드폰을 만든 이유가 애플이 주도하는 미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큰소리친 적이 있다. 이는 애플의 통제 정책에 대한 반대자로서 구글의 열린 생각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사실상 안드로이드폰이 애플의 아이폰에 영향받았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아이패드에 영향을 받아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현실을 보면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만큼이나 애플에게서 영감을 얻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flickr - Joi


    안드로이드 사업 전략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유사하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매킨토시가 윈도우 때문에 위기에 처했던 것처럼 아이폰이 안드로이드에 의해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을 많이 내놓았다.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제 분야에서 구글이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넘어선 상황이니 어찌 보면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빠른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창업한 지 이제 1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검색엔진을 통해서 인터넷 제왕에 올랐고,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에서 구글과의 싸움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반독점법에 의해서 칼날이 무뎌진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력과 구글을 무시했던 빌 게이츠의 자만도 한몫했지만 결국 구글이라는 조직 자체가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다.   

    안티 마이크로소프트로 똘똘 뭉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잘 알기에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정확하고 빠르게 전략을 수행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엔진 하나로도 벅차할 때 구글은 구글 맵스, 구글 어스, 유투브처럼 인기 서비스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인터넷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고유 영토였던 운영체제, 오피스, 웹브라우저 시장에 진출하면서 빠르게 전선을 확대해나갔다.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정확하게 겨눈 ‘사악해지지 말라’라는 사훈으로 마치 정의의 사도와도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수많은 기업 팬까지 거느릴 수 있었다. 세상 그 어떤 회사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닮아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완전 다른 이미지를 구축한 구글인 만큼, 레드오션의 최강자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천적을 만났다고 할 수 있겠다.

    IT삼국지애플구글MS의천하삼분지계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전략 > IT경영
    지은이 김정남 (e비즈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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