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2.07.27 12:15

이번에 자매 브랜드에서 출간된 <나는 재즈광,히피,마약중독자,그리고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였다>입니다.(2016년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원제는 <The budda and the borderline> 입니다.

제가 밀었던 제목은 '세상에서 사랑이 가장 힘든 여자' 였는데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종 결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남에게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헌신적으로 다가갑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나를 차버리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고 자가발전을 하다가 헤어지자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키이라가 전형적인 그런 행동을 보이는데 남자가 이런 행동에 지쳐서 진짜로 헤어지자고 하면 자해를 합니다.  이 원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이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게 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으로 밀었던거구요.

그런데 이런 행동은 일부분이고  자살시도,약물중독, 우울증, 집착, 난잡한 이성 관계 등 10대때부터 안좋은 행동은 골고루 다하고 다녔습니다. 살아남은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인데 실제로 자살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닥터 프로스트의 '두사람의 개기일식'에서도 자살로 끝을 맺었죠.

어쨌든 이 병이 널리 알려진 것을 그리 오래 되진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 질병분류코드에 들어있지 않더군요. 이 책의 주인공은 20년동안 증상에 맞는 치료도 못받고 임시처방으로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치료방법도 최근에야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의 주인공도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 같은데 덕분에 아마존에서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과 주변인들의 호평이 줄줄이 달려 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미국에서는 심각한 주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구의 5%가 이런 증상을 겪는다고 하는군요. 원인을 보니 사회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유아기때 부모가 이혼하고, 부모가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바쁘면 자식을 소홀히 하게 될 수밖에 없죠. 이 책의 주인공이 첫 일탈행동을 보였을때 어머니는 사춘기때는 그럴 수 도 있으니까라고 넘어갔다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앞서 말했듯 버려진다는 공포가 극도에 달하는 거죠. 미국에서 경계성 인격장애의 캐릭터를 묘사한 영화가 많이 나온게 우연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복지제도도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는데 이혼율도 높죠.

우리나라를 여기에 대입해보면 남의 나라를 걱정할 처지는 아닌 것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직 솔로인 저도 남의 걱정할 처지는 아니네요--

어쨌든 이 책의 마케팅을 위해서 사전조사를 하는 도중 왜 이리 인격장애가 많나 하면서 무심히 증상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나도 인격장애 환자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강박성 인격장애와 회피성 인격장애가 겹치는군요. 그런데 설문 문항들을 보니 약간 점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같습니다. 설마 저렇게 허술하게 증상을 열거하고 병명을 결론 내릴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흥미있는 점은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여자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최근 조사결과 그렇지 않다고 하는군요. 여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환자비율이 높은 것이고 남자들도 숫자는 비슷하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그런 증세로 병원을 가는게 꺼려지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강한 척을 해야하잖아요. 그리고 유병률은 2% 정도라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만 보면 타깃 독자 100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커뮤니티가 전무해서 도대체 몇명이나 환자가 있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조사해보니 건강보험공단이 밝힌 인격장애 환자는 1만명입니다. 인격장애 환자중에서 경계성 인격장애가 가장 흔하다고 해도 20%는 넘기 힘들텐데 그렇다면 2천명이 나오는군요. 100만명과 하늘과 땅차이의 괴리 입니다. 한국사람들이 정신과에 가는게 꺼리는 문화여서 그런 혐의가 짙군요. 

이 책은 경계성 인격장애의 증상을 상당히 흥미롭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식구들은 발랄한 문체라고 하는데 저는 이 책에서 감정의 기복이 좀 있는 것처럼 읽혀지더군요.어떨 때는 재기발랄하다가 어떨 때는 진지하기도 하고 심각할때도 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할까요?

편집자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합니다.

▪ 조금만 질책을 들어도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꺼지는 사람들,
▪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부모와의 관계마저 힘든 사람들,
▪ 늘 이상한 사람과 연애를 해 관계가 언제나 엉망으로 끝나버리는 사람들,
▪ 자꾸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맞추느라 내 행복은 뭔지도 잊어버린 사람들,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생활을 가다듬고 싶은 사람들,
▪ 그리고 결혼 전 연애로 힘들어하는 여성들.

저는 그런 분들을 알고 있는 주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