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09.08.05 16:51

이창업은 퇴사를 결심한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다 때려치워!” 어제 왕재수 부장에게 들었던 한 마디가 결정타였다. 휴대폰은 꺼버린 채 사무실을 무단결근하고 오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IT회사에 입사하고 7년은 그런대로 다닐 만했는데 과장이 되고부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것 같다. “얼른 때려 치워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잘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상사에게 찍소리도 못하곤 했다. 요즘 전체적으로 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회사 매출이 예전 같지 않았고 사내에서는 구조조정 소문이 흘러나왔다. 제2의 IMF로 다시 명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그날따라 상사한테 깨지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회사가 미래를 보장해 주는 종신제도 아닌데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해도 단물 다 빼고 나면 종국에는 능력 있고 인건비 적은 신입사원들에 등 떠밀려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이는 어느새 꺾어진 30대인 서른다섯,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30대부터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투잡은 기본이라는데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구멍가게라도 내가 노력한 만큼 돈 벌 수 있는 일, 내 시간과 노력을 올인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럼 사업을 해야 하나?’
돼지 값이 폭등해서 돼지 농가들이 떼돈을 벌어 모두 에쿠스를 타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한동안 ‘나도 돼지나 키워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시골에서 포도 농가가 잘 되는 것을 볼 때는 ‘다 때려치우고 시골 부모님과 포도 농장이나 해볼까’’도 했었고, 식을 줄 모르는 교육열을 볼 때마다 학원사업만은 돈을 벌겠구나 싶어서 학원을 차려 볼까도 생각했었다. 공무원 나이 제한이 풀린다고 했을 때는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에나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고, 회사 근처에 임대광고라도 나오면 부모님과 함께 음식장사를 해볼까도 했었지만 그런 생각들은 현실에 대한 푸념을 담은 그냥 반 우스갯소리였을 뿐이었다.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냥 상사한테 깨져서 화풀이하듯 던지던 말로 끝나지지가 않았다. 나이에 대한 부담감과 회사에서의 입지를 생각하니 이제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막상 사업을 하려니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절대 이대로 주저앉지 않기로 맘을 먹었다. 인생을 걸고 승부수를 띄워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제2의 인생을 만들겠노라고 결심한 그날 오후, 탐색 작업 겸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머릿속으로는 ‘뭘 해야 할까, 나에게 어떤 일이 맞을까,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먼저 창업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를 찾아가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음식점이나 술집, 카페, 편의점 등 점포형 자영업 창업에 대한 책들이 주로 진열되어 있었다. 음식점이나 술집은 왠지 관심이 가질 않았고 카페 쪽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쭉 훑어보았는데 권리금과 인테리어만 억대가 넘어간다는 구절에 한숨이 나왔다. 작년에 펀드로 날리고 남은 돈과 퇴직금을 합치면 2000만 원 정도 될 텐데, 이 정도 가지고는 마땅한 아이템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동안 돈도 못 모으고 도대체 뭐했는지 자책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눈길이 간 곳은 바로 인터넷 쇼핑몰 서적 코너였다. 4억 소녀니 100억 아줌마니 매스컴에서 나오는 얘기를 들어서 요즘 전자상거래 쪽에서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 유행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가 지금에야 발견한 것이다.
‘왜 이 생각을 진작에 못했을까?’ 쇼핑몰이라면 일단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시작할 수 있는 분야다. 더욱이 이창업은 IT회사에서 7년 넘게 일하면서 인터넷과 컴퓨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사업이야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창업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구 김필기가 떠올랐다. 필기가 있는 출판사는 인터넷 쇼핑몰 관련 서적을 많이 내고 있다고 했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해보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저녁 약속을 잡았다.  


“어이, 일찍 왔어?”
김필기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오랜만이군.”
이창업이 인사를 마치자마자 대뜸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김필기가 한 첫마디는 바로 사업이 뭔지 아느냐는 것이었다.

김 : 회사에서 꼬박꼬박 돈 나오니깐 별생각이 다 드나 본데 사업이 그리 만만해 뵈냐?
이 : 누가 힘든 거 몰라서 그러냐. 내가 장난하는 거 같아? 나 지금 심각하다구.
김 : 그래? 사업구상은 정말 재밌지. 생각의 나래를 펴다 보면 못 팔 물건이 없을 것 같고 모두가 내 고객이 되어줄 것 같지? 우리 형이 사업하는 걸 내가 옆에서 지켜봐서 아는데 섣부르게 사업하는 것, 나는 좀 말리고 싶다.
이 : 걱정은 고맙다. 그래서 널 보자고 한 거 아니냐. 섣부르게 뛰어들기 전에 사전 정보 좀 입수해 보려고 말이야.
 
그렇게 시작한 만남에서 김필기는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 대한 자세한 동향을 이야기해 주었다.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했지만 김필기에게 들은 쇼핑몰의 성장성과 향후 전망은 오프라인 쪽보다는 밝아 보였다. 일단 초기투자비가 최소 5천에서 억 단위인 오프라인 창업은 저축해 둔 돈이 얼마 안 되는 이창업으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필기는 읽어 보라며 쇼핑몰 관련 책도 몇 권 주었다.


집에 돌아온 이창업은 김필기가 준 책을 읽었고 인상적인 몇몇 구절에는 밑줄까지 쳤다. 예를 들면 “창업을 말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실패한 사람들이고, 성공한 창업자들은 아직도 쇼핑몰 시장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는 구절은 이창업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창업은 책장을 덮으며 쇼핑몰을 한다면 어떤 아이템으로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 봤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패션 쪽 시장이 가장 큰데 그 중에서도 여성의류 부문이 가장 크다고 나와 있었다. 물론 경쟁이 심해져서 시장이 포화라는 얘기도 있지만, 컨셉이 분명하고 차별화되어 있다면 지금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동시에 나와 있었다.


이창업 씨는 IT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웹 기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인터넷 쇼핑몰 웹 2.0의 날개를 달다》라는 책을 보니 앞으로는 사용자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웹 2.0 기술이 뜰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의류 쇼핑몰에 웹 2.0 기술을 접목하면 어떨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웹 2.0 기술이 도입되면 지금의 20~30대보다 나이 많은 40~50대층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더군다나 놀라운 것은 2조가 넘는 인터넷 의류 시장규모였다. ‘그중에서 내가 1%만 먹어도 연매출 200억 원! 아니, 0.1%만 되도 20억 원이 되니까 이익률을 10%만 잡아도 연봉 2억 원!’ 생각만 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당첨되지도 않은 로또 복권을 손에 들고 헛된 꿈에 부풀어 있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는 쓴웃음이 나왔다.
 

≪전략이 있는 쇼핑몰 창업계획서 만들기≫ 중에서 . e비즈북스.이은성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