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1.07.04 10:19

잠자리 베스트5 사건으로 떠오른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성

1993년 12월 24일 새벽 2시 조금 넘은 시간. 하이텔의 BEST5게시판에는 NEWorder이라는 또이름(ID)을 가진 사람의 ‘BEST5’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그 내용은 자신이 관계한 여성에 대한 화려한 경험담이었다. 문제는 BEST5가 잠자리를 기준으로 5명의 여성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담패설보다 더 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출연한 여성들의 이름과 직장, 자신과의 관계를 전부 밝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글이 실화라고 가정할 때, 이 남자와 여성들을 아는 사람이 그 글을 봤다면 누군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가명등록이 어려운 하이텔이라는 점과 이 사람이 자신의 치부임에도 불구하고 술김에 들어와 쓴 글이라는 점에서 글의 내용은 실화일 가능성이 컸다.

이전에도 하이텔을 비롯한 여러 통신망에는 적지 않은 음담패설과 야한 소설들이 올라왔다. 편지기능을 통해서 음란소설을 무차별 보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스개란에 음담패설을 연달아 올린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부끄러운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밝힌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손쉽게 일어날 수 있으며, 이렇게 침해된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하이텔을 비롯한 서비스 업체에서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개인이 올리는 글 하나하나를 모두 감시하다가 지우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올리기 전에 예방할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개똥녀 사건으로 개인정보 공개 범위에 대한 논란은 계속

잠자리 베스트5 사건은 아무 죄 없는 개인정보의 공개라는 점에서 명백하게 범죄라 할 수 있는 행위다. 그러나 범죄자 또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로 개인정보 및 사생활, 초상권, 인격권 침해 사례가 등장하면서 사이버 상에서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권익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논란 중이다.

2002년에는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네티즌이 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성범죄자의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를 가하거나 이메일, 쪽지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2004년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선정적인 패러디물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되면서 해당 정치인에 대한 초상권, 인격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개인의 정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이른바 ‘개똥녀’ 사건이다. 개똥녀는 2005년 6월 초에 애완견을 데리고 지하철에 탔다가 애완견이 싼 똥을 치우지 않고 내린 어떤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공공장소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가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개똥녀

지하철에 개를 안고 타는 것도 불법이며 개를 데리고 다닐 때는 상자 안에 넣어서 다니게 되어 있는데도, 지하철에 내놓고 탔을 뿐만 아니라 개가 변을 볼 것 같자 자기 가방이 아닌 바닥에 똥을 싸게 한 것만으로도 예의 없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받을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 주변 사람이 똥을 치우라고 했는데도 정작 이 여성은 자기 애완견의 똥구멍만 깨끗하게 닦고 바닥의 똥은 치우지 않아 주변의 다른 사람이 대신 치웠다. 주변사람이 똥을 안 치운다고 비난하자 내리면서 오히려 화를 내고 욕을 했고, 마침 같이 탄 한 네티즌이 사진과 함께 사연을 올리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 사진에 여인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람에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으며 순식간에 마녀사냥을 당하고 개인적인 인격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똥녀도 나쁘지만 얼굴을 가리지 처리하지 않고 사진을 올린 사람도 비난을 받기 시작했으며, 일방적으로 개똥녀를 몰아붙인 네티즌도 마녀사냥에만 나선다는 비난을 받으며 네티즌의 행동양식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해외에까지 소개되면서 개인의 인격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느냐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7월 7일에는 워싱턴포스트지에 기사가 실렸고, 7월 11일에는 위키피디아에 ‘개똥녀(Dog Poop Girl)’라는 이름으로 해당 사건이 정식항목으로 등록되었다.

개똥녀 사건이 일어나던 해에 산부인과의 간호조무사들이 신생아 학대 사진을 올려놓음으로써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진 사건이 일어났고, 연초에는 연예인X파일 사건이 터졌었다. 또한 모 전경부대의 '알몸 진급식' 사진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인권실천시민연대가 군대 내 ‘가혹행위’ 사진을 무더기로 공개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사자의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더 큰 침해 행위가 아니냐는 논란도 반복해서 일었다.

포피모를 탄생시킨 자살사건과 실명 공개

연예인 X파일, 개똥녀, 간호조무사 등의 사건이 일어난 2005년에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한다. 5월에 발생한 한 여성의 자살사건이 발단이었다. 사건은 자살한 서 씨의 어머니가 죽은 딸의 미니 홈피에 ‘헤어진 남자친구 K씨 때문에 자살했다’며 그동안의 사연을 올림으로써 확대되었다. 딸을 유산까지 시켰던 K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화가 난 어머니가 K씨의 뺨을 때렸고, K씨는 어머니를 폭행죄로 고소했으며 이를 괴로워하던 딸이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은 큰 반향을 불러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열람하게 되었다. 이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은 K씨를 살인자로 몰았고, K씨의 정체를 밝히기 시작했다. 글이 올라온 후 이틀 만에 K씨의 실명과 전화번호, 주소, 회사, 가족사항 등 신상명세가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했고 K씨에게는 물론이고 K씨가 다니는 회사에까지 K씨를 해고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결국 K씨는 사표를 내고 네티즌과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5월 7일에 포피모(포털 피해자를 위한 모임)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털사이트의 개인정보 노출로 인권 피해를 입었다면서 포털사이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한다. 포피모에서 서 씨 자살사건으로 실명이 공개되어 시달림을 당한 K씨는 허위사실을 담은 글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포되고 협박을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포털의 방조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서 씨와 K씨 사건은 포피모라는 모임을 결성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포털의 책임에 대한 기준이 어디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 사건은 한창 논란이 되고 있던 실명제 도입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선이 되었기 때문에 포털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기존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9월 13일 문화일보가 신정아 씨의 누드사진을 공개함으로써 황색언론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을 둘러싸고도 큰 논쟁이 일었다. 강호순 같은 살인마를 비롯하여 범죄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범인을 빨리 잡고 재발 피해를 막는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강호순의 친척과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주장이 맞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사회적 공론을 형성해 풀어야할 가치관의 문제로 남아있다.

대한민국IT사100파콤222에서미네르바까지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전략 > IT경영
지은이 김중태 (e비즈북스, 2009년)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