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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공장과 아이템 시장
    e비즈북스의다른책들/1_대한민국IT史100 2011. 7. 7. 10:15

    수십만 명에 이르는 명의도용 피해 발생
    2006년 2월에 발생한 온라인게임 ‘리니지’ 서비스의 대규모 도용사태를 통해 게임 작업장과 아이템 시장에 대한 실체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리니지 게임 명의도용 사태의 원인은 게임업체의 허술한 정보 관리 및 아이템 현금화에 대한 게임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템 현금화에 대한 대책이 없는 한 제 2의 리니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리니지 아이템의 경우 하루 1만 건에 10억 원 이상이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나 국내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리니지 아이템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작업장’ ‘공장’이 성행했다. 이를 위해 많은 계정 생성이 필요하고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계정을 생성하는 명의도용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리니지는 1998년 9월에 등장해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최고의 히트작이 된 게임이다. 리니지는 성인 그래픽과 강한 중독성으로 큰 인기를 모으면서 2000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돌파한 게임이 되었다. 이후 리니지는 미국, 중국, 대만 등으로 수출되면서 한국을 온라인게임의 강국으로 올려놓는데 큰 기여를 한다.



    당시 내 후배들도 리니지에 푹 빠졌는데, 게임 자체의 재미에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더욱 큰 중독성을 갖게 되었다. 사용자는 최고 수준인 레벨50에 오르기 위해 게임에 빠져들었고, 빠른 레벨 상승을 위해서 아이템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가입자가 늘면서 리니지 게임 안이 하나의 사회가 되었고 길드끼리 전투 및 게임 속 화폐인 아데나의 거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게임 속 사회가 일종의 가상사회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특히 공성전을 통해 길드끼리 성을 빼앗기 위한 치열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서 길드 구성원 사이의 단결력이 필요해졌고, 커뮤니티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리니지 도용사태로 드러난 아이템 거래 시장의 문제점
    리니지 사태는 그동안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묻어두던 문제 중에서 빙산의 일각이 터진 것에 불과하다. 언제 터지냐가 문제였던 여러 문제 중 피해가 크지 않은 사건 하나가 터진 것이었다. 주민등록번호 명의도용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게임업계들이 재점검을 통해 문제가 될 여러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래 전의 지존파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공공연하게 사고파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받아두는데, 이런 정보가 회사 매각, 인수 합병을 통해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기도 하고 회사 내 직원에 의해 외부로 빼돌려지고 있다. 약간의 돈만 사용한다면 불특정다수의 개인정보를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명의를 도용하려는 집단은 흔히 작업장 사람들로 부르는 아이템거래 상인이다. 이들은 PC방이나 또는 별도의 작업장 또는 작업방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리니지를 비롯한 유명 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획득한 다음에 이를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번다. PC방이 한 시간에 1000원을 받고 하루 10시간을 손님이 좌석 점유한다고 할 경우 겨우 1만 원을 버는 것에 불과하지만 게임고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고용해 아이템을 획득하게 하고 이 아이템을 몇십만 원에 팔아서 나누어 가질 경우에는 몇십만 원을 벌 수 있다. 좀 더 빨리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 이름으로 많은 계정을 만들어 서로 돕고 밀어주기를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명의도용을 해서 여러 계정을 만드는 것이다. 2008년 초 기준으로 작업장 숫자는 1000개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템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템이 주는 만족감과 편리함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20번을 칼질해야 죽는 괴물을 계속 상대하다보면 짜증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단 한 칼질로 괴물을 죽일 수 있는 마법칼 아이템을 사용해볼 경우 느끼는 만족감이나 편리함은 단순 산술적 수치로 20배나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멋진 아이템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주는 멋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아이템이 주는 통쾌함과 편리함, 과시감을 맛보면 아이템중독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템 거래의 경우 칼과 방패는 몇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하고, 뮤 게임에서는 지팡이 하나가 1000만 원, 문제가 된 리니지의 경우에는 성 하나가 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아이템 거래액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다못해 캐주얼게임이라고 부르는 카트라이더의 경우만 하더라도 레벨업이 된 자동차는 사용자끼리 2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할 정도다.

    아이템 시장은 온라인광고 시장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 내 아이템 현금거래시장 시장 규모는 2004년의 5393억 원에서, 2006년에는 8307억 원, 2007년에는 1조 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런 시장 성장세 때문에 현재 130여 개가 넘는 중개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온라인게임 아이템중개업체인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의 2008년 수수료 매출만 463억 1000만원에 달한다. 통상 수수료가 4~5%인 것을 감안하면 두 업체의 거래규모만 1조가 넘었다는 뜻이다.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는 이벤트 거래까지 감안하면 거래액은 더욱 커진다. 아이템베이 등의 공개된 시장을 통해서만 대략 1조 2천억 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박 사이트용 사이버머니를 비롯한 음성적 거래 시장을 포함한다면 몇 조원 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서비스 중에는 서비스 매출보다 아이템 거래액이 더 많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지니' 게임의 경우 2008년 매출액은 1126억 원이었으나 리니지의 아이템 거래액은 1700억원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NHN이 서비스하는 RS 역시 게임 매출은 200억 원에 불과한 반면 아이템 거래액은 600억 원에 달한다. 2009년 최고 흥행작인 아이온 역시 서비스 매출보다 아이템 거래액이 많은 상황이다.
    아이템으로 인한 개인명의 도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을 요구하는 국내 서비스 방침 때문에 명의도용 사건은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잠깐] 편의점에서 파는 사이버 도토리, 사이버에서 돈 벌고 소득세 안 내는 조직

    아이템 시장이 활황을 누리면서 캐릭터 육성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싸이월드의 사이버 도토리는 하루 수익이 1억 5천여만 원이나 되는데 24시 편의점에서도 도토리를 판매한다. 사이버 상의 화폐가 실물경제에서 그대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작업장의 경우 한국의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용 사이버머니인 '아덴'을 팔아서 100억 원의 소득을 올려 세금을 탈루한 조직이 적발되어 국세청이 조세포탈 용의자 이모  씨(55)에게 부가한 세금만 109억 원을 기록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돈을 벌고, 현실 공간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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