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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농업, 이야기옷을 입다
    창업&마케팅/이야기농업&스토리두잉 2011. 8. 24. 10:10


    대한민국 농업, 이야기옷을 입다
    나라가 열리고 만주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살림이 지속되어 오는 동안 우리에게 농업은 나라의 근본이고 전부였다. 외침이 있거나 자연재해가 오거나 혹은 지배층의 가혹한 수탈에 대응하면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이 땅에서 나오는 것들로 온전히 먹고살았다. 상황이 어려워져 고단하게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기도 했지만, 이웃 간에 상호부조相互扶助하면서 보릿고개를 넘겼다. 문화를 일으켰고, 아이를 낳아 키웠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농업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만든 역사 그 자체이고,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20세기 초, 지배층의 무능력으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고, 해방 후에는 정치권력과 재벌권력의 이해관계에 끌려다니고, 다국적 곡물메이저의 요구에 따라 중화학공업을 위한 저곡가 저임금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농촌은 피폐해져  갔고,  사람들은  떠났고,  수많은  토종씨앗과  전통과  추억들이  사라져  갔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식량자급에 혁혁한 공헌을 했던 밀(우리밀)도 사라졌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목화도 사라졌다. 풍부한 감성과 이야기를 만들어주던 토종씨앗과 다양한 먹거리들도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flicker = Skånska Matupplevelser


    ‘경쟁’만이 살길인양 농업을 부추기는 투기세력들에 의해  “농업은 돈이 안 돼!”라는 왜곡된 홀림에 눈이 멀었다. 그 사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들이 어찌 그 뿐이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농촌을 잃어버렸고, 농업을 놓아버린 채 살았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조절을 위한 사회적 기제機制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상태로 농업을 방치하다가 기상이변을 비롯한 천재지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외국의 곡물농사가 어느 순간 망가지거나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식량문제는 우리가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가역적 상황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5,000만 명 중  3,700만 명이 굶어야 한다. 나라를 유지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인 것이다. 만인이 공노할 엄중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더 싼 것을 사다 먹으면 되지”,  “과잉영양을 조심하세요”,  “통큰세일” 같은 사탕발림 속에서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농업의 공익성을 외면한 채 그저 값싸게 대량생산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그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입하면 된다며 비교열세 운운하는 어리석음에 목을 맨다면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죄악이다. 21세기 초, 농촌인구의 노령화와 이농으로 절대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족단위 농업으로 근근이 유지되는 농촌이 한 켠에 있고,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 헤매는 도시가 다른 한 켠에 있다.

    “내 소비처만 있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어디 없나요?”


    대다수 농민들은 판매처가 마땅치 않고, 도시민들은 정감어린 먹거리에 목이 마르다. 도시와 농촌이 서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허공을 향해 하소연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게 농촌과 도시의 상처가 깊어 갈 즈음 인터넷 시대가 왔고, 다시 10여 년이 흘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시대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소통’과  ‘공유’를 기본으로 하는 열린 공간, 인터넷이 무르익어 가자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혁명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다가오자 사람들의 눈에 그동안 애써 등한시했던 농업의 가치가 새롭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농업은 버리려야 버릴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flicker = Travel Salem



    그 흐름에서 우리 농업의 살길을 보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복원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찾은 일이 ‘The STORY’다. 농촌 이야기로 꿈을 꾼다. 땀, 분노, 슬픔, 열정을 지닌 채 대한민국 농부로 살아온 고단한 일생을 주재료로, 하늘님, 구름님, 바람님, 땅님, 똥님, 물님과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것을 밑재료로 삼는다.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버무려 인터넷 공간에서 나의 인생을 직접 디자인하여 상품에 녹여 내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가 되고 정감어린 이야기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 일련의 작업 혹은 개념을  ‘이야기농업’이라 부른다. 지금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대다.

    농업의 구동축이 생산만이 전부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생산의 전 과정을 포함하고 농사짓는 농부의 삶도,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도 상품의 가치를 높여주기도 하고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어 상품으로 판매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야기농업은 농민들과 커가는 아이들과 영혼이 메마른 도시민들을 위한 것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자연을 위한 또 다른 농업이다. 이야기농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영혼과 영혼,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잃어버린 고유한 것들을 복원시키는 우리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운동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기 위해서 대한민국 농업은 이야기옷을 입어야 한다.

    《출처:이야기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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