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 중에 치킨집이 대박났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우리 출판사 매출은 전년 대비 15%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월드컵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한국팀 경기가 끝나고 7월이 되니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처럼 중요 이벤트와 매출 실적 사이에는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이벤트를 잘 활용하고 또 대비해야 합니다. 동대문3B 김성은 대표가 쓴 <나의 쇼핑몰 스토리>에 보면 고객과 함께 춤을 추라는 얘기를 하면서 '고객일정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엑셀도 아니고 모눈종이에 몇년 간의 매출 실적을 날짜별로 찍어봤더니 매년 동일한 패턴이 나오더랍니다. 이를 고객의 일자별 구매 성향으로 파악한 표가 고객일정표입니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죠. 김성은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매출 패턴이 양력 기준이 아니라 음력 기준으로 해야 날짜까지 차이도 안 나게 똑같은 패턴이 나온다는 것이죠. 이것은 의류 아이템의 특성상 설날, 추석과 같이 음력 기준으로 대목이 형성되어 있고, 날씨도 음력 절기를 기준으로 변화가 온다는 데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매출에 변화를 주는 핵심 변수들을 꿰차고 있어야 '매출의 파도타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매출의 파도타기란 대목이 오기 전이나 날씨가 바뀌기 전에 일주일 정도 미리 신상품을 준비하고, 온라인 광고도 사두고, 배송 알바도 보강해 두었다가 대박을 떠트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비수기도 사전에 알고 있어서 매출이 안 나온다고 영문도 모른채 당황하지 않고(초보경영자들이 이런 함정에 자주 빠지죠) 이 기간 중에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직원들 리프레시 휴가를 주어서 사기 진작을 하는 것도 매출 파도타기에 포함됩니다.
며칠 전 회사 근처에 보니 가게 수리를 하고 있던데 조개구이집 간판을 걸고 있더군요. 속으로 '야 더워 죽겠는데 누가 여름에 조개구이를 먹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업 후 한 달은 소위 개업 끗발을 누릴 수 있는 때인데 조개구이를 여름 시즌에 오픈해서 개업 끗발을 날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선택이죠. 김성은 대표 말로는 예전에는 8월에 의류쇼핑몰을 오픈하는 초보자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동대문 도매시장이 8월에 휴가를 떠나는데 8월에 오픈해서 뭐 하겠다는 것인지 너무 준비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매출의 파도타기에서 스타트부터 물 속에 처박히게 되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