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2.04.16 17:17



마케팅의 미래는 마이크로

저자
그렉 버디노 지음
출판사
브레인스토어 | 2011-06-24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매스(mass)에서 마이크로(micro)의 7가지 변화를 놓치지...
가격비교

지난 주말에 <마케팅의 미래는 마이크로>를 읽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열풍속에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터넷 광고 이기는 전략>에도 나오는 퀸즐랜드 관광청의 '세계 최고의 일자리' 캠페인 사례를 비롯해서 다양한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통찰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디지털은 원래 소셜'이란 문구입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 소셜이 핵심이었다는 것이죠. 트위터같은 SNS를 잘 모르지만 새로운 마케팅 툴에 잘 적응하는 B&H 포토의 마케터 사례를 볼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원래 소셜한 사람이 소셜 마케팅을 잘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전반부는 대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가장 뛰어난 부분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로렌루크(책에서는 로런 루크)의 사례를 통해 한 개인이 어떻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반부에 비해 힘이 빠지는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비해 이 책은 마지막에서 자세를 바로 잡고 읽을 정도의 내용이 나옵니다. 마지막 부분을 읽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책의 컨텐츠에 비해 판매가 많이 되지는 않은 것같습니다. 책 제목을 잘 못 뽑아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서의 제목 MicroMarketing: Get Big Results by Thinking and Acting Small 을 살렸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케팅 회의에 들어가면 기존 타성대로 예산,노출같은 것에 신경을 썼는데 잘못된 접근 방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산 문제로 마케팅에 한계를 느끼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혹시 앞부분에서 나에게 해당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마지막의 로렌루크부터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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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2.03.05 14:29
소셜러닝은 The New social learning의 번역서입니다.
책의 카피는 '집단지성을 깨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되어 있군요.

소셜러닝집단지성을깨우는새로운패러다임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관리
지은이 토니 빙엄 (크레듀, 2011년)
상세보기


이 책의 장점은 소셜러닝이 현실에 적용되는 다양한 사례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사례를 긁어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이것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커뮤니티,미디어공유,마이크로셰어링,집단지성,가상몰입환경,블렌디드 학습 커뮤니티로 소셜러닝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류된 사례들을 읽고 있으면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소셜러닝을 활용하면 얼마나 도움이 될수 있을까 상상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저는 상상력을 펼치게 하면 좋은 평가를 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상상에서 돌아와 현실을 보면 꿈이 깨지죠-- 책에 소개된 사례는 대규모 조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1만명이 넘는 기업이라면 누군가 자신과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소위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죠. 그런데 소규모 집단이라면 그만큼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한가지 고민은 덜었습니다. 초반에 읽다가 보면 SNS를 이용해서 학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학습능력 격차때문에 새로운 계급이 형성될 것이라고 걱정이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소셜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소셜러닝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었고 집단지성이라는 개념도 위키피디아가 이미 있듯이 새로 등장한 개념도 아닙니다. 대규모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검색하거나 혹은 회원 가입후 물어가면서 학습하는 방법도 꽤 효과적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것도 소셜입니다. 게시판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비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SNS가 카페보다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카페는 회원가입만으로 동질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지만 SNS에서 동질성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카페는 관심사를 위주로 움직이지만 SNS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친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경우 끼어들기가 쉽지 않죠. 이 책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소개가 없는데 소셜관계가 강한 것이 어찌보면 학습에 부적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위터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남남이나 다름없는 관계죠.

어쨌든 자신의 업무에서 소셜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 업무능력 향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봐도 괜찮을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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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11.26 12:00
적의 무리 백마대군, 낙엽처럼 떨어진다

어릴 때 재미있게 본 '삼국지'란 인형극의 주제가 중 일부입니다. 그때는 백만대군이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을 신나게 보았습니다만 전쟁이란 일반 민초들에게는 고통스런 사건이죠. 그리고 대부분은 백만대군에 속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신간 <IT 삼국지 - 애플, 구글, MS의 천하 삼분지계>는 애플, 구글, MS의 기업사와 현재 전략, 그리고 그들과 동맹을 맺는 손정의 회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고 예약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책은 3기업의 성공스토리와 현재, 미래 전략 등을 다룹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손정의 회장을 추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백만대군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손정의 회장은 동맹군 정도의 지위입니다. 삼국지 게임으로 말하면 군주급^^



얼마 전 김중태 저자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창원에 가보니 휴대폰 부품업체들이 손가락을 빨고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몰락하는 폴더폰 관련 제조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전자기기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MP3, PMP, 네비게이션 등은 사라지거나 근근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직접적인 경쟁업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출판업계도 조만간 태풍의 영향권에 휘말릴 것입니다. 그때 낙엽처럼 떨어지는 백만대군이 되지 않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이 또한 힘듭니다. 줄을 어느 쪽에 서냐에 따라서 회사의 흥망성쇠가 갈립니다. LG전자가 윈도우폰7만 바라보고 있다가 실기하는 바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것처럼 말이죠.

어느 쪽으로 줄을 서야 유리할 지는 그 기업의 특성을 분석하고 우리 회사와 맞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MS가 믿을 만한 기업이지만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면 안드로이드에 줄을 서는게 현명한 선택이죠.

스마트폰 전쟁의 승자는 구글 아니면 MS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은 공짜에 강점이 있고,MS는 비즈니스에 강점이 있죠. 물론 애플이 PC시장처럼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같은 경우 뽀대도 중요한 데다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닙니다. 적어도 PC처럼 몰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PC 시장에서 추락했다 해도 출판, 인쇄업계에서 위상은 공고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었지만 말이죠. 아직도 펜티엄3급이 현역으로 뛴다고 생각해보세요.

어쨌든 이들 3기업의 다툼은 향후 IT생태계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이 붙은 전쟁터만 해도 스마트폰, 앱스토어, TV, 클라우드 컴퓨팅, 브라우저, 검색, 게임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분야들입니다. 삼국지처럼 누구를 응원해도 좋지만 어떻게 하면 이들을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습니다. 적어도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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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5.13 23:21

출판은 컨텐츠다, 바야흐로 원소소 멀티 유즈의 시대다, 라는 구호가 낭자합니다.
(냉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래서 당선 고료 1억 원인 여러 문학상들이 제정되었고 올해도 개최됩니다.
여전히 '해리 포터' 운운하는 것이 좀 지겹기도 하지만...

심사 기준을 정리하면
1. 텍스트 외의 여러 매체로 전환되기 쉬운 작품.
2. 각각의 문학상 후원사와 궁합이 맞는 작품
이겠지요...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2010(당선고료 1억원)

'2010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이 한국의 조앤 롤링을 꿈꾸는 작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009년 수상작 《치우화 별들의 책》



분량
1억원 고료 본상은 200자 원고지 1000장 이상(줄거리 200자 원고지 20장 안팎 첨부하여  A4 용지에 프린트해서 제출)
초등학생 장학금 부문은 200자 원고지 70장 이상, 중학생 장학금 부문은 150장 이상

마감
2010년 9월 30일(마감일 소인 유효)

접수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61 조선일보 편집국 문화부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담당자

당선작 발표
2010년 11월 중

저작권
당선작의 출판저작권은 5년 동안 후원사인 ㈜문학수첩이 갖습니다.
영상물 제작 등을 위한 2차 저작권은 본사·출판사·저자가 3등분 합니다.

겉봉투와 원고의 맨 앞장·뒷장에 성명·주소·연락처·원고분량을 명기해야 합니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는 (02)724-5368로 해주세요.


사견으로, 어쩌면 존폐의 위기에 놓인 상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듭니다.  이번 2회에도 능력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셔서 장르문학에 1억 고료를 주는 상이 오래 갔으면 합니다.

 

뉴웨이브 문학상 2010(당선 고료 1억원)

'2010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은 장르와 본격을 아우르는 문학상입니다.

2009년 수상작 《천년의 침묵》



분량

200자 원고지 800~1200장(A4 용지에 출력해 제출, 200자 원고지 20장 안팎 분량의 줄거리를 첨부.)

마감
2010년 8월 31일(마감일 소인 유효)

접수
100-756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61 조선일보사 편집국 문화부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담당자

당선작 발표
2010년 10월 중 조선일보 지면

저작권
당선작의 출판저작권은 5년 동안 후원사인 ㈜김영사가 갖습니다.
영상물 제작 등을 위한 2차 저작권은 본사·출판사·저자가 3등분합니다.

응모작 겉봉투, 원고의 맨 앞장·뒷장에 성명·주소·연락처·원고분량을 명기해야 합니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전화는 (02)724-5368입니다.


'뉴웨이브'라는 뉘앙스에서 어쩌면 이 상이 장르문학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2007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중앙 장편 문학상 2010

중앙일보는 (주)웅진씽크빅과 함께 제정한 1억원 고료의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원고를 공모합니다.
소설이라는 단 하나의 형식만 추구하기에 신인과 기성, 순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눈 먼 자들의 도시》, 《상실의 시대》, 《해리포터》와 같은 작품을 기다립니다.

2009년 수상작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응모자격

제한없음

분량
200자 원고지 800장 이상(A4용지에 출력해 제출, 200자 원고지 20장 가량의 줄거리 첨부)

마감
2010년 8월 31일(마감일 도착분에 한함)

작품 내용
제한없음

제출처
(우) 100-759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편집국 문화부 '중앙장편문학상' 담당자 앞

당선작 발표
2010년 11월 중 중앙일보 지면에 게재

응모작 겉봉투, 원고의 맨 앞장, 뒷장에 서명·주소·연락처·원고 분량을 명기해야 합니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전화는 (02)751-5640입니다.

중앙일보에서 장차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못지않은 행사로 키울 생각이라는군요.



헐리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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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5.07 22:39

원고검토서를 쓸 때마다

원고검토서를 쓸 때마다, 어느 부분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특히 타깃팅 부분에서 참 막막해집니다. 출판은 산업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당대의 목소리를 내는 의무라는 '출판의 의의' 쪽으로 도피해보기도 하지만 읽히지 않는 책의 의의를 찾는 것은 한쪽 날개로 시도하는 비행과 같습니다.

시장성 운운을 떠나 순수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는 '예의'의 측면에서도 핵심독자를 설정하는 작업은 편집자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지요.

하지만 정말 모르겠는걸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으로 독자라는 안개의 바다 속을 허우적대다보면 자연스럽게 손은 마케팅 관련 도서 쪽으로 가게 됩니다. 와인을 마시면 눈 앞의 여인이 학춤을 추는 환상이 보이는 세상인데 책 속에 길 정도는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

타케팅 도서를 기획하신 분들은 출판 편집자도 독자층에 넣었을까요? 넣었겠지요?




독자를 겨눠라

현대 마케팅에서 타깃팅은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공식이 되었습니다. 보통은 연령, 성별, 학력, 직업, 지역, 취미 등등으로 분류해 "대구 출신의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인 중소기업 임원으로 딸만 둘이고 취미는 바둑"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요.

그러나 특정 지역 출신의 중장년 남성이며 경제 계급은 어떤 수준이라고 해도 반드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신문의 노조를 지지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물처럼 흐르는 인간을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포커스 그룹을 인터뷰를 통해 니즈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하지요.

아마 독자 설정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출판 마케터가 계시다면 매년 갱신되는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에 대한 구세주가 될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내 책을 볼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사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선물을 받을 사람의 취향, 생활방식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면 선물을 고르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가?

                                                                                - 《소비의 심리학》 중에서.






바야흐로 타깃팅 전성 시대이지만, 막상 작성한 도서 기획서로 회의할 때 가장 많이 지적받는 한편,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도 마땅한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는 부분이 바로 타깃팅입니다.

원고를 검토하거나, 또는 도서 기획을 할 때에는 해당 원고나 기획의 독자 성향과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출간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기획서를 작성해보신 분들께서는 대부분 공감하실 겁니다. 기획서의 상당수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컨셉 잡기에 주력하다가 막상 독자 분석에서는 힘이 떨어집니다.

독자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서점을 해킹해 유사도서를 구매한 고객들의 신상 정보를 하나하나 열람하지 않는 이상에야 도대체 어디에서 사는 어떤 분들이 언제 도서를 왜 구입하시는지 또렷하게 잡히지가 않지요.

편집자들 스스로도 내가 편집했지만 도대체 이 책을 누가 사보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라며 의아해(?)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떽! 그러면 못쓴다능.) 



독자 설정은 몽타주를 그리듯 구체적으로

편집자들이 기획안을 들고 왔을 때 타깃 독자를 물어보면 추상적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편집자: 타깃독자는 20~30대 직장인입니다.
사  장: 20~30대 전부가 타깃인가요?
편집자: 아닙니다. 금융권에 있는 직장인이 중심이고 일반 대기업이 확산독자입니다.
사  장: 그렇게 해서는 마케팅을 할 수가 없어요. 금융권과 대기업 전체에 마케팅을 할 건가요?
편집자: ...
사  장: 더 잘게 쪼개 보세요. 금융사가 아니라 은행원, 증권맨 이렇게 쪼개고, 다시 은행원이면 어디 은행 직원인지 쪼개야 합니다. 국민은행에 근무하는 연봉 5000에 입사 5년차 36세 이창업 대리 같이 구체적으로 타깃 독자를 설정해야 실제 독자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그려지죠.
                                                       
                                                       《전략이 있는 쇼핑몰 창업계획서 만들기》에서


21세기북스 사장님의 말씀이라고 합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네, 라고 하신다면 대략난감)

대부분의 기획서에서 타깃팅을 살펴 보면 정량적 분석, 즉 '얼마나', '무엇'에 대해서는 멋지게 제시되어 있지만 정작 중요한 '왜'에 대한 답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핵심 독자를 설정할 때 막연하게 '여행서를 주로 소비하는 20~30대 직장인 여성' 정도의 추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지요.

독자를 이렇게 세심하게 그리는 까닭은 기획서를 작성하는 편집자이기 이전에 독자인 '나'의 욕구가 독자들의 욕구와 일치하지 않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독자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기 위함입니다. 과학에서 사물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원자 단위로 쪼개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창업. 35세.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상경.

현재 서울시 망원동에 있는 원룸에 거주하며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중소 IT업체에서 영업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봉은 2700만 원에 미혼이다.

키는 160, 체중은 58이며 취미는 온라인 게임이고 이상형은 아스카짱이다.
체격이 왜소한데다가 배로만 몰리는 나잇살 때문에 옷태를 맞추기가 힘든 것이 고민이다.

오타쿠라는명칭을 가장 싫어한다. 남의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이라 은근히 패션에 관심이 많지만 감각이 없고 자신에게 맞는 의류도 구하기 힘들어 적당히 포기하고 다닌다.

스타일만 개선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돈을 쓸 용의도 있으나 고가의 브랜드 의류를 구입하는 데는 부담을 느낀다.

                                           《전략이 있는 쇼핑몰 창업계획서 만들기》고객 설정 부분에서


그래서 저희도 위와 같이 독자를 한번 그려 봤습니다. 그런데 이창업 씨가 정말 독자가 맞을까요? 독자 세분화에는 독자군과의 동질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독자들의 공통된 욕구, 교집합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 도식적인 틀에 어거지로 끼워 맞추는 우를 범하기 쉽죠.

그게 조사와 분석이라는 도구 자체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나! 이야기와 역사와 텍스트는 그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변덕쟁이지요. 마치 저처럼요! 욕구라는 감정적인 문제에 조사와 분석이라는 이성적 잣대로 접근해봤자 전제 자체부터 어긋날 뿐이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도 독자를 알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코끼리 뒷꼬리라도 더욱 더 열심히 만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저런 모호함 때문이니까요.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냥 내 욕구를 들여다보면 안 될까?

저는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조언을 믿지 않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직접 독자가 되는 편이 낫지요. 탁자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야 현장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머릿 속의 설계도와 실제 결과물은 층위 자체가 다르니까요.

《전략이 있는 창업계획서 만들기》와 《마케팅이 있는 사업계획서 만들기》의 원고검토서를 작성할 때 독자 타깃팅을 '인터넷 쇼핑몰 창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계획서를 준비하며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인 40대 초중반의 일반 기업체 퇴직 남성'이라고 작성했고 나름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한답시고 베타테스터 분들의 프로필도 정리하고 유난을 떨었습니다만 실제 판매 현황에서 독자 데이터를 살펴 보니 20대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거리를 두면 훈수가 가능하지요. 하지만 그 전에 몸을 담근 적이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공상한 저는 실제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어 다녔다고 해도, 솔직히 자신은 없네요.

그래서 요즘엔 그냥 차라리 속 편하게, 독자를 그릴 때에는 스스로를 독자로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이건 분석이 아니라 체험과 공감의 영역이니까요. 제가 평소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짚어보면 독자라는 관념적인 대상과 이심전심할 것만 같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얘기는 다시 위의 문제 제기로 돌아가고...

독자를 그린다는 것, 참 어렵네요.

저작자 표시 동일 조건 변경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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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4.29 18:18

1. 책의 환생을 준비하며
인터넷 관련 도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숨가쁘게 줄달음치는 IT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죠.

요즘 저희는《쇼핑몰 상품페이지 전략》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이 개정판이지, 책의 내용 대부분이 바뀌었고 필름 전체를 다시 출력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간이나 마찬가지네요.

《쇼핑몰 상품페이지 전략》은 '전략이 있는 상품페이지'라는 '이데올로기'를 쇼핑몰 업계에 유포하며 무수히 많은 관련 도서들의 참고 도서(...)가 된 의미 있는 책입니다.

책에 제시된 전략들은 출간 당시에는 강렬한 훅이었지만 지금은 널리 사랑받은 만큼 일반화되었으니 싹 갈아 엎어야지요.

이제는 강호동 씨도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파파라치 컷'을 말씀하시니까요.





2. 책의 몸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내용이라는 고스트에 물성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 부여받으면 불변하는 '쉘'은 갑옷이 되기도 하지만 책을 자주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옥이 되니까요. 마치 사람의 몸처럼 말이지요.

공각기동대 TV판 줄거리: 쿠사나기 소좌는 성형수술까지 불사하며 재기를 노리지만 히로인 역을 타치코마에게 뺏기는데... 불타올라라, 쿠사나기의 장미야!


 

3. 책의 수명
표정훈 님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에게 나름의 운명이 있는 것처럼 책에게도 운명이 있고 수명이 있습니다. 절륜한 공력을 자랑하는 어떤 출판인들도 책의 운명은 제어하지 못하더라고요. 네, 마치 사람처럼 말입니다.



4. 책의 생애
책의 생애는 아마 출간에서부터 절판까지겠지요. 상당수는 태어나기 전부터 "너는 몇부짜리"라는 식으로 사이즈가 정해진 후 서가에 꽂혀 애타게 손을 내밀다 선택받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겠지만, 일부는 백 년을 묵어 요괴(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가 되기도 합니다.

당장이라도 다윈 할배가 재주 넘어 뭔가로 둔갑할 것 같다능...

 

5. 그래도 다시 한번... 
모든 절판 도서에는 독하게 명을 끊을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책의 숨이 넘어갈 무렵이 되면 편집자들은 책의 문화적 의무와 상업적인 책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복간'을 바라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참, 피곤하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절판 즈음이 되면 똑같은 고민을 질리지도 않고 반복합니다...

어떤 독자분께서 출판사로 직접 전화하셔서 절판된《G마켓 급소공략》을 애타게 찾으셨습니다. 그때, 전화를 받는 저희도 참 안타까웠습니다.

 

6. 복간을 바라는 책
이런저런 속사정을 알면서도 편집자가 아닌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절판된 책을 아쉬워 하고 복간을 기다립니다. 제가 원래 철딱서니가 좀 없다능.

지금부터는 이 책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바람으로 작성한 리스트입니다. 이걸 쓰고 싶어서 책의 수명이니 어쩌니 했네요. :-)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닙니다. 다시 읽혀짐으로써 1968년의 스무 살과 2010년의 스무 살이 나란히 손을 잡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군대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효율이라는 가치로 모든 것이 재단되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게 아니라 정치적인 것에 개인이 구속당하고 있지요.

천재들의 실패
만약 이 책 절판되면 저희가 접수할 겁니다! 찜! 침 퉤퉤! ... 근데 이 책이 품절될지언정 절판될 리는 없겠죠... 우린 아마 안 될거야...

콧수염
아오, 복간시켜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바둥바둥, 떼굴멍, 기타 등등

게걸음으로 가다
2차 대전 당시 8천여 명의 독일 피난민을 싣고 가던 바스틀로프 호는  러시아 함정에 의해 격침됩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은폐되었지요.  피가 묻은 진실은 절대로, 은폐되어서는 안 됩니다.

독설의 팡세
추천 목록에서 어떤 지향성을 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오해입니다. 정말로요.

타이거! 타이거!
김만 모락모락 날 뿐... 언제 복간되는지.
영웅문, 드래곤 라자, 얼음과 불의 노래, 그리고 타이거! 타이거!

아날로그맨1
투쓰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절판이라니!
김수박 님의 쓸쓸하면서 달콤한 만화에서 많이 위로 받습니다.


누가 릴레이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걸 하려면 친구가 많아야 하잖아...

안 될거야, 아마. 우린...



TIP! 북코아 등을 뒤지지 않고 절판된 도서를 구입하는 방법
만약 해당 도서를 발행한 출판사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① 편집자를 습격한다
② 사장님을 습격한다
③ 마케터를 습격한다
④ 출판사에 전화해서 한 권만 달라고 부탁한다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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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4.24 15:16


책의 날, 책에게 손 내밀기

4월 23일
4월 23일은 책의 날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 Copyright Day)이지요.


참고로 한국 책의 날은 팔만대장경이 나온 10월 11일입니다.




하루 지난 오늘에야 달력을 봤습니다.

4월23일은 '성 조지' 축일이며 세르반테스와 세익스피어의 기일입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는 이 날 남성은 장미꽃 한 송이를, 여성은 책 한 권을 선물하던 풍습에 연유하여 연인끼리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책과 장미의 축제'를 엽니다.

작년에는 책의 날과 관련한 행사들과 언론보도들로 떠들썩했는데
올해는 저희를 비롯해 출판사들 블로그에서조차 소리 없이 지나가네요.

굵직한 사고들이 연이어 터져서일까요?
아니면, 책의 날을 기념하는 작은 행사조차 힘겨울 정도로 삶이 빡빡해져서일까요.



서점에 서서
책의 날, 대형 서점에 들렀습니다.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민망한 너스레와 서투른 간보기가 떠돌면서
지금은 전자책 시대! 구호만 낭자하네요.

서점에서 멍하니 제 곁을 스쳐 가는 책들을 바라보고
매대에 진열된 책들의 간절한 외침을 듣습니다.


《인터넷 트렌드북 2010》으로 만든 하트. 출처는 엘븐킹님의 블로그(http://elvenking.tistory.com/1550)




책은 점점 튼튼해지는데 책의 호흡은 점점 짧아집니다.
그래서, 서점을 갔다 오면 항상 배가 고픕니다.



BOOK+ING
효율과 실용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에서 모든 가치는 효용성을 기준으로 나눠집니다.

"도대체 책을 읽어서 어디에 써먹자는 것이지?"

이런 질문이 당연하게 된 세상이지만

성큼성큼 다가와 우리 머리 위에 주먹질을 해댔던 모든 책들과
활자중독에 걸려 낡은 도서관을 배회했던 우리 잿빛 생쥐들에게

4월 23일보다 하루 늦은 4월 24일, 책과 장미를 바칩니다.




저는 아직도,
그럼에도,
그러므로 여전히 책의 미래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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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4.14 23:53

2009년 늦여름 어느 날
“표1(앞표지)에 이 컬러 사진, 뜬금없는데?”

“손노리의 게임 <화이트데이>입니다.”

“임팩트가 부족해.”

“의의가 있습니다.”

“파콤222와 촛불집회, 공병우 박사님 등과 나란히 실릴 정도로?”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의 종말을 선언한 게임입니다.”


그 며칠 전
《대한민국 IT사 100》앞표지의 사진들 중에 <화이트데이>는 제가 ‘편집자’의 권한으로 표지 디자인하신 분께 요청한 것입니다. 사적인 욕심이 개입된 월권이었지요.

사장님께서는 확정된 표지를 확인하시며 예전에 채택된 시안과 다른 연유를 물으셨습니다.

위와 같은 제 답변이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사장님께서는 조금 생각하다가 넘어 가셨습니다.

9년 전 저는 <넷게이머즈>의 필자였고, 그때 제가 처음 작성한 기사는 <화이트데이> 리뷰였습니다.


2001년 초여름 합정동
“필자를 지원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제가 게임잡지에서 일한다는 헛소문이 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짓말이 싫습니다.”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 앞으로 좋아하겠습니다.”

성용 편집장님과 면접을 마친 후 <화이트데이>와 <기어즈> 데모 CD를 받았습니다. CD에는 ‘정태룡 기자님께’라고 적혀 있었고, 봉투에는 정태룡 기자님의 원고 콘티로 추정되는 매우 난해한 그림들, 예를 들어 ‘풍래의 프링글스’와 (아마도) 머리가 불타는 사람의 하이킥 등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뭉크의 <절규>와 같은 그림을 바라보자니 푸른 수염 남편의 인커밍 폴더를 엿본  건 아닐까 두려워졌습니다.


저는 그렇게 <게이머즈>의 자매지인 넷게이머즈에 글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게이머즈, 또는 가멜리네
외로운 영혼들이 오덕소덕 모여 세기말 구세주와 권왕을 기다리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게이머즈, 또는 가멜리네는 게임 정보지의 범위를 넘어 한국 서브컬처의 교과서 중에 하나였습니다.

게임라인은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발매일을 잔득하니 기다리는 아날로그적인 재미를 주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지배한 정서 중 일부는 가멜리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기도...



저는 그런 게이머즈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거짓말까지 늘어놓으며 필자가 되었지만 막상 게임CD를 받고 나니 난감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저는 게임의 컨텍스트는커녕 텍스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게임 초보였습니다. 게임불감증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화이트데이>는 처음으로 접하는 어드벤처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4페이지짜리 꼭지 하나를 쓰기 위해 저는 꽤 오랫동안 번민했습니다. 뭐든지 처음은 각별하니까요.

제게 ‘연예인의 과거 사진’과 같은 존재인 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너, 그거 아니. 으슥한 곳을 걸을 때면 가끔 뒤통수가 따끔할 때가 있잖아.
뒤를 돌아 봤자 소용없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거든.
그럴 때는 말야. 눈을 들어서 위를 쳐다 봐.
그럼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거야.”


화이트데이

<화이트데이>는 개발자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고등학교를 무단으로 침입하는 무리까지 할 정도로 열정과 꿈으로 뭉쳐진 게임입니다. 

자체 엔진도 개발하고 '국보'이신 황병기 교수님의 '미궁'을 사운드트랙으로 포함시키는 등 손노리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예사롭지 않았던 일러스트에서부터 드러났었지요. 이런 손노리의 노력에 게임비평가들도 호의적인 평가로 화답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매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이원술 사장님이 정품 구매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을 정도로요. 많은 이들이 실패의 원인을 불법 공유 때문으로 생각한 사장님의 생각에 동조했지요.

그러면서 <화이트데이>는 많이 플레이되었지만 적게 팔린 '저주받은 걸작'으로 서서히 각인되었고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는 패키지게임 시장의 현실에 절망하며 온라인으로 돌아섭니다.


2.0 그리고 공유
인터넷의 핵심 개념은 연대와 공유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연대가 이루어져 집단지성이 발현되었고 소수가 독점하여 권력화되었던 정보의 차별 없는 배포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공유란 개념은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예를 들어 어떤 분들께서 피아를 구분 지을 때마다 꺼내는 ‘빨갱이’라는 표현처럼 남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량소비자
불법 복제는 ‘불법’이란 이름 자체에 나와 있다시피 집단을 정의하고 유지하는 준거에서 이탈한 것이며,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도덕적으로도 잘못된 행위입니다.

저작권과 개방성은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넘어 시장의 근간을 형성하는 유통질서에 대한 문제이며, 창작자들의 생산물에 대한 합리적인 소비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무너지면 시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됩니다.

거기서 사이버 공산주의나 쾌락의 평등주의를 정론으로 삼는 것은 논의를 벗어나는 물타기가 될 뿐이지요.

순환논증의 오류이지만, 정론은 그것이 어떤 도전도 불허하는 당위를 바탕으로 하는 정론이기 때문에 정론입니다. 생산자들은 피땀 흘려 제조한 상품을 통해 이윤 창출을 꾀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존을 꾀합니다. 이러한 생상품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사적인 것'으로 강탈하는 것은 환경 파괴이고 판매자에 대한 폭력입니다.

불법 공유가 보편화되어 누구나 당나귀 타고 푸른 들을 뛰어다녔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 이를 덮을지언정, 최소한 그것을 누리면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질 수 있는 한계선은 존재해야 합니다. 이런 게 당위에 기초한 정론일 겁니다.

우리는 불량생산자에게는 민감하면서 불량소비자에게는 대체적으로 관대합니다. 우리는 구매자인 동시에 어딘가에서는 판매자이기도 한데 말이지요. 그걸 자주 깜빡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2001년 여름 어느 날
그러나 <화이트데이>의 실패 원인이 과연 불법 공유 때문이었을까요.

당시 저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습니다.

"어드벤처에 대한 거부감에 가까운 국내 게임 유저들의 반응은 특정 장르의 편중에 기여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손노리는 자칫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프로젝트에 오랜 시간과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말하자면 일종의 도박이었다. 부족함이 많은 체험판이었지만 그 모두를 애교로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중략) 단순히 끔찍한 장면을 들이대며 공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심리를 쥐고 흔드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몇 차례에 걸친 발매 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략)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이런 게임은 밤에 불 끄고 혼자 하는 것'이라는 꼬드김에 넘어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때 저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였음에도 손노리의 도전을 몹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 봤습니다. ‘풍래의 프링글스’ 를 봤을 때처럼요.


2009년 초여름 어느 날
《대한민국 IT사 100》의 초고를 교정보던 중 다음과 같은 문장 앞에서 장고했습니다.

“멀티플레이를 위해 정품 CD키가 필요한 스타크래프트는 450만 장이 팔렸지만 싱글플레이용인 <화이트데이>는 초기 3000장 판매에 패치파일 다운로드는 15만 건이라는 황당한 기록을 남긴다.”

<화이트데이>는 ‘비운의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국내의 게이머즈들은 <화이트데이>를 떠올릴 때마다 일종의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낍니다. 그 안타까움은 종종 비극을 더욱 극적으로 장식하기 위한 과장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손노리 홈페이지에 개발자께서 하신 "판매량은 1만 장 정도인데 패치 다운로드는 10만 건에 달한다" 라는 한탄은,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에 대한 비극적이면서 선명한 상징이 되기 때문에 때로는 살이 붙고 때론 뼈가 발라져 퍼졌습니다.

그래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매체들조차 <화이트데이>의 판매량과 패치파일 다운로드 기록을 제각각으로 발표합니다. 정품 판매는 만 장에서 2000장까지 오락가락하고 내려받기는 그 폭이 더욱 커집니다.

이렇게, 모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가 그렇듯이 <화이트데이> 역시 한국 게이머들에게 원죄를 부여한 기표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IT사 100》을 편집하며 앞에 나온 문장을 두고 장고한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발매 지연 외에도...
<화이트데이>의 실패를 두고두고 담아두던 어느 날 문득,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포가튼사가>가 10만 장이 넘게 팔린 사실을 떠올리며 <화이트데이> 문제의 핵심이 불법 공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은 독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합니다. 이 점에서 MP3나 영화 파일과는 다르지요. 능동적인 참여이기는 하지만 야동과도 다릅니다!) 인문서를 무료로 배포한다고 해서 얼씨구나 읽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니까요.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게임의 재미는 장르의 컨텍스트와 룰을 학습한 후에야 이루어집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게임은 바이트 낭비일 뿐이지요. 더욱이 게임은 취향을 심하게 타기도 하고요.

손노리가 실패한 게임, <강철제국>과 <다크사이드 스토리> 등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몇 가지 장르만 팔렸습니다.


어쩌면 예정된 실패

호러 어드벤처는 비주류 장르였고, 불법 복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하더라도 파이의 양은 너무 작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갑툭튀한 것 같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는 전길남 박사에 의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통된 인터넷, IMF로 인한 삶의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 <C&C> 등의 개척자 역할을 한 게임들 등 다양한 상황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베이스가 있기에 가능했지요.

그에 반해 <화이트데이>라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은 채 형성되지 못한 시장에서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명작'이었습니다.


만약에

와레즈가 없었다면 더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또한 앞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든 것처럼 피해자의 오류가 곧 가해자의 정당화로 결과하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패키지 게임의 종말 원인 중 하나가 불법 공유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화이트데이>의 실패 원인은 우리들의 미성숙함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블랙데이에 화이트데이를 돌아보다
고민 끝에 저는《대한민국 IT사 100》에

“멀티플레이를 위해 정품 CD키가 필요한 스타크래프트는 450만 장이 팔렸지만 싱글플레이용인 <화이트데이>는 초기 3000장 판매에 패치파일 다운로드는 15만 건이라는 황당한 기록을 남긴다.”라는 날원고 문장을 그대로 살렸고,


표지에 작은 <화이트데이> 그림이 삽입된 책은 서점에 깔렸습니다.
그렇게 제 작은 역사와 기록이 김중태 선생님의 책에 무단 삽입되었습니다.


어느새
이렇게 얘기는 하지만, 역시 아쉽습니다.

<화이트데이>가 킬러이기를, 개척자이기를 저는 간절히 바랐습니다.
손노리가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한국에 '도입'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원했습니다.
고작 리뷰 기사를 작성했을 뿐인데도, <화이트데이>를 생각하면 가끔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 많던
글을 쓰면서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으려 제 작은 기억과 역사를 찾아 방 구석 여기저기를 뒤졌습니다만,

책장 구석에 쌓였던 그 많던 <게이머즈> 들은, <지구촌영상음악>들은, <키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몇 년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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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2.28 14:14

2월 마지막 주 지하철을 읽다
동계올림픽-월드컵-아시안 게임- 교보문고 광화문점 수리-<스타크래프트3> 중 하나가 끝난다.

일시: 2010년 2월 22일 - 2월 26일
경로: 지하철 2호선 강변 - 사당
범위: 지하철 반량

군인이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를 읽고 있다. 출처는 오마이뉴스



[목격한 책]

《2012 지구종말》, 《행복의 조건》, 《미학 오디세이》(구판), 《로마인 이야기 2》,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로스트 심벌》,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소유냐 존재냐》, 《주체 개념의 비판》

1.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두 번 만났다. 두 번째는 조금 불쾌한 기억이다. 회색 양복의 중년 남성이었는데 몸부림을 치며 지하철로 들어 와 자리를 거의 뺏다시피 해서 앉은 다음 소녀시대의 개다리춤이 연상될 정도로 두 다리를 벌렸다 좁혔다, 뻗었다, 오무렸다를 반복하며(출근시간 지하철 2호선에서!) 책을 읽었다. 다음날 퇴근시간에 그 분을 다시 만났다. 하필 내 옆자리였다. 전날의 기행은 하지 않으셨다.

다행이다. 나는 그 분이 사회에 불만이 많아서 유아기로의 퇴행으로 도피하신 줄 알았다.(아니면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버둥버둥 떼굴멍할 정도로 짜릿한 책이거나) 이번에는 갈색 가방에서 《주체 개념의 비판》을 꺼내셨다.

2.
한 개인의 지하철 반량도 채 아우르지 못하는 좁은 범위의 경험이 통계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하겠냐만은, 《2012 지구종말》,《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로스트 심벌》 같은 은밀함을 다룬 책들과 많이 마주친 한 주여서 나름 이채로웠다.

특히 《수메르, 또는 신들의 고향》은 체크 무늬 점퍼를 입은 중년남성께서 너무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아, 마치 어렸을 때 친구가 맛있게 먹는 아이스크림에 이미 입을 대며 '한 입만~'을 구걸하는 것처럼 한 쪽만...을 애걸하고 싶었다.

3.
《삼성을 생각한다》의 지하철 광고가 내려갔거나, 한 주 동안 광고가 걸리지 않은 지하철만 탔다. 지하철 광고는 한 달 계약일 테니, 기우겠지. 이런 것도 음모론일 테지만, 음모론이라는 게 원래 현실의 수상함에 대한 수상한 전복이 아니던가.    

4.
 블로그에 실을 만한 지하철 사진을 찾기 위해 지하철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소위 '성인용, 또는 범죄 사진'이 많이 눈에 띄었다. (결코 성인용 사진에만 초점을 맞추어서가 아니다. 참말로.)
언젠가 지하철과 은밀한 욕망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음모론은 어떨까.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환기구를 통해 미약을 살포한다, 그래서 멀쩡한 회사원도 지하철만 타면 음탕해지고 교양 있는 중년 여성은 코난 더 바바리안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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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비즈북스 2010.02.21 20:44

바닥으로 내려가 어둠을 횡단한다는 점에서 독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과 닮았다.
지하철에 탑승하면 마주한 타인의 얼굴이나 또는 그 너머의 창문에 비치는 스스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도 그렇다.
무례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심연에 침잠하지 않는 이상 부지런히 눈을 움직여야 한다. 관찰하면서 동시에 관찰당하는 점도, 느긋하게 발버둥치며 검은 수면 위아래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독서와 닮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심야의 식육열차)의 한 장면



누가 어떤 책을 읽는지 관음하는 것에 대한 변명은 이런 것이다.

좁은 지하철의 한정된 관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지하철을 통해 읽는다.
기록에서 성경과 수험서는 제외한다.

일시: 2010년 2월 16일 - 2월 19일
경로: 지하철 2호선 강변 - 사당
범위: 지하철 반량


2월 16일 화요일
탑승 시간 : 오전 7시 30분
연휴 이후 첫 출근 시간이어서 그런지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제법 많다. 상당수의 승객들이 이어폰을 꼽고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내 옆에 선 회색 정장의 중년 남성은 경영학 분야로 추정되는 영문서를 읽고 있다.

지성의 공간에서 원서를 권유하는 까닭이, 번역이라는 반역의 필터에 방해받지 말고 원서가 지시하는 개념과 직접 소통하라는 배려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많은 번역서들을 둘러 싼 도시전설들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이한 번역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총체적인 수준의 문제이며, 돈은 계속 잃지만 따는 사람은 없다는 고스톱판처럼 모두가 피해자이고 동시에 가해자이다.

탑승 시간 : 오후 8시경
지하철 2호선도 이 시간대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운이 좋으면 앉아서 갈 수도 있다. 나와 등을 맞댄 어떤 20대 중후반 가량의 여성이 온다 리쿠(도미노)의 소설을 읽고 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역시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책을 읽고 있다. 북커버로 가리고 있어 제목은 확인하지 못했다.

지하철 벽에《삼성을 생각한다》 광고가 등장했다.

2월 17일 수요일
탑승시간 : 오전 7시 50분

오전 7시 30분과 오후 8시는 고작 30분 차이지만 승객의 행태가 다르다. 지금 시간에서는 탑승한 상당수가 누군가 당장 목을 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는 공간 안에서도 용케 무가지를 읽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첫 출근 때 다짐한 것 중에 하나가 무가지 대신 다른 것을 읽자는 것이었다. 월급을 받고 나서 시집을 샀다. 그리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꺼내 들었다.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칸트의 물 자체
물 자체라는 말 차제
라벤더 향기

십오 초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시간 동안 몇 번이고 쳇바퀴를 돌았다. 만원 지하철에서 시집을 읽는 건 슬프다.

지금은 《국어의 풍경들》을 들고 있다. 아주 오래 전 편집자를 꿈꿀 때 위로받으며 또박또박 읽었던 책이다. 다시 펼친 책장은 넘어가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읽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있다는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싶을 뿐이다.


2월 18일 목요일

탑승시간 : 오후 9시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 시간대 때문일까. 앞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긴 생머리의 여성이 《개념어총서》를 읽고 있다. 제목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표지의 글자는 초록색이었다. 눈썹이 인상적이어서, 그리고 책이 인상적이어서 한 번 더 보았다. 앞의 감색 바지를 입은 중년 남성은 《왕을 참하라》를 읽고 있다. 만약 저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광고를 만든다면 저 분을 모델로 기용했으면 한다. 회색 모자를 푹 눌러 쓴 여성은 문가에 기대 서서 무협지나 팬터지 물로 추정되는 소설을 읽고 있다. 밤무대 의상처럼 반짝이는 점퍼를 입은 20대 남성은 《타워》를 읽고 있다. 저도 봤던 겁니다. 우리 <E.T>에서처럼 손가락 키스 한 번 할까요.

가끔 지하철에서 내가 편집한 책을 읽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는 두려운 상상을 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지만, 책을 읽는 것만이 서울메트로인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 게임을 하고, 성경을 펼쳐 종교행사를 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 보고, 문자를 보내는 행위 모두 소중하다.

책은 신화가 아니다. 책의 목을 조르지 말았으면.


2월 19일 금요일

새삼스럽고 반복하는 말이지만, 종종 대한민국에서 무례한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모여 단합대회를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옆구리를 찍히고 등을 떠밀릴 때마다 내 귀의 도청장치가 떨어지고 내 심장은 크레이지 택시가 되며 나의 발은 허경영 공중부양을 한다. 예의없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분포하지만(여기는 자유와 평등의 대한민국이다) 가끔은 특정 연령층에 대한 공포심마저 생긴다. 누가 어떤 책을 읽는지 알 게 뭐람.

작년 여름 즈음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는 직장인들과 《1Q84》는 몇 번 봤었지만, 베스트셀러들을 지하철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 많은 책들은 누가 사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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