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낙성대에 있어서 서울대학교에서 점심을 먹으러 가끔 갑니다.
<관악>이라는 교지가 있기에 한 부 얻어와서 읽는데 '삶과 인문학'이라는 강좌를 듣고 신입생이 쓴 글이 흥미로와서 소개해 봅니다.
이 강좌는 인문대학 신입생들의 인문학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개설되었다고 하는데, 강의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나 봅니다.
제1강은 '기업은 경영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데 그 이유는 인문학만이 기존의 진부한 시스템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영방법, 참신한 마케팅 기법을 제시할 인재들을 창출해 낼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취지였다 합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문학적 인재상'이라는 소주제에서는 '요즘은 토익 900 넘지 못하면 이력서도 못 내민다', '영어를 포함하여 외국어 3개 정도는 해야 한다' 등등 굳이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빤한 얘기들을 인문학 강좌에서 하고 있었으니 학생들의 불만이 높았다고 합니다.
인문학이 죽었네 살았네 하는 위기론이 하도 커지니까, 인문학의 존재 이유를 '우리도 기업 경영에 기여한다'는 데서 찾으려는 것이 '삶과 인문학' 강좌의 항변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강좌의 수준이란 것이 이런 정도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 애처롭고 어설픈 몸부림을 통해 대한민국 인문학이 살아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필요 없다면 죽어야 하는 것이 사물의 이치입니다.
차라리 김용철 변호사가 제시한 인문학 회생 비책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삼성이 입사시험에서 인문학 과목을 넣으면 그날 부로 인문학이 부활할 것이라는 거죠. 삼성의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 되는 이재용 씨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왔으니까 혹시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