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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일요일처럼 - 휴일 마지막 날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추천하는 책자유공간 2014. 3. 28. 08:00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요일이 월요일인 것은 불변의 진리일 겁니다. 이 월요병을 고치려면 휴일에도 나와서 한두시간 근무하면 된다는 기사가 나와서 모든 직장인의 공분을 사기도 했죠.
하지만 실질적인 월요병의 시작은 일요일 늦은 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일요일밤 11시가 제일 울적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내일 해야할 일이 있으면 그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지고, 일이 없으면 '또 주말이 지나쳐가는구나'하면서 왠지 허무함이 느껴집니다.
엔하위키에 따르면 일요일밤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나서의 기분이라고 하는군요. 개콘은 안봅니다만 시간대를 잘 잡은것같습니다. 일요일 밤 무슨 일을 벌이기 애매한때 웃으면서 휴일의 마지막을 보내는게 좋겠죠. 그래서 일요일 예능의 최강자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고 왠지 허무하거나 울적한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휴일의 마지막 시간에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기의 삶을 주도하지 못하고 일에 끌려다니면서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가는게 평범한 직장인들의 운명이죠. 그런데 이 쳇바퀴를 따라잡지 못 할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면 더 열심히 뛰거나(초과근무) 혹은 될대로 되라(상사의 질책)로 마무리되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빨리 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면서 자기계발서를 읽곤 하지만 늘 그렇듯 실패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도 나오지만 자기계발서는 내탓을 강조합니다. '네가 실패하는 이유는 게으른 탓이야. 열심히 노력하면 나처럼 성공할텐데 천성이 게을러서 실패한거야.'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영화 빠삐용에도 이런 비슷한 장면이 나오죠.
"저는 무죄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살인과는 상관이 없지. 그러나 너는 유죄야. 인생을 낭비한 죄. 인간으로서 가장 큰 죄지!"
빠삐용은 그 말에 수긍합니다.
아마 자기계발서라면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에 도움이 안되는 데 정력을 허비한다면 낭비라고 볼 것입니다. 그 목표는 대부분 돈과 관련되겠죠. 하지만 <언제나 일요일처럼>은 그 반대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사에 게으름을 피우자! 사랑하고 술 마시고 게으름 피울 때만 빼고
게으름이란 나태함을 말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찾느라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에게 중요하다면 '일'에 얽매여서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데 인색하지말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침에 늦잠을 자면 '나는 너무 게으르다'라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했다고 즐거워하고, 만약 자고 일어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잠자리에 뒹굴면서 그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실제로 데카르트는 침대에 뒹굴면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원론을 남겼습니다. 창조형 인간들은 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창조형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국의 회사 시스템은 노동시간에 연연합니다. 10분을 자주 지각하면 급여를 깎죠. 정시 출근은 근태를 평가하는 중요지표. 그리고 늦은 퇴근 역시 중요지표. 그리고 한국은 OECD에서 2번째 최장 노동시간 국가. 우리 출판사가 내세우는 자랑거리가 야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최장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형편없는데 사실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에 딴짓을 많이 하긴 하죠. 그래서 일말의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 이를 벌충하고자 초과근무를 자청하기도 하죠. 그래서 제가 야심한 시각에 블로그를 쓰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라도 이런 죄책감을 더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제가 떳떳하게 게으름을 즐기는 법입니다. 하루 24시간을 1시간씩 나눠서 주제별로 게으름을 피우는 법을 설파합니다. 어떤 시간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찾는 즐거움과 장점을 이야기하고 , 시간에 얽매이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어떤 시간에는 이렇게 인생을 찾는 것을 게으름이란 단어로 굴레를 씌워서 비난하는 근면지상주의자들에 맞서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은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이란 이름으로 200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으름이란 단어가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에서는 거부감이 있죠. 그래서 <언제나 일요일처럼>으로 바꿔서 출간했습니다.
이 책의 독자들이 일요일 아침처럼 잠자리에서 뒹굴 수 있는 행복감을 찾을 수 있기를. 이 책은 게으름을 피우면서 읽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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