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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시작하기도 전에 수업료부터 내다매출두배내쇼핑몰시리즈/22_서랍장속의주얼리가게 2010. 10. 7. 11:09
낭만주부의 액세서리 쇼핑몰 운영기 (3)
직장을 다닌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결혼을 했고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다. 4박5일의 일정 중 수 차례를 뻔한 기념품점과 어이 없는 방문지에 들려 너무나 지루하던 차에 우연히 차창 밖으로 거대한 가구 단지를 보게 되었다. 가이드에게 그 곳에 내려 구경하게 해 달라니 일정에 없는 곳이라고 안 된단다. 마지막 날 신랑이 가이드에게 팁을 두둑이 찔러 주고 다시 한 번 부탁을 해서 결국 구경 허락을 받았다. 비밀로 하기로 단단히 약속을 하고 우리는 그 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 발리에서 만난 가구들
결혼 전, 신혼살림을 준비하기 위해 주말이면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가구거리란 곳은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마음에 들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고, 가격이 적당하다 싶으면 어딘가 어설퍼서 결국 장롱 하나 못 사고 날짜가 다 지나버려 결혼부터 해야 했다. 그런 내게 그 곳은 완전 별천지였다.
가구마다 작은 포스트잇 같은 메모지에 가격이 붙어 있었는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급 원목가구들이 국내의 1/4 내지는 1/5도 안 되는 헐값(소매가)이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동남아 쪽 가구들이 많이 수입되어 이런 유럽풍의 원목가구들도 비싸지 않게 구입할 수 있지만, 당시엔 국내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기 힘들었다. 통관이니 관세니 앞뒤 볼 것도 없었다. 가구점에서도 부산항까지 화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배편으로 오는 거라 시일은 좀 걸리지만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국내에서 통관절차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어 수수료 좀 지불하고 관세를 내더라도 2~3배는 붙일 수 있는 가격이었다.
# 직접 디자인한 가구 발주서
그래도 일단은 시험해 보는 셈 치고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신혼가구로 쓸 장식장, 옷장, 서랍장 등 5점을 주문하기로 했다. 디자인 변형이나 주문제작도 가능하다기에 어차피 필요한 것들이라 내가 쓴다는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와 직접 디자인해서 메일로 발주를 넣었다. 왠지 너무나 쉽게 일이 진행된다 싶기는 했지만 이렇게만 된다면 가구 수입업도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산쯤에 저렴한 창고를 얻어 가구 전시장을 꾸미고 근사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크고 작은 계획들로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그리고 기다리기를 몇 주. 이상하다. 연락이 없다. 불길한 생각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독촉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말이 우기가 시작되어서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작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기에 작업을 하게 되면 나무가 습기를 먹은 상태라서 마르면서 쩍쩍 갈라진다고.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건 사전에 미리 말을 해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참으로 어이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럼 언제 작업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일 년의 반이 우기라서 6개월 이상 걸린다는 황당한 대답만 듣게 되었다. 왠지 속는 기분이 들어 우기라도 좋으니 작업을 해서 보내라고, 계약 시에는 그런 말 없었으니 한 달 안에 안 보낼 시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그 후로도 수없이 끈질기게 독촉한 결과 드디어 가구가 부산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내가 가구가 도착한 것을 알게 된 때는 이미 가구들이 부산항에 도착한 지 한 달이 넘은 후였다. 대행업체 역시 보관료를 받아먹을 요량으로 도착한지 한 달이 넘도록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 알음알음해서 연락해서 알게 되었으니 망정이지, 1개월 이상 되는 창고보관료에 통관료, 서울로 오는 운송료까지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다.
# 7개월이 걸려서 도착한 발리에서 온 가구들
그렇게 약 7개월의 공방 끝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초여름 어느 날, 가구들은 무사히 내 품에 왔다. 어쨌거나 모든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여전히 국내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가구를 구입한 것이었으므로 나름 뿌듯하기는 했지만, 곳곳에 내가 알 수 없는 복병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선뜻 가구 수입업을 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쩍- 찌지…이직….' 자다가 깜짝 놀란 신랑과 나는 도둑이 든 건가 싶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우기에 제작되었던 탓에 그 해 겨울, 나무가 완전히 마르면서 가구가 뒤틀리고 문짝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우리를 깨운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모두 내가 무지한 탓에 생긴 일이었으니. 생각할수록 아찔하고 두렵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니 이미 가구 수입업에는 용기뿐 아니라 밑바닥에 조금 남아 있던 미련까지 깡그리 털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 창업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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